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란 시간에 서서 배우 정유미는 자주 걸음이 엉켰던 지난날을 떠올렸다. 그러고 말한다. “여전히 모르겠어요. 어쩌면 제게 몰라도 되는 핑계를 주고 싶은 걸지 몰라요.
스크린 너머, 정유미가 캐득캐득 웃는 얼굴을 자주 봤다. 짐짓 무해한 화초 같은 배우구나 싶다가도, 이를 배반하려는 듯 벼린 날을 심장에 품은 듯한 표정을 꺼내 들 때도 많았다. 짙은 눈 화장을 한 채 헤어진 연인에게 “너 때문에 나 연애 불구야”(<조금만 더 가까이>)라고 말할 때, 정말 궁금해서 묻는다는 듯한 얼굴로 “헤픈 게 나쁜 거야?”(<가족의 탄생>)라는 대사를 내뱉을 때, 숨을 쌕쌕 뱉으면서 “그냥 다들 졸업해버려, 쌍”(<보건교사 안은영>)이라고 푸념할 때가 그랬다. 시시하게 ‘소녀처럼 맑은’ 이미지 따위에 붙들리지 않았고, 정제되지 않은 날것을 아무렇지 않게 툭툭 꺼냈다. 그것은 아마 그녀를 지금 여기까지 오게 만든 힘일 것이다. 나아가 홍상수, 정지우, 김태용과 같은 작가주의 영화감독이 그녀를 애정하고 <보건교사 안은영>, <로맨스가 필요해 2012>와 같이 TV 브라운관에서도 두각을 드러낸 동력이 됐을 것이다. 정유미는 작품을 통해 매번 새로이 발견되어왔다. 그녀의 총천연색 필모그래피를 보면 영화평론가 정성일이 그녀를 두고 “재즈 연주자 같다”고 표현한 대목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그러나 정작 정유미의 ‘맨얼굴’ 같은 면모를 재발견할 수 있었던 것은 그녀가 출연한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서가 아닐까? 올해 4월까지 방송한 tvN <윤스테이>에서도 정유미는 연신 백지처럼 싱글싱글 웃었다. 손님에게 낼 팥죽을 휘저으며 “연기 안 해도 먹고살 게 하나 생겼어”라며 천연덕스럽게 농담을 던지거나, 무뚝뚝한 듯하지만 어딘가 무른 이서진을 끊임없이 귀찮게 굴며 사랑스러운 ‘남매 케미’를 보여줬다. 그녀가 괜히 ‘윰블리’로 불려온 게 아니란 걸, 방송을 본 사람은 안다. 영화감독 연상호의 말처럼 “어떤 역할을 맡아도 한 끗 다른 느낌의 연기”를 펼치며 남긴 수십 편의 영화와 드라마, 정유미의 재발견과도 같던 예능 작품을 손에 쥔 그녀는 지금 어디를 바라보고, 과거 자신의 삶에 놓였던 바둑돌을 어떻게 하나하나 되짚을까? 희미하게 낮달이 뜬 어느 봄날, 정유미를 만났다.
오늘 촬영을 앞두고 당신에게 질문 몇 가지를 보냈다. 산뜻하게 시작할 겸, 그중 가장 답변하기 쉬운 질문이 있었다면?
정유미 ‘여태 누군가에게 들은 피드백 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그리고 이어진다. ‘그래서 당신을 송두리째 바꾼 피드백이 있다면?’
나를 송두리째 바꾼 말은 없었다. (펜으로 질문지에서 뒷문장을 박박 지우며)이 문장을 빼면 자신 있게 답할 수 있을 것 같다(웃음). 막 데뷔했을 무렵 지인에게 전해 들은 말이 기억난다. 영화를 그만둔 한 감독님이 나를 보고 다시 영화가 찍고 싶어졌다던 한마디. 그게 꼭 고백처럼 느껴졌다.
그 한마디도, 당신이 그걸 고백이라 표현한 것도 전부 좋다.
