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올림픽 히어로즈_탁구 [신유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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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tory Never Ends 도쿄 올림픽의 막은 2021년 여름 내렸지만, 그 열기는 아직 채 식지 않았다. 모두를 넘어서 마침내 꼭대기에 오른 선수부터 당당한 ‘영 파워’를 보여준 선수, 아무도 주목하지 않을 때 자신이란 원석이 존재함을 증명해 보인 선수까지. <더블유>가 그라운드 밖에서 이들과 함께 특별한 레이스를 펼쳤다.

#W올림픽 히어로즈_탁구 
 SHIN YU BIN 

세 살 때부터 라켓을 잡았다. 14세로 한국 최연소 탁구 국가대표가 되고, 17세에 첫 올림픽에 출전해 쟁쟁한 상대들을 꺾으며 매서운 경기력을 보여준 신유빈의 게임은 이제 시작이다. 

집업 보디슈트, 팬츠, 하이톱 스니커즈는 모두 Nike 제품.

당신을 소개하는 네이버 프로필에 “최연소를 넘어 최고임을 증명하고 오겠습니다”라고 남긴 출사표에 반했다. 패기 있는 사람인가?

신유빈 가진 게 그것뿐이다, 하하. 나이도 경력도 더 많은 선수들과 대결하려면 내가 보여줄 건 패기밖에 없으니까.

17세 최연소 국가대표로 올림픽에 출전해 58세 룩셈부르크 선수 니샤렌과 맞대결했다. 올림픽 사상 역대 최대 나이 차의 경기였고, 접전 끝에 역전승한 명승부였다.

가장 피하고 싶은 선수였다. 4년 전에 붙었다가 진 적이 있는데 경기력이 대단했다. 이번에 맞붙었을 때도 위기감이 확 왔다. 니샤렌 선수는 공을 딱 지키고 서 있다. 최소한의 움직임으로 플레이하고, 변화가 있는 이질러버를 써서 구질도 까다롭다. 매우 노련하고 예측이 어려운 상대다. 첫 게임을 11 대 2로 내주고 말았는데, 이 게임만 하고 집에 갈 수 없지, 좀 더 차분하게 해보자. 안 되면 체력 싸움이다, 계속 되뇌니 어깨에 긴장이 좀 풀렸다. 2세트부터 백핸드 드라이브로 밀어붙여 분위기를 바꿨다. 뿌듯했고, 많이 배웠다.

올림픽 이후 인기를 체감하나?

길에서 알아보시면 “절 어떻게 아세요?”라고 되묻는다(웃음). 너무 신기하다. 인스타그램 팔로워가 원래 9천 명이었는데 17만4천 명까지 늘었다. 응원 DM도 많이 온다. 지칠 때면 이렇게 응원해주는 분들이 많은데, 라는 생각에 다시 라켓을 잡게 된다.

올림픽 끝나자마자 세계선수권 국내 선발전에서 7전 7승으로 출전권을 땄다 압도적인 1등이었다.

원래 탁구 대회에 기자님들이 거의 오시지 않는데 이번에 나갔더니 내 코트 쪽에 카메라가 엄청나게 많더라. 깜짝 놀랐다. ‘난 아직 준비가 안 된 것 같은데 좋은 모습 보여드리지 못하면 어떡하지’ 싶은 부담감이 컸다. 그 긴장감을 극복하고 즐겨보려 했고, 생각보다 성적이 잘 나와 뿌듯하다. 나로 인해 탁구가 조금이라도 인기가 많아진다면 좋은 일이잖아. 관심을 두려워하지 않으려고 한다.

톱과 스커트 안에 입은 쇼츠는 올림픽 유니폼, 스커트는 Emporio Armani, 부츠는 Alexander McQueen 제품.

탁구의 가장 큰 재미는 뭔가?

공을 주고받는 상대가 있다는 것. 작고 가벼운 공이지만 변화가 다양해 상대와 계속 머리싸움을 해야 한다. 경쟁자이지만 경기 중에도 합을 맞추며 같이 발전하고, 더 좋은 게임을 보여줄 수 있다. 물론 이길 때가 제일 재미있다(웃음).

훈련은 어떤 식으로 하나?

초등학생 때는 적당히 했다. 이겨도 되고 져도 되니까. 근데 많이 이긴 것뿐이지(웃음). 중학교 올라와서 언니들과 시합하며 연습량을 늘렸다. 오전 9시에 정규 연습 들어가기 전, 1시간 먼저 나와 개인 연습을 한다. 남들보다 일찍 나오는 게 힘들긴 하지. 아침에 일어나면 짜증 한 번 내고, ‘그래도 나중에 끝은 좋을 테니까!’라면서 하루를 시작한다.

가장 힘들었던 시기가 있다면?

올림픽 국가대표 선발전 준비할 때. 고등학교 진학을 미루고 실업팀으로 가서 치른 첫 시합이 하필 선발전이었다. ‘고등학교도 안 가고 시합하는데 어떻게 하나 보자’는 시선이 있었다. 제대로 보여줘야 했다. 자다가도 몸이 아파 깰 정도로 연습했다. 아침에 제일 먼저 나와 불 꺼진 체육관을 청소하는데, 에어팟에서 BTS의 ‘Magic Shop’이 흘러나오더라. ‘내가 나인 게 싫은 날, 문을 하나 만들자 너의 맘속에다. 그 문을 열고 들어가면 이곳이 기다릴 거야.’ 많이 위로가 됐다. 국가대표로 선발되고 나선 힘들지 않았다. 올림픽만 보고 연습할 수 있다는 게 너무 행복했거든.

