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가 말하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 (Vol. 2)
머지않아 우리는 어떤 문화적 환경에 둘러싸여 있을까? 지금의 고민은 어떤 이야기를 향해 나아갈까? 음악과 공연, 영화, 방송, OTT와 IT, 아트와 디자인, 출판, 음식, 여행 등 다양한 업계에 몸담은 60명이 가까운 미래를 염두에 둔 각자의 화두를 꼽았다.
평범한 시민들의 세계에 전염병이라는 낯선 언어가 침입한 지 약 3개월이 흘렀다. 봉준호 감독이 몇 번이나 아카데미 시상식 무대에 오르는 비현실적 장면과 마스크를 손에 넣기 위해 아침부터 긴 줄을 서는 비현실적 장면이 같은 달에 시간차를 두고 벌어졌다. 생애 처음 겪는 이 낙차 속에서, ‘문화’를 예의주시하며 사는 잡지인은 관련 산업이 맞이한 갖가지 사정과 직간접적으로 운명을 나눴다. 외국에 본사를 둔 패션 브랜드, 멋지고 즐거운 일을 함께 도모하는 엔터테인먼트, 때마다 감상과 해석의 여운을 안기는 아트 페어, 이제는 잡지라는 지면과 공동운명체인 디지털에 이르기까지, 잡지가 매달 얽히지 않은 분야란 찾기 힘들었다. 문화계 각 분야의 베테랑에게 지금의 관심사를 반영한 ‘가까운 미래’에 대해 물은 이 기획은 불안과 비관이 세상을 잠식해버릴 듯한 기분이 들 즈음 출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전과 같은 태도를 유지하며 생산적인 일을 하는 사람들과 보다 희망찬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객관적 데이터를 바탕으로 날카롭게 트렌드를 예측했고, 누군가는 자신이 사로잡힌 사적인 화두를 꺼내놓았다. 최근 강력한 키워드가 된 ‘온라인 콘서트’나 ‘OTT’(넷플릭스, 왓챠처럼 인터넷을 통해 영상을 보는 서비스)를 두고는 서로 다른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어떤 이야기든 그 바탕에는 그들이 하는 ‘일’이 있다. <더블유>가 찾은 60개의 주제는 가까운 미래 이곳의 문화적 지형도와 상당히 긴밀할 것이다.
Art Design
구독하는 미술
경제학자 제러미 리프킨은 그의 저서인 <소유의 종말>을 통해 말했다. 물질을 ‘소유’하는 것이 아닌, 그 가치를 추구하여 ‘접속’하는 시대에 접어들리라. 그의 예언에 화답하듯 오늘날 구독 경제의 규모는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다른 예술 산업에서는 구독 경제 시대가 발 빠르게 개막했지만, 국내 현대미술은 다소 굼뜨게 반응하며 움직이는 추세다. 폐쇄적인 분위기 속에서 관객은 아직까지 전시장에 직접 방문해 작품을 관람하고 비평을 제기한다. 이때 온라인 플랫폼의 역할은 단순히 전시, 작가 소개와 홍보를 위한 1차 적 수단으로만 활용된다. 하지만 근래 온라인 플랫폼에 대한 현대미술계의 소극적 태도가 점차 변화하는 분위기다. 우선 올해 온라인 미술 구독 플랫폼인 ‘백그라운드 아트웍스(BGA)’가 론칭했다. 앉은 자리에서 미술 작품을 감상할 수 있도록, 하루 한 점의 작품을 콘텐츠화해 전용 앱을 통해 발행한다. 미술을 난해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을 위한 배려로, 한 편의 그림과 함께 소설가, 시인, 비평 가, 방송작가 등 다양한 분야의 필자가 쓴 짧은 에세이를 동봉한다. 이렇듯 다가올 근미래의 미술은 비판 의식, 자기 검열이 체화된 경직된 분위기에서 물러나, 멀게 느껴지던 미술을 관람자가 캐주얼하게 감상할 수 있도록 좀 더 느슨하고 대중 친화적인 방법을 모색하며 확장되지 않을까? – 추성아(독립 큐레이터)
각양각색 ‘콜렉티브’의 등장
