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블유의 목소리로

W

2005년 창간한 <더블유>는 어느덧 올해로 열다섯 살을 맞이한다. 서가에 꽂힌 180권의 잡지가 의미하는 것은 가장 명철한 눈을 밝히며 당대를 표현하고자 했던 180가지 외침과 다름없을 것이다. <더블유>가 그중에서도 가장 또렷하게 빛난 칼럼들을 소개한다. 총 4번에 걸친 로고 변천에 따른 20가지 외침을 말하는 이번 기사에는 동시대 젊은 그래픽 디자이너도 함께했다.

THE BEGINNING

15년 역사의 시작이었던 20053월호는 건축가 안도 다다오, 디자이너 스텔라 매카트니, 사진가 아라키 노부요시, 배우 줄리 델피 등이 전하는 축하 메시지와 함께 첫 장을 열었다. 15년에 걸쳐 <더블유>를 지휘한 이혜주 편집장은 에디터스 레터에 <더블유>만이 가진 색깔을 정확하고도 재치 있게 선언한다. “<더블유>의 키워드는 도발입니다. 이는 자아 도취적인 쇼킹함이나 언더그라운드적 감성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예리하고 질 높은 창의적인 발상의 도발을 의미합니다. ”

Ⓒ GIAMPIERO GASTALDI

그래픽 디자이너 맛깔손 X 2005년 3월호 279페이지

“창간호 표지에서 가장 인상적인 점은 1도 흑백 사진과 세리프체로 쓰인 제호의 극명한 대비다. 흑백 사진과 로고에 칠해진 보라 색이 전하는 이미지, 커버라인을 채운 다채로운 문구가 심플하면서도 힘차게 다가온다. 창간호를 들고서 2020년을 맞이한 지금, 앞으로 <더블유>가 무엇을 보여줄지에 대해 머릿속으로 더듬어봤다. 디자인 소스로 사용한 이미지는 279페이지에서 알베르타 페레티의 시폰 드레스를 입은 장윤주의 손이다. 가녀린 허리를 더듬는 그녀의 손을 포스터의 중앙에 배치했다. ”

Ⓒ ALEXIA SILVAGNI

2005.03 The Power of W

‘지구 위 모든 W는 힘이 세다. 세상의 결합과 상징과 현명함에 대한 <더블유>식 해석’이라는 주제로 창간호를 연 20053월호에서는 잭 포즌, 존 갈리아노, 알베르타 페레티 등 당대를 호령한 9명의 톱 디자이너와 함께한 총 28페이지의 패션 화보를 소개한다. 한국인 모델 송경아, 장윤주, 노선미는 뉴욕, 밀라노, 파리를 누볐으며, 사진가 데이비드 변, 기암피에로 가스탈디, 알렉시아 실바그니는 기꺼이 그녀들을 향해 뷰파인더를 돌렸다. ‘The Power of W’라는 외침에 걸맞게 당대의 상징적 디자이너, 모델과 함께하며 <더블유>의 담대한 시작을 알렸다.

Ⓒ 오중석

2005.08 Addicted to Love

20058월호는 갈수록 건조해져만 가는 우리에게 넘치는 에너지를 주유해주는 사랑 이야기로 포문을 열었다. 특히 오중석, 박지혁, 이건호 등 국내 사진가 5명이 합작한 패션 화보는 농밀한 사랑의 시퀀스를 보여준다. 그중에서도 사진가 이건호가 촬영한 ‘Happy Together’는 당대 상업 패션지에서 좀처럼 다뤄지지 않던 LGBT의 사랑을 전면에 내세웠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1998년 개봉한 왕가위 감독의 영화 <해피 투게더>에서 모티프를 얻었으며, 이태원에 위치한 클럽 ‘트랜스’에서 촬영한 16장의 사진 아래에는 화보 속 인물들의 치열한 자의식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독백이 주석처럼 달렸다. 끝으로 기사의 마지막 페이지에 실린 독백을 소개한다. “남들처럼 만나고, 남들처럼 싸우다가, 남들처럼 화해하고, 그리고 남들처럼 사랑을 확인하고… 우린 그렇게 연인이 되었다. 평범한 이들처럼…”

