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정우가 해커를 잡은 방법
“하정우 씨, 휴대폰을 해킹했습니다. 저는 블랙 해커의 일원입니다.”
하정우의 핸드폰이 해킹 당했다. 이 사건이 처음 불거진 건 2019년 12월 2일. 누군지 알 수 없는 인물이 하정우에게 사진첩, 주소록, 문자 등 개인 정보가 담겨있는 파일을 전송했고 협박성 문자가 뒤이어 날아왔다. “이렇게 연락해서 죄송합니다. 하정우 씨 휴대폰, 이메일 문자 메시지를 해킹했고 저는 급전이 필요합니다. 합의하시면 모든 자료는 폐기하겠습니다.” 정중하고 예의가 바른 청년이었다. 재미있게도 하정우는 이 메시지를 읽고 무시했다.
다음 날, 애가 탔는지 해커가 다시 한번 연락을 했다. 이번에도 정중했다. 하정우 역시 예의 바르게 답장했다. “저도 성실히 진행할 테니, 너무 재촉하거나 몰아 붙이지 말아주세요.” 하정우는 천천히 해커가 준 자료를 살펴봤다. 아주 사적인 자료들이 대부분이었다. 해커들이 요구한 금액은 무려 15억 원. 하정우는 너무 비싸다고 했다. 그리고는 돈을 마련하는 대신 경찰에 신고하는 방법을 택했다.
해커로 추정되는 인물은 ‘고호’라는 아이디를 썼다. 며칠 동안 카카오톡 메시지를 주고 받은 하정우는 급기야 말을 놓았다. 펭수 이모티콘을 쓰기도 하고, “하루 종일 오돌오돌 떨면서 오돌뼈처럼 살고 있다”는 농담도 했다. 해커 고호는 “계속 촬영을 하시니 건강을 잘 챙기라는 의미였다”라는 걱정까지 했다. 이렇게 대화를 이어가는 동안 하정우는 경찰과 수사망을 좁혀갔다. 고호 일당이 폰을 복제하는 방식으로 해킹했다는 걸 알아냈고 로그인 기록에서 결정적 IP를 확보했다.
결국 꼬리가 잡혔다. 해커 고호는 2019년 12월 19일, <백두산> 개봉일에 “최종 상의하고 답장 달라”는 최후통첩을 보냈다. 하지만 답장할 필요가 없었다. 이미 수사망은 고호의 은신처까지 다가갔기 때문. 결국 지난 7일. 서울중앙지검은 해커 일당 2명을 구속 기소했다. 안타깝게도 하정우를 협박한 ‘고호’는 도망쳤다. 중국을 통해 빠져나가 자금을 세탁한 것으로 전해진다.
피해자는 하정우 외에도 더 있었다. 이들은 올해 초까지 연예인 8명의 휴대전화 클라우드를 해킹해 협박했다. 5명은 울며 겨자 먹기로 돈을 건넸다. 금액은 무려 6억1천만 원에 이른다. 기술이 아쉽다. 좋은 일에 활용했다면 김택진 못지않은 인재가 됐을지도 모를 일이다. 해킹, 유명인만의 일은 아니다. 우리 모두에게 일어날 수 있으니 주의하다. 항상 말조심하고, 이상한 사진(?) 찍지 말고.
- 프리랜스 에디터
- 박한빛누리
- 사진
- GettyimagesKore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