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성민이 모델이 아닌 배우로서 카메라 앞에 섰다. 열여덟의 순간, 그리고 마의 19세를 지나 스무 살. 한성민은 계속 성장 중이다.
신기하다. 잡지 화보로 자주 보던 익숙한 얼굴을 이렇게 배우로 만나다니.
한성민 예전에는 촬영이 끝나면 인사하고 집에 갔는데, 오늘은 이렇게 인터뷰까지 한다. 나도 왠지 낯설다.
아마 모델일 때와 인터뷰 내용도 조금 다를 거다. 다른 기자들은 주로 어떤 걸 물어보던가? 아무래도 모델에서 배우가 됐으니까, 각각 어떤 매력이 있고 어떤 점이 다른지 많이 물어보더라.
큰일 났네, 나도 그걸 물어보려고 했는데. 그래서 모델에서 배우가 됐는데 각각 어떤 매력이 있고 어떤 점이 다르던가?(웃음) 하하하. 모델은 예쁜 순간을 남길 수 있어서 좋고, 배우는 좋은 캐릭터를 만나서 그 인물의 인생을 살 수 있는 게 매력이다. 모델은 카메라를 봐야 하고, 배우는 카메라를 보면 안 되고(웃음). 근데 연기를 계속하다 보니 이제는 카메라를 보는 게 조금 어색하다.
오랜만에 본업으로 돌아와서 촬영한 화보, 어땠나? ‘맞아. 이런 느낌이었지’ 싶다. 전에도 이 스튜디오에서 촬영한 적이 있다. 스태프들도 예전에 만났던 분들이라 반갑고. 화보 촬영장이 그립기도 했다.
모델 일을 시작한 계기가 재미있다. 자세 교정 때문이라고? 그렇다. 어렸을 때부터 키가 커서 움츠리고 다녔다. 초등학생 때 이미 160cm가 넘었으니까. 그때는 친구들이 ‘거인’, ‘넌 180cm까지 클 거야!’라고 놀렸다. 일부러 무거운 책가방을 메고 인터넷에 ‘키 안 크는 법’을 검색하기도 했다. 하도 구부정하게 다니니까 어머니가 모델 학원이라도 다녀보자고 제안했는데, 마침 나도 한창 <도전 슈퍼모델 코리아>에 빠져 있던 때였다.
영화 <낙인> 개봉, 웹 드라마 <트웬티 트웬티> 방영을 앞두고 있다. 요즘은 어떻게 보내고 있나? <트웬티 트웬티>가 지난주에 촬영이 끝났다. 드라마 후시 녹음을 하거나 다른 작품 오디션도 보고 있다. 내일은 <트웬티 트웬티> 제작 발표회가 있어서 여기 오기 전에 회사에 다녀왔다. 제작 발표회 준비를 할 겸 앞으로 어떻게 할지 고민도 하고.
그래서 앞으로의 방향을 잘 이야기했나? 배우로서 연기에 집중하기로 했다. 그래서 브랜드 룩북 촬영은 당분간 안 하기로 했다.
이렇게 정신없이 바쁠 때, ‘잘하고 있나’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보는 시간도 필요하다. 최근에 자취를 시작했다.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지니 생각도 많아지더라. 연이어 작품을 하면서도 계속 비슷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내가 잘하고 있는지, 부족한 면은 무엇인지.
연기를 해보니 가장 어려운 점은 뭔가? 캐릭터를 구축하 는 것. 대본에 쓰인 인물을 분석해서 나 자신으로 만들어야 하는데 그게 제일 힘들다. 대사를 외우고 연기를 하는 것도 먼저 캐릭터를 구축한 뒤에 할 수 있는 일이니까.
그래서 대본이 새까맣게 될 때까지 보고 메모하면서 연습하는 배우도 있더라. 개인적으로 대본은 깔끔하게 보는 편이다(웃음). 대신 옆에 두고 노트에 필기하면서 공부한다. <트웬티 트웬티>의 경우 극 중 다희 신만 따로 스크랩해서 아예 책으로 만들었다. 먼저 대본을 보고 인물의 감정선에 대해 꼼꼼히 적는다. 또 읽으면서 앞뒤 상황을 파악한 다음 느낀 감정을 한 번 더 적는 식이다.
예를 들어 ‘한성민이 커피를 마시는 장면’이 있다면? 커피를 마시기 전과 후의 상황을 살피는 거지. 그래야 내가 기쁜 표정으로 커피를 마셔야 하는지. 혹은 긴장한 듯 손을 떨면서 커피를 마셔야 하는지 방향을 정할 테니까.
