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성한 모피, 눈부신 비즈와 글리터, 겨울에 입는 쇼츠, 아티스틱 프린트, 낭만적인 장식성. 2020 F/W 시즌을 사랑하는 남자의 패션 트렌드.
카디건의 컴백
한두 치수 큰 넉넉한 품과 긴 소매, 복고적인 무늬, 포근한 짜임이 편안한 오버사이즈 니트 카디건이 다시금 컴백했다. 너무 애쓴 티가 나지 않고 담백한 스타일을 완성하면서 실루엣의 재미를 더할 뿐 아니라 아우터를 벗으면 한껏 갖춰 입은 느낌도 나지 않은가. 때로는 목에 둘러 머플러처럼 활용하는 멀티 아이템이 바로 카디건이다.
모피 원정대
6년 전 칸예 웨스트가 회색 후디에 거대한 지방시 모피 룩을 매치한 파파라치 컷이 공개된 후 모피 코트는 그의 전유물이었다. 이후 해외 맨즈 매체에서는 칸예의 모피를 트렌드로 다룰 정도였으니까. 돌고 돌아 올겨울엔 라프 시몬스가 다시 북슬북슬한 거친 모피를 선보여 패딩 외 남자의 아우터에 대해 다른 선택지를 고려해보게 됐다. 발맹과 베트멍. 돌체&가바나는 볼륨감을 더한 야생적인(바야바를 연상시키는) 형태를, 펜디와 벨루티는 표면을 부드럽게 가공한 다채로운 패턴의 밍크를, 루이 비통의 버질 아블로는 폭스 퍼를 말쑥한 슈트에 매치했다.
한겨울에도 쇼츠
겨울엔 니트, 여름엔 리넨이라고 계절감을 강조하는 건 패션 세계에서 이미 고리타분한 방식이 되어버렸다. 이번 겨울 시즌에도 다채로운 쇼츠가 등장하며 시선을 모으는데, 드리스 반 노튼과 마르니, 구찌와 N˚21 등은 캐주얼한 아우터나 톱에 매치하거나 가죽과 슈트 재킷, 소품으로 변주를 더했다. 페라가모나 타카히로미야시타는 포멀한 재킷과 셔츠, 베스트로 점잖은 분위기를 내기도 했다. 여자로 치면 한겨울에 커다란 모피를 입고 맨다리에 힐을 신는 것만큼 짜릿한 쾌감이 느껴질 듯.
두르고 묶고
이번 시즌 머플러는 일단 크고 풍성하고 보면 될 일이다. 돌체&가바나나 엠포리오 아르마니, JW 앤더슨, 펜디 등에서 아우터만큼이나 따뜻하고 볼륨감 있는 디자인을 선보였으니 말이다. 풍성한 머플러가 없다면? 아크네나 마틴 로즈에서 그랬듯, 옷장에 있는 스웨터나 가을용 점퍼, 가죽 코트 등을 어깨에 두르고 매듭을 지어주면 된다.
70년대의 열기
프린트 실크 셔츠, 진주 목걸이, 나팔바지, 모피 스톨, 선글라스, 부츠와 장발… 화려하고 뜨거운 70년대의 그들이 돌아왔다. 스카프나 모피 스톨, 플랫폼 힐, 웨스턴 부츠처럼 록적인 무드의 보헤미안 소품을 곁들이면 현대판 믹 재거가 탄생한다.
- 패션 에디터
- 이예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