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초 스페인을 대표하는 화가의 작품집 <호아킨 소로야 – 바다, 바닷가에서>가 나왔다.
호아킨 소로야(Joaquin Sorolla, 1863-1923)는 클로드 모네가 ‘빛의 대가’라고 칭한 화가다. ‘빛’과 떼놓을 수 없는 프랑스의 모네가 추켜세운 인물이라니, 호아킨 소로야는 누구인가? 스페인의 해안 도시 발렌시아에서 태어난 그는 유독 바다와 바닷가가 등장하는 그림을 많이 그렸다. 20세기 초에는 파리에서 대형 개인전을 한 이래 5년 동안 세계를 돌아다니며 전시회를 열었다. 한마디로 당대의 잘 나가는 작가였다. 그러나 1차 세계대전과 다양한 현대미술 사조의 흐름에 휩쓸리듯 잊힌 작가이기도 하다. 그의 국내 첫 작품집인 <호아킨 소로야 – 바다, 바닷가에서>(HB PRESS)가 신선하고 반가운 이유다. 이 책은 호아킨 소로야의 작품 중에서 예나 지금이나 사랑받는 ‘바다’에 관한 작품을 추린 것으로, 대표작을 비롯해 나무판에 쓱쓱 그린 소품까지 소개한다.
“저는 언제나 발렌시아로 돌아갈 생각만 합니다. 그 해변으로 가 그림을 그릴 생각만 합니다. 발렌시아 해변이 바로 그림입니다.” 호아킨 소로야는 어부, 물놀이를 하는 아이들, 해변을 산책하는 여인들, 바다 풍경 등을 그 자리에서 아주 빨리 그려야 했다. 태양빛은 쉬지 않고 하늘 아래 모든 것의 겉모습을 바꾸므로, 순간의 모든 풍경이 금세 사라질 풍경이었기 때문이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물과 빛과 여유가 보인다. 물에 젖어 피부가 반들거리는 아이들의 살결을, 바람에 살포시 휘날리는 드레스 자락을, 올 여름 마음껏 누리지 못한 바다 풍경을 가만히 바라보게 해주는 작품집이다.
- 피처 에디터
- 권은경
- 포토그래퍼
- 장현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