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S/S 런웨이는 빛으로 가득했다. 발맹의 크리스털 장식, 랑방의 실크 팬츠, 돌체&가바나의 새틴 드레스. 그리고 모델들의 넘실대는 머리카락도 그곳에 있었다.
부스스함이 매력으로 인정받던 때가 있었다. 자다 일어난 듯 제멋대로 뻗친 머리는‘베드(bed)’헤어라 명했고, 하나로 질끈 묶은 머리에는 ‘케이트 모스’스타일이라는 딱 알맞은 변명 거리가 있었다. 백스테이지의 헤어 스타일리스트들조차도 “머리를 감고 드라이도 하지 않은 채로 나온 듯한 그런 머리입니다.”라고 설명했을 정도였으니까. 무신경함, 더 나아가 나태함 같은 단어들이 곧 스타일리시를 의미하는 시즌이 몇 번이고 반복되어 왔다. 그러는 동안에도 피부 트렌드는 정반대로 달려댔다. 피부 안쪽에서부터 우러나오는 윤기, 즉 래디언스가 가득한 피부 톤이 어떤 메이크업 테크닉보다도 각광받기 시작했고, 최근에 이르러서 ‘빛나는 피부 톤’이 갖는 의미는 ‘빨간 립스틱’이나 ‘샤넬 No 5’가 뷰티 시그너처로서 갖는 존재감 그 이상인 듯하다.
결국, 헤어 역시 이번 시즌에 이르러서는 철저하게 피부 트렌드와 뜻을 같이했다. 포니테일이든, 롱 헤어든, 업두(up-do)나 시뇽 헤어마저도 그 앞에는 ‘샤이니’라는 수식어를 붙이기 시작한 것이다. 마이클 코어스, 클로에, 프로엔자 슐러, DKNY. 샤이니 헤어의 콤백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요인 중 하나는 부쩍 빈번해진 슈퍼 롱 헤어 스타일링일 것이다. 제아무리 케이트 모스라 해도, 허리까지 오는 슈퍼 롱 헤어를 부스스하게 놔둘 수는 없을 테니까. 헤어 스타일리스트들은 슈퍼 롱 헤어가 런웨이 위를 넘실대도록 만들기 위해 모델들의 머리카락 한 올 한올을 트리트먼트하듯 정성스럽게 케어했다. 클로에 백스테이지의 헤어 스타일리스트 뤼기 무레누는 드라이하기 전 볼류마이징 트리트먼트 제품을 사용하라고 조언한다.“케라스타즈 무스 뉴트리 스컬프를 젖은 머리에 바른 뒤 드라이하죠. 샴푸 후 바로 드라이를 할 때보다 훨씬 부드럽고 자연스러운 머릿결을 만들 수 있어요. 곱슬머리나 웨이브가 있는 헤어를 스트레이트로 펴는 데도 효과적이고요.”
이번 트렌드가 치명적인 곱슬머리에겐 찬 바람 드라이를 필수로 만들었다. “곱슬머리는 숱이 많고 적음을 떠나 일단 부스스하고 건조해 보이죠. 뜨거운 바람은 모발을 더 건조하게 만듭니다. 반드시 찬바람으로 드라이를 해야 하며 드라이 전 유분이 적은 액상 타입의 에센스를 발라주는 것도 좋습니다. 드라이한 뒤에 다시 한번 발라주면 곱슬머리에도 윤기를 줄 수 있죠.” 이희 헤어&메이크업 헤어 디자이너 황지해는 이렇게 조언한다. 헤어 스타일리스트 피터 그레이 역시 어떠한 스타일링 제품보다도 기본에 충실하라고 조언한다.“모발에 윤기를 낼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스타일링 제품보다 샴푸하고 나서 수분 컨디셔너로 수분을 주는 것이죠(로레알 하이드로 리페어).” 하지만 베이식 케어가 효과를 발할 때까지는 어느 정도의 시간 투자는 필수. 이를 단축하기 위한 깜찍한 트릭 하나! 헤어 스타일리스트 마틴큐렌이 선택한 방법은 젤라틴이다. “마치 물에서 방금 나온 듯 촉촉함을 극대화하고 싶다면 모발 끝에 젤라틴을 발라보세요. 마치 코팅한 듯 대단한 광택 효과를 낼 수 있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