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스마라 아트 프라이즈 포 우먼 2020을 수상한 에마 탤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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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스마라 아트 프라이즈 포 우먼 2020’을 수상한 예술가 에마 탤벗(Emma Talbot)은 여성으로서 살아가는 개인적·보편적 경험을 작품에 담는다. 회화, 조각, 설치 등 다양한 매체를 활용해 동시대 새로운 여성상을 제시하는 그녀의 작품 세계에 대하여.

Emma Talbot. Portrait in the artist’s studio. Pictured with ‘When Screens Break'(2020). Photo: Thierry Bal.

막스마라 아트 프라이즈 포 우먼 2020’의 수상을 축하한다. 당신에게 어떤 의미를 갖는 수상일까? ‘막스마라 아트 프라이즈 포 우먼’은 자신의 커리어에서 결정적 시점을 맞이한 여성에게 그 무엇보다 의미 있는 상이다. 나 또한 수상을 계기로 커리어의 전환점을 맞게 됐다. 사별한 싱글 맘으로서 지난 몇 년 동안 작품 활동과 가정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고자 애썼다. 작품에 온전히 집중해야 할 단계에 직면했지만, 이런저런 리스크가 늘 따라다녔다. 그런데 이번 수상을 통해 작품에 온전히 집중할 기회와 스스로 발전하고 보다 폭넓은 활동을 이어갈 수 있는 시간과 수단을 얻게 되어 기쁘다.

앞으로 6개월간 이탈리아에 위치한 레지던스에 머물며, 내년 화이트 채플 갤러리와 콜레치오네 마라모티에서 공개할 작업에 몰두할 계획이라 들었다. 고전 신화, 섬유 장인 정신에 기반한 작업이 될 거라 밝혔는데, 좀 더 구체적인 내용을 말해줄 수 있는가? 스토리텔링을 통해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하는 방식에 흥미를 느낀다. 이번에는 여성 노인을 주인공으로 과거와 미래가 공존하는, 두 가지 이야기가 포개진 다층적 작업을 해볼 예정이다. 과거 이야기 속의 여성은 신화 속 헤라클레스의 과업을 수행하게 된다. 헤라클레스는 침략, 폭력, 절도, 속임수와 같은 방법을 이용해 도전 과제를 해결한다. 하지만 내가 그리고자 하는 여성은 헤라클레스와는 다른 방식으로, 예를 들어 공생주의와 상호주의, 협력의 원칙을 현명하게 사용해 과업을 완수해낸다. 그런 한편 미래 이야기 속의 여성은 영속 농업과 같은 원칙 아래 새로운 생활 양식을 찾아간다. 작품을 통해 던지고자 한 질문 중 하나는 ‘만약 힘이 다른 용도로 사용된다면 어떨까?’인데, 이처럼 힘의 사용 방향을 바꾸는 이야기를 통해 우리가 살고 있는 현대 사회와 그 안에서 과연 누가 강력한 힘을 지녔는지, 무엇이 중요하며 그 힘이 어떻게 행사되어야 하는지를 재정의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한다.

Emma Talbot. Installation view from 26 October 2019~16 February 2020. Curated by Yasmijn Jarram. Gem Museum Voor Actuele Kunst, The Hahue. Photo: Peter Cox.

Emma Talbot. 'How is your own death so inconceivable?'(2019). Acrylic on silk. Courtesy the artist.

최근 당신의 작업은 ‘여성’과 ‘노화’에 초점이 맞춰진 듯 보인다. 이러한 주제에 천착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또 당신의 작업과 구스타프 클림트의 1905년 작품 ‘여성의 세 시기(The Three Ages of Woman)’와의 상관관계에 대해서도 듣고 싶다. 클림트의 여성의 세 시기는 시간의 흐름에 따른 여성의 삶의 세 단계를 보여준다. 성을 자각하는 시기, 성을 향유하는 시기, 성적 매력을 상실한 시기로 말이다. 특히 작품 속 수치심을 느끼며 손으로 머리를 감싼 발가벗은 여성 노인은, 개인적으로 작품을 통해 가장 도전하고 싶은 여성의 태도를 여실히 보여준다. 나는 이 주제를 현대 정치의 역학 관계와 연결 지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현재 전 세계적인 유행병으로 노인의 선택 의지와 생존이 더욱 강조되고 있지만, 나는 노인을 미래의 모습을 알려주기 위해 해박한 지식을 활용하는 현명한 생존자로서 그려내고 싶다. 노화는 또 다른 ‘힘’으로 이해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당신의 ‘Your Own Authority’(2019) 연작에서는 얼굴이 지워진 여성의 모티프가 자주 등장한다. 이러한 장치를 통해 말하고자 한 것은 무엇이었나? 내 작품 속 인물은 종종 나 자신으로 인식되는데, 이는 외부보다는 내부적인 관점에서라고 볼 수 있다. 우리는 어딘가에 비친 모습을 볼 때를 제외하고는 자신의 얼굴을 보지 못한다. 그리고 우리가 세상을 바라볼 때는 마치 얼굴이 있어야 할 자리에 어떤 문이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래서 나는 이목구비가 없는 인물을 통해 우리 내면의 생각에 귀를 기울이는 동시에 일종의 간접 경험을 전달하고자 한다. 또 관람자로 하여금 그들의 모습을 투영시켜 스스로 이야기를 제공하는 화자가 되어볼 수 있기를 바란다.

패션과 순수 예술의 교집합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창조와 창의성이다. 레지던스에 머무는 동안 다양한 프린트를 새긴 실크 패브릭 아카이브를 경험할 생각에 벌써부터 흥분된다. 패션은 잠재적인 아이디어를 전달하고 그러한 아이디어를 미적, 물질적 창의성과 결합시키는 방법을 대중적으로 제안하는 분야다. 내 작품에 이와 비슷한 방식을 시도해보려 한다.

최근 작업에 들어오기 시작한 주제가 있나? ‘만약 힘이 다른 용도로 사용된다면 어떨까?’

피처 에디터
전여울
사진
Thierry Bal, Peter Cox, Courtesy of Emma Talb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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