데뷔 초에는 나에 대한 믿음이 없는 편이었다. 뭐, 지금도 왔다 갔다 하지만. 일하는 건, 연기는 늘 어렵거든. 그땐 운이 좋아 정말 좋은 영화에 캐스팅됐다는 생각이 컸다. 그걸 들킬까봐 겁이 났고. 그런 상태에서 들은 그 한마디에 엄청난 힘을 얻은 기억이 난다.
겁이 많았나?
막 데뷔했을 무렵이고 아무런 경험이 없으니까 현장에서 나 자신을 그냥 놓았던 것 같다. 뭘 알고 연기했다기보다 뭣 모르고 저질렀는데 작품이 세상에 나오고 너무 좋은 피드백이 오기 시작하니까. 난 그저 현장에서 놀았을 뿐인데. 그때 좀 겁을 먹었다. 그러면서 속으로 진짜 많이 되뇌었다. 이 사람들 말은 전부 거짓말이다, 여기서 말리면 정말 큰일 난다(웃음). 너무 좋은 분들과 일을 시작할 수 있었던 게 큰 행운이었고 그게 앞으로도 계속되길 바라는 마음이 있었다.
며칠 전 당신의 인스타그램에 데뷔 초인 2006년 출연한 영화 <가족의 탄생>의 스틸 사진이 올라왔다. 그때 연출을 맡은 김태용 감독과 또 한 번 손잡고 촬영한 영화 <원더랜드>가 지금 후반 작업을 거치고 있다 들었다. 이를 기념해 올린 사진이었나?
아니다. 정말 문득 생각나 올린 사진이다. 인스타그램에 뭘 생각하고 올리는 경우는 거의 없다. 정말 ‘그냥’. 어느 날 그 사진을 우연히 봤는데 ‘나한테 이런 모습이 있었구나’싶었다. 거기서 생각이 이어져 ‘우리 영화 시대를 너무 앞서나간 것 같아’란 생각도 들었고. 어쨌든 오늘은 내 시간이니 자랑 좀 하겠다(웃음). <가족의 탄생>뿐만 아니라 데뷔작인 <사랑니>도 너무 시대를 앞서갔다. 당시만 해도 사람들은 기승전결이 확실한 영화에 열광했으니까. 지금 두 작품과 비슷하게 영화를 만들라 해도 그걸 가능하게 해낼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사랑, 가족 이야기가 다 담긴 그 휴먼 드라마를. 물론 지금도 좋은 영화는 너무 많지만.
<가족의 탄생>은 현장이 무척 재미있었나 보다. 당시 인터뷰를 찾아보면 “연기를 한다는 게 이렇게 좋아도 되는 건가 싶을 정도였다”고 회상한다.
모든 게 처음이었으니까. 첫 작품 <사랑니>에서 좋은 경험이 있었는데 그와 비슷한 결의 스태프, 감독님, 사람들을 만나 <가족의 탄생> 촬영을 이어갔다. ‘영화는 이런 사람들이 찍는 거구나’란 생각이 절로 들었지. 내가 첫판부터 운을 다 써버리는 게 아닐까 싶기도 했고. 데뷔를 두 작품으로 하게 돼서 정말 운이 좋았다. 그래서 그 시기엔 잘해야 한다는 강박도 컸다. 무조건 잘해야 된다, 절대 폐 끼치면 안 된다, 생각뿐이었지.
강박의 시간을 거치면 알게 모르게 스스로 ‘레벌업’하게 되지 않던가?
나에게 주어진 시간이 단 열흘이라고 치자. 그렇게 앓던 때처럼은 이틀밖에 못 살 것 같다. 나머지는 지금처럼 살고 싶다(웃음). 물론 그때의 나도 좋지만 즐기지는 못했거든. 힘든 장면을 앞두면 며칠이고 나를 괴롭혔다. 잠을 일부러 자지 않는다든지, 신발에 돌멩이를 넣는 것도 가끔 했다(웃음). 뭔가 내 상태를 불편하게 만들어야 할 것만 같았나?
그렇게까지?
총알이 많지 않다고 생각했으니까. 그렇게 해서라도 생각하고, 고민하는 거다. 왜냐하면 현장에 가면 너무 좋았거든. 물론 아무것도 몰랐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모두가 잘해줬고 선배님도 너무 좋고, 감독님도 너무 좋고.