미술의 길은 험난하고 고독하다. 그렇기 때문일까? 최근 여러 형태로 발전하고 있는 콜렉티브(다 수가 협력하는 아티스트 집단) 활동은 이런 현실에 대한 자연스러운 반응 같다. 전통적인 작가 콜 렉티브뿐 아니라, 비평가 콜렉티브, 기획자 콜렉티브, 특정 미디어나 공간을 중심으로 한 콜렉티브, 이 모든 것이 적절히 결합된 콜렉티브 등 그 양상도 다채롭다. 새로운 콜렉티브들은 연구와 생산뿐 아니라 미술을 사회적 제도 안에서 발표하고 지속시키는 양식을 고민한다는 점에서 일시적인 기업 활동이나 일종의 브랜드화 전략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예를 들어 통의동의 갤러리 팩토리는 ‘팩토리2’ 콜렉티브를 법인화했다. ‘팩토리2’는 팩토리로 대표되는 취향과 태도를 실현하는 양식이면서 그에 참여하는 개인들을 위한 강력한 보증이자 생산수단이다. 송고은, 장혜정을 중심으로 10명의 큐레이터가 모인 ‘Wess’는 삼선동에 위치한 전시 플랫폼인 동시에 그 자체로 아주 느슨한 큐레이토리얼 콜렉티브다. 2년간 한시적으로 유지되는 이곳에선 기획자들이 함께 임대료를 내고 6 주씩 각자의 프로젝트를 전시한다. 가까운 미래의 미술은 어떤 모습일까? 이 질문이 ‘가까운 미래에 어떻게 미술을 할 수 있을까?’의 동의어가 될 수 있다면 나는 가장 먼저 이들에게 묻고 싶다. – 윤율리(아카이브봄 큐레이터)
슈퍼스타의 작품을 온라인으로 공동 구매하기
김환기의 ‘산월’, 이우환의 ‘조응’, 천경자의 ‘금붕 어’를 온라인으로 공동 구매하기. 초고액 자산가의 전유물이었던 유명 작가의 작품을 온라인으로 공동 구매하는 시대가 개막했다. 지난 2018년 국내 최초로 론칭한 온라인 미술품 공동 구매 플랫폼인 ‘아트앤가이드’는 총 33작품(약 20억원어치) 의 공동 구매를 진행하고, 그중 11작품을 재매각하면서 평균 20%(연환산 71%)의 수익률을 올렸다. 공동 구매에 참여한 인원만 1200명 이상. 그동안 갤러리, 옥션을 필두로 하는 오프라인 미술 시장의 주요 고객이 50~70대였다면, 온라인 미술품 공동 구매 참여자는 20~40대가 무려 74%를 차 지한다는 사실이 주목할 만하다. 굳이 현장을 방문하지 않더라도 얼마든지 미술품에 투자할 수 있는 새로운 고객층이 형성됐다는 의미가 아닐까? 온라인을 통해 구매를 경험한 젊은 컬렉터들은 역으로 갤러리, 옥션과 같은 오프라인 미술 시장에서 직접 작품을 사기 시작했다. 이 무시무시한 흐름이 컬렉팅 시장을 어떻게 변화시킬지 벌써부터 기대된다. – 김재욱(열매컴퍼니 대표)
소더비로 간 스니커즈
취미에 돈을 아끼지 않는 밀레니얼 세대가 세계 미술 시장의 ‘큰손’으로 부상하며 컬렉터 시장에서의 소비 품목이 다양해지고 있다. 아트토이, 시계, 와인, 럭셔리 명품, 앤티크 가구 등 다양한 아이템을 수집하는 컬렉터들이 늘어나면서 과거 미술품을 수집하던 사람을 주로 일컫는 말이었던 ‘컬렉터’의 의미가 확장되고 있는 것이다. 밀레니얼 세대에서 뜨겁게 떠오르는 켈렉터블 아이템은 바로 ‘스니커즈’다. ‘소더비’를 비롯해 각종 경매 시장에서 스니커즈가 새로운 카테고리로 등장하는 추세다. 국내에서도 2030세대는 물론 중고등학생까지 스니커즈에 투자하는 ‘스니커테크’가 주요 재테크 수단으로 각광받을 정도로 스니커즈 시장이 하나의 사회 현상으로 부각되고 있다. 이처 럼 스니커즈는 이제 단순히 패션 아이템에서 벗어나 밀레니얼 세대의 컬렉팅 문화의 하나로 완전히 자리 잡고 있다. – 오세건(XXBLUE 대표)
앱으로 미술을 소장하는 시대
가상현실(VR)을 접목한 전시회와 미디어 파사드, 프로젝션 매핑, 인터랙티브 기술을 활용한 디지털 아트는 근미래에도 ‘대세’로 군림할 예정이다. 최근 VR·AR 아트 플랫폼인 ‘어큐트 아트(Acute Art)’는 동시대 최고의 인기를 구가 중인 작가 카우스(KAWS)와 손잡고 증강현실과 가상의 데이터가 혼합된 작품을 소유 및 거래하는 새로운 유형의 작품을 출시했다. 애플리케이션 상에서 판매되는 가상의 이미지를 소장자가 짧게는 24시간, 길게는 10일이라는 한정된 시간 동안 소유하는 형태다. 나아가 소장품을 SNS를 통해 공유할 수 있게 해 많은 사람이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미술 작품을 경험하고 소유할 수 있도록 했다. 이처럼 기술 문명의 진화 속에 미술을 소장하는 방식 또한 변화하고 있다. – 변지애(아트 컨설턴트)
‘연관성’에 주목하라
