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ture Swag (전소미)

W

과거에서 미래를 찾은 루이 비통의 2021 F/W, 미래 지향적 애티튜드를 가진 뮤지션 전소미의 퓨처 스웨그. 

스터드 장식 패딩 점퍼, 이탈리아 디자인 아틀리에 포르나세티(Fornasetti)와 협업한 프린트의 드레스, 앵클부츠는 모두 Louis Vuitton 제품.

어젯밤엔 뭘 하다 잠들었나?

뮤직비디오 편집실에도 가고, 연습도 하고, 그러다가 늦은 밤 2시쯤 갑자기 아이디어가 떠올라서 막 노래 가사를 썼다. 소파에 앉아 뭔가에 홀린 것처럼 부랴부랴 썼지. 회사 오빠들에게 보여줬더니 반응이 좋았다. 그걸 더 발전시켜서 제대로 곡 작업을 해보려 한다.

언젠가 앨범이 나온다면 홀린 듯이 ‘필’을 받아 써 내려간 그 노래가 뭔지 궁금해질 것 같다.

그 노래의 느낌도 좀 이상하다. 오빠들이 ‘진짜 신기하네, 너 접신된 거 아니냐’라고 하는데, 어젯밤처럼 순식간에 잘 써진 경험을 처음 해봤다. 오늘 화보 촬영을 했으니 집에 도착하면 피곤할 수도 있지만, 어제의 여운이 혹시라도 남아 있으면 작업을 이어갈 수 있으니 설렌다.

조각 작품이 프린트된 오버사이즈 코트는 Louis Vuitton 제품.

우리가 대화하는 지금은 아직 디데이를 맞기 전이지만, 8월 2일이면 새 싱글 ‘Dumb Dumb’이 공개된다. 출격할 모든 준비를 마쳤겠지?

단순하고 쉬운 노래다. 여자든 남자든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 가식을 떨 때가 있잖아, 그런 것에 대한 얘기다. 한마디로 어떤 ‘척’을 하는 건데, 사실은 그게 상대에게 잘 보이기 위한 내 계획이기도 하니까 ‘난 네 머리 꼭대기에서 춤춰, You Dumb Dumb’ 이런 가사가 나오는 거다.

제목인 ‘Dumb Dumb’이 후킹한 사운드 역할을 하는구나?

(휴대폰을 뒤져 화면을 보여주며) 말로 해서는 느낌이 잘 안 올 테니 보여드려야지. 이런 식의 안무가 있다. 배트맨에서 영감을 받은 동작이다. 뮤직비디오 초반에는 하이틴 같은 귀여운 느낌으로 시작했다가 멋있게 반전된다.

솔로 첫 싱글 앨범인 <Birthday>는 2019년 여름에, 그다음 싱글 앨범 <What You Waiting For>는 2020년 여름에 나왔다. 마냥 10대 소녀 같았던 처음보다 두 번째 활동 때 성숙해졌다고 느꼈는데, 이젠 ‘걸 크러시’에 가까운 멋진 면도 보인다.

‘Birthday’ 곡으로 활동할 때의 내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 곡을 너무나 사랑하지만 관련 영상은 잘 못 본다. 당시 부담이 너무 컸고, 맨땅에 헤딩하는 느낌이었다. 나는 외적으로든 무대에 대해서든 모든 것에서 완벽하게 하고 싶은 욕심이 아주 큰 사람인데 그때는 그렇지 못했다. 두 번째인 ‘What You Waiting For’ 때는 모든 게 완벽한 상태로 선보였다. 그런데 한 가지 부족한 게 있었다면 ‘자신감’ 같다. 스스로 ‘나 지금 충분한가?’라고 물으면서 걱정을 자주 했다.

지금 소미의 상태는 어떤가?

어떤 걱정이나 부정적인 감정이 하나도 없는 상태다. 내 팀이 제대로 꾸려진 느낌이고, 그 안에서 오랫동안 탄탄하게 준비해놔서 뭐 하나 아쉬운 게 없다. 운동을 열심히 했고, 건강한 식단으로 챙겨 먹었고, 그래서 몸도 마음도 굉장히 건강하다. 이렇게 좋으니까 어서 활동하고 싶다는 욕구가 솟구친다.