Ⓒ 이건호

2006.07 Welcome to W-Airline

2006년, 여름의 한복판에서 발행한 7월호에서는 <더블유>가 가상의 항공사로 변신해 바캉스 서비스를 전했다. “그날 밤, 별 다섯 개짜리 호텔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나”라는 문장으로 시작하는 칼럼 기사 ‘Starry, Scary Night’에서는 휴가철 특급 호텔에서 벌어진 기상천외한 사건들을 재치 넘치는 입담으로 소개한다. 특히나 실소를 터지게한 한 문장을 여기에도 소개한다. “부지런한 하우스키핑 담당은 매일 아침, 정액으로 범벅이 된 SM 잡지나 피가 묻은 가죽끈, 모피가 달린 수갑 등을 치우며 상쾌한 하루를 시작한다!” 흥미를 돋우는 피처 기사의 뒤로 등장하는 화보 ‘The Unknown World’에서는 분위기를 전환해 드높은 하늘과 끝도 없이 펼쳐진 대지에서 포착한 여름의 어느 날을 소개한다.

2007.04 www.wkorea.com

거미줄처럼 얼기설기 엮인 인터넷망인 월드 와이드 웹(WWW)은 패션에도 수많은 영감을 불러일으켰다. <더블유>의 웹사이트 주소를 내세우며 발행한 20074월호에서는 물리적 경계가 붕괴된 가상현실에서 모티프를 얻은 다양한 기사를 소개한다. 특히 ‘황진이, 앤디 워홀, 마리 앙투아네트가 살던 시절에 블로그가 존재했다면?’이라는 기묘한 상상력에서 출발한 칼럼 ‘그들도 우리처럼’에서는 에디터가 황진이, 앤디 워홀, 마리 앙투아네트에 이입해 그들의 가상 블로그를 그려 나갔다. 1966825일 앤디 워홀, 아니 앤디 워홀에 이입한 에디터는 가상의 블로그에 이런 문장을 남기기도 했다. “에디 세즈윅이 팩토리를 떠나서 아쉽냐고? 잘 모르겠다. 우린 더 이상 서로에게 필요한 게 없거든!” 전투복을 차려입은 모델 조지아 프로스트가 등장하는 화보 기사 ‘Urbia’에서는 다소 섬뜩함을 자아내는 디스토피아적 미래를 그려내기도 했다.

Ⓒ 김춘호

2008.03 The 3rd Celebration

창간 3주년을 맞이해 발행한 20083월호는 알렉산더 매퀸, 폴 스미스, 수잔 서랜든, 바비 브라운이 보내온 축하 포스트잇 100장과 함께 시작되었다. 316페이지를 시작으로 총 80페이지에 걸쳐 진행된 ‘디렉터스 컷’ 화보는 창간 3주년 프로젝트의 대단원을 장식하는 기념비적 기사였다. 영화감독 이명세, 권철인, 이언희가 연출했으며, 배우 한효주, 문근영, 이연희가 여자주인공을 맡은 기사에 투입된 스태프만 총 98명. 영화감독의 시놉시스와 디렉팅을 바탕으로 단순히 ‘영화 같은 화보’에 머물지 않기 위해 새로운 형식과 기법을 고민했던 ‘디렉터스 컷’은 당시 에디터스 레터에 이혜주 편집장이 남긴 말처럼 “국내 잡지 역사상 전무후무한, 실로 대단한 결과물”이었다. 특히 햇살이 부서져 내리는 어느 아침, 지독한 숙취를 억누르며 잠에서 깬 문근영이 등장하며 시작되는 ‘나는 문근영이다’ 화보에서는 한국 영화계에서 독보적 미장센으로 군림한 이명세 감독의 남다른 연출력을 엿볼 수 있다. 여기에 히치콕 영화를 연상케 하는 편집 디자이너 전수현의 그래픽이 더해지며 완성도의 퍼즐이 맞춰졌다.

