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S/S 오트 쿠튀르 컬렉션엔 분명히 이전과는 다른 낯선 새로움이 존재했다. 매혹적인 불협화음처럼 보는 이들의 눈과 귀를 예민하게 곤두세운 오트 쿠튀르 세상의 유일무이한 주인공들! 특히 유서 깊은 쿠튀르 하우스의 진영에 다가선 새로운 이름들이 건넨 ‘다양한 유일성’은 혁명의 시대를 관통하며 자신의 신념을 가감 없이 드러낸 지혜이자 용기였다.
지난 1월, 파리를 중심으로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공개된 2021 S/S 오트 쿠튀르 컬렉션. 새로운 시대, 새로운 쿠튀르의 결과물은 각각의 개성이 모여 놀라운 다채로움을 드러냈다. 어마어마한 규모, 호화로운 기교와 장식, 장인 정신을 바탕으로 한 최상의 컬렉션에 걸맞은 수식는 이제 오트 쿠튀르를 설명하는 필수 조건이 아닌 다채로운 취향의 선택지 중 하나에 지나지 않았다. 처음으로 팬데믹 시대와 맞물리며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공개된 지난해 7월의 파리 오트 쿠튀르. 온택트 형식으로 치러진 쿠튀르 쇼를 위해 그 당시 쿠튀르 하우스의 디자이너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디지털 기술의 영역 확장과 패션의 무한한 상상력에 집중했다. 한편 올 1월에 이어진 2021 S/S 시즌의 쿠튀르는 우리에게 ‘다양성의 가치’를 웅변한다. 이전의 생각을 깨지 않으면 절대 진화할 수 없는 세상. 팬데믹 아래 고군분투하며 흥미롭게 변이한 오트 쿠튀르는 너와 나의 다름을 인정하고, 기존의 가치를 뛰어넘는 새로움을 포용했다. 서로 다르기 때문에 더욱 빛나는 존재감을 지닌 오트 쿠튀르! 그 낯선 아름다움을 선사한 오트 쿠튀르의 더없이 쿨한 진화가 여기 있다.
Fendi
펜디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임명된 킴 존스의 오트 쿠튀르 데뷔 쇼. 그는 ‘관점’과 ‘변화’라는 단서를 제시했다. ‘옷은 세상을 향한 우리의 관점과 우리를 향한 세상의 관점을 변화시킨다.’ 버지니아 울프의 <올랜도> 중 한 문구를 쇼 노트에 인용하며 그는 의미심장한 메시지를 전했다. 그 영향은 제본된 책을 연상시키는 메탈 클러치, 마더오브펄 미노디에르나 가죽 부츠에 새긴 텍스트 형태로 컬렉션에 반복적으로 등장했다. 또 로마 보르게세 미술관의 대리석 인테리어를 연상시키는 프린트도 엿볼 수 있었다. 미술관에서 만날 수 있는 베르니니의 조각품 역시 이번 컬렉션의 강렬한 드레이프 드레스에 영감을 주었다. 펜디의 아카이브를 바라보는 킴 존스의 현대적 관점도 중요한 요소였다. 빈티지 백의 벨벳 보 장식은 새롭게 재해석되었고, 부츠에는 칼 라거펠트의 마지막 컬렉션에서 차용한 모노그램 비즈가 장식되었다. 또 그의 전매특허인 남성복 역시 펜디 쿠튀르 역사의 첫 신을 장식했으며, 펜디 가문의 일원이자 주얼리 디자이너인 델피나 델레트레즈의 존재감 넘치는 주얼리가 쿠튀르 룩의 압도적인 분위기를 강조했다. 나아가 킴 존스는 모델들이 각자의 방처럼 연출된 유리 진열장 안에 머물러 있는 모습을 통해 오늘날 다양한 방식으로 엮인 가족의 의미를 조망했다. 케이트 모스와 전도유망한 모델인 그녀의 딸 릴라 모스, 오프닝을 연 배우 데미 무어를 비롯해 나오미 캠벨과 크리스티 털링턴, 카라 델러빈과 벨라 하디드 등 세대와 성별을 넘나드는 킴 존스 사단이 다채롭게 등장했다. FF 로고를 활용한 디자인의 투명한 미로 사이로 킴 존스는 피날레 인사를 남기며, 펜디의 새로운 시대를 예고했다.
