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옷으로 재현한 Y2K 스타일.
며칠 전 인스타그램의 알고리즘에 이끌려 보게 된 콘텐츠 중 ‘요즘 옷 특징’이라는 것이 있었다. 기억나는 대로 서술해보자면 대략 ‘1. 톱은 손바닥만 하다. 2. 바지는 바닥에 질질 끌린다. 3. 여기저기 구멍이 숭숭 나 있다’ 등이다. 이 간결하지만 임팩트 있는 설명은 MZ세대라 일컫는 이들의 패션을 대변하기에 충분했다. ‘요즘 옷’이라 칭해지는 이러한 특징은 1990년대 말, 2000년대 초반의 밀레니엄 스타일과 긴밀하게 통한다. 우리 기억 속의 브리트니 스피어스, 크리스티나 아길레라, 패리스 힐튼 등 당대의 아이콘들이 즐겨 입던 스타일의 재해석인 셈. Y2K 스타일(밀레니엄 버그에서 유래했다)로 불리는 세기말과 세기초에 유행한 스타일은 트렌드에 민감한 벨라 하디드, 헤일리 비버 같은 모델들부터 두아 리파와 같은 팝스타, 블랙 핑크 등의 K팝 스타, 혹은 각종 챌린지에 도전하는 틱토커들까지 깊숙이 점령한 상태다. 이들의 스타일을 관통하는 하나의 코드는 90년대 서양의 하이틴 룩이다. 인스타 세상에서 ‘손바닥만 하다’라고 표현하는 크롭트 톱, 또 이와 찰떡궁합인 통이 넓은 로라이즈 팬츠, 클래식한 로고 플레이, 체크 패턴, 슬릿 장식, 베스트 등에 컬러 틴트 선글라스, 미니 백, 트러커 캡을 매치한다. 흡사 브리트니 스피어스가 90년대 전성기 시절에서 걸어 나온 것 같달까. MZ세대는 에디 슬리먼의 볼캡, 라프 시몬스의 프라다 컬렉션에도 열광하지만 구하기 힘든 장 폴 고티에의 빈티지 피스를 컬렉팅하고, 마르탱 마르지엘라 시절의 메종 마르지엘라를 아카이빙한다. 이렇듯 나만의 것, 희소성을 중요시하는 MZ세대는 요즘 옷과 옛날 옷을 자유자재로 섞어 기억에서 희미한 세기말로 향한다. 현대 소녀들이 밀레니엄 시대에 열광하는 이유는 아마도 그들에게 낯설고 새로운 흥미를 불러일으키기 때문일 것이다. 이러한 뉴트로 현상이 언제까지 신선한 재미를 줄지는 미지수지만, 오늘도 빈티지를 모아둔 세컨핸드숍에서 온라인 쇼핑을 하며 잠들지 않을까.
- 패션 에디터
- 김민지
- 포토그래퍼
- 박종하
- 모델
- 이수아
- 헤어
- 장혜연
- 메이크업
- 유혜수
- 어시스턴트
- 김효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