영화 <원더랜드>는 세상을 떠난 이가 영상 통화로 되살아나는 이야기를 그린다. 영국의 SF 시리즈 <블랙 미러>에 나올 법한 소재다. 작년 방영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보건교사 안은영>도 판타지 장르였는데, 최근 당신의 필모그래피에 판타지 색채가 더해지고 있는 것 같다.
계획한 건 아니다. 단순하게 작품을 선택하는 편이다. 물론 정말 머리가 깨질 정도로 고민하는 경우도 있지만 일단 결정하면 뒤도 안 돌아보고 간다. <보건교사 안은영>은 드라마 <라이브>가 끝나고 작품을 찾고 있을 무렵 들어온 작품이었다. 원작 소설 자체도 너무 재미있게 봤는데 마침 연출도 이경미 감독님이 맡는다고 하니. 영화 <원더랜드> 같은 경우도 당연히 김태용 감독님에 대한 믿음이 있었다. 오랜만에 보고 싶었고, 감독님과 함께했던 현장이 그립기도 했고.
작품을 선택하는 뚜렷한 기준이 없다고 했지만 최근 두 작품인 영화 <82년생 김지영>과 드라마 <보건교사 안은영>은 본격적으로 여성 서사를 다룬다는 공통점이 있다. 단순한 우연이었다기보다 당신의 의지가 담긴 선택이지 않을까 싶은데.
우연이었지, 우연. 어떤 나의 큰 사상이 개입된 게 아니라. 일단 시나리오가 들어와 좋다 싶으면 감독님을 뵙고 그때 대화가 잘 통하면 ‘가겠다’ 한다. 그런데 <82년생 김지영> 시나리오를 받아볼 즈음 전혀 다른 장르의 작품 제안도 들어왔다. 둘 다 내가 안 해본 장르였고, 도전하고 싶은 배역이었다. 정말 고민됐지. 심지어 감독님도 두 분 다 좋았고. 두 작품이 너무 달랐지만 여태 덜 비춰진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은 작품이 <82년생 김지영>이었다. <보건교사 안은영>은 사실 <82년생 김지영> 전에 들어온 작품이다.
우연 아닌 우연이 작용한 셈이네.
그런데 또 모른다. 나의 어떤 세포들이 선택을 이끈 것일 수도 있고(웃음). 그런 때가 배우들에게 한 번씩 찾아오는 것 같다. ‘어, 드디어 나한테 왔네’가 아니라 ‘아, 그때가 나한테는 그런 시기였구나’ 싶은 거다. 그런데 이런 우연은 다시는 오지 않을 것 같거든, 사실. 그래서 더 즐겼던 것 같다. 작품을 재미있게 봐주신 분들이 하는 얘기나 그걸 들으면서 내가 생각하게 되는 것들을 잘 즐겼다.
작년 <보건교사 안은영>을 본 때가 떠오른다. 무릎을 탁 치며 ‘이건 완벽한 이경미 월드다’ 싶었거든. 더구나 원작 소설을 쓴 정세랑 작가도…. 그분도 ‘월드’가 있지(웃음). 그런데 두 월드가 너무 다르다. 정세랑은 일상의 조각을 모아 담담한 위로를 건넨다면, 이경미는 부글부글 들끓는 균열을 보여준다. 두 충돌하는 세계가 만나 빚어진 화학작용을 당신은 어떻게 지켜봤나?
완성된 시리즈를 보고 나서 든 생각은 두 사람 덕분에, 두 사람 사이 시너지가 발생해서 안은영이란 캐릭터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스러워 보였다는 거다. 이경미처럼 ‘왁!’ ‘얏!’ 이렇게만 가지도 않았고 정세랑처럼 ‘얍~’ 하지만도 않았고(웃음).?
정체불명의 의태어지만 뭔지 알 것 같다(웃음).
