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를 향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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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브 투 제로(Move to Zero)’ 캠페인을 통해 지속 가능성을 추구하는 나이키에게 제로는 새로운 시작이자 더 나은 미래를 제안하는 약속이다.

‘무브 투 제로’ 캠페인을 경험할 수 있는 파리의 나이키 하우스 오브 이노베이션 (Nike House of Innovation) 매장 전경.

나이키에게 ‘0’의 의미는 크다. ‘제로 탄소’와 ‘제로 폐기물’을 뜻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뉴욕에서 기후 변화에 대한 접근법을 처음으로 논의한 데 이어 그 구체화를 모색해온 나이키는 전 세계가 전례 없는 도전을 맞이한 2020년, 기후 변화의 심각성과 그에 따른 움직임의 필요성을 또다시 상기했다. 나아가 글로벌 연대 의식을 기반으로 환경 문제에 대한 브랜드의 노력과 해결책을 논의하는 화상회의를 진행했다. 최근 수많은 패션 브랜드가 지속 가능성에 대응하는 제품을 쏟아내고 있다. 하지만 신제품 개발이나 캠페인 차원이 아니라 오직 ‘환경 보호’를 위한 실질적인 움직임을 주 제로 한 소통,즉 현재 변화를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으며 사회에 미칠 파급력과 이후의 전개는 어떠할지를 논의하는 자리는 이례적이었다. 이 역사적인 논의에 초대된 <W Korea>가 보고, 묻고, 깨달은 순간을 공유한다.

나이키의 지속 가능성을 향한 움직임을 담은 ‘에어 포스1’ 운동화.

‘나이키 그라인드(Nike Grind)’로 탄생한 재활용 소재.

나이키의 재활용 소재를 사용한 ‘와플 레이서 크리에이터’ 러닝화.

‘스페이스 히피(Space Hippie)’ 프로젝트의 슈즈 박스.

‘Move to Zero’라는 슬로건이 인상적이다. 기후 변화로 인해 스포츠 경기가 열리지 못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나이키 지속 가능한 움직임이라는 설명을 들었다. 이 슬로건의 궁극적인 지향점에 대해 알고 싶다.

NIKE 기후 변화는 우리 시대의 가장 큰 위협 중 하나다. 나이키는 지구를 보호하는 것이 ‘기후 변화로부터 스포츠의 미래를 보호하는 것’이라고 믿는다. 그렇기에 스포츠의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제로 탄소’ 및 ‘제로 폐기물’을 목표로 기후 변화에 맞서는 ‘Move to Zero’ 프로젝트의 여정에 나섰다. 2030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획기적으로 줄이기 위해 과학에 근거한 목표를 추구하고 있으며, 이는 나이키라는 기업의 많은 부분을 이끄는 원동력이자 목표 설정을 이끈다. 그뿐 아니라 기후 변화에 대응하는 노력은 단순히 하나의 기업이나 조직의 역량을 넘어서는 도전임을 알기에,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줄여가기 위한 업계 전반에 걸쳐 협력 시스템을 구축할 예정이다.

패션 업계가 배출하는 쓰레기가 석유화학 사업 다음으로 지구 환경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보고서를 보고 나서 윤리적 책임을 더더욱 무겁게 느끼게 되었다. 이런 측면에서 폐기물을 신제품으로 전환한다는 ‘그라인드 프로그램’이 무척 궁금하다. 우선 ‘나이키 그라인드(Nike Grind)’란 나이키가 25년 전 기획한 프로그램으로 제조 과정에서 나온 폐기물과 더는 쓸 수 없는 제품을 다른 나이키 제품 제작을 위한 소재로 재활용하고, 그 소재를 아예 결이 다른 제품 제작에 사용할 수 있도록 돕는 프로그램이다. 환경 영향의 70%는 우리가 사용하는 소재에서 비롯되는 만큼 탄소 배출량을 줄이고 폐기물을 저감하는 데 무엇보다 소재 선택이 중요하다. 이에 대한 나이키의 접근 방식은 ‘제 품이 어떤 소재로 만들어졌고 사용 후 어떻게 다시 자연으로 돌아가 분해’되는지까지 책임지는, 순환형 미래에 대한 비전을 바탕으로 기존 제작 과정의 재해석에서 시작된다. 이 과정을 나이키 그라인드 팀이 함께한다. 한편, 지속 가능한 제품은 품질이 떨어진다는 오해가 종종 있다. 하지만 나이키가 약 10년 전에 선보인 플라이니트(Flyknit)가 대표적인 반대의 경우를 입증한다. 즉 플라이니트를 위해 개발한 대부분의 실이 재사용 폴리에스테르로 만들어졌는데, 그것과 똑같은 실로 우수한 기능성의 엘리트 선수용 러닝화를 만들었다.

착한 소비도 결국 소비라고 말하며 경계하는 이들도 있다. 그럼에도 재활용을 자원의 순환이라는 측면에서 보자는 움직임이 환경 문제에 또 다른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보는가. 물론이다. ‘에어 베이퍼맥스2020’과 같이 지속 가능성의 가치를 직접 보여주는 제품의 출시를 비롯해 폐기물과 탄소의 제작 과정 전반에 변화를 꾀하는 방식 역시 기후 변화에 직접적인 도움을 줄 수 있다. 실제로 2010년 나이키는 매립지에서 플라스틱병 75억 개를 수거한 다음 재활용 소재로 개발해, 리버풀 FC의 새로운 유니폼과 스포츠 브라 및 플라이니트 신발과 같은 제품에 활용했다. 연간 약 10억 개 플라스틱병을 제품 제작에 활용한 것이다. 최근 2년간 나이키 신발 제조 과정에 재활용된 폐기물의 99.9%는 매립지에서 나왔으며, 나이키 슈즈 및 어패럴 제품의 76%가 재활용 소재를 포함하고 있다. 나아가 환경에 영향을 적게 미치고 오래 지속되며, 재활용이 쉬운 신소재와 신기술 연구에도 막대한 투자를 병행하고 있 다. 나이키의 규모를 바탕으로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비중 있게 진행할 때, 업계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기준을 높일 수 있다. 이는 인류의 지구 환경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이미 예기치 못한 미래가 온 듯하다. COVID-19로 인해 일부 국가에서 사람들의 오프라인 활동이 제한적인 상황인데, 앞으로 ‘Move to Zero’의 메시지를 어떻게 확장해갈 계획인지 궁금하다. 나이키는 디지털 시스템이 소비자를 알아가고 그들과의 관계를 돈독히 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리고 우리 소비자들이 제품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어떤 소재를 사용하는지 등 제품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바탕으로 구매를 결정하려 한다는 것도 알고 있다. 최근 나이키는 공식 홈페이지인 나이키닷컴(nike.com)을 통해 ‘MTZ 배지’를 활성화했다. 현재 나이키에서 생산하는 2천여 가지 제품 중 지속 가능한 소재를 50% 혹은 그 이상 사용한 제품임을 인증하는 MTZ 배지가 부착된 제품을 클릭하면 어떠한 소재로 만들어졌는지 파악할 수 있다. 놀랍게도 이러한 제품에 소비자가 약 3배 이상 적극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는 지속 가능성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이다. 그 반응에 힘입어 올 하반기에는 이 기능을 나이키 앱(Nike App)을 시작으로 한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생태계로도 확대할 계획이다.

패션 에디터
박연경
사진
COURTESY OF NIK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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