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에겐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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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만남엔 설렘과 흥분이 교차한다. 2021년을 시작하며 H&M의 흥미로운 게스트 디자이너 협업 프로젝트에 새롭게 이름을 올린 디자이너, 시몬 로샤(Simone Rocha)가 그 기대감을 증폭시켰다.

H&M의 새로운 게스트 디자이너 시몬 로샤

지난 연말, 은밀한 만남이 이뤄졌다. H&M이 새로운 게스트 디자이너와의 인터뷰를 제안하며 아직 공개되지 않은 특별한 컬렉션을 살짝 내보였을 때 ‘드디어’라는 탄성이 터져 나왔다. 칼 라거펠트, 마틴 마르지엘라, 소니아 리키엘, 스텔라 매카트니, 빅터&롤프, 알버 엘바즈, 이자벨 마랑, 지암바티스타 발리 등 빛나는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린 쟁쟁한 디자이너들 사이에 당당히 이름을 올린 그녀. 바로 ‘시몬 로샤의 H&M’ 컬렉션을 보는 일은 어떨지 내심 기대했기 때문이다. 디자이너 협업이란 무릇 단순한 유명세를 떠나 해당 디자이너의 강렬한 오리지낼리티를 요구하는 일이다. 서로 다른 대상이 만나 시너지를 일으키는 그 일은 충돌하는 두 개성이 만나 빚어내는 낯선 새로움을 드러내니 말이다. 좀 더 명확히 이야기하자면 협업에는 어느 정도 예상하는 선의 기대감과 예상치 못한 부분을 마주했을 때 느끼는 신선한 기쁨이 동시에 존재한다. 즉 그 대상의 강렬한 아이덴티티로 인해 어느 정도는 예상하고 기대하는 그림을, 또 어느 부분에 있어선 전혀 예기치 못한 즐거움을 얻을 수 있다. 물론 서로 다른 디자인팀이 만나 이러한 결과물을 만드는 과정은 녹록지 않다. 더구나 코로나로 인한 팬데믹 상황에서 3월 11일, 드디어 그 모습을 드러내는 ‘H&M X Simone Rocha’ 컬렉션은 그 어느 때보다 강렬한 의미를 지닌다. 그 뜨거운 현장에 강인한 두 여인이 자리한다. H&M의 크리에이티브 어드바이저인 앤-소피 요한슨과 런던에서 활동하는 아일랜드 출신의 홍콩계 패션 디자이너 시몬 로샤다. 시몬 로샤는 2016년 ‘브리티시 패션 어워드’에서 여성복 디자이너상을 받은 각광받는 디자이너로 자신의 뿌리인 아일랜드와 홍콩의 전통, 공예, 역사 및 예술사를 담아내며 이를 동시대적인 페미닌 리얼리티로 치환하는 데 뛰어나다. 이번 협업에서도 플로럴, 보, 진주 장식 등을 현대적이면서 독창적인 아름다움으로 재해석해 눈길을 끈다. 나아가 시그너처 여성복뿐 아니라 남성복과 아동복을 론칭하며 온 가족을 위한 첫 번째 컬렉션을 선보였다. 이제 우리는 H&M의 광대한 스펙트럼을 통해 보다 풍성하게 확장된 시몬 로샤의 아름다운 우주를 만끽할 수 있다.

Interview with H&M 게스트 디자이너 시몬 로샤

이렇게 화상 인터뷰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 반갑다. 지금 화면을 통해 수많은 책이 꽂힌 서재가 보이는데 어디인가?

Simone Rocha 만나서 반갑다. 여긴 런던에 있는 시몬 로샤 스튜디오 오피스다. 정말로 많은 책이 있는데, 프레스 데이에 나의 크리에이션을 나누기에 좋은 공간이기도 하다.

이번 컬렉션의 게스트 디자이너로 내심 시몬 로샤를 기대했는데, 그 바람이 실현되어 기쁘다. 이번 프로젝트는 당신에게 어떤 의미를 안겨주었나?

그렇게 말해주니 고맙다. 이번 협업은 개인적으로도 매우 흥분되는 경험이었다. 무엇보다 다양한 타입의 여성들에게, 좀 더 글로벌한 단계에서 폭넓게 나의 레이블을 소개할 수 있어 기대되기도 한다.