2007년 홍경택 등 ‘크리스티 스타’가 탄생하며 젊은 미술가의 가능성을 보여줬고, 지난 수년간 세계적인 단색화 열풍은 한국 미술의 가능성을 제시했다. 축하할 일이고 어깨 두드릴 일이다. 하지 만 그것이 본질이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시장은 계속해서 작품의 서열을 만들고 더 비싼 작품이 더 좋은 작품을 대변하는 것 같은 환경을 조장하지만, 사실 시장을 떠난 미술계는 다양성이라는 화두로 ‘Number One’이 아닌 ‘Only One’에 주목하고 있다. 트렌드를 좇는 것이 아니라 ‘의미’를 찾는 일에 주목하는 것이다. 이때 말하는 ‘의미’는 지금 여기, 즉 ‘컨템퍼러리’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작가가 무엇을 만드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가 왜 지금 여기서 이것을 만드는지를 주목하는 시대다. 더 나아가 작업을 누구와 어떻게 풀어가느냐까지 작가들에게 중요한 일환이 되고 있다. 더 다양한 방법으로 연관성을 찾아가는 것을 통해 의미가 발견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정기적으로 살아남을 작품을 찾는다면 작가는 물론 그가 주변의 많은 것들과 어떻게 연관성을 만들어가고 있는지 관찰하라. 살아남기 위한 발악으로 보일지 모르지만, 어쩌면 그 안에서만이 진짜 의미가 드러나는지도 모른다. – 박원재(원앤제이 갤러리 대표)
코로나19가 빚어낸 아트 시너지 효과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라 미술계는 위기에 직면했지만 온라인을 통해 국제적 결속을 꾀하면서 이를 극복하려는 시도가 활발하게 일고 있다. 최근 홍콩 경매를 취소한 서울옥션은 미국에 본사를 둔 온라인 아트 플랫폼인 아트시(Artsy)와 협업을 진 행했는데, 서로의 사이트에서 출품작을 감상하고 경매 응찰은 아트시에서 진행한 사례로 양사의 컬렉터를 교류하는 시너지를 낼 수 있었다. 주요 미술관들도 전시장에 오지 않더라도 작품을 감상할 수 있도록 VR 전시장을 오픈했다. 취소된 아트바젤 홍콩 역시 온라인 뷰잉룸을 통해 직접 관람하지는 못하는 상황 속에서도 예상보다 높은 호응과 판매고를 올렸다. 다만 이러한 현상에 대한 기저에는 해당 작가 작품에 대한 이해도가 있어야 한다는 기본 전제가 있다. 보지 않고도 머릿속에 작품을 상상할 수 있어야 ‘워킹’이 된다는 뜻이다. 이렇듯 아무리 전세계적 합종연횡과 결속이 일어나더라도 제대로 된 시너지를 내려면 해당 산업에 대한 교양과 이해가 뒷 받침되어야 한다. 또한 이러한 시대에는 작가의 명성이 크게 업을 좌우하기 때문에 신인에 대한 안배와 배려도 필요하다. – 최윤정(파라다이스문화재단 이사장)
‘초월된’ 전시장 경험
14세기 전 세계에 페스트가 덮치고 난 뒤, 그리고 양차 세계대전 이후, 예술은 오히려 잃어버린 가치의 환기와 전환을 모색하며 새로운 문화의 꽃을 피웠다. 21세기 들어 인류가 맞닥뜨린 코로나19라 는 재앙으로 예술은 새로운 임계점을 맞이했다. 마침내 그동안 누리던 일상의 가치를 다시 인식하고 돌아볼 때인 것이다. ‘동시성’과 장소성’ 이 두 가지 키워드는 그동안 공감대를 형성하고 관계를 맺는 상황의 기본 조건으로 작동해왔다. 이번 사태로 두 키워드의 확장 가능성을 탐색하고 새로운 형식의 제안이 풍성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예를 들어 전시 공간 디자인의 경우, 물리적 장소를 핵심 가치로 여기던 접근 방식으로부터 ‘초월된 공간성’을 위한 ‘상징’과 ‘분위기’에 초점을 맞춘, 즉 비물질적 장소 체험 연구가 활성화될 것이다. 이벤트가 열리는 정해진 시간에 해당 장소에 가지 않아도 그곳의 분위기를 느끼고 체험하면서 초월된 장소의 경험을 나누는 메타 향유의 기술이 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 김용주(국립현대미술관 디자인기획관)
물욕 없는 디자인