Chanel
샤넬의 봄/여름 오트 쿠튀르 쇼가 펼쳐진 파리 그랑팔레는 로맨틱한 야외 결혼식장을 연상시켰다. 샤넬의 아티스틱 디렉터 버지니 비아르는 팬데믹 상황 속에서도 희망을 전해줄 아름다운 행렬을 떠올리며 ‘가족이 함께 모이는 결혼식’이라는 주제로 쿠튀르에 접근했다. 페일 핑크 색 상의 티어드 드레스, 풍성한 러플 장식을 넣은 볼레로, 로맨틱한 페티코트 등이 차례로 등장하며 따뜻하고 흥겨운 무드를 고조시켰다. 이윽고 흰 말을 타고 베일을 쓴 신부가 등장하며 하이라이트가 펼쳐졌다. 순백의 긴 트레인이 달린 에크루 새틴 크레이프 소재의 롱 드레스에는 르사주 공방에서 섬세하게 작업한 환상적인 나비 자수가 놓여 눈길을 끌었다. 총 32벌의 쿠튀르 룩에는 샤넬 하우스 공방 장인들의 경이로운 솜씨가 고스란히 담겼다. 트위드 소재의 리틀 블랙 드레스를 장식한 르마리에 하우스의 섬세한 깃털 장식, 몽텍스 아뜰리에가 섬세하게 완성한 자수 마크라메, 마사로 공방 장인들의 손끝에서 완성된 더블 스트랩의 투톤 메리제인 슈즈 등이 룩의 방점을 찍었다. 특히 ‘언제나 현대 여성이 어떤 옷을 입고 싶어 할지를 고민한다’는 버지니 비아르의 의지를 담은 팬츠 슈트는 여성의 자유로운 움직임을 중시한 마드무아젤 샤넬의 정신을 되새기게 했다.
Valentino
미니멀한 실루엣과 눈이 시리도록 선명한 컬러! 동시대적인 쿠튀르를 고민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피에르파올로 피촐리는 간결하지만 힘 있는 옷들, 그리고 하우스의 첫 쿠튀르 남성복 탄생을 통해 새로움을 추구했다. 대담한 글리터 메이크업을 한 채, 드높은 플랫폼 슈즈를 신고 등장한 모델들은 로마의 갤러리아 콜로나라는 유서 깊은 장소와 대비되는 미래적인 무드를 자아냈다. 나아가 이 명민한 수장은 더없이 새로운 디지털 방식을 감행했다. 바로 ‘코드 템포럴(Code Temporal)’이라는 타이틀의 혁신적인 오디오 비주얼 아트워크를 완성한 것.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공개된 이 특별한 필름을 위해 그는 매시브 어택의 뮤지션이자 전위적인 아티스트인 로버트 델 나야와 협업했다. 영상에 담긴 둘의 대화에서 피에르파올로는 ‘쿠튀르의 의식과 과정, 그리고 가치는 시대를 초월한다’고 정의했다. 그리고 로마에서 진행된 컬렉션의 제작 과정과 하우스 장인의 얼굴, 테일러링 마네킹 위에서 형태를 갖춰가는 작품의 타임랩스 촬영본 등을 모두 알고리즘에 의한 시퀀스로 구성한 뒤, 새로운 음악을 삽입해 영상을 완성했다. 여기에 인공지능 아티스트 마리오 클링게만이 훈련된 신경망을 통해 편집한 비주얼은 어디서도 본 적 없는 경이로운 시각 체험을 선사했다. 이토록 생경하고도 의미있는 메시지를 전한 패션 개척자들! 그들은 우리에게 쿠튀르의 미래가 어떤 모습일지 가늠해볼 기회를 안겨주었다.
Dior
점성술에서 영감을 받은 디올 아티스틱 디렉터 마리아 그라치아 치우리. 디올은 궁극적인 아름다움의 영역에 남아 있는 쿠튀르를 실험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이탈리아의 전도유망한 영화감독 마테오 가로네와 협업했다. 그 결과 ‘타로의 성(Le Château du Tarot)’이라는 타이틀 아래, 영화에 버금가는 시나리오와 미장센으로 무장한 매혹적인 쿠튀르 영상을 선보였다. ‘세상은 거꾸로 읽혀야 한다’는 쇼 노트의 문구처럼, 영상에는 남성성과 여성성의 경계를 초월하는 궁극의 아름다움이 가시화되었다. 디올 고유의 그레이 팔레트가 트위드, 캐시미어, 오간자 등 다양한 소재의 셔츠와 스커트, 팬츠, 케이프를 통해 등장했다. 또 바 재킷은 블랙 벨벳으로 변화를 준 동시에 곡선을 재해석하여 새로운 애티튜드를 불어 넣었다. 핸드 페인팅 장식 디테일의 레이스, 별자리 기호가 돋보이는 골든 벨벳, 입체적인 볼륨감을 뽐내는 멀티 컬러 깃털 장식 등이 눈길을 사로잡는 순간! 상상을 현실로 만들어내는 장인들의 손길, 그리고 쿠튀르라는 실험적인 영역에 대한 마리아 그라치아의 열정이 신비롭고 상징적인 스토리와 함께 찬란한 폭죽을 쏘아 올렸다.