시몬 로샤만의 터치가 더해진 H&M 컬렉션을 한마디로 정의한다면? 다시 말해 시몬 로샤 협업 컬렉션 전체를 관통한 궁극적인 아이덴티티는 무엇인가?

단연 ‘Strong Femininity’라고 할 수 있다. 강렬하고도 강인한 여성성이야말로 나의 심미적 가치를 대변한다. 특히 팬데믹 상황에서 이번 컬렉션을 준비하며 보다 다양한 연령, 계층의 사람들을 떠올렸다. 그래서 온 가족을 위한 컬렉션으로 여성뿐 아니라 남성, 그리고 소녀와 소년을 위한 룩과 액세서리를 선보이기도 했다.

시몬 로샤의 미학을 담아 깃털 장식으로 독창성을 더한 슈즈.

시몬 로샤의 미학을 담아 진주 장식으로 독창성을 더한 슈즈.

메인 컬렉션 중 개인적으로 가장 애착이 가는 아이템은 무엇인가?

너무 많아서 고르기 힘들지만 진짜 좋아하는 무언가를 꼽자면 단연 클로케 패브릭으로 만든 핑크 베일 드레스다. 패브릭 자체가 나 자신과 연결되는 느낌이랄까. 그리고 난 핑크야말로 매우 패셔너블한 색상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협업 작업은 코로나로 인해 쉽지 않은 환경에서 진행되었다. 어떻게 서로 소통하며 어려운 상황을 극복했나?

처음 경험해보는 새로운 상황에서 작업해야 했고, 쉽지 않은 과정을 거쳤다. 2019년에 H&M팀이 런던의 시몬 로샤 오피스로 미팅을 와서 함께 협업 이야기를 나눴을 때 정말 많은 아이디어를 디자인팀과 함께 펼쳐보았다. 그런데 팬데믹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이전의 게스트 디자이너와의 프로젝트처럼 화려한 이벤트나 엄청난 캠페인 촬영을 할 수도 없었다. 그 어려움을 딛고 일정이 좀 연기되긴 했지만 마침내 그 결과물을 선보일 수 있게 되어 정말 기쁘다.

시몬 로샤 특유의 로맨틱한 보 장식을 활용한 H&M X Simone Rocha 컬렉션.

시몬 로샤 특유의 로맨틱한 보 장식을 활용한 H&M X Simone Rocha 컬렉션.

지금 H&M 코리아 쇼룸에 와서 아직 공개되지 않은 시몬 로샤 협업 컬렉션을 만났는데 매우 아름답다. 특히 크림, 핑크, 레드, 블랙 등이 사용된 컬러 팔레트와 볼륨 슬리브, 보 장식, 플로럴 모티프 등 더없이 로맨틱한 디테일에서 바로 시몬 로샤를 알아챌 수 있었다.

나의 아카이브에서 많은 시그너처 피스를 가져왔다. 나만의 장식적인 요소를 컬렉션에 주입하는 동시에 테일러링을 염두에 두며 모든 걸 시작했다. 이를테면 여성복과 남성복에 모두 등장하는 트렌치코트의 경우, ‘테일러링’에 집중하며 소매와 칼라 등에 나의 시그너처 보와 진주 장식을 더했다. 심지어 주얼리와 헤어밴드에 이르기까지 모든 액세서리에도 시몬 로샤 만의 시그너처를 담고자 했다.

H&M을 통해 새롭게 보여주고 싶은 요소는 무엇인가?

이번 컬렉션을 통해 처음으로 남성복과 아동복을 디자인한 게 가장 큰 새로움이 아닐까. 시몬 로샤의 아이덴티티를 완전히 새로운 실루엣과 비율, 원단과 내러티브를 통해 풀어내는 과정을 경험했다. 디자이너라면 누구나 모험을 즐기는데 이러한 시도와 도전이 재미있었다. 특히 아동복은 정말이지 너무나 작고 귀여워서 그걸 만드는 나조차도 즐겁게 작업할 수 있었다.

특유의 쿠튀르적 터치로 재해석해 완성한 이번 결과 물은 매우 독창적이고도 모던하다. 당신이 생각하는 ‘모던함’이란 무엇인가?

나에게 ‘모더니티’는 일종의 ‘리얼리티’다. 특별하면서도 독창적인 무언가를 만들기 위해선 실용적인 방식을 더해야 한다. 페미닌 로맨스가 깃든 시몬 로샤의 컬렉션 역시 모던한 룩으로 승화시키기 위해 이러한 실질적인 모더니티가 필요한 것이다. 그것이 여성복이건 남성복이건 간에 말이다.