물욕이 사라지고 있다. 물론 반은 맞고 반은 틀린 말이다. 끊임없는 소유욕이 경험 가치에 대한 추구로 상당 부분 전환되고 있다고 보는 게 맞을 것 이다. 그렇다면 바야흐로 물욕 없는 디자인 시대를 맞이한 우리에겐 어떤 상품과 서비스가 필요할까? 과거 물건이 없어 만들어내던 시대를 지나 모든 게 흥청망청 넘쳐나는 시대에 ‘필요한’ 물건은 어떤 가치와 매력이 있어야 할까? “더 나은 제품 을 선택함으로써 더 적게 소비하고 더 오래 소유하는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한다”라고 한 디트로이트 데님 컴퍼니 대표 에릭 옐스마 의 말은 이 물음에 약간의 힌트를 준다. 디자인하지 않는 디자이너나 전직 디자이너를 자처하는 이들도 등장하고 있다. 무엇을 새롭게 디자인하는 것보다 오히려 디자인하지 않는 것이 더 고도의 테크닉이 되었 다. 미니멀리즘과는 전혀 다른 애기다. 사람들의 물욕이 점점 사라져가고, 코로나19로 컨택트에서 언컨택 트 사회로 급속하게 넘어가기 시작하는 지금, 디자이너들의 역할과 영역 환승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해봐야 할 때가 왔다. – 전은경(월간 <디자인> 편집장
진짜보다 진짜 같은, 페이크의 신세계
오랜 시간, 인류는 진짜와 가짜 사이에 위계를 두었다. 실재하는 것, 오리지낼리티 등이 각광받은 반면, 허구와 가상, 모조품 등은 진실되지 못하다는 이유로 무시하거나 멸시하기 일쑤였다. 하지만 시대가 변하고 세대가 변했다. 태어나면서부터 인터넷의 바다를 유영한 Z세대에게 진실과 가상의 경계는 무의미하다. 페이크퍼가 진짜 모피보다 ‘힙’해졌고, 비욘드미트의 식물성 고기가 새롭게 떠올랐다. 그뿐인가? AR 기술은 현실과 가상의 중첩 그 자체이고,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에서 보던 가상 세계 역시 대체 현실로 작동할 것이다. 흥미로운 것은 이 허구들의 핵심에 ‘진정성’이 자리 잡고 있다는 것. 소비자의 세대가 바뀌고 시장이 바뀌면, 창작자의 역할 역시 변화하게 된다. ‘진짜’를 포장하기 위해 애썼던 많은 디자이너들이 이제 ‘또 다른 진짜(대체 현실)’를 건설 하는 데 주목하게 될 것이다. – 최명환(디자인 칼럼니스트)
Architecture
버릴 것인가 고쳐서 쓸 것인가
물건이 넘쳐나고 소비가 미덕인 시대다. 새 것을 사는 일은 장려되지만, 고치는 일은 점점 더 번거로워지고, 버리는 일에도 돈이 든다. 그런데 이러한 상황은 건축과 도시의 규모에서도 벌어진다. 새 건물은 신나게 지으면서 그 건물이 낡으면 어떻게 할 것인지까지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래서 그 건물들을 고쳐서 써야 하는지 밀어버려야 하는지를 두고 고민한다. 어마어마한 비용이 들기에 결정이 쉽지 않다. 도시 재생이 화두가 된 지도 벌써 몇 년이 되었지만, 아직도 우리는 후련한 답을 찾지 못했다. 그런데도 이 문제는 앞으로 점점 더 큰 스케일로 우리에게 다가올 것이다. 그간 서울 구도심의 저층 건물에 한정된 고민의 대상이, 앞으로는 수도권과 지방도시로 그리고 고층 건물로 확대되지 않을까? 그러니 우리는 머지않아 고층 아파트를 버릴 것인지 아니면 고쳐 쓸 것인지를 고민해야 할 거다. – 전보림(아이디알건축사사무소 대표)
제조업과 서비스업의 근사한 이종교배
근래 디자인 산업의 최대 화두는 제조업과 서비스 업의 ‘트랜스포메이션’이다. 예전에는 삼성전자와 같은 2차 산업 제조사만이 경쟁사 대비 좋은 기능과 디자인을 갖춘 물리적 디바이스를 만들었다면, 최근에는 구글, 카카오 등 3차 플랫폼 산업이 이를 다양한 플랫폼과 연동되게끔 개발하며 나선 것 이다. 한마디로 제조업이 플랫폼을 품으려 하고, 서비스업이 디바이스를 제조하며 근사한 ‘이종교배’가 이뤄지는 셈이다. 과거만 하더라도 시각, 공간, 제품의 바운더리가 명확했지만, 점차 산업이 고도화하면서, 동시에 진화한 사용자 경험을 강조한 사회적 니즈가 반영되며 이러한 경계가 해체되는 추세다. 이러한 변화에 발맞춰 디자이너의 역 할도 크게 변화할 것이다. 디자이너는 하나의 개념을 다각적으로 접근할 줄 아는 만능 재주꾼이 되어야 하며, 때론 완전히 새로운 것을 발굴하고 발전시키는 발명가로 변신해야 할 것이다. – 이석우(SWNA 대표)