Ⓒ 홍장현

Ⓒ 홍장현

2008.11 Real Live CCTV

200811월호에서는 실시간으로 생중계되는 리얼 리티의 세계에서 파파라치의 시선으로 서로를 감시하고 관음하는 우리의 자화상을 담아내는 시도를 이어갔다. 사진가 홍장현과 모델 송경아가 함께한 화보 ‘#3215’에서는 육체를 저당잡힌 한 여자, 그리고 폐쇄된 공간을 틈타 그녀의 모습을 파인더에 기록하는 암실 속 남자의 모습을 그렸다. 관음증이라는 파격적 주제로 꾸린 화보는 신경을 자극하는 시선의 파괴적 유희를 담아낸 실험적 화보였다.

Ⓒ 송창래

Ⓒ 송창래

2009.10 Hommage

창작의 영역에서 존경을 표하는 가장 아름다운 방식, 오마주. 200910월호는 패션 사진이 급속도로 진화할 계기를 마련해주었던 ‘오마주’를 주제로 펼쳐졌다. 오마주의 대상은 ‘금기된 성’이라는 자극적 주제 를 통해 인간의 욕망을 적나라하게 표현한 사진가 헬 무트 뉴튼. 그를 두 가지 관점에서 오마주한 화보 ‘The Immorality’와 ‘Fatal Attraction’은 실제 기혼 여성만 찾아다니며 로맨스를 즐긴 뉴튼의 왜곡된 사랑관에서 모티프를 얻어 완성됐다.

Ⓒ 김영준

2010.03 5th Anniversary

다섯 돌을 기념해 발행한 20103월호는 5, 55, 555 라는 숫자를 테마로 총 3부로 꾸며졌다. 1부에서는 패션과 예술의 융합을 꾀한 독특한 실험이 벌어졌는데, 2010216일부터 314일까지 10 꼬르소 꼬모에서 개최한 오프라인 패션&아트 전시회 <+5>가 바로 그것이다. 예술가 강준영, 김기라, 리경, 문형민, 이용백이 참여한 전시회에서는 숫자 5에서 영감을 얻은 독창적 작품을 선보였다. 2부의 시작을 알린 기사는 한국 패션 사진의 현주소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소중한 기록과도 같던 ‘Precious 55 Cuts’. 사진 55 컷이 연이어 이어지는 과감한 기획에는 오중석, 보리, 홍장현 등 국내 패션 사진가 31명이 함께했다.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을 보게 될 것이다’라는 전문으로 시작하는 패션 화보 ‘The 555 Looks of Korean Designers’는 20103월호의 백미로 통한다. 한국 모델 68명이 등장해 국내 디자이너의 의상 555벌을 소화하는 남다른 스케일의 기사로, 당시 화보를 진행한 에디터 송선민, 김한슬은 컨트리뷰터 페이지에 이런 회고를 남기기도 했다. “초대형 특집 화보를 준비하기 위해 찜질방을 제집 삼아야 했다. 말 그대로 ‘악’으로 ‘깡’으로 버틴 한 달이었다.” 백남준아트센터, 국립극장을 종횡무진으로 누비며 남긴 당시의 화보를 이번 기사를 통해 재차 소개한다.

SEASON TWO

“<더블유>의 시즌 2를 선포합니다!” 이 같은 문장으로 시작한 201011월은 <더블유>가 변화하는 멀티미디어 환경에 기민하게 대응하고, 보다 진취적인 비전을 담기 위해 재탄생한 시기로 통한다. 변화의 시작은 두 달 전인2 0109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뉴욕 타임스 스타일 매거진의 편집장으로 위상을 떨친 바 있는 스테파노 통키가 미국판 <더블유>의 지휘대에 새로 오르며 창간 이래 고수해온 <더블유>의 로고를 새롭게 변신시킨 것. 훨씬 날이 선 느낌으로 다듬어진 로고 디자인에는, 앞으로 <더블유>가 디지털 시대에 요구되는 미디어 툴과 신속하게 결합할 수 있는 유연성이 가미된 매체로 변화할 것이란 기대를 담았다.

