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넬을 품은 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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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겨운 돌과 청량한 바람, 더없이 푸른 바다가 부르는 제주. 봄기운이 가득한 환상적인 이곳에 샤넬 팝업 부티크가 우아하게 자리했다. 이것이 늘 가고 싶은 여행지를 특별한 목적지로 바꾼 마법이다.

순백의 정갈한 외관이 눈길을 끄는 샤넬 제주 팝업 부티크.

세계적으로 아름다운 휴양지를 찾아 특별한 시간을 선사해온 샤넬의 팝업 부티크 리스트에 ‘제주’가 이름을 올렸다. 샤넬의 제주 팝업 부티크 소식을 처음 접했을 때, ‘제주와 샤넬’이라는 두 고유명사의 낯선 조우만으로도 새로운 공간에 대한 호기심과 기대가 치솟았다. 3월 19일로 예정된 공식 오픈까지 여러 날을 손꼽아 기다리며 설레는 마음으로 제주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한 시간여 만에 도착한 제주 공항을 나서자 이국적인 팜트리가 휴양지 분위기를 한껏 자아냈다. 그리웠던 풍경에 도취된 채 차를 타고 한참을 달려 도착한 곳은 바다를 품은 제주 신라호텔. 그다음 날, 아침 식사를 마치고 샤넬 제주 팝업 부티크의 프레스 프리뷰에 참석하기 위해 호텔 6층으로 향하는 순간 샤넬을 상징하는 순백의 정갈한 외관이 눈에 띄었다. 얼른 들어가 샤넬의 특별한 세계를 만끽하고 싶었지만, 체온 체크를 위한 모니터를 그냥 지나칠 수는 없는 법. 차례대로 엄숙하게 코로나 시대의 사전 의식을 마친 후 입구를 통과하려는 찰나, 쇼윈도의 매혹적인 오브제들과 모니터 속 영상이 눈길을 끌며 재촉하던 발걸음을 잠시 멈추게 했다. 그리고 드디어, 샤넬의 무릉도원에 입성했다.

파리지엔의 거실과 옷장을 연상시키는 아늑한 공간이 돋보이는 부티크 내부.

파리지엔의 거실과 옷장을 연상시키는 아늑한 공간이 돋보이는 부티크 내부.

파리지엔의 거실과 옷장을 연상시키는 아늑한 공간이 돋보이는 부티크 내부.

파리지엔의 거실과 옷장을 연상시키는 아늑한 공간이 돋보이는 부티크 내부.

파리지엔의 거실과 옷장을 연상시키는 아늑한 공간이 돋보이는 부티크 내부.

파리에서 선보인 샤넬의 2021년 봄/여름 레디투웨어 컬렉션에 등장한 거대한 ‘CHANEL’ 문구의 백드롭이 생각나는 입체적인 샤넬 로고 오브제, 이번 시즌의 풀 룩과 액세서리로 드레스업한 마네킹들이 첫 방문객들을 맞이했다. 모던한 순백의 구조물 사이로 따스한 베이지 톤의 시그너처 트위드 소재가 그 고아한 자태를 보이며 모던 클래식의 한 수를 전했다. 그리고 ‘샤넬 워드로브’를 연상시키는 부티크 내부는 마치 어느 우아한 파리지엔의 집에 초대되어 거실과 옷장을 들여다보는 듯한 흥미로움을 안겨주었다. 샤넬 하우스를 상징하는 블랙과 화이트, 그리고 실버와 골드가 어우러진 컬러 팔레트 사이로 핑크, 레드, 옐로, 그린 등 생동감 넘치는 봄의 색이 이 공간에 유쾌한 활력을 부여했다. 부티크 한쪽에 마련된 프라이빗한 피팅룸, 길게 이어진 부티크의 가장 안쪽 공간과 컬렉션 영상이 펼쳐지는 스크린의 맞은편엔 순백의 소파가 놓여 편안한 분위기를 안겨주었다. 소파에 앉아 한없이 머무르고 싶은 마음을 추스린 채, 벽면 뒤 숨은 공간에 자리한 포토마통과 함께 이 특별한 공간에서의 추억을 남겼다.