Iris Van Herpen
패션계 3D 프린팅 장인이라고 불리는 이리스 반 헤르펜. 늘 흥미로운 영감에서 출발하는 그녀가 ‘Roots of Rebirth’라는 타이틀의 이번 쿠튀르를 위해 몰두한 것은 다름 아닌 곰팡이. 이 독창적이고도 실험적인 탐미주의자는 멀린 셸드레이크가 쓴 책 <Entangled Life>에서 곰팡이가 지구의 자연 환경에 어떤 기여를 하는지를 보고 깊은 감명을 받은 채 쿠튀르 작업을 시작했다. 그 결과 이번 컬렉션엔 버섯의 주름 모양을 본뜬 주름 디테일과 선명한 옹브레, 포자가 퍼지는 모습이 연상되는 실루엣에서 영감을 받은 신비로운 드레스가 등장했다. 레이저 커팅과 3D 프린팅 기술을 활용한 극도로 정교한 동시에 신비로운 비주얼적 메타포를 통해 이리스 특유의 미래적인 비전이 빛을 발했음은 물론이다. 나아가 오트 쿠튀르의 새로운 미학을 이끌어가고 있는 이리스의 비전에는 재료의 실험을 통한 ‘지속 가능성’이 포함되었다. 이를 위해 21벌의 의상 중 일부에 재활용 플라스틱이 포함된 오션 플라스틱 원단의 업사이클링 재료를 사용했으며, 인류와 공존해야 할 자연을 위한 메시지에도 목소리를 높였다.
Schiaparelli
파리 오트 쿠튀르의 시작을 알린 스키아파렐리 쇼.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대니얼 로즈베리의 세 번째 오트 쿠튀르 쇼는 ‘과연 그의 창조적인 상상력은 어디까지일까’라는 찬탄과 기대를 동시에 안겨주었다. 기존의 쿠튀르가 대중의 의식에 각인한 것들, 이를테면 섬세한 자수 장식과 동화 속 공주님을 연상시키는 예쁜 옷들은 그에게 1950년대 쿠튀르가 추구한 가치로 여겨졌다. 그리고 그는 이러한 것들이 왜 쿠튀르여야만 했는지에 대해 의문을 품었다. 그 고민과 사색의 결과, 대니얼은 스키아파렐리 메종이 지닌 가치와 전통은 존중하는 동시에 상투적인 것에서 벗어나 과연 쿠튀르란 무엇이며 어떻게 나아가야 하는지에 대해 탐구했다. 새로운 실험을 감행한 그는 지난날 엘사 스키아파렐리가 쿠튀르에 합성 직물과 플라스틱 지퍼를 처음으로 사용한 도전 정신을 되새겼다. 마법과도 같은 쿠튀르 뒤에는 인간의 손과 헌신이 있다는 이야기를 덧붙이며 ‘새로운 쿠튀르의 판타지’를 만들어 낸 대니얼 로즈베리가 선보인 건? 바로 복근이 조형적으로 드러난 뷔스티에, 수많은 스와로브스키 크리스털을 정교하게 장식한 드레스, 엘사 스키아파렐리가 창조한 아카이브에서 찾아낸 과장된 네일 장식의 메탈 액세서리였다. 여기에 조형적인 치아 모티프와 과장된 눈 장식 주얼리, 성모 마리아를 연상하게 하는 룩까지! 그의 컬렉션엔 강인한 여성상과 스키아파렐리 특유의 초현실주의가 흥미롭게 교차되었다. 그 대담한 도전은 더없이 강렬한 인상을 남기며, 무엇이 ‘오늘날의 쿠튀르’로 대체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참신하면서 아방가르드한 답안을 제시했다.