시몬 로샤가 집중한 아이코닉한 패브릭을 믹스 매치한 룩.

인터뷰 전에 이번 쇼에 사용된 옷감 패치들이 든 핑크색 상자를 보며 ‘패브릭’에 대한 당신만의 스토리를 읽을 수 있었다. 다채로운 옷감을 통해 당신이 전하고 싶은 이야기는 무엇인가?

패브릭은 내게 매우 중요한 요소다. H&M 컬렉션을 위해 나의 아카이브를 재해석할 때, 시몬 로샤의 아이코닉한 타탄체크 패브릭을 일부 사용하고 여기에 시어한 소재를 믹스 매치하는 등 소재를 통해 나의 오리지낼리티를 전하고자 애썼다. 큼직한 데이지꽃이 프린트된 옷감은 중국 문화에서 차용한 것이고 장식적인 소재를 더한 슈즈 역시 매우 시몬 로샤적인 무드를 풍긴다. 이처럼 내가 말하고자 하는 스토리가 여기에 다 들어 있다고도 할 수 있다.

섬세하게 잘 제본된 H&M X시몬 로샤 룩북을 살펴보면 당신이 영감을 받은 요소가 잘 나타나 있다. 이를테면 이번 컬렉션에 깃든 튜더 왕조, 초상화, 야생화, 인형, 장난감 등 다채로운 요소 말이다. 이러한 영감의 시작점이 궁금하다.

지난 10년간 시몬 로샤 컬렉션에서 선보인 영감의 요소를 망라해본 것이다. 무엇보다 시몬 로샤가 지금까지 어떤 길을 모색해왔는지를 보여주고 싶었다. 튜더 왕조의 스토리는 지난 가을/겨울 시몬 로샤 컬렉션에서 표현한 주제를 가져온 것이고, 아일랜드의 아란 니트 기법을 남성복과 아동복에 대입한 니트웨어도 선보였는데, 이 역시 시몬 로샤의 오리지낼리티를 보여준다.

남성복과 여성복의 경계를 허문 트렌치코트.

남성복과 여성복의 경계를 허문 트렌치코트.

여성복뿐 아니라 남성복, 그리고 아동복을 함께 선보였다. 새로운 도전을 통해 이러한 방대한 컬렉션을 선보인 이유는 무엇인가?

2019년, 처음으로 H&M팀과 이번 협업 컬렉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그때, 나는 내가 속한 커뮤니티에 집중했고 모두를 위한 이야기를 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가족’을 떠올렸다. 그리고 마침내 H&M을 통해 이러한 결심을 실현할 수 있었다.

이번 컬렉션은 특히 남녀를 불문하고 모든 연령을 위한 다양한 사이즈를 선보이는 지점도 매우 흥미롭다.

그렇다. 두 살부터 여든 살에 이르기까지, 모두를 위한 사이즈를 제안했다. 또 남성복과 여성복의 경계도 해체했다. 남성이 여성복을, 여성이 남성복을 서로 바꿔 입고 즐길 수 있는 컬렉션을 만들었다. 즉 모든 세대, 모든 사람을 위한 컬렉션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그리고 새롭게 시몬 로샤를 접하는 이들에게 나의 아이덴티티를 소개하면서, 핸드크래프트 감성이 깃든 룩의 가치를 전하고 싶었다.

2010년 9월에 런던 패션위크를 통해 데뷔한 이래 어느새 10년이 지났다. 이번 협업이 지난 시간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을 듯하다. 디자이너로서 보낸 지난 10년을 반추하며 앞을 내다본다면?

이번 경험은 여러모로 나를, 디자인을, 나아가 내가 속한 세계를 성찰하는 계기가 되었다. 10년을 거쳐 20년을 바라보며 새롭게 이어질 경험을 통해 지속적으로 성장할 시몬 로샤를 기대해도 좋다.

시몬 로샤와 화상 미팅을 진행하는 H&M의 크리에이티브 어드바이저 앤-소피 요한슨.

Interview with H&M 크리에이티브 어드바이저 앤-소피 요한슨

다시 만나서 반갑다. 2019년 여름, 지난 게스트 디자이너 컬렉션 인터뷰를 위해 파리의 지암바티스타 발리 쇼룸에서 만난 기억이 난다. 그 이후 우리를 덮친 코로나로 모든 것이 변했다. 그래서 이번 협업 컬렉션은 더 남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이번 H&M 게스트 디자이너 프로젝트는 어떠한 과정을 통해 진행되었나?

