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화이트닝이다. 어림잡아도 그동안 족히 열 번은 화이트닝 기사를 썼다. 이제 더는 화이트닝으로 안 될 것도 새로울 것도 없을 법한데, 그래도 화이트닝은 늘 어렵기만 하다. 담당 에디터도 이러니 글 읽는 독자들은 오죽할까 싶어 ‘그래서 화이트닝이 대체 뭔데?’ 하고 물었다. 그리고 2012년 새롭게 출시된 화이트닝 화장품에서 그 해답을 찾았다.
화이트닝을 시작해야겠다고 마음먹은 데에는 저마다 다른 사정이 있다. 스키장에 다녀온 뒤 피부가 얼룩덜룩해졌다거나, 광대뼈에 희미한 기미가 보이기 시작했다거나, 얼굴빛이 안 좋다는 얘기를 들었다거나 등등. 얼핏 들으면 하루아침에 갑자기 벌어진 일 같지만 실제 위와 같은 증상은 꽤나 오랜시간을 두고 점차적으로 나타난다. 알다시피 잡티의 중심에는 멜라닌 색소가 있다. 그런데 문제는 멜라닌 자체가 유해한 것은 아니며, 심지어 피부가 태양에 대항하기 위해 취하는 자연스러운 방어 작용이라는 사실이다. 즉, 착색이 더 많이 될수록(멜라닌이 증가할수록) 피부는 태양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할 수 있기 때문에, 자외선의 자극을 받을 때마다 몇십 밀리그램의 멜라닌을 추가로 만들어낸다. 이 과정에 개입되는 것이 화이트닝을 말할 때 늘 따라오는, 티로시나아제(멜라닌 생성 세포를 자극하는 호르몬), 멜라노사이트(멜라닌을 생성하는 세포), 케라티노사이트(각질 형성 세포. 새로 생성된 멜라닌이 이곳으로 이동한다) 등. 차례대로 햇빛을 받은 피부가 티로시나아제 호르몬을 분비해 멜라노사이트에서 멜라닌 색소를 만들고, 새로운 멜라닌이 케라티노사이트를 통해 피부 표면 위로 떠오른 것이 바로 다크 스폿이다. 멜라닌은 다크 스폿뿐 아니라 전체적으로 고르지 못한 피부에도 영향을 미친다. 나이가 듦에 따라 멜라닌을 생성하는 세포수는 매 10년간 10~20%씩 자연히 감소하는데, 남아 있는 세포에서는 멜라닌을 과다하게 만들고 세포가 줄어든 곳에선 색소가 생성되지 않는 불균형 상태가 되면서 얼굴이 얼룩덜룩해지는 것. 이러한 다양한 색소 침착의 과정에 개입해 크고 작은 영향을 주는 것이 바로 화이트닝 화장품의 주요 역할이다. 특히 2012년 새롭게 선보이는 화이트닝 신제품은 저마다 다른 접근 방법을 통해 이미 생겨낸 잡티와 지저분한 피부톤, 그리고 아직 표면 위로 올라오지 않은 수많은 숨은 스폿들을 개선하는 데 그 어느 때보다 집중한 모습이다.
어떻게 화이트닝하는 게 좋을까?
균일하지 못한 피부톤과 다크 스폿이 생기는 원인은 여드름이나 상처로 인한 트러블 자국, 호르몬, 각종 약물의 영향 등 무수히 많다.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1순위는 자외선이다. 피부가 태양에 노출되면 색소 침착이 빠르게 진행되고, 생성된 색소의 수명을 늘리는가하면, 이미 생성된 스폿들의 흔적이 옅어지는 과정 또한 방해한다. 당장 365일 햇빛에 노출되는 손과 그렇지 않은 허벅지 안쪽의 피부만 봐도 그 차이를 확인할 수 있다. 그러니 가장 확실한 화이트닝은 자외선으로 부터 완벽하게 차단되는 것이다. 물론,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차선책은 다음과 같다. 외출한 동안에도 지속적으로 화이트닝 케어를 할 수 있도록 해주는 메이크업 제품, 단시간에 보다 집중적으로 화이트닝 케어가 이루어지도록 해주는 마스크, 피부 세포 탈락 주기에 맞추어 28일을 기준으로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앰풀, 휴대하면서 화이트닝이 필요한 국소 부위에만 바를 수 있도록 고안된 스폿 전용 아이템 등을 자외선 차단제와 함께 시기적절하게 골라 사용하는 방법. 물론 제아무리 순한 제품일지라도 매일같이 화이트닝 마스크를 사용하거나 국소 부위용 제품을 얼굴 전체에 바르면 트러블이 날 것이 자명하니, 과욕은 금물이다.
