패션계에 번지는 NFT 시장. 블록체인이라는 새로운 형태의 소비와 생산의 문이 열렸다.
‘대체 불가능한 토큰(Non-Fungible Token)’, NFT는 희소성을 갖는 디지털 자산을 대표하는 토큰을 말하며 이는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지만, 기존의 가상 자산과 달리 디지털 자산에 별도의 고유한 인식 값을 부여해 상호 교환이 불가능하다는 특징이 있다. 일종의 디지털 자산의 소유를 증명하는 증명서인 셈. 어떤 브랜드들이 NFT 시장에 일찌감치 발을 들였을까? 최근 JW앤더슨은 해리 스타일즈가 입어 유명해진 패치워크 카디건을 디지털 사본으로 만들어 경매를 앞두고 있다. 3D 기술력으로 복원된 니트는 ‘Xydrobe’라는 새로운 NFT 경매 플랫폼을 통해 판매될 예정이며, 12월 12일에 48시간 경매가 시작, 가격은 1만 파운드부터다. 낙찰자는 실제 생활에서 스웨터를 입을 수는 없지만, 디지털 화면 안에서 소유자의 캐릭터가 착용하는 것을 보여줄 수 있다. 그뿐 아니라 고인이 된 디자이너 칼 라거펠트의 피규어 인형은 이미 NFT 시장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한정판 애니메이션 캐리커처는 디지털 패션 마켓 플레이스인 ‘더 디머티리얼라이즈드(The Dematerialised)’에서 판매되었고, 칼이 행운으로 여기던 숫자 7에서 착안해 가격은 77유로로 책정되었으며, 777개만 판매했다.
또 지방시의 매튜 윌리엄스 역시 최근 2022 리조트 컬렉션에서 그래픽 아티스트 치토(Chito)와 협업한 뿔이 달린 모자를 쓴 소년, 찡그린 소녀 캐릭터 등을 NFT 시장에 내놓았다. 11월 23일부터 ‘OpenSea’에서 입찰을 통해 경매가 진행되었고, 모든 수익금은 해양 플라스틱 오염의 90% 정화를 목표로 활동하는 비영리 단체인 오션 클린업(The Ocean Cleanup)에 기부될 예정이다.
그 밖에 버버리도 LA의 신화 게임 회사와 파트너십 체결을 발표했다. 이제 패션위크에서만 새로운 컬렉션을 발표하는 시대는 지난 걸까? 사람들은 입을 수도 없고, 가지고 놀 수도 없는 가상의 수집품에 열광하고 있다. 그 이유를 곰곰 생각해보면, NFT 시장에서 판매되는 그 가상의 무언가는 절대 복사하거나 해킹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가 아닐까? 그동안 위조 혹은 카피 제품과 싸워야만 했던 아티스트와 패션계가 그 부분에 가장 큰 가치를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JW앤더슨의 패치워크 스웨터는 세상에 단 네 가지로만 존재한다. 하나는 빅토리아 앨버트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으며, 다른 하나는 해리스 스타일즈에게, 세 번째는 JW앤더슨 아카이브로, 그리고 마지막 버전은 바로 12월 12일에 경매에 성공한 자의 블록체인 지갑에 들어갈 NFT 버전. 이렇게 딱 4개뿐이다. 신발 수집가는 어렵게 모아온 신발을 신고 즐기려고 수집하지 않는다. 그저 전시해두고, 그 모습을 보고 희열을 느낄 뿐. 가상세계의 예술품과 패션 버버리 아이템을 수집하는 일도 이런 심리와 유사할 것이다.
- 패션 에디터
- 김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