정세랑 작가님은 가끔 만났을 뿐이지만 그때마다 느껴지는 에너지가 있었다. 글만 봐도 어떤 사람인지 알 것 같잖아. 어떤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보는지. 굉장히 특별하지 않나. 이경미 감독님도 그간 해온 작품을 봤을 때 정말 사랑스러운 사람이구나 느껴진다. 두 사람 모두 사랑스럽기 때문에 지금의 안은영이란 캐릭터가 나왔지 싶다. 소설 속 안은영과 드라마의 안은영이 다르게 보일 수는 있어도 안은영을 응원하는 감독님과 작가님, 나, 그리고 학생 역할로 출연한 배우들의 믿음은 하나였다고 생각한다. 그랬기 때문에 그 작은 안은영에게 기대고 싶고, 믿고 싶고, 그가 다 해결해줬으면 싶은 마음이 생겨나지 않았을까?
음악감독 장영규의 손길을 타 완성된 사운드트랙도 그 사랑스러움에 제대로 한몫했다.
그렇지. 음악이 장난 아니지(웃음). 후시 녹음을 하면서 감독님이 조금씩 음악을 들려줬는데 너무 기분이 좋았다. ‘아, 내가 나이가 더 들기 전에 이런 그림의 주인공이 되었다는 게 정말 감격스럽다.’ 작품에 나온 배우들도 한 명, 한 명 다 너무 좋잖아. 신인 배우가 많이 등장했는데 너무나 적합한 캐스팅이었고,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 그들과 함께해서 영광이었다. 그 배우들이 앞으로 어떻게 나아갈지 모르겠지만 <보건교사 안은영> 안에서의 그림은 완벽했다고 생각한다.
<보건교사 안은영> 1화에 이런 대사가 등장한다. “달팽이가 지나간 자리에 점액이 남듯이 그것은 욕망의 흔적.” 그렇다면 인간 정유미는 무엇을 욕망하는 사람일까?
변하는 것 같다. 다 가질 수도 없고. 그리고 무엇보다 규정하고 단정 짓는 것에 대한 경계가 생겼다. 작년 계속 비워내고 성찰하면서 나란 사람이 많이 변했다. 어려서 데뷔했을 때는 틀 안에 있어야만 내가 안전하다고 생각했고 거기서 오는 안정감이 있었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고, 만나는 사람이 달라지고, 작품 환경도 변하면서 이대로라면 결코 다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2007년 드라마 <케세라세라>를 하면서 내 안의 틀이 한 차례 확 깨졌다면, 작년이 그와 비슷하게 스스로 훌쩍 변화한 시기다. 관점이 달라지면서 예능도 할 수 있었던 거고. 배우로서 절대 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던 것들, 스스로가 그런 것에 부딪쳐가면서 지내온 것 같다. 모든 것은 늘 상대적이니까. 내 욕망을 들여다보기보단 실제적으로 경험하면서 오는 것들에 대해 더 많은 생각을 한다.
사실 나는 당신에 대해 굉장히 양가적인 인상을 가지고 있다. 겉보기에 화초 같다가도 내면에 날것의, 야생적인 무언가를 품고 있는 사람이지 않을까 싶다.
화초 말고 나는 꽃이다. 들꽃.
들꽃! 잘 어울린다.
아니다, 작약이다. 예쁜 것 하고 싶다(웃음).
영화 <좋지 아니한가>에서 유아인이 당신에게 말한다. “넌 우주에서 제일 나쁜 년이야!” 대사를 마치고 당신의 뺨을 세게 내려치자 당신이 눈을 세모로 뜨면서 그를 노려본다. 그때 특히 날것 같다는 인상이 강했다. 나는 무엇 때문에 당신에게 이런 면모를 엿봤던 걸까?
날것…. 시간이 흐르면서 어쩔 수 없이 내가 변해버린 것도 있겠지만 나는 늘 그런 상태이길 바란다. 연기를 하든 누군가를 만나서 얘기를 하든 그 안에서 자연스럽게 있고 싶다. 또 연기를 할 땐 날것만으로 가진 않거든. 사실 날것이란 기준도 모호하고. 난 사실 지극히 기술적으로 연기했는데 받아 들이는 사람은 그걸 날것으로 읽을 수도 있고. 그렇게 좋게 봐준 사람들에겐 구태여 내가 ‘아닌데?’ 말할 순 없다. 그건 지켜주고 싶고, 깨주고 싶지 않지. 어찌 보면 혼자 감내해야 하는 부분인데, 그건 누구 탓도 할 수 없는 내 몫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전부 안고 가야 할 것들이라고.