Ⓒ 김중만

그래픽 디자이너 박신우(페이퍼프레스) X 2010년 11월호 248페이지

“<더블유>의 두 번째 변화에서 착안해 시간을 키워드로 작업을 풀어내고자 했다. 사진가 김중만의 카메라 앞에 선 15명의 인물 초상을 담아낸 기사 ‘삼십칠도씨’에서 배우 김새론이 이 주제를 표현하는 데 있어 가장 적합한 인물이라 생각이 들었다. 아역 배우 에서 성인 연기자로 성장하는 동안, 추측하건대 15명의 인물 중 가장 큰 변화가 있을, 더 나아가 적극적인 변화가 필요했을 인물이 아닐까? 김새론의 과거 자화상에 다른 질감의 추상적인 이미지를 나열하면서 두 이미지의 형태적, 맥락적 간극을 만들었다. 허물고 부서지는 오브제 뒤로 정면을 응시하는 인물의 자화상 사이에서 시간과 변화에 대한 이야기를 생각해볼 수 있으면 좋겠다.”

Ⓒ 김중만

Ⓒ 김중만

2010.11 The Identity

201011월은 새로워진 로고를 손에 쥔 채, 세상을 움직이는 ‘아이덴티티’에 대해 숙고하는 한 달이었다. 당대 한국 문화를 이끄는 혁신가 45명이 <더블유>의 초청에 기꺼이 응했는데, 그 면면이 상당히 화려하다. 영화감독 박찬욱, 기업가 정태영, 예술가 양혜규, 가수 이효리, 배우 신세경, 발레리나 김주원, PD 김태호 등 45명의 셀럽이 세 명의 사진가 조세현, 김중만, 조남룡의 카메라 앞에 섰다. 한편 새로운 디지털 환경에 발맞춰 잡지 지면의 한계를 넘어서는 시도도 이뤄졌다. 사진가 홍장현, 데이비드 변과 합작한 패션 필름 ‘Room 2229’와 ‘How to Sell Fashion’이 그것으로, 화보 지면의 상단에 영상을 감상할 수 있는 QR코드를 삽입해 변화하는 환경에 발맞춘 디지털 콘텐츠를 어떤 매체보다 앞서 선보였다.

Ⓒ 김제원

2011.11 Viva Seoul!

201111월호는 지구상 어디보다 빠르게 변화하는 현재진행형의 도시 ‘서울’을 주제로 펼쳐졌다. 한국에 대한 전통적 접근이라기보다 세계 어느 도시보다 빠르게 움직이는 메트로폴리탄 서울에 대한 가장 동시대적 정보를 담으려는 시도가 눈에 띈다. 당대 서울의 현주소이자 서울의 스타일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키는 데 한몫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서울 멋쟁이’ 16명의 라이프스타일을 다룬 ‘Style in Seoul’을 시작으로 익숙하게만 여겨지던 서울의 8경을 새롭게 재해석한 패션 화보 ‘Seoul Sonata’, 한국계 미국인 마르자 봉게리히텐이 출연하는 다큐멘터리 <김치 연대기>의 제작 과정을 담은 ‘요리사, 그의 아내, 그녀의 모국, 그 나라의 맛’까지. 통권 71호를 이렇게 빗대고 싶다. 2011년 <더블유>의 실시간 서울 보고서!

Ⓒ 윤명섭

2012.07 Sports Fever

2012 런던올림픽의 활기찬 기운을 담아 ‘Sports Fever’라는 테마로 꾸려진 20127월호. 여름 패션 아이템의 인지도를 토너먼트 형식으로 구성한 ‘2012 S/S 스포츠 패션 올림픽’, 여름에 필요한 뷰티 제품을 다양한 스포츠 경기에 빗대어 표현한 ‘더 뷰티 스타디움’ 등 각 칼럼을 올림픽과 연계해 구성한 기획력이 돋보였다. 20127월호의 백미는 올림픽 7주를 앞둔 6월의 어느 날, 태릉선수촌에서 포착한 국가대표 운동선수 이상화, 김지훈, 장신권, 이민혜, 허민호를 다룬 기사 ‘The Champions’이다. 강도 높은 체력 훈련으로 다져진 다부진 몸, 강한 투지가 엿보이는 눈빛을 담아낸 사진은 윤명섭이 촬영했다.