개개인에 침투하는 디자인
이제 집은 휴식의 공간을 넘어서 오피 스가 되기도, 학교가 되기도 한다. 극소수 부를 움켜쥔 사람들의 이야기가 아니다. 비교적 다수가 온라인 생태계를 기반으로 이러한 일상의 형태를 만 들며 변화에 앞장서고 있다. 즉 집이 세분화, 모듈화되고 점점 더 개인화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렇게 시작한 변화는 결과적으로 집이라는 공간이 도시의 일부 기능을 흡수하며 도시의 용량을 덜어주었고, 브랜드 관점에서는 이러한 변화에 발맞춰 더욱 압축되고 질 높은 경험을 고객에게 전 달해야 할 필요성이 커졌다. AI와 디지털 기술을 기반으로 하거나, 정반대로 친환경적이고 아날로그적 사고에 기반하는 등 저마다 주특기를 내세운 판매 전략은 기본이고, 독특한 콘셉트로 무장해 새로운 가치들을 경험할 수 있게 하는 단기적 공간(팝업)들이 중요해지고 있다. 반대로 장기적으로 투자되는 리테일 공간들은 온라인으로 구매할 수 없거나 공간적 경험이 접목된 기획 제품들을 내세우며 점차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현상들은 모두 디지털 경제에 붙은 가속도가 집이라는 공간에도 영향을 주고 기존의 프레임이 확장되면서 생긴 변화다. 지금 일어나는 모든 변화의 종착점에는 ‘개개인의 정체성’이 자리한다. 브랜드가 선보이는 콘텐츠는 무수히 다양한 개인에게 얼마나 자연스럽게 침투하거나 영감을 전달 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 될 것이다. 그러니 봉준호 감독의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이라는 인터뷰는 ‘참으로 시의적절하다’라고 평할 만하다. – 백종환(WGNB 대표)
질리지 않는 일상성이 깃든 건축
웨인 왕 감독의 영화 <스모크>에서 담배 가게 주인 오기렌은 13년간 같은 장소, 시간에 사진을 찍는다. 배경과 구도가 같은 사진을 보면서 소설가 폴은 “하나같이 같은 사진이군”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오기는 자세히 보라고, 매번 다른 인물이 등장하고, 날씨도 같은 것 하나 없다고 말한다. 우리는 밥을 먹고, 일을 하고, 잠을 잔다. 무심한 듯 반복된 일상 속에, 조금만 귀를 기울이면, 햇살과 바람, 그리고 계절 변화를 느낄 수 있다. 그러므로 우리는 담백하게, 또 고요하게 질리지 않는 일상을 영위하면 된다. 왜냐하면 우리는 이야기, 이미지가 범람하는 인스타그래머블한 세계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질리지 않는 공간을 위해선, 공간이 고요하게 배경으로 물러서야 한다. 여기서 고요함은 ‘울림’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 빛과 그림자를 통해 드러나는 공간은, 과하지 않은 형상과 물성이 조용하게 어울려야, 울림을 형성한다. 그리고 창은 눈을 현혹하지 않는 단정한 틀이 되어야 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건축은 빛과 그림자, 바람, 온기를 들이는 질리지 않는 공간, 즉 변화무쌍한 사계를 담는 틀이 된다. – 서승모(사무소 효자동 대표)
