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 서점에서 찾은 신간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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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의 나들잇길, 북적거리는 대형 서점 대신 동네 책방을 둘러보다가 품에 안아 온 신간 세 권.

아, 새벽에 잠 못 드시는 그분이요? 오운우 지음, 1인 출판

‘저요?’ 소리가 반사적으로 튀어나오게 만드는 제목. ‘성현’, ‘시언’ 등의 이름으로 글을 썼다는 작가의 이 에세이는 특정한 주제 없이 단상에 가까운 여러 이야기를 부담 없는 분량으로 이어간다. 주제라면 이러한 글을 쓰는 작가 자신이 바로 주제일까? 새벽에 깨어 있는 사람, 새벽의 고요를 가만 느끼곤 하는 사람이라면 작가를 잘 알지 못 해도 동질감을 가지고 책장을 넘길 수 있겠 다. ‘취향이 맞는 사람’이라는 글에는 이런 구절이 있다. “누군가가 나에게 추천하거나 선물해준 책이 우연히도 내가 좋아하는 책이거나 한 번쯤 봐야겠다고 생각하던 책일 경우에는 운명적 사람을 만난 듯 장벽 없이 쉽게 가까워질 수도 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 자리를 피하고 싶어지기도 한다. 공감이라는 측면에서의 나는 위로를 받는 기분이 들지만, 나와 비슷한 부류의 사람이 있다는 것이 늘 기쁨이 되는 건 아니다.’

심호흡의 필요 오사다 히로시 지음, 시와서

도화지에 붓으로 쓱쓱 칠한 느낌의 녹색 커버에 ‘ 심호흡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책을 어떻게 그냥 지나칠 수 있을까? 시인이자 아동문학가, 번역가, 평론가인 오사다 히로시의 대표 산문시집이다. ‘말을 심호흡한다. 또는, 말로 심호흡한다’고 후기를 쓴 시인은 멈춰서 가만히, 필요한 만큼의 말을 글로 썼다. 다정한 언어로 일상의 소중함을 말하는 이 시집은 일본에서 1984년에 출간된 이후 꾸준히 사랑받는다고 한다. 현대인에겐 심호흡과 깊은 한숨을 헷갈릴 일이 잦으니까. ‘선물’이라는 시에 이런 구절이 있다. ‘중요한 건, 자신이 어떤 사람이냐가 아니라, 어떤 사람이 아니냐는 것이다. 서두르지 않을 것. 손을 써서 일할 것. 그리고 하루하루의 즐거움을, 한 그루 자신의 나무와 함께할 것.’

따뜻한 식사 강하라 · 심채윤 지음, 껴안음

맛있으면서도 건강하면 충분히 좋은 음식이라고 생각했다. 이 책의 저자들은 거기서 더 나아간다. 채식이냐 육식이냐 같은 단순한 구분을 하기보다 건강하고 행복한 식사, 환경을 생각하고 지속 가능한 삶에 가까운 식사가 뭔지 떠올리길 권한다. 그런 마음을 담아 소개한 케토 채식, 토마토 국수, 콩과 채소 수프, 소이 요거트 등 갖은 요리와 레시피에는 소박하고 단정한 기품이 있다. 단순히 요리법을 소개하는 책은 아니다. 사이 사이 유기농과 자연 재배 농산물을 소개하고, 60여 곳의 농부님들 이야기도 녹였다. 무엇보다 저자 부부가 지난 4년간 가족과 실제로 요리해서 먹은 음식을 풀어놓은 만큼, 삶에 깊이 밴 진심 어린 태도를 느낄 수 있다. 일러스트 두 점이 별지 형태로 책을 껴안고 있는 특이한 책 디자인처럼 따뜻한 마음이 엿보이는 내용이다.

피처 에디터
권은경
포토그래퍼
장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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