Ⓒ SØLVE SUNDSBØ

Ⓒ SØLVE SUNDSBØ

Ⓒ SØLVE SUNDSBØ

2013.08 Tilda Express

봉준호 감독의 할리우드 진출을 알린 신호탄과 다름없던 영화 <설국열차>의 주인공 틸다 스윈턴이 20138월호를 위해 <더블유>의 카메라 앞에 섰다. 당시 인터뷰를 진행한 피처 에디터 황선우는 대체 불가능한 매력으로 무장한 틸다 스윈턴을 다음과 같이 비유한다. “영혼까지 꿰뚫을 듯 깊고 푸른 눈동자로 보는 이를 압도하는 그녀는 마치 지구 바깥의 생명체처럼 신비로웠다.”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4관왕의 영예를 안은 봉준호는 당시 <더블유>와 함께한 인터뷰에서 <설국열차>의 후일담을 이같이 전했다. “들창코 분장을 하고 싶다는 틸다의 의지가 아주 강했다. 사람들은 그 아름다운 배우에게 내가 무슨 변태적인 짓을 한 줄 아는데 그게 아니라 본인이 이상한 걸 하고 싶다 자처하고 나는 말리는 입장이었다(웃음). 그나마 적정선에서 마무리된 게 저 정도인데 만약에 안 말렸으면 뮤턴트가 나왔을 것이다!”

Ⓒ 홍루

2014.04 SNS Live

소셜미디어가 패션 지형에 불러일으킨 변화는 거대하다. 이러한 변화에 발맞춰 ‘SNS Live’라는 주제로 펼쳐진 20144월호에서는 디지털과 프린트가 교집합을 이루는 지점을 정조준한 기사를 대거 다뤘다. 컬렉션 기간 내내 <더블유>의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을 통해 실시간 리포트된 프레젠테이션 중에서 가장 많은 ‘좋아요’를 획득한 하우스의 베스트 룩을 소개하는 화보 ‘Like It’이 대표적이다.

Ⓒ DENNIS LEUPOLD

2015.03 10th Anniversary!

창간 10주년 특집호였던 20153월호가 발행되기까지, 에디터들이 얼마나 분주하게 전 세계를 누볐는지를 짐작하게 만드는 단서 하나. 잡지의 첫 시작을 연 당시 에디터스 레터 페이지에서 이런 문장이 발견된다. “산전수전공중전우주전디지털전… 지금까지 겪은 난관은 다 껌이었어!” 동시대 가장 영향력 있는 패션 아이콘이자 20153월호의 커버를 장식한 주인공, 리한 나를 포착하기 위해 <더블유>는 단숨에 LA에 위치한 한인타운으로 향했다. 촬영 당일 ‘샤프 미용실’, 구두 수선’ 등 예스러운 한글 서체로 쓰인 간판 앞에서 포착된 리한나의 이국적 모습은 잡지의 발행과 동시에 뜨거운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창간 10주년을 기념한 또 하나의 프로젝트는 지난 10년의 이미지를 모은 아카이브 북 <W Stories>의 발행이다. 120권에 이르는 잡지를 뒤져 콘텐츠와 비주얼을 선별하고, 저작권과 초상권 허락을 구하기 위해 수백 통의 메일을 보내는 과정을 통해 7개월 만에 완성된 작업이었다.

Ⓒ 한종철

Ⓒ 박지혁

Ⓒ 윤석무

2016.07 EXOclusive

20167월, <더블유>와 SM엔터테인먼트가 손잡고 전무후무한 커버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9명의 엑소 멤버, 9명의 국내 포토그래퍼가 호흡을 맞춰 완성한 총 54페이지의 화보는 9종 커버로 제작되어 발행 전부터 뜨거운 화제를 모았고, 서점에서 판매 시작과 동시에 품절 사태를 일으켰다. 기발한 아이디어로 신조한 타이틀 ‘EXOclusive’는 엑소와 독점을 의미하는 단어 익스클루시브(Exclusive)의 합성어. 감각적 결과물을 보다 생생하게 감상할 수 있도록 624일 부터 한 달간 삼성동 SM 커뮤니케이션 센터와 SMTown 코엑스아티움에서 오프라인 사진전을 진행하기도 했다.

