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uis Vuitton 2022 S/S Collection

W

루이 비통 2022 S/S 컬렉션.

루이 비통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니콜라 제스키에르는 브랜드 창립 2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시간 여행을 떠났다. ‘거대한 시간(grand bal of time)’을 테마로 패션의 과거, 현재, 미래를 뒤섞어 한 편의 영화처럼 드라마틱한 컬렉션을 완성했다. 프랑스 역사를 품은 루브르 박물관은 루이 비통 컬렉션을 위해 이보다 더 잘 어울릴 수 없는 베뉴였다(창립자인 루이 비통이 외제니 황후(Empress Eugénie)의 트렁크를 제작하기 위해 미팅을 하던 곳이었으니!). 루이 비통은 루브르 박물관 내 리슐리외(Pavillon Richelieu)관 통로에 수 개월 동안 수집한 앤티크 샹들리에를 아낌없이 걸어 근사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어스름한 저녁, 수 십개의 샹들리에가 환히 빛나는 가운데 컬렉션이 시작됐다. 

마리 앙투아네트가 21세기에 환생한다면 이런 모습이 아니었을까. 2022 S/S 시즌 루이 비통은 19세기 크리놀린 드레스, 1910년대의 이브닝 드레스, 1920년대의 드롭트 웨이스트 드레스, 1980년대의 와이드 숄더 재킷, 1990년대의 바이어스 컷의 슬립 드레스, 그리고 동시대의 데님과 유틀리티 팬츠까지 패션사에 기록되어 있는 시대의 아이코닉한 의상들을 대담하게 한데 뭉쳐 솜씨 좋게 펼쳐놓았다. 한 두 시대가 컬렉션에서 영감으로 작용하는 경우는 흔하지만, 이처럼 온갖 시대를 넘나든 컬렉션은 흔치 않다. 얼굴을 가린 가면과 비즈로 만든 헤드기어는 아르누보 시대를 떠오르게 했고, 새틴으로 제작한 오픈토 레슬링 부츠는 의외로 모든 룩에 다 잘 어울리며 시대를 오가는 스타일링에 깔끔한 점 하나를 찍었다. 루이 비통은 200주년 다운 스케일로 파리 패션위크의 마지막 날을 멋지게 장식했다.

패션 칼럼니스트
명수진
사진, 영상
Courtesy of Louis Vuitton

SNS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