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넬 하우스의 클래식한 유산이자 상징적인 패브릭, 트위드(Tweed). 지난 1월, 파리 쿠튀르 패션위크에서 처음 공개된 ‘트위드 드 샤넬’ 컬렉션은 가브리엘 샤넬이 사랑한 트위드의 고유한 특징이 특별한 하이 주얼리로 환생한 결과물이었다.
카멜리아, 진주, 리틀 블랙 드레스, 샤넬 슈트, 트위드 재킷, NO 5.
샤넬을 표현하는 키워드 중 하나인 트위드(Tweed). 매 시즌 새롭게 해석될 만큼 샤넬 하우스의 역사와 유산을 함께하는 소재이자 상징적인 아이콘이다. 패션전문자료편찬위원회에서 출간한 자료 사전에는 ‘샤넬 트위드’라는 용어가 따로 등록되어 있을 정도. “파리 오트 쿠튀르 하우스, 샤넬이 슈트로 즐겨 사용한 모양의 트위드를 총칭한다. 마디가 많이 있어 굵기가 고르지 못한 방모사로 짜며 색조는 낱 털 염색으로 미묘하지만 다채롭다. 촉감이 부드럽고 얇은 바탕짜기의 무늬가 큰 트위드라고 한다. 이 트위드에서 다시 실을 하나하나 풀어 추출하여 샤넬의 상징인 테두리 장식을 수작업으로 완성한다.” 트윌은 스코틀랜드어 ‘트윌(Tweel)’에서 유래한 말로, 능직으로 짠 천을 뜻한다. 잉글랜드와 스코틀랜드 사이를 흐르던 강인 ‘트위드 (Tweed)’에서 비롯한 이 직물은 환경에 영향을 받았을 것이다. 가브리엘 샤넬이 트위드에 매료된 연유가 있다. 1920년대, 여성의 사회적 위치와 경제력 상승이라는 변화의 물결이 일기 시작했고, 이들을 위해 전에 없던 편한 의상을 전개하고자 한 것. 그녀는 여유로운 소매와 편안한 걸음을 위한 활동적이고 실용적인 소재를 찾기 시작했고, 심이 없고 몸에 감기는 부드러운 질감의 트위드에 주목했다. 그리고 이 시기 그녀의 인생에 가장 중요한 변곡점이 되는 웨스터 민스터 공작과의 만남도 영향을 준다. 열애 중일 당시 가브리엘은 울 패브릭을 향한 자신의 애정을 재확인했다고 밝혔을 만큼 옷장에 들어 있는 필수 아이템으로 꼽았다. 남성복의 테일러링을 따르면서 여성을 위한 트위드 슈트를 만든 최초의 패션 디자이너가 되기까지 공작의 영향은 지대했다. 그와 만나면서 리비에라 해안의 몬테카를로에서 요트를 타고, 여행을 다니고, 차를 몰고, 스포츠를 즐기는 경험을 통해 활동적인 여성을 위한 옷을 만들고 싶었다는 그녀. 트위드의 소재가 되는 부드럽고 폭신하고 편안한 카디드 울(Carded Wool)에서 추출한 실은 빗질하지 않았기 때문에 오히려 자연스럽고, 불규칙적인 조직이 주는 매력을 품고 있다. 그녀는 워싱이 덜 되거나 부드러움을 품은 울을 선호했고, 트위드강의 물살로 씻어낸 트위드의 아름다움을 본능적으로 알아챌 능력을 품고 있었다. 그리고 트위드는 그 녀의 스타일 사전에 지금까지 영원히 지속될 발자취를 남겼다.
단단한 골드에 에너지를 더하는 방식으로 가브리엘이 그토록 애정했던 트위드의 아름다운 불규칙성에 주목한 것. 다이아몬드와 진주, 사파이어 등 다양한 원석은 여러 줄의 평면 위에 겹쳐지고 뒤얽혀 풍성한 질감을 완성한다.
지난 1월, 샤넬은 트위드를 대상으로 처음 선보인 하이 주얼리 컬렉션, ‘트위드 드 샤넬’ 주얼리를 통해 트위드 역사에 새로운 장을 열었다. “골드와 다이아몬드가 어떻게 손으로 짠 스코틀랜드산 울처럼 부드러워질 수 있을까? 메탈과 스톤으로 만든 패브릭에 어떻게 깊고도 순수한 리듬과 호흡을 불어넣을 수 있을까?” 이 질문에서 출발한 샤넬의 하이 주얼리 아틀리에는 특별한 분절 기법을 개발한 것으로 답했다. 단단한 골드에 에너지를 더하는 방식으로 가브리엘이 그토록 애정했던 트위드의 아름다운 불규칙성에 주목한 것. 다이아몬드와 진주, 사파이어 등 다양한 원석은 여러 줄의 평면 위에 겹쳐지고 뒤얽혀 트위드 같은 풍성한 질감을 완성한다. 독특한 꼬임을 드러내는 그래픽적인 힘은 완벽하게 수작업으로 이뤄지기에 가능했다. 45 개의 분절된 특별한 피스로 이루어진 컬렉션은 트위드의 고유한 속성을 표현하는 데 집중한다. 트위드가 지닌 깊이와 풍성한 질감에 대응하는 고급 소재는 트위드 웨프트 방식으로 연결되어 정교한 짜임을 구현했다. 세팅을 보면 그레인의 거친 부분을 최소화하기 위해 극도로 섬세하게 깎아내 부드럽고 편안한 감촉을 느낄 수 있을 것. 네크리스와 링, 브레이슬릿 등으로 구현된 트위드의 향연은 직물에서는 발견할 수 없는 예술적인 보석의 세계로 우리를 인도한다. 이번 2020 S/S 오트 쿠튀르 컬렉션의 오프닝 룩부터 등장한 블랙과 화이트 트위드 드레스가 주얼리로 환생한 듯한 ‘트위드 그라피크’의 네크리스와 뱅글은 화이트 골드와 오닉스, 다이아몬드와 쿠션 컷 다이아몬드를 일정하지 않은 방향으로 연결했고, 옐로 골드와 플래티넘, 진주, 오닉스와 다이아몬드를 비정형으로 엮은 ‘트위드 콘트라스트’ 링과 귀고리는 하우스의 힘과 독창성을 드러낸다. 옐로 골드에 플래티넘과 다이아몬드를 세팅한 ‘트위드 코르다쥐’의 브로치와 브레이 슬릿, 귀고리 역시 샤넬의 트위드가 품은 우아함과 클래식을 주얼리로 대변하는 듯하다.
1920년대 처음 등장해 제2차 세계대전 후 50년대 리뉴얼한 트위드의 파격적인 등장이 연상되듯, 트위드에 헌정된 ‘트위드 드 샤넬’ 컬렉션은 스코틀랜드 국경 에서 파리 방돔의 아틀리에까지 가로지르며 샤넬 하이 주얼리의 힘과 창조성을 표현하는 또 하나의 반짝임으로 기억될 것이다.
- 패션 에디터
- 이예진
- 사진
- COURTESY OF CHANE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