Giambattista Valli
스무 번째 오트 쿠튀르 컬렉션을 선보인 지암바티스타 발리. 변함없이 그의 쇼는 로맨틱했다. 특히 튤과 오간자 등 가볍고 섬세한 소재를 층층이 쌓아 올린 듯한 멀티 레이어링, 러플과 보 장식으로 실현한 볼륨감, 건축적인 실루엣 등 그의 장기인 극적인 로맨티시즘이 담긴 시그너처 이브닝드레스들이 두 눈을 즐겁게 했다. 이번 시즌 ‘제스처’의 중요성에 대한 메시지를 전한 그는 볼륨과 실루엣, 애티튜드라는 세 가지 요소를 통해 우아한 제스처에 만들어내는 데 집중했다. 이를 위해 소매에 타조 깃털 장식을 더한 풍성한 실크 블라우스를 입은 남성 무용수가 등장해 모델들과 묘한 밸런스를 이루는 영상을 선보이기도. 풍성한 볼륨감의 로맨틱한 드레스에 발레리노의 몸짓이 더해져 쿠튀르 의상의 예술성이 더욱 도드라졌음은 물론이다. 전통적인 쿠튀리에라고 일컬어질 법한 정교하고 화려한 아름다움은 더없이 달콤했지만, 보다 젊은 고객을 위해 새로운 세대와의 소통을 염두에 두었다는 그의 말처럼 오늘날의 쿠튀르엔 좀 더 전복적인 새로움이 필요했다. 발레리나 플랫 슈즈를 신은 채, 미니 튤 드레스를 입은 모델이 뉴 제너레이션의 단면을 보여주었듯이 앞으로 그의 비전에도 새로운 변화가 시작될 것만 같다.
Armani Privé
파리 쿠튀르 위크를 맞이해 어김없이 조르지오 아르마니 프리베 쇼를 선보인 조르지오 아르마니는 행선지를 파리가 아닌 밀라노로 결정했다. 1975년부터 조르지오 아르마니가 자리한 밀라노, 특히 아르마니 아틀리에가 자리한 팔라초 오르시니에서의 첫 쿠튀르 쇼는 팬데믹 시대에 정체성의 의미를 더했다. 끝없는 여정과 해방감, 나아가 일시적인 유행으로부터 자유로운 영원성을 탐구하며 사토리얼 스킬과 쿠튀르 정신을 모색한 아르마니. 그는 이번 시즌, 미래를 이끌어갈 젊은 세대에게 오트 쿠튀르의 깊이 있는 미학을 시각적 언어로 전달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즉 정교한 테일러링을 기본으로 장식적인 아름다움과 색의 변주가 드러내는 아름다움을 통해 쿠튀르 본연의 매력을 다시금 설파한 것. 누구나 디지털을 통해 오트 쿠튀르를 내 손 안의 프런트로에서 감상할 수 있는 시대! 전통적인 쿠튀르의 가치와 고유성을 지키며, 다음 세대에게 자신의 신념을 전하고자 하는 노장의 건재는 긴 여운을 남겼다.
Viktor & Rolf
빅터&롤프만의 ‘오트 판타지(Haute Fantaisie)’를 ‘Couture Rave’라는 주제 의식으로 접근한 그들. 지난 시즌에 이어 무질서한 혼돈이 독창적으로 느껴지는 룩으로 구성된 쇼는 마치 코로나 블루를 벗어나 즐기는 한바탕 소란스러운 파티처럼 희망적인 에너지를 가득 채우고자 한 듀오의 의지를 담았다. 그 결과 컬러와 소재의 흥미로운 충돌이 더없이 강렬했던 쇼! 나아가 지속적으로 ‘업사이클링’에 집중해온 듀오에게 소재 개발은 중요한 이슈였다. 지난 냉전 시대에 군수물자를 보관하던 공장을 개조한 현대미술관에서 업사이클링 소재로 선보인 듀오의 쿠튀르 컬렉션은 ‘창조’의 기본 속성에 대해 새로운 가치를 부여했다. 완전히 새로운 것 대신 일상의 무언가에 새로운 생명력을 부여하는 일은 이제 그들의 책임감 있는 역할처럼 보였다. 피시넷과 러플, 레이스와 샤, 리본과 메탈 장식 등 서로 다른 소재가 다채롭게 혼재되며 다름이 빚어내는 환상 속에 깊숙이 빠져드는 것 역시 그들의 몫이었다. 기존의 고상한 레이디가 아닌 파격과 실험을 선호하는 자존감 높은 모던 우먼에게 각광받을 만한 새로운 시대의 쿠튀르! 이제 그들의 흥미로운 모험은 그 종착지에 안정적으로 다다른 듯 보였다.
