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취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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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의 이야기가 당신의 관심사와 포개질 확률은 얼마나 될까? 주제도 소재도 확연히 다른 신간 세 권을 골랐다.

<하찮은 취향> 김기열 지음, 미메시스

물건에 애정이 많은 사람의 공간이란 미니멀리스트의 눈에는 아비규환의 전위극쯤으로 보일 것이다. 그러나 그 세계는 나름 정리된 복잡함과 무질서적인 질서라는 역설적 기준 아래 잘 돌아가고 있다. <GQ> 아트 디렉터 김기열도 물건을 참 좋아하는 사람이다. 디자이너답게, 맥도날드 햄버거 포장지와 아이 스크림콘의 슬리브 종이 하나에서도 레트로 감각을 보고 정을 느낀다. 그는 오랫동안 물건 사진을 찍었다. 폰트만으로 디자인된 겉모습에 반해 구입한 테스코의 글루 스틱(정작 종이에 잘 붙지 않는 풀이다), 베를린 주택가의 식당에서 마주친 클래식한 디자인의 후추 봉투, 런던 옥스퍼드 스트리트 매장에 있던 민트색 치실 등 남들에겐 사소할 물건 하나하나를 고이 모셔, 특별한 포트레이트로 기록했다. 한 사람의 수집 욕구와 맞물려 있는 건 그 사람의 취향과 역사다. 이 책에는 물건들에서 파생한 작은 이야기가 모여 있다. 예쁜 물건을 감상하면서 눈이 즐거 워지는 건 물론이다.

<스페이스 브랜딩> 김주연 지음, 북저널리즘

온라인 시대에 오프라인 공간의 기능과 정체성은 어떻게 달라져야 할까? 그건 뭔가를 팔고자 하는 많은 브랜드의 숙명 같은 고민거리다. 우리는 자주 온라인으로 쇼핑을 하고, 상품을 직접 확인할 필요가 있을 때 오프라인 공간을 방문한다. 브랜드의 멋과 정신을 뽐내면서, 고객이 당장 지갑을 열지 않아도 언젠가 열고 싶도록 임팩트 있는 인상을 남기는 공간. 한국에서 ‘공간 디자인’이라는 말을 대중화한 홍익 대학교 미대 교수 김주연은 탁월한 예시가 될 만한 ‘체험’으로서의 공간들을 분석했다. 프라다 에피센터, 젠틀몬스터, 현대카드 라이브러리 등이 어떤 브랜딩으로 공간을 완성했는지 친절하게 설명한다. 미우치아 프라다가 건축가 렘 콜하스에게 했다는 말이 인상적이다. “당신이 프라다의 방식을 재현하길 바라지 않는다. 쇼핑에 대한 개념을 바꿔주길 바란다. 전혀 다른 쇼핑 공간의 이미지를 원한다.”

<타인의 인력> 최영진 지음, 토일렛프레스

‘가슴에 떨어지는 쿵.’ 이 책은 그 ‘쿵’ 하는 진동의 진원을 살펴보는 마음에서 출발했다. ‘쿵’ 하는 소리 자체, 혹은 ‘쿵’ 하고 타격감을 일으키는 감동 말이다. 어릴 적 재미로 장구를 두드리다가 한국 음악의 길을 걷게 된 최영진은 소리공방 바라기 대표를 비롯해 직함이 많다. 국가무형문화재 제17호 봉산탈춤 이수자, 제5호 판소리고법 전수자이기도 하다. 그러니까 그는 한국 음악이라는 뼈대 하나로 무수히 가지를 뻗어나간다. 한 사람이 시도하는 한국 음악의 가능성이 얼마나 외연을 넓혀갈 수 있는지 기록한 이 책에서 가장 눈에 띄는 챕터는 전국 방방곡곡의 명인과 연을 쌓고 배운 이야기다. 산조 반주의 대가, 구음의 명인 등이 어떻게 훈련하고 사는지 늘어놓으며 지은이가 덧 붙이는 말은 ‘명인은 만들어지는 것이다.’ 그 누구도 트로트가 대한민국을 뒤흔들 거라 짐작하지 못했던 것처럼, 국악 장르에도 그런 날이 올지 모른다. 타(他)인을 끌어들이는 타(打)인의 이야기를 그저 지나칠 수가 없는 이유다.

피처 에디터
권은경
포토그래퍼
박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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