Anne-Sophie Johansson 반갑다. 다행히 시몬 로샤와 나는 코로나의 영향을 받기 전인 2019년에 직접 만나 이번 프로젝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실로 오랜 시간 시몬 로샤와의 협업을 기다려왔고, 매우 즐거운 협업의 과정을 거쳤다. 시몬 로샤의 가치를 공유하며 서로에게 도움을 주는 진정한 협업 과정을 만끽했으며, 마침내 아름다운 컬렉션을 선보일 수 있게 되었다.

2004년부터 게스트 디자이너 협업 프로젝트를 시작한 H&M을 통해 독보적인 유명 디자이너들이 특별한 컬렉션을 선보이며 많은 이들에게 패션의 흥분과 즐거움을 안겨주었다. 새로운 게스트 디자이너로 시몬 로샤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게스트 프로젝트를 통해 오랜만에 여성 디자이너와 작업을 하게 되었고, 또 시몬 로샤는 함께하는 첫 아일랜드계 디자이너로서도 그 의미가 크다. 위시리스트에 오랫동안 이름을 올린 디자이너이기도 했고, 섬세한 눈으로 여성복을 바라보는 그녀의 관점이 매우 흥미로웠다. 이번 협업 컬렉션을 통해 그녀의 미적 다양성이 폭넓은 연령대와 사이즈에 담겨 선보여졌고, 그녀의 아이코닉한 감성을 담은 주얼리 등의 액세서리 컬렉션도 눈여겨볼 만하다. 이 빛나는 결과물을 나누게 되어서 매우 기쁘다.

지난 인터뷰를 통해 당신은 ‘진정한 협업이란 여러 경험을 공유하는 것에서 나온다’고 했다. 이번 컬렉션을 준비하며 디자이너 시몬 로샤와 함께한 여러 경험 중 특별히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다면?

패션계에서 일을 진행하다 보면 어느 정도의 드라마를 피할 수 없는데, 시몬 로샤의 디자인팀은 각자가 무엇을 해야 할지 매우 명확하게 알고 있는 안정적인 팀이라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H&M 디자인팀과 그녀의 팀이 새로운 컬렉션에 대해 논의하고 작업을 이어가는 순간에도 스피커에서 홀리데이 음악이 흘러나왔고, 우린 매우 편안한 상태에서 이번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었다. 매우 즐거웠고 좋은 추억이 될 만한 협업이었다.

시몬 로샤 특유의 로맨틱한 보 장식을 활용한 H&M X Simone Rocha 컬렉션.

시몬 로샤 특유의 로맨틱한 보 장식을 활용한 H&M X Simone Rocha 컬렉션.

이번 협업을 통해 시몬 로샤와 중점적으로 소통한 부분은 무엇인지 궁금하다.

게스트 디자이너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면 난 항상 디자이너의 입장과 고유의 방식을 존중한다. 이번 시몬 로샤 컬렉션은 특히 패브릭, 볼륨, 주얼리 등에 있어 그녀 고유의 스타일이 가장 적합한 방식으로 구현될 수 있도록 집중했다. 물론 그 과정은 쉽지 않았고, 더욱이 팬데믹 시기에 진행된 이번 협업은 H&M과 시몬 로샤 디자인팀 모두에게 실험이자 특별한 도전이었다. 그 과정에서 진정한 팀워크가 작용했고, 나아가 매력적인 남성복과 아동복도 함께 출시했다는 사실에 매우 흥분된다.

이러한 협업을 통해 얻게 되는 시너지와 의미는 무엇인가?

우선 그 의미 중 하나는 명민하고도 놀라운 디자이너와 만나서 함께 작업하는 과정 자체가 아닐까. 그리고 H&M이 지닌 전 세계의 폭넓은 고객에게 시몬 로샤를 소개하는 것과 더불어 그녀의 오랜 고객에게도 역시 새로움을 안겨줄 수 있다는 점이다. 기존의 시몬 로샤 컬렉션에 비해 접근 가능한 가격대와 디자인을 통해 시몬 로샤의 독창적인 세계를 경험하는 기회를 많은 이들에게 안겨주고 싶다.

패션 에디터
박연경
사진
COURTESY OF H&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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