조각 작품이 프린트된 베스트와 레터링 프린트 톱, 대리석 질감 프린트의 스커트, 웨지 앵클부츠, 건축물을 형상화한 깐느 백은 모두 Louis Vuitton 제품.

앞선 두 번의 싱글 활동을 통해 시행착오를 겪고 느낀 게 있었나 보다.

두 번째 활동 때, 여러 목표를 세우면 그것들을 다 완벽하게 해내야 한다는 압박감에 짓눌릴 수 있으니 ‘떨지 말고 원래 하던 대로 즐겨보자’라는 목표 하나만 세웠다. 솔로 데뷔 때보다야 나아졌겠지만 내가 만족할 만큼은 아니었다. 이제는 나 외의 다른 사람들 말은 크게 신경 안 쓰려 한다. 예를 들어 ‘무대 위에서 좀 더 장난치듯이 놀아야지’, ‘여유를 부려야지’ 같은 말을 들으면 나도 수렴은 하지만 지금처럼 내가 스스로 좋다고 느낄 때 불필요한 바이브를 끼얹고 싶지가 않다. 그저 ‘나 1년 동안 이렇게 열심히 준비했어’라고 나를 표현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

‘수렴’이라는 고급 단어를 쓰다니(웃음). 2년 전 솔로 데뷔 쇼케이스 때 준비가 덜 된 상황이라 무대 공개를 하지 않은 탓에 현장에 모인 기자들의 반응이 호의적이진 않았다. 당시 난감할 수 있는 질문에도 차분하게 답변하는 걸 보면서 놀란 기억이 있는데, 스스로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인지하는 상태였을까?

그럼. 완전 똑바르게 그 자리에 임했다. 그 상황과 질문을 제대로 이해해야 내가 말을 바로 할 수 있기 때문에 혹시나 질문을 제대로 못 들었으면 한 번만 다시 말씀해달라고도 했다. 샤프하게 임하려고 했고 멘탈도 안 무너졌다. 내가 그런 사람이라는 걸 주변에서도 안다.

중세풍 재킷과 7부 팬츠, 모노그램 패턴의 크리아농 백, 웨지 앵클부츠는 Louis Vuitton 제품.

요즘 여러모로 최고조의 컨디션에 이른 요인은 역시 철저한 준비와 건강한 생활 덕분이겠지? 이 말이 좀 우스울 수도 있는데, 삶의 방향이 좀 달라졌다. 우선 명상을 한다. 명상은 어릴 때부터 접하긴 했지만 최근 들어 매일 루틴으로 하기 시작했다. 명상 앱을 자기 전에 틀어놓으면 마음이 정말 편안해진다. 일기도 매일 쓰고. 작업만 하고 싶어서 사람들도 전만큼 안 만난다. 내가 직접 작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다 보니 집중할 것 외에는 불필요하다고 느끼는 것들이 생겼다.

명상 효과를 말하는 창작자들을 자주 만난다. 심신의 안정과 창작 활동에 연관 관계가 있던가?

내가 스스로 창작하는 사람이라고 말하기엔 아직 너무 약하지. 창작하는 사람들에겐 오히려 정신 사나운 게 더 도움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하지만 명상을 함으로써 복잡한 것들이 보다 정리되고 정화되는 효과는 있는 것 같다. 휴지통을 비우듯이. 한번 비우고 나면 ‘아 개운하다, 다시 시작해야지’ 하는 상태가 된다.

가죽 소재의 빨강 오버사이즈 베스트, 안에 입은 풀오버와 후디, 입체적인 실루엣의 스커트는 모두 Louis Vuitton 제품.

2년 전 <더블유>와 인터뷰했을 때, 당시 제목을 ‘열아홉 순정’ 이라고 지었다. 소미를 보면 씩씩하고, 감정의 파고가 크고, 웃음도 눈물도 많은 게 순수하고 투명한 캔버스 같아서. 어른들이 사춘기 소녀를 두고 ‘낙엽만 굴러가도 깔깔깔 웃는다’라는 표현을 쓸 때가 있는데…

낙엽만 굴러가도 웃는 사람, 나 맞는 거 같은데?(웃음) 웃거나 우는 식으로 감정 표현을 하는 일이 나에겐 아주 쉽다. 기분이 좋을 때도, 안 좋을 때도 그 티가 잘 난다. 그나마 내 직업적인 면 때문에 가려지는 거다.