왜 유독 화이트닝만 자극적일까?
“보습이나 안티에이징, 탄력 라인 같은 기능성 화장품은 하나같이 피부 속에 무언가 도움이 되는 것을 채워주는 방법이죠. 수분이나 콜라겐, 영양 성분 등으로요. 하지만 화이트닝은? 이롭든 해롭든지 간에 색소 등을 억지로 빼내는 과정이에요. 당연히 자극이 될 수밖에 없죠.” 라메르 홍보팀의 윤성희 차장의 설명. 그뿐만 아니라 멜라닌 파괴에 사용되는 대부분의 무기질 성분 역시 피부를 민감하게 만들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니 어느 정도의 자극은 화이트닝 화장품의 필수불가결한 요소. ‘빨래’와 비교하면 이해가 쉽다. 보통 때가 타지 않은 속옷 등은 간단한 손빨래로 끝낸다. 하지만 찌든 때가 심한 빨랫감의 경우 불리고, 삶고, 두드리는 강력한 표백 과정을 거치게 되는데, 그 과정이 복잡하고 강력할수록 옷감도 손상된다. 그만큼 일(빨래)이 힘든 건 말할 것도 없다. 피부도 이와 마찬가지다. ‘좋은 화이트닝 화장품’이라 함은 당연히 뛰어난 미백 효과를 기본으로 하겠지만, 미백이 잘 되었다는 것은 그만큼 더 많은 청소를 했다는 뜻. 피부는 어떤 방식으로든 지치게 마련이다. 진정과 수분 및 영양 공급을 ‘좋은 화이트닝 화장품’의 필수 요소로 꼽는 것은 그러한 맥락에서다.
과연 얼마나 써야 화이트닝 효과를 볼 수 있을까?
이론적으로 피부가 자외선의 자극을 받아 추가로 멜라닌 색소를 합성하기 위해 걸리는 시간은 태양에 노출된 지 약 2시간 후. 착색은 20일경에 최고도에 달하며, 새로 태양에 노출되지 않으면 이때부터 점차적으로 사라진다고 알려져 있다. 코즈메틱 브랜드에서 제공하는 연구 결과를 보면 보다 실질적인 수치를 파악할 수 있다. 랑콤이 신제품 크리스탈 에센스를 출시하면서 진행한 자가 만족도 조사는 사용 후 1주일, 클라란스 화이트 플러스 HP 라인의 화이트닝 벨벳 에멀션은 3주, 겔랑의 블랑 드 펄 라인은 10일(펄 퓨전 화이트닝 트리트먼트)부터 8주(펄 드롭 화이트닝 에센스)까지를 각각 기준으로 삼았다. 바꿔 말하자면, 최소한 이 정도 기간은 꾸준히 사용해야만이 만족할 만한 변화를 경험할 수 있다는 뜻이다.
모두가 원하는 궁극적인 화이트닝 피부는?
근 SK-II가 대한민국 여성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에서 그 해답을 찾을 수 있다. 절반 이상의 참가자들이 가까운 지인이나 남자친구일지라도 대화 도중 20cm 이내로 가까이 다가오면 불편함을 느낀다고 대답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깨끗하지 못한 피부를 들킬지 모른다는 두려움. 한 뼘 남짓의 거리를 두고 거울을 들여다볼 때도, 연인과 영상 통화를 할때도, 마주 보고 앉아 네일 케어를 받을 때에도 당당할 수 있는 피부야말로 모든 여성이 꿈꾸는 이상적인 피부라 할 수 있다. 다른 한 가지는 바로 투명함이다. 빛의 투과율이 좋아 동일한 조명 아래에서도 훨씬 환하게 보이는 피부를 뜻하는데, 흔히 ‘광채 피부’, ‘자체 발광’, ‘속부터 빛이 나는 피부’ 같은 표현을 쓴다. 피부 투명도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것은 크게 두 가지. 바로 수분과 각질이다. 충분한 보습은 피부가 탱탱하게 차오르는 플럼핑 효과로 빛이 고르게 반사될 수 있도록 하는가 하면, 적절한 각질 케어는 거친 표면을 부드럽게 해 빛의 투과율을 높여준다. 반대로 각질이 두껍게 쌓인 피부는 밖에서 제아무리 수분을 퍼부어도 쏙쏙 빨아들이지 못하고, 안에서는 분해된 멜라닌 색소가 배출되지 못한 채 그대로 쌓여만 간다. 마치 먼지가 낀 것처럼 피부가 뿌옇게 보이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 에디터
- 뷰티 에디터 / 김희진
- 포토그래퍼
- 정용선, EOM SAM CHEOL(제품)
- 스탭
- 어시스턴트 / 강혜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