영화 <내 깡패 같은 애인>을 보며 당신도 당신이지만 상대역을 맡은 박중훈의 연기에 놀란 적이 있다. 그동안 몰라 봬서 죄송합니다, 싶을 정도였는데 나와 비슷하게 느낀 관객이 있었나 보다. 영화 리뷰 사이트에서 이런 댓글을 발견했다. ‘정유미와 함께하는 배우는 누구나 전작들보다 훌륭한 연기를 해낸다.’
너무 영광스러운 말인데, 다들 알아서 잘하신 것들이다. 그런 얘기, 그저 감사한 것 같다. 나도 그런 분들 만날 때면 너무 좋고. 생각지도 못했는데 ‘이 배우가 이런 목소리를 가지고 이런 연기를 하는구나’ 느끼면 나도 거기에 따라가게 되는 경우가 많으니까.
<내 깡패 같은 애인> 개봉 당시 인터뷰에서 이런 말도 남겼다. “난 화면을 꽉 채울 수 있는 연기를 하고 싶은데 아직은 만들어가는 과정인 것 같다.” 시간이 지난 지금도 마찬가지 생각인가?
왔다 갔다 하지. 나를 객관적으로 보기는 사실 힘들거든. 그리고 지금은 나 혼자 채울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는 생각도 든다. 연극을 한번 해보면 그럴 수 있으려나?
방금 연극이라 했나?
하겠다는 얘기는 아니다(웃음). 연극 하시는 분들을 보면 부럽긴 하지만. 어쨌든 영화, 드라마 촬영 때는 카메라 앵글의 도움을 받을 때가 많으니까. 대사 없이 가만히 있어도 음악이 사악 깔리면 ‘쟤 무슨 생각 하나?’ 싶을 때가 많잖아(웃음).
당신은 무엇에서 영감을 얻나? 연기라는 아웃풋을 내기 위해선 뚜렷한 인풋이 있어야 할 듯한데.
그때그때 다른 것 같다. 음악일 때도 있고, 밖에 나가 맛있는 것 먹을 때, 혹은 한 잔 기울일 때일 수도 있다. 그저 자연스럽게 행위하는 순간순간이지 아닐까? 엄청나게 특별한 무언가가 있는 게 아니다. 나는 일상과 일이 똑같다고 생각하거든. 배우로서의 나와 개인으로서의 나를 분리하지 않고, 그 모든 것이 나라고 생각해야 받아들이기 편한 것 같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자유롭게 움직이면서 지내는 게 나한테는 어떤 영감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배우로서 무엇을 회의하나?
있었던 것 같은데…. 정말 있었는데 생각이 안 난다. 지금은 회의하는 게 없나 보다.
작년 들어 가벼워지기로 한 것과 연결되는 건가?
맞다. 아까도 얘기했지만 단정 짓고 규정하지 말자는 것들이지 않을까 싶다. 나 스스로 사고했던 것들, 규정지었던 것들에 대해 경계하자. 그것과 비슷한 마음인 것 같다.
연기는 정유미를 어떤 사람으로 만드나?
연기는 나를 어떤 사람으로 만들까? 글쎄, 아직 내가 경험이 많지 않아서. 나는 1983년생 정유미가 아니라 1998년생 정구미거든(웃음). 앞으로 한두 작품 더 하면 좀 선명해질 것 같다. 우리 그때 다시 만나자.
참 뻔뻔하다.
하하. 정구미라고 한 것 꼭 넣어달라. 그런데 조금 더 시간이 지나면 진짜 알 것 같거든. 연기가 나를 어떤 사람으로 만들 것인지.
어떤 마음인지 왠지 알 것 같다.
그렇지. 그런 상태로 있고 싶은 마음인 거지. 나에게 주는 핑계이고, 그렇기에 열심히 할 테고. 이제는 익숙해지는 것들이 많으니까. 그렇다 보니 내가 이런 농담도 하는 거다. 이렇게 말하면서 정말 옛날 마음으로 돌아가기도 하고. 이상, 신인배우 정구미였습니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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