눈물은 어릴 때부터 많은 편이었나?

옛날에 별명이 ‘수도꼭지’ 이긴 했다. 그런데 스스로는 잘 안 우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이유가, 내 멘탈이 강하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쉽게 감동받고 그 벅참 때문에 울기도 하니까 눈물이 많은 편이라고 할 수 있지만, 내가 버텨온 걸 생각하면 눈물이 없다고도 할 수 있다.

코쿤 실루엣의 풍성한 케이프 재킷, 안에 입은 셔츠와 오버올, 웨지 앵클부츠는 모두 Louis Vuitton 제품.

코쿤 실루엣의 풍성한 케이프 재킷, 안에 입은 셔츠와 오버올, 웨지 앵클부츠는 모두 Louis Vuitton 제품.

코쿤 실루엣의 풍성한 케이프 재킷, 안에 입은 셔츠와 오버올, 웨지 앵클부츠는 모두 Louis Vuitton 제품.

코쿤 실루엣의 풍성한 케이프 재킷, 안에 입은 셔츠와 오버올, 웨지 앵클부츠는 모두 Louis Vuitton 제품.

코쿤 실루엣의 풍성한 케이프 재킷, 안에 입은 셔츠와 오버올, 웨지 앵클부츠는 모두 Louis Vuitton 제품.

코쿤 실루엣의 풍성한 케이프 재킷, 안에 입은 셔츠와 오버올, 웨지 앵클부츠는 모두 Louis Vuitton 제품.

K-Pop 팬이라면 당신이 가수로 정식 데뷔하기까지 쉽지 않은 드라마가 있었다는 건 안다. 스물한 살 전소미의 인생에 어떤 우여곡절이 있었나?

우선 내가 혼혈이었다는 점부터 시작한다. 혼혈이기 때문에 너무 어린 나이부터 겪어야 했던 힘듦이 있었다. 그게 인생의 첫 번째 큰 파도였다. 첫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탈락했을 때는, 그건 파도라기보다 아픔 정도라고 해야 할 것 같다. 두 번째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엄청 잘됐지. 그러다가 그게 끝나버리고 이후 3년 정도의 공백기가 있었다. 큰 그룹에 있다가 갑자기 내가 아무것도 아닌 듯한 느낌이 들면서, 공허함이 채워지지 않는 거다. 수많은 복잡한 감정이 들었다. 그리고 지금의 회사인 더블랙레이블을 만난 초기에 나에 대해 기대하는 시선과 잘하고 싶다는 마음 때문에 큰 부담감을 겪은 것. 여기까지로 정리할 수 있겠다.

전소미는 데뷔하기 전부터 주목받은 존재였으니까 그만큼 파생되는 이야기가 많을 거라는 짐작은 한다. 감정만 보면 사춘기 소녀 같지만, 말하는 태도에는 관조적인 어른 같은 면이 있는데?

내가 역학, 통계학 같은 데 관심이 많다. 어떤 역술가가 말하길 내 인생에는 굴곡과 파장이 아주 큼직하고 굵직하게 있다고 한다. 잘 살다가 파도가 한 번 오면, 보통 사람은 못 견딜 만한 파도인데 나는 또 항상 견딘다고. 그 파도를 견디고 부셔서 더 큰 사람이 되고, 그래서 다음 파도를 견딜 수 있고 그렇다는 말을 들었다. 너무 힘들 때는 이랬지. ‘지금까지 버텨온 게 아까우니까 그냥 좀 잘 살아보자.’

리본 장식 롱부츠와 빨강 케이프 코트는 Louis Vuitton 제품.

파도타기 하는 전소미의 인생에서 희열을 느끼기도 할 때는 언제인가?

예전에는 무대 위에 오를 때, 팬들의 함성이 내 심장을 울릴 때 정말 찌릿찌릿했다. 한편으로 ‘가수가 느낄 수 있는 짜릿함은 무대에 설 때만이구나’라고 생각했다. 이제는 다른 희열도 알았다. 작곡과 작사를 맘 편하게 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니까 그런 데서 오는 짜릿함이 엄청나다. 일단 내 멋대로 뭔가를 쓰고서 ‘이거 좀 별로인가’ 싶은 마음으로 회사 오빠들에게 보여주면 ‘좋아, 좋아’ 하면서 나를 더 끌어내려고 한다. 그러면서 점점 재미와 자신감이 붙는 경험을 한다.

