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루티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크리스 반 아셰(Kris Van Assche)와 함께한 ‘온택트’ 인터뷰.
전례가 없는 팬데믹 시대에 디자이너들은 어떻게 컬렉션을 준비하고 있을까? 패션위크가 본격적으로 디지털화되는 2021 S/S 맨즈 패션위크를 앞두고, 벨루티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크리스 반 아셰가 한국에서는 유일하게 <W Korea>와 화상 회의를 통해 시간을 가졌다.
전 세계가 팬데믹 시대를 살고 있다. 록다운 기간 동안 어떻게 시간을 보냈나?
크리스 반 아셰 컬렉션 준비로 바빴다. 록다운 전부터 준비하고 있었는데, 서로 만나서 일할 수 없는 상황이다 보니 캣워크를 비롯해 모든 과정을 디지털로 일을 진행했다. 록다운 상황 자체는 안타깝지만 그 안에서 우리 팀이 함께 일해가는 과정 자체는 꽤 순탄하고, 좋았다.
2021S/S 컬렉션을 위해 세라믹 아티스트 브라이언 로슈포트(Brian Rochefort)와 협업했다고 들었다. 브라이언과의 소통도 쉽지 않았겠다.
브라이언의 스튜디오가 LA에 있다 보니 우리는 이메일이나 줌을 통해 의견을 주고받았다. 나는 내 집에서 고양이와 같이 일하고, 브라이언은 그의 스튜디오에서 강아지와 함께 일했다. 그 장면을 떠올려보라. 소통 과정 자체가 정말 아름다웠다. 브라이언과 나의 커뮤니케이션 이야기는 7월 9일 영상을 통해 공개된다.
브라이언 로슈포트는 1985년생의 젊은 아티스트다. 유서 깊은 벨루티가 신진 아티스트와 협업을 하다니, 무척 신선하다. 어떻게 브라이언과 작업을 하게 되었나?
벨루티에서 2년 동안 일하면서 나 자신과 벨루티의 헤리티지에 집중했다. 일관성 있는 맥락을 만들어 하우스와 잘 융합시키려 노력했고, 꽤 잘해온 것 같다. 이번에는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영감을 얻고 싶었다. 사실 나는 10년 동안 세라믹을 수집해왔고, 최근 5년 동안 브라이언의 작업을 눈여겨 봐왔다. 그가 색을 사용하는 방식과 여러 색상을 레이어드하는 테크닉을 좋아했고, 그런 면들이 벨루티와 흡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브라이언의 작업을 보니 색상을 활용하는 방식이 무척 다채롭더라. 컬러는 벨루티 하우스의 중요한 요소이기도 해서 이번 컬렉션이 더욱 기대된다. 이번 컬렉션에 대한 힌트를 줄 수 있나?
브라이언의 작품을 찍은 사진을 앞에 두고 컬렉션을 구상해 나갔다. 실크, 울, 나일론 등 여러 가지 섬유를 사용해 옷에서 입체적인 세라믹 작품의 느낌이 날 수 있도록 했고, 스웨트셔츠 중앙에 브라이언의 작품을 자수로 표현했다. 옷뿐만 아니라 슈즈에도 그의 아트워크를 부분적으로 넣어 디테일을 살렸다.
당신 이야기도 좀 해보고 싶다. 당신의 사진들을 보다가 꽃을 굉장히 좋아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집에도, 사무실에도 당신이 머무는 공간에는 항상 꽃이 있고, 거리에서 꽃을 들고 있는 모습도 봤다. 팔에 튤립 타투도 새기지 않았나. 꽃을 좋아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
나는 할머니와 무척 친밀한 관계였는데, 할머니가 꽃을 좋아하셨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꽃을 사랑하게 된 것 같다. 지금도 파리에 있는 집 테라스에서 꽃을 키우고, 주말에 정원 가꾸는 것이 나의 일상이다. 꽃을 좋아하는 정확한 이유를 나도 잘 모르겠지만 나는 꽃이 패션이랑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꽃도 패션도 우리 생활에 꼭 필요한 것들은 아니다. 하지만 이 둘은 우리의 하루하루를 더욱 아름답게 만들어주는 것들이다.
인스타그램에 올리는 당신의 셀피도 인상적이다. 어떤 순간에 기록을 남겨야겠다고 생각하나?
딱히 특별한 이유는 없다. 보통 내가 매일 생활하는 도시에서의 일상을 담는다. 큰 의미를 두진 않는다. 아! 가끔 새 제품이 나오기 전에 티저처럼 찍어서 올릴 때는 있다.
작년에는 프랑수아 라파누르와 피에르 잔느레의 가구를 복원하는 작업을 했고, 이번엔 세라믹 아티스트와 협업했다. 예술을 사랑하는 당신이 다음 프로젝트를 위해 협업하고 싶은 분야가 있는지 궁금하다.
아직 이번 컬렉션을 완성해가는 단계라 다음을 생각하는 구체적인 계획은 없다. 물론 컬래버레이션 작업은 아주 흥미롭다. 진정한 아티스트, 장인들과 일하는 것이 흥미롭기 때문에 언젠가 또 다른 아티스트를 찾아 함께 일할 것 같긴 하다.
- 콘텐츠 에디터
- 진정아
- 사진
- COURTESY OF BERLUT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