Ⓒ 김희준

2017.01 Art Fashion

사상 초유의 아트 프로젝트가 펼쳐진 20171월호. 2006년 시작한 <더블유>의 유방암 인식 향상 캠페인을 위해 권오상, 김기라, 신건우 등 8명의 아티스트가 유아인, 제시카, 하지원 등 10명 의 셀레브리티를 조각으로 표현하는 ‘Still Love Your W’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섭외와 미팅, 의견 교환, 작품 제작, 화보 촬영이 이뤄지기까지 걸린 시간만 꼬박 3개월. 특히 화제를 모은 것은 회화와 조각, 실제와 환상이 교차한 권오상의 아트피스 5점이다. 당시 권오상은 작업을 회상하며 이런 말을 남겼다. “한 시대, 그리고 세대를 대표하는 배우로서 유아인은 본인의 좌표와 의무에 대한 자각이 민감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 부분을 부각시킬 수 있는 방향으로 작업을 진행하고자 결심했죠.”

SEASON THREE

세 번째 로고와 함께 변화를 맞이한 <더블유>의2 0173월. 민첩하게 변화하는 디지털 시대에 맞춰 로고는 더욱 날카롭고, 한결 심플하게 재정비되었다. 새로운 로고를 인지시키기 위한 대대적인 작업은 기존의 W와 이를 뒤집어놓은 알파벳 M에서 착안하여 ‘우먼’과 ‘맨’으로 나뉜 두 권의 책을 패키지로 출간하는 시도로 이어졌다. 또한 2m 크기를 훌쩍 넘기는, 로고를 형상화한 아크릴 조형물이 서울 시내에 전시되었으며, 로고가 박힌 커버로 래핑한 자동차는 도심 속을 달리며 색다른 풍경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그래픽 디자이너 오혜진(스튜디오 OYE) X 2017년 3월호 커버

“작업을 제안받았을 때, 지켜야 할 유일한 조건은 ‘로고와 화보 이미지를 디자인 소스로 사용해줄 것’이었다. 하지만 이미지 자체 를 그대로 불러오는 방식으로 지난 로고와 화보를 호명하고 싶진 않았다. 새로운 방식을 고민하던 찰나, 20173월호 표지를 출력한 후 라이트 박스 위에 백지를 놓고 색연필을 사용해 다시 따라 그려보는 식으로 커버를 재현해보았다. 이 과정에서 오리지 널 이미지를 그대로 보여주려 하기보다는 선과 색을 자유롭게 선택해 나가며 새로운 방식으로 재구성해보았다. 이렇게 함으로써 <더블유>의 새로운 변화를 더 극적으로 표현할 수 있으니까! ”

Ⓒ 김영준

Ⓒ 김희준

2017.03 Oh Pretty Woman!

<더블유> 역사상 최초로 ‘우먼’과 ‘맨’ 두 권의 책이 패키지로 발행된 20173월호에서는 배우 송혜교와 유아인이 커버를 장식했다. 과거 와 현재가 교차하는 ‘동시대적 로열 판타지’라는 콘셉트로 촬영한 독창적 화보가 총 26페이지에 걸쳐 펼쳐졌다. 두 사람이 전하는 여성과 남성에 대한 단상을 이번 지면을 빌려 다시 한번 소개한다. “인생에서 가장 큰 영향을 준 여성은 아무래도 엄마다. 엄마의 큰 사랑이 나를 모나지 않게 잘 자라게 해주었다(송혜교).”, “가장 남자다운 건 가장 인간다운 것이고, 자신다운 것이다. 자기다움을 알고 추구하는 사람이 매력적인 남자, 여자다. 우리는 모두가 다른 개개인이다. 그 명확한 차이에 집중하면서, 또 하나로 뭉칠 수 있기를 바란다(유아인).”