버지니 비아르가 영화 속 헤로인에서 영감을 받은 2021년 봄/여름 컬렉션.

버지니 비아르가 영화 속 헤로인에서 영감을 받은 2021년 봄/여름 컬렉션.

버지니 비아르가 영화 속 헤로인에서 영감을 받은 2021년 봄/여름 컬렉션.

버지니 비아르가 영화 속 헤로인에서 영감을 받은 2021년 봄/여름 컬렉션.

전체적으로 부티크의 경쾌한 분위기는 할리우드의 영화 신과 여배우에게 영감 받은 2021년 봄/여름 컬렉션의 활기찬 느낌을 환기했다. 샤넬의 패션 아티스틱 디렉터 버지니 비아르가 영화 속 헤로인의 모습에서 영감을 받은 컬렉션은 샤넬의 상징인 블랙과 에크루 컬러를 중심으로 달콤한 페일 핑크와 형광색을 더했다. 또 걸으면 살짝 다리가 드러나는 비대칭 헴라인과 하늘거리는 스커트 등 한여름을 위한 낭만적인 스타일을 제안하기도. 샤넬 레터링 프린트가 네온사인을 연상시키는 플루이드 드레스와 티셔츠, 커스텀 주얼리로 장식한 가벼운 소재의 트위드 슈트, 샤넬 레터링의 엠브로이더리 니트 풀오버 등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여배우를 연상시키는 화려한 스타일도 눈길을 끌었다. 한편 버뮤다 쇼츠, 페일 핑크 카프리 팬츠, 하이웨이스트 팬츠와 플루이드 튜닉 등은 휴양지 분위기에 어우러지는 샌들과 함께 보다 캐주얼한 리조트 웨어를 연출할 수 있는 아이템들이었다. 그뿐 아니라 이번 시즌 새롭게 선보이는 블루, 코럴, 레드 셰브런 디자인의 아이코닉 11.12 핸드백과 다양한 채도의 핑크 팔레트를 주입한 샤넬 19백 등 다채로운 액세서리 컬렉션도 만날 수 있었다. 또 한켠에 슈즈 상자와 함께 나란히 놓인 다채로운 슈즈들을 보며 당장 샤넬 샌들에 발을 밀어 넣은 채 바닷가로 달려가고 싶은 충동을 억눌렀다.

샤넬의 또 다른 아이콘인 J12 워치.

얇은 디자인으로 재탄생해 다채롭게 레이어링할 수 있는 코코 크러쉬 미니 링.

얇은 디자인으로 재탄생해 다채롭게 레이어링할 수 있는 코코 크러쉬 미니 링.

마침내 베일을 벗은 샤넬 제주 팝업 부티크는 #CHANELinJeju #샤넬인제주 해시태그를 단 채, 소셜 미디어를 뜨겁게 달궜다. 동시에 제주는 더 이상 향토적인 섬이 아닌 하이패션을 품은 개성 넘치는 휴양지로 사람들의 마음에 아로새겨졌다. 주얼리와 워치에 열광하는 MZ 세대를 위한 모던한 워치와 화인 주얼리, 즉 샤넬 하우스의 또 다른 상징인 J12 워치와 코코 크러쉬 컬렉션까지 풍성하게 갖춘 제주 팝업 부티크에는 샤넬의 소우주가 찬란하게 빛난다. 무엇보다 제주에서 선공개될 특별한 컬렉션, 바로 스타일리시한 휴양을 위한 스포티하면서도 우아한 캡슐 컬렉션인 ‘코코 비치 샤넬(COCO BEACH)’을 제주에서 만나려면 조금 서둘러야 할 것이다. 6월 20일 이후엔 신기루처럼 사라질 팝업 부티크, 바로 이곳에서 샤넬 2021 코코 비치 컬렉션의 플로럴 프린트 수영복과 비치웨어 그리고 서프보드를 만날 기회는 무엇보다 ‘타이밍’에 달렸으니까. 우아한 동시에 현대적이며, 고유한 아이덴티티로 독창적인 세계를 선사하는 샤넬의 신세계가 더없이 시의적절하게 그곳에서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

패션 에디터
박연경
사진
COURTESY OF CHAN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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