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 뮤지컬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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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적 팬데믹이 앞당긴 비대면 뮤지컬이라는 신세계. 대면이 원칙인 기존의 문법을 뒤엎은 비대면 뮤지컬이 공연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열 대안이 될 수 있을까?

2020년, 누구도 예상치 못한 전염병 시대를 겪으면서 넷플릭스를 필두로 한 고퀄리티의 비디오 콘텐츠가 종일 집에 갇힌 사람을 위로한다. 뜨거운 기세로 상승 중이던 K-POP 산업은 코로나19 사태에 대응해 온택트 콘서트와 같은 새로운 생존 방식을 고안해냈다. 전례가 없는 난망한 상황에서 돌파구를 모색하고, 위로의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이런 시도는 한국 공연계에도 거대한 변화를 가져왔다. 마스크를 쓰지 않은 관객은 퇴장당할 수 있다는 안내 멘트가 울려 퍼진 공연장에서 좌석 띄어 앉기는 기본이다. 뮤지컬 <캣츠>는 작품의 형식을 손보는 대신, 고양이 배우들이 마스크를 쓰고 객석에서 등장했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를 대표하는 뮤지컬 컴퍼니 중 하나인 EMK가 유튜브 크리에이터들을 바탕으로 사업을 확장해가는 MCN 기업인 샌드박스와 손을 잡았다. 오는 11월부터 ‘웹뮤지컬’을 론칭하겠다는 이들의 계획은 공연 산업의 근본을 뒤흔드는 수준의 변화를 품은 프로젝트다. 이러한 시도는 변화하는 제작 환경과 요즘의 콘텐츠 소비 양상에 재빨리 대응하려는 명민한 시도처럼 보이기도 한다. 사실 대극장 뮤지컬을 보려면 14만~16만원에 육박하는 큰 비용을 치러야 하고, 이런 고비용에 거부감을 지닌 사람이나 접근이 어려운 사람에게 어필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의미나 실질적인 효과는 가볍지 않다.

다만 현장성을 완전히 소거한 공연에서 관객에게 무엇이 남을지는 아직 의문이다. “전체 공연을 상영하는 온라인 생중계와 대비해 비교적 짧은 영상으로 구성된 숏폼 콘텐츠 형태로 제작될 예정”이라는 공식 보도자료의 말대로라면 ‘웹뮤지컬’은 뮤지컬이라는 장르가 지닌 현장성이 시대적 요구에 의해 매우 손쉽게 지워질 수 있다는 전제를 받아들인 결과물이다. 짧으면 90분, 길면 150분의 시간을 들여 풍성한 서사와 입체적인 무대 연기의 조화를 즐기는 뮤지컬 마니아들 입장에서는 “본질을 부정하는 아이러니한 시도”라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는 이유다. 코로나19가 공연계에 가한 타격의 심대성은 언급할 필요조차 없다. 불가항력적 상황을 뚫고자 그동안 많은 연극·뮤지컬 작품이 온라인 생중계로 공연을 홍보해왔고, 최근에는 시즌의 ‘뮤시즌’, PlayDB의 ‘월요 라이브’ 등이 오프라인 홍보를 대체하는 수단으로 떠올랐다. 그러나 ‘웹뮤지컬’은 애초에 오프라인 공연장을 찾는 사람들이 크게 줄어들 것을 전제로 삼으면서 이런 홍보 수단조차도 올드 미디어의 잔재로 만들어버린다. 예기치 못한 전 염병의 확산은 이렇게 콘텐츠의 본질을 바꿔놓기도 한다. 이제, 공연장을 찾는 관객과 찾지 않는 관객을 구분 짓는 벽은 더욱 견고해질 것이다. 누군가에게는 위험을 무릅쓴 취미 생활로, 누군가에게는 가성비 좋은 스마트 핑거 콘텐츠로 변모할 뮤지컬의 미래, 당신의 선택은 무엇일지 궁금하다.

박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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