Ⓒ 신선혜

2018.05 All You Need Is Love

제시카와 크리스탈, 일명 ‘제크’ 자매가 커버를 장식한 20185월호는 ‘사랑’을 주제로 다양한 드라마를 엮어냈다. 따사로운 초여름, 등나무 가구와 초록빛 관엽 식물이 가득한 로케이션에서 진행한 제크 자매의 커버 화보 기사로 포문을 연 3월호에서는 2016년 검정치마가 발표한 싱글 ‘Everything’에서 착안한 화보 ‘Everything’과 모델 커플 박지운과 주선영의 사랑 가득한 웨딩 사진 5장으로 채운 ‘Scribble of Love’, 봄날의 사랑에 관한 단상을 담아낸 ‘Love’ 등을 소개했다.

Ⓒ 홍장현

2019.11 Go big

전 세계 축구 팬들의 뜨거운 함성을 일으키는 남자이자 동시대 최고의 ‘빅 맨’으로 불리는 축구선수 손흥민이 커버를 장식한 201911월호. ‘오버사이즈’ 한 단어로 요약할 수 있는 당대의 패션 트렌드에 발맞춰 ‘Go Big’이라는 주제를 전천후로 탐구했다. 대담한 볼륨감의 드레스가 만드는 독특한 실루엣을 포착한 화보 ‘Fly High, Land Safely’, ‘나보다 더 큰 우주’라는 전문과 함께 시작하는 동물 화보 ‘Big Boy’ 등을 다뤘다.

THE NEW ORIGINAL

바야흐로 20203월, <더블유>는 오리지낼리티로 회귀한다. 2005년 창간 당시의 로고를 오마주하며 새롭게 재정비된 로고 역시 오리지낼리티에서 기인한 것으로, 올해 미국판 <더블유>의 창간 이래 최초로 ‘여성 편집장’이란 수식을 거머쥐게 된 사라 문베스는 새로운 로고에 대해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다. “사실 난 항상 오리지널 로고를 사랑해왔다. 그동안 리뉴얼되며 몇 가지 작은 변화를 이끌어왔다. 그리고 이번의 오리지널 버전은 더블유 매거진의 전성기에 경의를 표하는 의미도 담았다. ”

사진│김형식

그래픽 디자이너 양민영 X 2020년 3월호 145페이지

“다른 잡지보다 판형이 큰 <더블유>는 언제나 어딘가 어른스럽다는 느낌을 자아내는 잡지였다. 어린 시절부터 잡지를 좋아하던 사람으로서, 15년이라는 긴 시간에 걸쳐 매달 마감을 치렀을 모든 에디터에게 존경하는 마음을 담아 새로운 로고를 들고 있는 손 조각상을 선물하고 싶다. 박수!”

Ⓒ 목정욱

Ⓒ 김재훈

2020.03 15th Anniversary

창간 15주년을 맞이하는 20203월, <더블유>는 복제와 베끼기가 넘쳐나는 시대에 자신만의 오리지낼리티를 발휘하며 세상의 룰을 깨고 있는 인물에게 찬사를 보낸다. 커버를 장식한 공효진과 유아인은 동시대 대중문화의 자장 안에서 가장 오리지낼리티를 보이며 활동하는 배우 중 하나다. 더불어 국적, 연령, 장르를 불문하여 독창적 작품 세계를 펼치고 있는 인물 13인의 진솔한 인터뷰를 담은 ‘The Originals’도 자신 있게 소개한다.

피처 에디터
전여울
사진 출처
GIAMPIERO GASTALDI, ALEXIA SILVAGNI, 오중석, 이건호, 김춘호, 홍장현, 송창래, 김영준, 김중만, 김제원, 윤명섭, SØLVE SUNDSBØ, 홍루, DENNIS LEUPOLD, 한종철, 박지혁, 윤석무, 김희준, 신선혜, 목정욱, 김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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