바야흐로, 스마트 건축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로봇기술, 드론, 가상현실 등으로 대변되는 4차 산업혁명이 도래하면서 세계 건축·건설 시장의 판도가 급격히 변화하고 있다. 정보통신기술을 기반으로 한 초연결, 초지능의 신기술은 경제, 사회 전반에 걸쳐 각 분야가 융합하며 혁명적 속도의 시대를 따라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국내외 건축계와 건설업계는 이러한 4차 산업혁명의 흐름에 발맞추어 빌딩정 보모델링(BIM)과 파라메트릭디자인, 디지털트윈, 로봇 3D 프린팅, 산업용 로봇, 머신 컨트롤 기술 등의 최첨단 IT 기술을 적극 활용한 스마트 건축· 건설 기술력을 관련 산업에 두루 적용하며 품질 확보와 생산성 향상에 앞장서고 있다.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한 디지털 빅데이터와 소프트웨어의 융합적 솔루션 개발을 통해 빠르게 확대되는 스마트 건축·건설 시장의 진화는 이미 현실화되어가며 우리의 건축·건설 환경을 혁신적인 디지털 세상으로 이끌어가고 있다. – 안정원(데일리 에이앤뉴스 대표이사)
BOOK, FOOD, TRAVEL
급소를 찌르는 소설
미국의 작가 데이비드 실즈는 소설이 살아남기를 원한다면 곧장 급소를 찔러야 한다고 말했다. 그것이 오늘날 읽고 쓸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이 말은 전통적인 소설의 핵심이었던 심리 묘사나 풍경 묘사, 의식의 흐름 따위가 현실의 삶에 비해 턱없이 느려졌다는 의미다. 앞으로의 소설은 더 빠르고 간소화되어서 시나리오처럼 간략한 지칭 만으로 많은 것을 처리해버릴 것이다. 게다가 종이책 소설은 그 본질상 덜 직접적이다. 편집자와 출판사, 수많은 제작 과정과 유통 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러나 웹에서 만나는 소설은 저자와 독자가 일대일로 연결되는 느낌을 준다. 그에 따라 소설의 문체는 더 구술적이고 에세이적인, 직접 말 을 거는 방식으로 변할 것이다. 사실 이런 변화는 이미 시작됐다. 어떤 사람들은 여기서 소설이라는 장르의 종말을 본다. 더 이상 밀도 높고 미학적인 문장을 볼 수 없을 거라고. 그러나 그 시대에는 그 시대에 어울리는 미학이 있다. 더 가벼워진 소설 의 문장은 삶과 예술의 경계를 더 가볍게 뛰어넘을지도 모르겠다. – 정지돈(소설가)
90년대생 시인이 온다
‘메일링’. 문예지 청탁 시스템에 의문을 품고 문단 권력에 대응하며 독자들과의 소통을 위해 1990년대생 시인들이 택한 방법이다. 1인 플랫폼이라는 점에서 기관이나 출판사에서 운영하는 기존의 웹진과는 다르다. 각개전투인 셈이니까. 2016년 중앙일보로 등단한 지 1년 만에 제36회 김수영문학상을 받은 문보영은 메일과 우편으로 일기 딜리버리를 운영하는 한편 유튜브 채널 ‘어느 시인의 브이로그’도 운영하고 있다. 문보영이 독자들과의 소통에 방점을 두고 콘텐츠를 개발하였다면, 2016년부터 독자적으로 활동을 시작한 나하늘, 2019년 등단한 김민서와 권누리, 2020년 등단한 차도하 등 최근 활동하기 시작한 1990년대생 시인들이 메일링을 하는 것은 자기 PR에 가깝다. 해 시태그 ‘문단_내_성폭력’이 미투 공론화에 크게 일조하면서 SNS로 담론의 장이 형성될 수 있다는 희망을 보았기 때문이리라. 이상문학상 저작권 비판에서 비롯된 문학사상 업무 거부, 자음과모음 신인상 상금 조항 수정 요구 등을 트위터로 옹호한다. 원고료 없는 문예지를 비판하고 문예지 청탁 시스템에 의문을 품으며 스스로 작품을 발표하겠다며 트위터로 자신의 메일링을 홍보한다. 메일링의 성공 여부를 논하기보다 오리엔테이션이 필요하다는 1990년대생 시인들의 발언에 주목해야 할 때다. – 권박(시인)
‘Small Thing’이 ‘Big Thing’이다
빨래가 모이면 빨랫감이 커진다. ‘Next’와 ‘Big’에 대해 정직하게 말할 수 있는 건 그 정도다. 하지만 투자는 미래학과 미래 예측에 근거해야만 하고, 투자가 이뤄지다 보면 미래가 되는 경우가 가끔 생긴다는 걸 사람들은 안다. 영국의 수학자 앨런 튜링이 ‘기계가 생각할 수 있을까?’라는 힌트를 던졌을 때, 그건 전문가들에겐 난센스였고 10년 전만 해도 AI는 가장 투자받기 어려운 응용과학 연구 분야 중 하나였다. 작년에 내 출판사에서 한국 최초로 앨런 튜링의 논문을 출판했다. 11년간 다니던 규모 3~40명의 회사를 나온 건 재작년이다. 수십 명 이상이 모여 이윤 추구를 목표로 한다는 집단이 앞으로도 매력적일 수 있을까? 공감이 안 되는 명분으로 울타리를 치고 패거리를 짓 는 것보다는 ‘Imagine all the people’의 개별성에 투자해보시기를. 출판 분야에서는 1인출판, 독립출판, 동네책방, 일간이슬아가 누구와 무엇을 할지 기대해볼 만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지금껏 세상이 있는 힘을 다해 작게 보여주려 애썼던 여자, 여자 이야기는 전혀 다른 사이즈를 드러낼 것 이다. – 조용범(HB 프레스 편집장)
