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와인과 페어링 하기 좋은 신박한 메뉴 vol. 2

장정진

한국 와인을 제대로 즐기는 방법은 맛있는 음식과 함께 먹는 것. 신박한 조합으로 우리의 눈과 입을 즐겁게 하는 페어링 메뉴를 소개한다.  

류니끄

류니끄는 프렌치와 일식 레시피로 요리하는 하이브리드 퀴진으로 매달 국내 지역 한 곳을 선정, 제철 특산물을 이용해 지역 요리를 재해석한 요리를 선보인다. 류태환 셰프의 성 ‘류’와 특별하다는 의미를 지닌 ‘유니크’의 합성어를 레스토랑 이름으로 한 것처럼 이 곳에서는 그 어디서도 맛볼 수 없는, 독특하면서도 유일무이한 음식을 제공한다. 서천에 이어 다음 지역은 충남 예산으로 그 지역의 새로운 식재료를 통해 어떤 요리를 보여줄 지 기대가 된다. 주소 서울 강남구 강남대로162길 40

류니끄의 서천 인스피레이션

감미와 산미가 좋은 시나브로 화이트

쁘띠 마량 포구

단호박, 자하젓

꽃게 에센스

캠벨과 머루의 장점을 잘 살린 비원

소금 게장 비빔면

참돔&가지 '겉촉안바'

서해안 밥과 국, 서프 앤 터프

밀크 푸딩을 곁들인 감

밤 아이스크림

서천 인스피레이션 x 시나브로 화이트 & 비원

류니끄의 런치는 시작부터 강렬하다. 서천의 바다를 접시 위로 그대로 옮겨놓은 아뮤즈부시 ‘쁘띠 마량 포구’는 가을 전어와 서천 김을 켜켜이 쌓아 만든 초밥과 오징어 먹물 옷을 입혀 튀긴 대하 요리로 시나브로 화이트와 함께 서빙 된다. 전어의 짭짤한 염도가 시나브로의 산미와 완벽하게 맞아 떨어져 맛을 더 상승시켜주는 듯. 다음에 나온 자하젓을 곁들인 단호박과 증편과 함께 나온 꽃게 에센스까지 비린 맛을 세련되게, 식감의 차이를 두어 다른 맛으로 느낄 수 있게 한 것은 물론 와인과 위화감 없이 잘 맞춘 메뉴라는 것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페어링이었다. 단품도 충분히 맛있지만 시나브로 화이트와 함께 했을 때 더 큰 만족감을 선사한 것. 이제는 캠벨과 머루를 잘 브랜딩해 와일드한 균형을 자랑하는 비원을 맛 볼 차례. 처음 류니끄 스타일로 재해석한 소금 게장 비빔면이 나왔을 때 상상도 하지 못했던 조합이지만 막상 먹어보니 예상을 뛰어넘는 맛이었다. 비원 자체가 힘이 있어 다소 비린 맛을 잘 가려주고 머루 자체의 밀키함도 소금 게장과 잘 어울렸다. 다음은 동그랗게 말아 숙성한 참돔과 가지, 붕장어 뼈를 구워 오랫동안 끓인 소스를 곁들인 참돔&가지. 엄청난 감칠맛을 자랑하는 이 요리는 가지와 장어, 소스의 단맛이 와인과 잘 어우러졌는데 와인의 산도가 잘 받쳐주었다. 그 뒤엔 화이트 초콜릿 볼 안에 사과 주스와 솔잎, 오이 즙을 넣은 솔잎 볼로 입 안을 깨끗하게 씻어낸 후 이번 코스의 하이라이트인 식사 메뉴가 나왔다. 서천에서 나는 서래아 쌀을 서천 김과 새우, 베이컨을 넣어 감칠맛나게 지은 밥과 한국 스타일의 매콤한 미네스트로네는 감칠맛이 달라 따로 또 함께 할 때 새로운 맛을 선사했다. 밥도 마치 하나의 요리처럼 지극히 한국적이면서도 이국적인 맛으로 누구나 한 번 맛보면 감탄할만한 메뉴랄까. 좋은 와인은 좋은 요리와 함께할 때 더욱 큰 시너지가 난다는 것을 다시금 알려준 의미있는 페어링이었다.

SOOT  

오픈형 주방을 통해 보이는 화덕에서 제대로 된 ‘불 맛’을 보여주겠다는 믿음이 생기는 우드 파이어 비스트로 숯이 신사에 이어 성수에 두 번째 매장을 오픈했다. 비장탄과 장작을 활용한 ‘핫디시’는 참나무에 더해 사과나무 향을 입히는데 계절에 따라 장작도 구분해서 사용한다고. 하나로 정의할 수 없는 숯 스타일의 메뉴와 다양한 주류가 있는 만큼 자꾸만 찾게 되는 공간이다. 주소 서울 성동구 성덕정3길 8 2층

우아미와 램파이

스모어 타르트와 두레앙 브랜디

라탄과 우드 인테리어로 편안한 분위기의 숯

숯 성수의 입구

우아미(Wooami) 레드 x 파이 

셰프가 호주에서 일 할 당시, 스텝밀로 만들었다가 반응이 좋아 정식 메뉴가 된 램 파이는 숯의 아이덴티티를 가장 잘 보여주는 메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겉바속촉 파이 시트와 양고기, 토마토 처트니, 그리고 그릭 스타일의 요거트 소스까지 잘 쌓아 입에 한가득 넣으면 스모키한 향과 함께 담백하면서도 새콤한 맛이 입 맛을 돋운다. 이때 경북 영천의 우아미는 가벼우면서도 묵직하지 않은, 산도 등의 밸런스를 잘맞춘 피노누아 스타일의 와인으로 훈연된 요리의 맛을 잘 보완해주는 느낌. 와인이 곧 소스 역할을 하는 동시에 진한 오크향이 어우러져 묘한 시너지를 발산하니 이보다 더 좋은 궁합은 없을 듯. 

두레앙(Dureang) 브랜디 x 스모어 타르트 

거봉으로 만든 와인을 끓여서 증류한 후 오크통에서 5~7년간 숙성한 것이 바로 두레앙이다. 그 자체로는 맛이 없었던 거봉 와인이 환골탈태해 버터리하면서도 솔티한 느낌도 있는 훌륭한 브랜디로 탄생했다. 여기엔 홈메이드 마시멜로우와 솔티드 카라멜이 단짠의 조화를 이루는 디저트 스모어 타르트와 찰떡. 두레앙의 바닐라 향이 카라멜과 잘 어울리는 것은 물론 오크향과 스모키한 향이 조화를 이루며 부드럽게 입을 감싸준다. 식사를 끝내고 마무리로 제격일 듯. 

프리랜스 에디터
장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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