AZ Factory
알버 엘바즈가 5년 만에 쿠튀르 시즌 게스트 멤버로 그 모습을 드러냈다. 그의 새로운 브랜드는 다름 아닌 알버 엘바즈의 첫 알파벳 A, 그리고 마지막 알파벳인 Z를 따서 탄생한 ‘AZ 팩토리’! ‘A Reset by Alber Elbaz’라는 부제처럼 이번 컬렉션은 그에게 모든 것을 리셋하고 새로움을 향해 도약하는 디자이너 인생 2막처럼 보였다. 특히 뉴 컬렉션엔 특유의 로맨틱한 판타지 대신 동시대적인 실용성과 스포티즘, 나아가 여성을 바라보는 폭넓은 스펙트럼이 강렬하게 자리했다. 무엇보다 그가 염두에 둔 것은 ‘여성의 다양한 몸’. 우선 그는 혁신적인 니트 기술을 사용해 몸을 편안하게 감싸는 아나토 니트 소재의 보디컨셔스 미니 블랙 드레스와 기능적인 엔지니어링 니트에 컬러를 더한 레깅스 등으로 구성된 ‘마이 보디’ 라인을 선보이며 눈에 띄는 스타일 변신을 꾀했다. 그리고 두 번째 라인인 ‘스위치 웨어’는 레저 웨어에서 바로 멋진 차림으로 변신할 수 있는 룩으로, 재활용 실로 만든 슈트와 파자마 등이 공존한다. 세 번째 스토리는 ‘슈퍼테크-슈퍼시크’로 하이테크 기술을 패션에 접목해 액티브 웨어에 주로 사용되는 친환경 나일론 극세사 직물을 쿠튀르 룩에 적용했다. 동시에 앞코가 뾰족한 고성능 하이브리드 스니커즈까지 공개한 알버 엘바즈. 180도 새로운 그의 모습에 놀란 이들에게 알버 엘바즈는 티저 영상을 통해 자신의 메시지를 건넸다. “입는 사람이 편안한 옷이어야 해요. 그게 가장 중요한 부분이죠.” 이처럼 그는 XXS에서 4XL 사이즈에 이르기까지, 다채로운 여성의 몸을 포용하는 방대한 사이즈의 컬렉션을 구성했다. ‘나’를 중심으로 편안함과 기능성, 나아가 편의성까지 갖춘 컬렉션을 지향하는 AZ 팩토리의 첫 컬렉션은 브랜드 웹사이트에서 바로 구매할 수 있다. 휴지기를 통해 새로운 세상과 오늘날의 여성을 가까이에서 다시 바라보게 된 한 패션 철학자가 던진 신선한 깨달음! ‘우리는 스마트한 패션을 믿는다’라는 AZ 팩토리의 슬로건처럼, 모두에게 적용되는 솔루션 지향적인 패션이야말로 그가 꿈꾸는 패션의 독창적이고도 혁신적인 미래가 아닐까.
Charles de Vilmorin
이번 오트 쿠튀르 시즌, 화제를 낳은 이름을 또 하나 꼽는다면 단연 샤를 드 빌모랭이다. 이미 첫 레디투웨어 컬렉션을 통해 패션계의 시선을 사로잡은 그는 단 11개의 룩으로 오트 쿠튀르의 뉴 웨이브로 우뚝 섰다. 대학 졸업 후 장 샤를 드 까스텔 바작, 크리스찬 라크루와 같은 관록 있는 선배 디자이너들의 지지를 받으며 급부상한 샤를 드 빌모랭. 그는 쿠튀르 쇼 직후, 로샤스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임명되었다. 혼을 뺏길 듯한 강렬한 색감을 주입한 쿠튀르 데뷔작은 아티스트 니키 드 생팔의 ‘슈팅 페인팅’ 작업에서 영감을 받은 것. 그가 스튜디오 레티켓과 협업해 직접 연출 및 감독까지 맡은 패션 필름에는 총성과 함께 연인들의 얼굴, 나체로 뒤엉킨 몸, 꽃을 비롯한 나비와 하트 모티프들이 충돌하고 그 사이에 사이키델릭한 컬러감과 극적인 실루엣으로 무장한 쿠튀르 의상이 등장한다. “오트 쿠튀르라는 새로운 도전을 위해 나의 작업 접근 방식을 바꾸었어요. 직접 손으로 작업한 옷과 페인팅에 대해 생각했고, 장인의 작업과 맞닿은 느낌을 주고자 했죠. 공예 작업이 동시에 진행되는 예술, 그리고 미학과 대조되는 기술. 이 모든 것이 깃든 컬렉션은 모든 형태의 새로운 자유에 대한 노래이기도 해요.” 이처럼 그는 강렬한 원색을 통해 본능을, 과장되고 초현실적인 실루엣을 통해 자유로움을 이야기했다. 대담하고 극적인 톤, 원시적이고 실험적인 예술로 낙관적인 꿈을 꾸는 그는 이미 자신의 꿈에 성큼 다가가 있었다.
- 패션 에디터
- 박연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