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생활 패턴이 크게 바뀌면서 소파나 거실에서 계절의 변화를 지켜봐야 했던 이번 시즌. 달라진 풍경 속 2021 S/S와 그럼에도 우리가 사랑하는 것들.
오색찬란
여자들은 쇼핑을 통해 스트레스를 해소하곤 한다. 길어지는 팬데믹으로 인한 우울함도 쇼핑으로 풀어야 했다. 그 덕분인지 팬데믹 기간 백 판매가 호황을 보였다는 통계가 나왔고, 그 데이터를 반영한 듯 이번 시즌에는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는 각양각색의 백이 대거 출시되었다. 최근 장식이 배제되고, 실루엣도 단순한 옷이 많아졌는데, 이 부분에 원 포인트를 줄 수 있는 컬러 백을 눈여겨보면 좋을 듯.
코르셋의 귀환
매튜 윌리엄스는 자물쇠가 주렁주렁 달린 코르셋 룩으로 파격적이고 신선한 코르셋 트렌드의 서막을 알렸다. 이번 시즌 코르셋은 몸을 실제로 조이고 속박하는 코르셋이 아닌 코르셋이 보여주는 섹슈얼한 무드 자체를 부각한 점이 특징이다. 딱딱하고 견고한 코르셋이 아닌 레이스로 그 형태를 해석한 버버리, 러플이 달린 사랑스러운 코르셋 톱을 일상적인 소재인 면 티셔츠와 매칭한 이자벨 마랑, 코르셋의 브래지어 부분을 패치워크해 모던한 드레스를 만든 빅토리아 베컴, 티셔츠에 코르셋을 붙인 알렉산더 맥퀸과 비비안 웨스트우드까지 그 면면이 다채롭다. 코르셋은 더 이상 몸을 조이는 불편한 속옷이 아닌 개성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진화하고 있다.
마이크로 미니스커트
코로나 바이러스 초반, 파자마와 트레이닝 팬츠가 유행했다면 지금은 제2막이 펼쳐지고 있다. 그 양상 중 흥미로운 것이 옷으로 자신을 표현하려는 인간의 본성은 팬데믹도 막을 수 없음을 보여주는 듯 극단적으로 짧은 미니스커트가 여기저기서 등장했다는 점. 손바닥만 한 미니스커트는 대체적으로 간결하다. 스커트 본래의 섹슈얼한 멋이 잘 드러날 수 있게 상의는 최대한 딱 맞게 입어야 한다는 것도 잊지 말자.
글래디에이터 슈즈
단순한 옷에 킬링 포인트가 되어주는 글래디에이터 슈즈가 트렌드 전선에 등장했다. 이번 시즌 글래디에이터 슈즈의 특징은 에스닉 룩에 자주 매치하던 과거와 달리 장식이 배제된 모던한 룩에 매치해 현대적으로 해석되었다는 것이다. 간단한 방법으로 과감함을 부여한 포츠, 에밀리오 푸치, 디올 컬렉션을 참고할 것.
스포티 트렌드의 진화
팬데믹 상황의 지속으로 편안한 후드 티셔츠와 트레이닝 팬츠에 대한 수요가 크게 늘었다. 여기서 비롯한 새로운 트렌드가 바로 스포티한 아이템과 레이디라이크 아이템을 적절하게 섞어 입는 것. 편안함과 여성스러움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조절해야 하는 이 트렌드는 트레이닝 팬츠와 화려하고 반짝이는 톱을 매치한 지방시, 여성스러운 퍼프 소매 톱을 매치한 이자벨 마랑, 편안한 후디와 러블리한 원피스를 조합한 셀린느와 깃털 장식 스커트로 여성성을 살린 N21 쇼를 참고하면 쉽게 응용할 수 있다.
시대정신
매 시즌 디자이너들은 레터링이나 프린트를 통해 메시지를 전한다. 애슐리 윌리엄스는 손 소독제 사진을 티셔츠에 프린트해 팬데믹 상황에 처한 지금을 위트 있게 풀어냈고, 루이 비통은 얼마 전 치러진 미국 대선에 투표를 독려하는 메시지를 전했으며, 끌로에는 ‘Hope’라는 단어를 드레스에 프린트해 자유를 갈망하는 마음을 표현했다. 라프 시몬스는 ‘어린이들은 혁명’이라는 레터링 프린트를 통해 우리의 희망이 미래 세대에 있음을 상기시킨다.
일상 속의 드레스
몇 시즌째 우리는 화려한 드레스는 필요치 않았고, 사고 싶다는 생각도 못했을 거다. 입고 갈 곳이 없으니까. 하지만 이런 마음을 먹은 우리에게 불을 지른 이들이 있다. 셀린느는 운동화와 야구모자 차림의 모델에게 화려한 스팽글 드레스를 입혀 일상에서 반짝이 드레스를 입고 싶게 만들었고, 하이힐이 아닌 맨발 차림의 모델이 반짝이는 드레스를 입고 등장한 발망 컬렉션, 단순한 흰색 티셔츠에 실버 재킷과 팬츠를 매칭한 루이 비통 등 다양한 브랜드에서 선보인 덕분에 우리를 다시 반짝이는 드레스에 눈 돌리게 만들었다. 입고 거실에서 디스코라도 추라는 듯 말이다.
천의 얼굴 니트
의복 선택에 있어 편안함이 최고의 미덕인 요즘 니트 소재 옷만 한 효자 아이템이 또 있을까? 살결에 부드럽게 감기는 니트 소재는 이제 드레스를 넘어 보디슈트, 팬츠 그리고 모자와 미니 백 같은 액세서리 영역까지 확장되었다. 드레스의 경우 크게 두 가지 스타일로 나뉘는데 페라가모와 보테가 베네타처럼 굵고 청키한 실로 직조한 경쾌한 미니드레스, 프로엔자 스쿨러, 가브리엘라 허스트처럼 얇고 가는 실로 직조해 몸을 더 가늘고 길어 보이게 만드는 드레스 두 가지로 나뉜다. 니트 소재가 트렌드로 부상하면서 실의 굵기도 다양해졌고, 선택의 폭도 넓어졌다.
핑크 판타지
색은 인간의 신체와 정신에 영향을 미쳐 심리적 변화를 일으킨다. 그래서일까? 이 암울한 시기에 디자이너들은 핑크색으로 희망을 전했다. 핑크색은 색채 심리학적으로 공격성을 약화시키고, 화를 가라앉히는 효과를 준다고 한다. 인간이 분홍색을 마주하면 뇌에서 노르에피네프린이라는 물질이 나오는데, 이것이 바로 공격적 행동을 유발하는 호르몬을 억제하는 것. 돌체&가바나를 비롯해 컬러를 자주 쓰지 않는 릭 오웬스, 발렌티노와 발망까지, 다양한 디자이너가 핑크라는 긍정의 색을 활용해 옷을 만들었다.
선택적 노출
올여름 노출은 자신 있는 부위를 골라 해야 할 듯하다. 많은 디자이너들이 코로나로 인해 부분부분 살이 오른 이들을 배려한 듯 컷아웃 디테일을 다채롭게 적용한 의상을 선보였기 때문이다. 치골이 드러나게 옆구리를 뚫은 가브리엘라 허스트와 펜디, 가슴을 아슬아슬하게 드러낸 빅토리아 베컴, 등을 시원하게 드러낸 지방시까지 다양하다. 컷아웃 디테일을 잘 활용하면 노출의 수위를 조절할 수 있고, 자신 있는 부분을 영리하게 드러낼 수 있다.
- 패션 에디터
- 김신
- 사진
- JAMES COCHRA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