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바디 프로필을 찍는 이유.
최근 바디 프로필 촬영을 했다는 지인의 사진이 SNS 피드에 종종 보인다. 내 사진이 올라온 것도 아닌데 괜스레 얼굴이 빨개졌다. 피드를 빠르게 내렸던 기억이 난다. ‘좋아요’를 누르기도, 댓글을 달기도 머쓱했다. 사실 몇 달 동안 금주하고 닭 가슴살과 샐러드를 먹으며 운동하는 모습을 보며 ‘유난스럽다’는 생각을 한 적도 있다. 몸을 만든다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먹고 싶은 걸 참으며 매일 운동하는 게 보통 의지로는 할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그랬다. 정말 철부지에 바보 같은 생각이다. 세계가 질병으로 소란스럽다. 건강, 웰빙, 자신감 등의 키워드가 꾸준히 이슈가 되며 이제는 그들의 모습이 조금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다. 생각해보니 목표를 세우고 노력했던 게 언제였던가. 고 3 때도 공부를 안 했으니 아마 평생 없었던 게 아닐까. 의자에 앉을 때 접히는 두툼한 뱃살을 만지며 늘 입으로만 다이어트를 외쳤던 자신을 반성했다. 얼마 전, 패션 화보를 찍으며 종종 작업했던 전힘찬 포토그래퍼를 만났다. 최근 바디 프로필 스튜디오를 오픈했다는 그와 이런저런 사담을 나누다가 예약하려면 대기표를 뽑아야 할 정도라는 이야기에 문득 궁금해졌다. 대체 바디 프로필 촬영의 인기가 어느 정도인지. 어떤 과정으로 촬영을 하는지. 그리고 나 같은 통통이도 촬영할 수 있는지. 합성으로 권상우 복근을 장착할 수 있는지도.
얼마 전, 바디 프로필 촬영 스튜디오를 오픈했어요.
인물 사진 스튜디오를 2017년 6월부터 시작했어요. 바디 프로필에 관한 문의가 계속 있었어요. 그 당시 제가 추구했던 건 베이직하고 오래 볼 수 있는, 유행 안타는 사진이었거든요. 그래서 새로운 브랜드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배경도 컬러풀하고 다양한 소품을 활용한 사진. 그래서 론칭한 게 ‘밸런스버튼’ 스튜디오에요.
요즘 바디 프로필 사진이 유행인데, 다른 곳과 차별화되는 실장님만의 철학이 있나요?
바디 프로필뿐만 아니라 뭔가를 사진으로 남길 때, 보여주고 싶은 걸 강조하면 촌스러워질 수가 있어요. 이를테면 내가 차를 바꿨어요. 근데 너무 적나라하게 차가 나오게 사진을 찍으면 차 자랑이 되어버려요. 바디 프로필 사진도 비슷해요.몸매,근육이 강조되는 게 아니라 사진 자체가 예쁜데 거기에 같이 나온 몸도 예쁘게 나오는 사진이었으면 해요. 지인에게 보여줬을 때 남사스럽지 않은 사진. 내 자식들에게도 보여줄 수 있는 사진을 지향합니다.
주로 어떤 사람들이 많이 오나요?
처음에 브랜드 론칭하면서 생각했던 건 대회를 준비하는 선수, 피트니스 트레이너, 필라테스 강사들이 많이 찾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근데 아니더라고요. 프로그래머, 주부, 금융컨설턴트 등 다양한 직종의 사람 들이 찾아와요. 그냥 지금 운동을 하고 있거나 운동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관심을 가져요. 그리고 ‘올해는 꼭 운동을 할거야’라던가, ‘몇 달동안 운동해서 올해는 촬영을 해야겠다’라는 생각에 먼저 예약을 하고 그걸 목표로 운동하시는 분들도 있고요.
실제로 몸매가 좋은 분들이 많나요? 몸매가 좋지 않아도 찍을 수 있을까요?
각양각색입니다. 처음에는 ‘몸매가 좋아야 사진이 잘 나오겠지’, ‘몸매가 좋은 사람들이 찍고 싶어할 거 야’라는 생각을 했어요. 아니더라고요. 제가 생각한 기준에서 몸매가 좋은 게 아니었는데 아름답게 표현 되는 분들도 많아요. 얼마나 다이어트를 했는지, 근육을 크게 키우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더라고요. 처음 촬영하시는 분들은 그런 풋풋함이 묻어날 수도 있고 누군가는 본인의 표정과 분위기와 잘 어울리는 몸매를 가지고 계신 분도 있어요. 이제는 ‘어떤 몸매가 좋은 몸매다’ 이런 말을 함부로 못하겠더라고요. 정말 저마다의 아름다움이 있어요.
의상은 어떻게 하나요? 헤어 & 메이크업은요?
보통 의상은 본인이 직접 준비해요. 헤어&메이크업은 저희와 연계된 숍을 소개해 드릴 때도 있고 다른 곳 에서 받고 와도 상관없어요. 본인이 직접 해도 되고요. 촬영에 필요한 배경지나 소품들은 저희가 준비합니다.
어떤 과정으로 예약을 하고 촬영을 하나요.
카카오 채널을 통해서 예약을 받고 있어요. 원하는 날짜를 몇 개 주시면 스케줄을 잡아드려요. 촬영장에 도착해서 촬영하고 셀렉과 보정을 바로 해드립니다. 현장에서 직접 사진을 고르고 옆에 앉아서 ‘여기 좀 더 줄여주세요. 키워주세요. 보완해주세요’ 하는 게 좋더라고요. 그래서 최종본 파일이 당일에 바로 나옵니다.
촬영 전에 사람들이 가장 많이 고민하거나 걱정하는 부분은 뭔가요?
‘이런 촬영 처음인데 잘할 수 있을까요?’, ‘표정과 포즈 잘할 수 있게 도와주실 수 있어요?’ 저라도 그럴 것 같아요. 누구나 카메라 앞에 서면 얼잖아요. 그래서 저희도 최대한 풀어드리려고 촬영장 분위기를 재미있게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두 번째는 ‘어떤 옷이 예쁠까요?’ 사실 딱 정해진 의상이라는 게 없죠. ‘바디 프로필을 찍으려면 이런 옷을 입어야해’라고 규정하는 순간 개성 없는 사진이 되어 버리거든요. 정말 걱정되면 옷을 많이 가져오면 됩니다. 마지막으로 ‘제가 날짜를 예약하긴 했는데, 그때까지 몸을 다 못 만들 것 같아요. 리터칭 많이 해주시나요?’ 물어봐요. 그분이 미처 신경 쓰지 못했던 부분까지 보완해드립니다. 부자연스럽지 않은 선에서요(웃음).
실장님도 촬영할 생각이 있으신가요?
사실 이 ‘밸런스버튼’ 스튜디오를 론칭하기 전부터 ‘내년에는 바디 프로필을 남겨야겠다’는 생각으로 피트니스센터에 다니면서 준비를 했어요. 그냥 자료 검색을 하는 것과 내 사진을 찍으려고 레퍼런스를 검색 하거나 준비하는 건 확실히 다르더라고요. 저는 6월 10일에 찍을 겁니다(웃음).
- 프리랜스 에디터
- 박한빛누리
- 사진
- Courtesy of 밸런스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