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온다. 그리고 가을 하늘 특유의 청명함을 담은 블루와 소슬한 가을바람과 단풍을 연상시키는 빛바랜 컬러들이 여자의 얼굴을 물들인다.
가을빛을 닮은 아름다움, 오프 컬러
오프 컬러(Off-Color)의 사전적 의미를 찾아보면 ‘빛깔이 벗겨진’ 혹은 ‘색깔이 좋지 못한’이라고 쓰여 있을 거다. 하지만 2014 F/W 시즌의 오프 컬러는 그 의미를 조금 다르게 해석했다. 빛에 물들어가듯 조금은 바랜 듯 혹은 회색빛을 머금어 일견 탁해 보이기도 하는 컬러로 얼굴에 로맨틱한 가을 느낌을 드리우는 것이다. 지방시와 알렉산더 매퀸, 마크 제이콥스의 탁한 베이지와 브라운부터 조너선 선더스의 탁한 핑크와 로다테의 거뭇한 와인색 입술까지, 오프 컬러를 얘기하는 데 있어 색상의 경계는 없다. “칙칙하기만한 톤을 조금 덜어내면서 얼굴에 자연스럽게 젖어들도록 하는 거죠”라는 메이크업 아티스트 테리 바버의 조언처럼 여러 컬러를 섞기보다 하나의 색을 잘 펴 바르는 블렌딩 노하우가 필요할 뿐이다. 특히나 동양 여자에게는! 브러시에 아이섀도를 듬뿍 묻힌 뒤 눈꼬리부터 눈머리로 마치 도장을 찍듯 꾹꾹 눌러주는 느낌으로 바른다. 그런 뒤 브러시로 눈두덩까지 여러 번에 걸쳐 가볍게 쓸어주면 자연스럽게 번진 듯하게 연출된다. 화장을 시작하기 전 메이크업 아티스트 아론 드 메이의 말을 떠올리자. “오래된 듯한 느낌을 기억하세요. 완벽함의 새로운 방식이죠.”
1. Vidivici 루즈 엑셀랑스 쉬어(396호) 수분 볼륨을 채운 듯 입술의 주름까지 매끈하게 잡아주는 립스틱. 3.6g, 3만3천원.
2. Yves Saint Laurent 꾸뛰르 팔레트 콜렉터(페티시) 수묵화를 닮은 묵직한 농담이 표현되는 아이섀도.
3. MAC 스튜디오 네일 라커(선셋 스카이) 갈색빛의 와인 컬러가 손끝까지 고혹적인 무드를 만들어준다. 10ml, 1만8천원.
4. Chanel 르 볼륨 드 샤넬 워터프루프(20호) 벨벳 같은 음영을 드리워줄 초콜릿빛 마스카라. 6g, 4만2천원.
5. Cle de Peau Beaute 옹브르 꿀뢰르 까드리(308호) 퍼플 톤이 감도는 브라운 컬러가 눈에 매혹적인 깊이감을 더해준다. 5g, 10만원대.
6. Bandi 네일 락커 (배얼리 브라운) 초코 캐러멜을 닮은 네일 컬러. 14ml, 2만원.
시리도록 청명한 블루
‘여름=블루’라는 공식을 잊어야 할 듯싶다. 블루가 F/W 시즌의 단골손님이었던 스모키 아이를 당당하게 밀어냈으니 말이다. 겐조의 백스테이지에 들어선 순간을 떠올려보자면 ‘혹시 시즌을 착각했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짙푸른 블루 아이라인 일색이었다. 블루가 가을 백스테이지를 점령했음을 다시 한번 실감했는데 블루 컬러가 연출하는 무드 또한 사뭇 달라졌다. 디올의 백스테이지를 책임진 메이크업 아티스트 팻 맥그라스는 “밝은 청색에 피그먼트를 더해 마치 거울 같은 이미지를 연출하고, 고양이 같은 눈매가 움직이는 듯하게 매끈하게 뻗은 그래픽적인 라인으로 마무리했어요. 새로운 로맨티시즘이지요”라고 말했으며, 자일스의 백스테이지에서 블루 언더라인을 보여준 메이크업 아티스트 루치아 피에로니는 “아름다운 펑크 룩의 소녀예요. 아주 멋지지만 스트리트적 감성이 숨어 있죠”라 말했다. 유려한 라인을 그리는 겐조의 코발트 블루는 힘이 넘치며, 템펄리 런던의 스카이 블루는 구조적이고 모던하며, 존 로샤의 투명한 아이시 블루는 젊고 신선하니 이번 시즌 블루의 좋은 예라 하겠다. 가을에 블루를 어떻게 활용해야 할까 하는 고민은 가볍게 날려도 좋다.
1. Lancome 아트라이너 24H 이름 그대로 24시간의 지속력을 보여주는 아이라이너. 1.4ml, 3만8천원대.
2. Laneige 아트플레이 워터프루프 라이너(4호) 번짐 없이 섬세한 라인을 연출해준다. 2.8mlx2, 2만8천원.
3. Laura Mercier 크렘 아이라이너(코발트) 점을 찍어 연결하는 느낌으로 그려주면 손쉽게 날렵한 라인을 그릴 수 있다. 3.5g, 3만2천원.
4. Shu Uemura 브레이브 뷰티(그린 팔레트) 아이라인이나 눈꼬리에 포인트로 제격이다. 가격 미정.
5. Estee Lauder 퓨어 칼라 엔비 네일 락카(디바 모먼트) 톤 다운된 블루 색상이 매트하게 마무리되는 네일 컬러. 9ml, 2만6천원대.
6. Guerlain 에끄레 4 꿀뢰르(02호) 가루 날림 없이 눈가에 착 밀착된다. 7.2g, 7만4천원.
7. Benefit 크리즈리스 크림 섀도 (블루 마이 마인드) 쌍꺼풀에 끼임 없이 색감이 오래 지속된다. 4.5g, 3만2천원.
8. Nars 네일 폴리쉬 (나이트 플라이트) 시머 입자가 손끝에 은은한 광택을 더해준다. 15ml, 2만7천원.
- 에디터
- 뷰티 디렉터 / 송시은
- 포토그래퍼
- 제이슨 로이드 에반스, 서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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