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채 한기가 가시지 않은 3월의 마지막 주. 여의도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떠오른 IFC몰, 그리고 이태원의 핫 플레이스 블루스퀘어에서 2013 F/W 서울 컬렉션이 열렸습니다. 끝이 보이지 않는 긴 행렬을 뚫고 백스테이지로 들어서자 어느 때와 마찬가지로 <더블유 뷰티 & 패션 위크>를 상징하는 노란 현수막이 가장 먼저 반겼지요. 국내 최초로 이뤄진 패션과 뷰티를 아우르는 협업의 장은 어느덧 3년째를 맞았습니다. 이번 시즌에도 총 7개의 뷰티 브랜드가 참여해 여섯 디자이너의 백스테이지를 후원했습니다. 그리고 지난 몇 달간 그들이 함께 고민하고 시도하고 만들어간 일련의 작업이 세상에 막 공개되기 직전, 그 긴장감 넘치는 순간을 <더블유>가 포착했습니다.
<ESTEELAUDER + MISS GEE COLLECTION>
명장의 작업실. 새로운 것만이 허락되는 패션 월드에서 이번 시즌, 디자이너 지춘희는 ‘앤티크’를 메인 테마로 내세웠다. 기계로 찍어내듯 쏟아져 나오고 쉴 새 없이 급변하는 흐름에 편승하기보다는 기본에 충실하면서도 완벽한 옷, 그래서 시간이 지나도 언제든 꺼내 입을 수 있는 옷을 선보인 것이다. 메이크업도 마찬가지였다. 여성의 아름다움은 극대화하되 클래식한 무드와 우아함이 살아 있는 룩. 고민힐 필요도 없이 에스티 로더가 제격이었다. 에스티 로더 메이크업 팀은 한껏 성장한 모델들의 얼굴에 골드 베이스의 퍼플&브라운 아이와 버건디 립을 빼곡히 얹었고, 미스지 컬렉션의 오랜 파트너인 고원 팀의 헤어 스타일링까지 더해지자 룩은 더욱 풍성해졌다.
<BABYLISS + THE STUDIO K>
디자이너 홍혜진의 옷은 무뚝뚝하지만 실수가 없고 흔들림도 없다. ‘패션 용어’로 말하자면, 구조적이며 치밀하고 섬세하달까. 이번 시즌도 예외는 아니었다. 척추를 기준 삼아 데칼코마니처럼 대칭을 이루거나 패턴을 반복하는 식으로 다양한 변주를 보여준 스튜디오 K의 컬렉션은 절제된 듯하면서도 사뭇 분방한 매력을 품었다. 이런 특징은 뷰티 룩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백스테이지를 책임진 바비리스의 헤어 스타일리스트들은 정수리에서 정확하게 모발을 양분한 뒤, 미라컬 기기를 이용해 파고와 파장이 일정한, 그야말로 ‘완벽한’ 웨이브 헤어를 만들었고, 양쪽 눈꼬리에는 판박이로 찍어낸 듯 작은 날개가 얹혔다. 그리고 마지막 하나. 모델들의 손끝에 블랙&화이트 패턴의 네일 스티커까지 더해지면서 런웨이 출격을 위한 준비를 끝마쳤다.
<L’OREAL PROFESSIONNEL PARIS + JOHNNY HATES JAZZ>
헤어 브랜드 로레알 프로페셔널 파리가 함께한 최지형의 백스테이지에는 삐딱하기 그지없는 반항아들이 가득했다. 화장인지 다크서클인지 모를 짙게 물들인 눈매와 핏기를 ‘쪼옥’ 뺀 창백한 피부, 그리고 그레이, 크림, 블랙, 딥 그린 등 뉴트럴 컬러 의상들로 치장한 모델들은 이번 시즌 쟈니헤이츠재즈 쇼의 테마인 ‘Hunter on the Grey’에 완전히 취해 있었다. 여기에 화룡점정이 된 것은 대충 마음 가는 대로 쓸어넘긴 듯 한쪽으로 흐르는 그런지 헤어. 연이은 런웨이 출격에 이미 통제력을 잃어버린 모발을 방금 샴푸실에서 나온 듯 유연하게 만들기 위해 급히 로레알 프로페셔널 파리의 비밀병기 스팀팟이 동원됐다.
<MAC + STEVE J & YONI P>
정혁서, 배승연 듀오의 옷을 보고 있노라면 기분이 좋아진다. 좋아서 하는 일이라는 게 느껴져서다. 양말 한 짝, 면 티셔츠 한 장을 만들어도 딱 자기들만의 맛을 낸다. 그런 그들이 제대로 물을 만났다. 이번 시즌, 스티브 J & 요니 P의 콘셉트는 ‘Classic Meet Punk’. 그저 하고 싶은 대로, 하던 대로 했을 뿐인데, 이게 또 제대로 통했다. 블랙 시스루, 클래식 데님, 반항적인 메시지나 스와로브스키 장식은 거친 듯하면서도 아름다웠다. 이들의 메이크업은 백스테이지의 절대강자 맥 프로팀이 맡았다. 대담하게 그러나 정확하게 더해진 퍼플, 그레이, 브라운의 하모니는 눈가에 깊은 음영을 주며 펑키한 무드를 극대화했다.
- 에디터
- 뷰티 에디터 / 김희진
- 포토그래퍼
- 김범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