고등학교 진학 대신 실업팀을 택한 건 온전히 당신의 의지라고 들었다. 뚝심이 대단하다.

학교에서 수업 끝나면 빨라도 오후 4시 정도인데, 그때부터 연습을 시작하면 언니들보다 연습량이 너무 적다. 어느 날 학교에서 돌아와 아빠한테 “나 학교 안 다닐래”라고 말했다. 아빠는 그래도 학교는 다녀야지 않겠냐고 했지만 결국 날 믿어줬다. 지금도 후회 없다.

로고가 돋보이는 저지 티셔츠는 Nike 제품.

로고가 돋보이는 저지 티셔츠는 Nike 제품.

로고가 돋보이는 저지 티셔츠는 Nike 제품.

다섯 살 때부터 <스타킹>을 비롯한 방송에서 탁구 신동으로 주목받았다. 그때는 어떤 아이였나?

지기 싫어하는 애. 잘한다 잘한다 하면 진짜 잘하는 줄 알고 더 보여주려고 했다. 탁구가 너무 재미있고 칭찬받는 것도 좋았거든. 부담스러운 줄도 몰랐다.

신유빈에게 탁구란?

어릴 때부터 계속 함께한, 짜증 날 때도 있지만 좋을 때는 너무 좋은 내 친구. 가끔은 신기하다. 요즘에도 불쑥 아빠한테 이렇게 말하곤 한다. “나 그냥 탁구가 재미있어서 친 건데 어쩌다 인생이 이렇게 바뀌었지?”

탁구 말고 좋아하는 건?

먹는 거, 자는 거, 쇼핑하는 거. 올림픽 끝나고 돌아와서 마시멜로랑 간장게장 많이 먹었다. 옷도 좋아한다. 오늘 첫 번째로 입은 한사랑산악회 같은 착장이 마음에 든다!

도쿄 올림픽에선 세대교체가 두드러졌다. 선수들 사이에 달라진 문화가 있나?

요즘 스포츠 선수들은 예전 세대보다 SNS를 활발히 한다. 종목은 달라도 여서정, 김제덕 같은 또래 선수들과 DM 보내고 응원하며 친해지기도 한다. 경기 외 일상도 종종 올리는데, 셀카는 얼굴이 괜찮을 때만 찍는다. 그러니까 오늘 같은 때!

신유빈은 신유빈이 좋나?

좋다. 아침에 꾸역꾸역 일어나서 연습 나가고, 이번 세계선수권 선발전에서 부상이 있었는데도 좋은 결과 내는 거 보면 나도 나쁘지 않다.

이름 뜻이 뭔가?

넉넉할 유에 빛날 빈을 쓴다. 내 이름 좋다. 넉넉하게 사람들을 감싸는 것도, 빛나는 것도. 아빠가 드라마 <황태자의 첫사랑>에서 배우 성유리의 배역 이름을 따왔다더라. 그릇이 크냐고? 그냥 화나는 걸 잘 까먹는다. ‘그러라 그래!’ 하면서.

검정 레이어드 후디, 시스루 레이어드 스커트는 Nike, 부츠는 Alexander McQueen 제품.

대한항공 입단 후 첫 월급으로 나이키 운동화를 보육원 아이들에게 기부했고, 올림픽 후엔 광고 수입 등으로 번 수익 8천만원을 소아·청소년 환자에게 쾌척했다.

선수로서가 아닌 개인적인 목표인데, 더 많이 기부하고 싶다. 어릴 때부터 아빠는 내게 돈은 먹고살 정도만 있으면 되고, 어려운 사람들과 함께 살아야 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하셨다. 당연한 거지. 혼자 잘살면 뭐해. TV에서 BTS가 기부했다는 뉴스를 보면서 나도 언젠간 저렇게 하고 싶었는데, 생각보다 빨리 하게 돼서 기분 좋다. 앞으로 큰 선수가 돼서 돈 많이 벌어서 꾸준히 기부할 거다.

언제 가장 두렵나?

난 태어나서 한 번도 무서운 영화를 본 적 없을 정도로 겁이 많다. 그런데 탁구 칠 때면 겁이 없어진다. 아빠도 신기해한다. 탁구는 11점을 먼저 따는 사람이 그 세트에서 승리하는데, 나는 9 대 9 정도의 아슬아슬한 상황이 되면 오히려 무섭게 친다더라. “공포영화도 못 보는 애가 왜 스코어가 9 대 9만 되면 저러지?” 하시는데 나도 신기하다. 아마 후회하는 게 무서워서 그런 것 같다. 할 수 있는 데까지 하고 지면 그래도 제대로 해본 거니까. 후회가 공포영화보다 무섭다!

신유빈은 뭘 믿나?

난 이걸 믿고 있다. 열심히 하다 보면, 당장은 아니더라도 언젠가 노력의 결과가 나온다. 선발전 준비할 때 연습량을 엄청 늘려서 불안을 이겨내려고 했다. 너무 힘들게 연습했는데 선발전에서는 만족스러운 결과로 나오지 않았지. 하지만 그다음 올림픽 예선전에서 딱 빛을 발하더라. 당장의 성과에 연연하기보다는 꾸준히 열심히 하는 게 중요하다는 걸 알았다. 그러니까, 끝은 좋을 거다. 흐흐.

티셔츠와 쇼츠, 하이톱 스니커즈는 Nike 제품. 탁구채는 선수 개인 소장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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