전자책 시장의 폭발적 성장
2003년 제정, 2014년 개정되어 5년의 시한 재논의 대상 제도인 도서정가제 폐지에 대한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문제를 제기한 쪽은 웹 플랫폼 기반 콘텐츠 창작자와 서비스 제공자. 이는 웹 플랫폼 기반의 콘텐츠 시장이 이의를 제기할 만큼 그 덩치가 커졌음을 방증한다. 예상컨대, 현재의 종이책 시장과 웹 플랫폼 기반 전자책 시장은 각기 다른 정책의 대상이 될 것이다. 각기 다른 할인율을 가지고, 각각의 시장을 대하는 방향으로 진행될 것이라는 얘기다. 이미 시장은 빠르게 분화 및 재편되는 중이다. 전자책 산업은 태블릿으로 대표되는 디바이스와 도서용 스캐너 시장이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고 사회적 거리 두기라는 희대의 사회 운동의 영향 덕분에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존의 출판 시장은 종이책과 전자 책을 ‘책’이라는 명사 하나로 묶기에는 너무 다른 매체이며, 웹 플랫폼 기반 문학의 성장 가능성을 단기적으론 부정적으로 보고있다. 하지만 새로운 시스템이 나와 모두를 사로잡을 가능성을 무척 크다고 예상한다. – 유희경(시인, 위트 앤 시니컬 대표)
더욱 소소하고 확실하게 진화하는 독립출판
‘이게 책이 될까?’ 싶은 것이 책이 되는 세계가 독립출판물이다. 독립출판과 기성출판의 경계가 모호하고 독립출판물이 기성출판으로 가는 단계처럼 여겨지기도 하지만 확실히 독립출판이기에 가능한 것이 분명히 있다. 꾸준히 가정용 프린터기로 출력하여 자르고 손에 풀 묻혀가며 만드는 김종완 단상집, 한지에 비단을 사용한 바인딩 북인 <탐라일기>, 좀비들이 보는 뷰티 잡지 <캐서린 666> 등은 형태와 내용 면에서 실험적이고 독창적이다. 이처럼 대량 생산이 아닌 정성 들여 책을 만드는 건 독립출판 제작자들이 꾸준히 선택할 것 같다. 세상 흔하지 않은 ‘나만의 책’이 만드는 이들 에게도 구매하는 독자들에게도 특별한 경험을 선사할 테니까. 특별한 형태가 아니더라도 개인의 경험을 담은 에세이의 강세는 지속될 텐데 다만 확실한 취향이 반영될 것이다. 방탄소년단 팬 넷( 팀 누나즈)이 모여 쓴 수다집 <오늘의 할 일:방탄>은 여과 없이 그 대화를 담아냈고, 폴댄스를 배운 과정을 쓴 <난 슬플 땐 봉춤을 춰>는 누군가의 경험을 들여다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개인의 사소한 경험은 확실한 독자를 만날 것이다. – 황부농(이후북스 대표)
출판의 재정의
출판의 위기, 출판의 사양화는 이제 디폴트값이 되었다. 그런데 정말 그러한가? 근미래에는 출판의 정의가 바뀔 전망이다. 물론 종이 출판이 사라지지는 않겠지만 출판의 여러 형태 중 하나가 되지 않을까? 교과서, 학술서, 전공도서 등은 빠르게 전자책으로 전환할 것이며, 오디오북은 고전과 현대물을 가리지 않고 문학의 외형을 변형시킬 것이다. 문학 출판은 날로 확장하는 OTT 산업에 원 콘텐츠를 제공하는 하청업체가 될 수도, 반대로 다양한 콘텐츠의 생산자가 되어 넷플릭스나 영화사의 저작권 담당자를 괴롭힐 수도 있다. 이때 종이책은 더욱더 취향의 영역이 되어, 잘게 쪼개진 공동체의 귀엽고 소중한 굿즈가 될 것이다. 어쩌겠는가, 그렇게라도 종이 책장을 넘길 수만 있다면…. – 서효인(민음사 편집자)
다시, 에코 투어리즘과 공정 여행
