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크업이 이렇게 재미있는 거였나? 빈티지 할리우드와 유머, 80년대 스타일, 대담함과 자유분방함이 한데 녹아 있는 구찌 뷰티의 신제품 ‘마스카라 옵스뀌흐’와 함께라면 그렇다.
어쩌다 보니, 눈만 보이는 세상이 되었다. 이렇게 되고 나니 눈이 사람의 인상에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서로 눈을 마주 보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많은 것을 나눌 수 있는지 새삼 실감하게 됐다. 그 어느 때보다 집중받고 있는 눈은 타인과 내 영혼이 소통하는 데 가장 중요한 기관이 되었으며, 동시에 우리 얼굴에서 표현과 메이크업의 자유가 유일하게 허락된 곳이기도 하다.
‘불완전함’을 전면에 내세우며 뚜렷한 정체성으로 시작된 구찌 뷰티는 그 등장부터 센세이셔널했다. 불규칙한 치열부터 피부의 잡티까지 모델의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을 유쾌하게 담은 광고 캠페인, 빈티지한 패턴의 패키지와 대담하면서도 사랑스러운 컬러로 가득한 립스틱 컬렉션은 마치 ‘2020년의 뷰티라면 이 정도는 되어야 하지 않겠어?’라고 선언하는 듯 보였고, 미에 대한 확고한 철학은 강렬한 첫인상을 남기기에 충분했다. 빈티지를 사랑하지만 세상 그 어떤 브랜드보다 동시대적인 구찌 뷰티가 립스틱 다음으로 야심 차게 선보이는 아이템은 무엇일지 궁금하던 차에, 짜잔, 새로운 주인공은 다름 아닌 마스카라였다. 다양한 텍스처와 컬러, 화려한 패키지로 무장한 립스틱 컬렉션에 비하면 너무 단출한 거 아니냐고? 구찌 뷰티의 첫 번째 ‘마스카라 옵스뀌흐’를 바른 모델들을 보라. 그 카리스마는 립스틱 못지않게 강렬하다!
파스텔 핑크색 튜브에 손잡이는 홈이 촘촘히 파인 골드 스톤으로 장식된, 이 어여쁘기 그지없는 마스카라를 손에 넣자마자 당장 발라보았다. “메이크업을 통해 본인만의 방식으로 자유를 표현하는 진실한 사람들을 위해 나는 ‘마스카라 옵스뀌흐’를 만들었습니다. ‘모호하다’는 뜻이 주는 매력과 신비로움의 균형을 표현하고자 이름을 ‘옵스뀌흐(L’Obscur)’로 정했죠.” 알레산드로 미켈레(Alessandro Michele)의 이 말에 용기를 얻어, 나는 그동안 지켜오던 수많은 규칙에서 벗어나 손 가는 대로 자신 있게 쓱쓱 바르기 시작했다. 그러자 아침마다 칙칙한 얼굴을 가리기 위해 파운데이션을 바를 때와는 다른 느낌이 들었다. ‘메이크업 재밌는데?’ 한동안 잊고 지냈던 바로 그 기분이 떠올랐다. ‘깨끗하고 완벽하게 발라야 한다’는 강박을 내려놓는 것만으로도 메이크업이 자유롭고 편안하게 느껴졌다.
‘마스카라 옵스뀌흐’의 섬세하게 디자인된 엘라스토머 브러시는 적당히 가는 솔로 짧은 속눈썹까지 꼼꼼히 바를 수 있도록 디자인되었고, 크리미한 블랙 포뮬러는 바르자마자 속눈썹에 깔끔하게 밀착돼 번짐 없이 오랜 시간 그대로 지속된다. 한 올 한 올 깔끔하고 정교하게 바를 수 있도록 설계된 대단히 테크니컬한 제품이지만, ‘마스카라 옵스뀌흐’의 진짜 매력은 그렇게 완벽하게 바를 필요가 없다는 점이다. 쉽게 덧바를 수 있도록 만들어, 바르는 이가 자신이 원하는 룩을 맘껏 연출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개성을 펼칠 수 있도록 독려하기 때문이다.
이 마스카라 하나로 얼마나 재미있게 메이크업할 수 있는지는 구찌 유튜브의 튜토리얼 영상을 보면 알 수 있다. 지금 당장 ‘Gucci Mascara L’Obscur Tutorial’을 검색해보시라. 구찌 뷰티의 글로벌 메이크업 아티스트 토마스 드 클루이버(Thomas de Kluyver)는 이 브러시를 세우거나 눕히는 등 여러 방향으로 마스카라를 덧입히며 전혀 다른 룩을 완성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만약 절제되고 클래식한 마스카라 터치를 좋아한다면, 눈두덩을 살짝 다른 손으로 누른 다음(속눈썹이 위로 들려 마스카라 바르기가 쉬워진다), 브러시를 수평으로 눕혀 속눈썹 뿌리부터 위로 쓸어 올리면 그만이다. 80년대 펑크 뮤지션처럼 볼드한 룩, 인형처럼 또렷한 속눈썹을 연출하고 싶다면 마스카라 스틱을 수직으로 세워 바르면서 속눈썹을 부채꼴 모양으로 펼쳐주면 된다. 덧바를수록 좀 더 강렬한 눈매를 만들 수 있으며, 아래 속눈썹까지 터치하면 창을 활짝 열어젖힌 듯 눈매가 크고 시원하게 열린다. 튜토리얼 영상과 함께 광고 캠페인도 구찌 뷰티 특유의 유머와 즐거움이 넘쳐흐른다. TV를 보며 거품 목욕을 즐기는 주인공이 등장하는 80년대 스타일의 광고는 꿈 같은 장면 구성과 함께 아름다움이 불완전함에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마스카라 하나로 이렇게 밝고 재미있고 매력적인 세계가 열릴 수 있다니. 이 마스카라를 사용한다면 마스크로 입과 코를 가리지 않아도 눈만 보일 것 같다. 아름답게 강조된 속눈썹 때문에도 그렇고, 그것이 전달하는 메시지 때문에도 그렇다. 눈을 시원하게 열어 당신의 개성을 맘껏 표현하라. 메이크업의 즐거움은 당신의 것이다.
- 뷰티 에디터
- 이현정
- 사진
- Courtesy of Gucci, Martin Par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