유튜브 ‘I Am Somi’를 쭉 보면 테디, 자이언티, 빈스 등을 비롯해 레이블의 실무자들도 종종 등장하는데, 눈치챘다. ‘이 오빠들이 ‘우쭈쭈’를 하면서 잘 맞춰줄 때가 있구나’ 하고.

내가 회사의막내이고 여동생이다 보니까 ‘우쭈쭈’를 다들 해주는 분위기인데, 그래도 잔소리를 할 때는 얼마나 하는지 모른다(웃음). 칭찬해주다가도 가끔은 장난치듯이 나를 도발한다. 예를 들어 내가 뭔가를 좀 쓰고 나면 그래도 조금은 해냈다는 거니까 그냥 그렇게 지나갈 수도 있는데, ‘끈기’ 얘기를 하면서 나를 자극하면 ‘어? 나 알아서 잘할 수 있는데?’ 하면서 더 써 내려가는 거지. 뭐랄까, 다들 ‘소미 사용법’이 있는 느낌?

스터드 장식의 패딩 점퍼, 이탈리아 디자인 아틀리에 포르나세티(Fornasetti)와 협업한 프린트 드레스, 앵클부츠는 모두 Louis Vuitton 제품.

몇 년 전의 전소미가 외모부터 눈에 띄는 아이돌이었다면, 지금의 전소미는 한창 음악의 즐거움을 알아가고 있는 듯하다. 가수가 대중 앞에 선보이기까지의 모든 과정에서 당신에게 ‘최고의 순간’이라고 하면 떠오르는 장면은 뭔가?

녹음이 다 끝나면 믹싱 작업을 하고, 그다음 마스터링이라는 것도 한다. 마스터링 작업까지 다 마친 곡이 딱 도착하면, 그 곡에 관여된 모든 사람들과 함께 그걸 들어본다. 다 같이 조마조마하게 기대하면서 음악을 듣는 그때 정말 벅차다. 앨범 완성을 앞둔 가장 마지막 순간이라고 할 수 있으니까. 그 행복감이 크고, 그거 외에는 사실 우리 할머니가 좋아할 때 나도 가장 기쁘다.

할머니? 한국에 계신가?

그렇다. 내가 어릴 때 외할머니와 같이지내서 우리 사이가 친밀하다. 패셔니스타신데, 젊으실 적에 ‘청청 패션’에 빨간 구두를 신기도 하고. 여튼 구두를 안 신으면 밖에 안 나가셨다고 한다. 나를 보면 자주 하시는 말씀이 ‘얘는 머리에 뭘 뒤집어씌워야 진짜 예뻐.’ 내가 모자를 쓰면 잘 어울린다고(웃음). 예전에는 어려서 말을 잘하는 법을 몰라 ‘할머니가죽기 전에 꼭 가수 데뷔할게’ 식으로 말해버리기도 했지. 3년의공백기가 있을 때도 나는 할머니한테 제일 미안했다.

코쿤 실루엣의 풍성한 케이프 재킷은 Louis Vuitton 제품.

이번 활동을 통해 듣고 싶은 반응이 있다면 뭔가?

‘자신감 있어 보인다’, ‘예전과 분위기가 다르다’ 같은 것들. 이게 좀 이중적인 마음인데, ‘이젠 다른 사람의 말 신경 안 쓰고 내 멋대로 할 거야’라고 생각은 해도 ‘내가 잘하고 있구나’ 혹은 ‘내가 어떻구나’ 하고 판단할 만한 직접적인 이야기를 들어야 안심이 된다. 어렸을 때부터 일을 했고, 늘 평가받는 입장이다 보니 그런 것 같다.

오늘 밤 일기장엔 뭐라고 쓸 건가?

‘생각보다 인터뷰를 너무 솔직하게 했다.’

조각 작품이 프린트된 오버사이즈 코트와 입체적인 실루엣의 스커트, 페이스 포쉐트 백은 모두 Louis Vuitton 제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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