사람들은 지금 여행을 안 가는 게 아니라 못 간다. 그러니 코로나19가 종식된 이후 여행업계엔 오버 투어리즘 이슈가 떠오를 텐데, 사실 그건 인기 명소와 관련하여 늘 존재했던 문제다. 어쨌든 코로나19가 일으킨 본의 아닌 긍정적 효과가 있다면 바로 ‘환경’에 대한 인식일 것이다. 여행이 환경에 미치는 부작용은 오래전부터 논의되었지만, 범지 구적인 인상을 남긴 건 인파가 사라지면서 청정 상태를 되찾은 여행지나 단 두 달 만에 멸종위기 동물의 개체수가 회복됐다는 뉴스를 통해서다. 비행 온실가스, 여행 과정에서 불필요하게 낭비되는 자원 등의 심각성을 깨닫고 ‘지속 가능한 여행’을 하자는 움직임에 비로소 세계인의 시선이 집중하 지 않을까? – 현예슬(지오코리아 해외 관광청 마케터)
다각도로 변화할 여행의 형태
발이 묶인 사람들 사이에서 ‘랜선 여행’이 퍼진 것처럼, 앞으로 오프라인 지형의 여행 형태도 크게 변화할 것이다. 자신이 택한 여정과 그 여정을 직접 계획했다는 그 자체에 만족감을 느끼는 여행자가 증가한 이후, 하나투어 같은 대형 여행사도 개인이 자유 여행과 패키지 여행 코스를 마음대로 설계할 수 있는 ‘차세대 플랫폼’을 마련하고자 400억원 가량을 투자했다. 무리 지은 대규모보다 소규모, 양보다 질을 택하는 여행법, 스마트 체크인과 무인 키오스크 같은 스마트 시스템은 앞으로 더욱 가속화할 것이다. 인파로 붐비는 대도시보다 자연과 오지를 찾아 떠나는 여행자도 늘지 않을까? 그 과정에서 ‘트레킹’이 각광받을 수도 있다. 최근 2~3년 사이 한국인의 해외여행 시장이 확장하는 데 큰 역할을 한 여행지는 저렴한 비용을 앞세워 발굴된 베트남 다낭이었다. 물리적 여행이 불안한 시대가 지속된다면, 진정 ‘고급화’를 충당할 수 있는 여행자들 위주로 여행을 꿈꿀지도 모르겠다. – 여하연(전 <트래블러> 편집장, <같이 밥 먹을래?> 저자)
거짓말처럼 되찾을 제자리
코로나19는 곧 잡힐 것이다. 인류의 능력을 신뢰해서가 아니라 성공에 대한 자본의 집착을 알기 때문에 그렇다. 그 병이 여행업계를 가장 먼저 집어삼켰듯, 여행업계가 가장 빨리 되살아날 것이다. 워런 버핏이 항공사 주식을 처분하고 대통령 보좌관도 병에 걸려서 트럼프가 용암처럼 화를 냈다지만, 미국인의 호들갑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 뉴욕 세계무역센터가 무너진 후에도 많은 사람들이 ‘이전으로는 돌아갈 수 없다’고 했다. 하지만 그 자리에 더 화려한 건물이 들어섰고, 그 참에 맨해튼은 치안을 강화해서 땅값이 더 올랐으며, 이제 남은 흔적이란 미국 공항 보안 검색대에서 신발까지 벗어야 하는 불편함뿐이다. 모든 건 생각보다 빨리 되돌아올 것이다. 여행의 맛을 안 사람들을 멈출 방법은 없다. – 박찬용(<매거진 B> 에디터)
개성보다 취향, 장르물
한동안 트렌드 서적에 많이 나온 단어 중 하나가 ‘취향’이다. 예전에는 ‘개성’이란 표현을 썼는데, 어느 날부터 ‘취향’이란 단어를 많이 사용한다. 두 단어는 비슷하면서도 다른데, ‘개성’이 남과 다름에 초점을 둔다면, ‘취향’은 욕구와 관심에 초점이 있 다. 바야흐로 ‘취향의 시대’에 웹소설과 웹툰으로 독자들이 옮겨가는 것은 당연한 결과 같다. 왜냐고? 장르 소설이야말로, 취향, 그 자체니까. B급 문화 혹은 특정 마니아에게만 읽힌다고 생각된 장르 소설이 요즘처럼 각광받는 날이 올 줄은 작가 들도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다양한 이야기, 색다른 소재, 기상천외한 전개로 매일매일 새로운 이야기꾼이 탄생하니 콘텐츠 관점에서도, 독자 입장에서도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 조홍열(교보문고 마케팅지원실 고객가치혁신팀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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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처 에디터
- 권은경, 전여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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