그럴듯한데? 훗날 그 노트도 한번 보고 싶다. 글쎄. 글씨를 못 써서 누군가에게 보여주기는 부끄럽다(웃음).
그동안의 이력이 흥미로운 게 <열여덟의 순간>과 <마의 19세>, 이번 <트웬티 트웬티>까지, 모두 당시 본인의 나이와 같은 숫자의 작품을 했다. 맞다! 나도 그게 정말 신기하다. 나이에 걸맞은 작품을 해서 기분도 좋고.
이러다 내년에 <스물한 살>이라는 작품을 할 것만 같다. 오, 좋은데? 그런 작품을 구상하는 분이 있다면 연락 주셨으면 좋겠다.
곧 개봉할 영화 <낙인>으로 첫 스크린 데뷔를 하는 소감은? 인생의 첫 연기다. <열여덟의 순간>보다 먼저 촬영한 작품이다. 연기를 막 배우기 시작한 시점이었고 전혀 감을 잡지 못했다. 여러모로 부족한 게 보인다. 영화 스태프 언니가 잡지에서 나를 보고 감독님께 추천했고 그래서 오디션을 봤다. 고작 3회 차 촬영이 전부인데 크레딧에 주연이라고 되어 있더라.
정말? 나는 단역 정도로 생각했기에 놀랐다. 처음에는 이름 이 잘못 올라간 줄 알았는데 나중에 이정섭 감독님이 그만큼 중요한 역할이고 임팩트가 크기 때문이라고 하셨다. 편집된 영화를 봤을 때는 신기했다. ‘아, 이렇게 전개가 되는 구나. 내가 없는 장면에서는 다른 배우들이 이렇게 연기를 했구나!’ 하면서.
곧 방영될 웹드라마 <트웬티 트웬티>는 어떤 반응을 얻을 것 같나? 이제 막 20대를 보낸 이들이 ‘정말 공감한다!’ 같은 반응을 보이면 좋겠다. ‘스무 살이 되면 모든 게 바뀔 것이다’ 이런 환상이 있잖나. 막상 스무 살이 되고 보니 달라지는 게 별로 없더라. 나이 앞자리가 바뀌었다는 것, 운전을 할 수 있다는 것 외에는 똑같더라고.
그래도 성인의 자격으로 올해 8개월을 살아본 소감은? 8개월로는 아직 잘 모르겠다. 4개월 더 살아보면 그때는 뭔가를 말할 수 있을 것 같은데(웃음).
<트웬티 트웬티>의 다희는 어머니가 정해준 대로 인생을 사는 인물이다. 실제 본인의 모습과 비교해본다면? 다희가 어떤 계기로 인해 확 바뀌는 장면이 있다. 나도 그랬다. 예전에는 ‘이렇게 인터뷰를 길게 할 수 있다고?’ 싶을 정도로 낯가림이 심했는데, 일을 하면서 성격도 성향도 점차 변한다. 모범생이라는 설정도 좀 비슷하려나…(웃음).
그러고 보니 궁금했다. 어린 나이에 모델 활동을 시작했는데 학교생활이나 성적은 어땠는지. 믿기지 않겠지만 중 학교 때까지는 공부를 잘했다. 무려 전교권! 고등학생 때부터 모델 일을 병행하려니 스케줄 조정이 쉽지 않더라. 그래서 조퇴를 많이 했다(웃음). 하지만 선생님들과의 관계는 늘 좋았다. 수업은 빠져도 친구들 노트를 빌려서 공부했고 시험 점수도 꽤 잘 나왔다.
모델과 배우라는 직업과 관련한 것 외에 인간 한성민이 좋아하는 것들은 뭔가? 음식은 한식파. 고기와 나물을 좋아하고. 쉴 때는 영화를 많이 보는 편이다. 방 탈출 게임, 산책, 친구들과 해 뜰 때까지 수다 떠는 것도 좋아한다.
인터뷰를 준비하면서 ‘한성민은 눈이 정말 매력적이다’라는 댓글을 봤다. 나도 내 눈을 좋아한다. 내 이미지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 같고, 흔하지 않기도 하고. 눈썹도 괜찮게 생긴 편이다. 이른 아침이나 몸에 열이 나거나 긴장하면 눈 주변이 퉁퉁 붓기는 하지만(웃음).
한성민은 앞으로 어떤 인간으로 커가고 싶은가? 대중에게든 내 주변 사람들에게든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는 사람. 다들 아프지 말고 잠도 잘 자고 행복했으면 좋겠다. 나는 요즘 행복하다, 주변에 좋은 사람이 많아서 그런지.
- 패션 에디터
- 김신
- 글
- 박한빛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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