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변했다. 지구가 변하고 있다. 지속 가능한(Sustainable) 미래를 향해, 이제 우리가 변해야 할 때다. 미학을 넘어 윤리적인 이슈에 다가간 저 하늘의 별처럼 빛나는 주얼리. 그리고 영겁의 시간을 거쳐온 강산처럼 견고한 워치가 일깨우는 자연의 아름다움을 되새기며.
GLACIER
소통에도 온도 차가 존재하면 그 사이에 신뢰가 사라진다. 하물며 지구 온난화로 인해 급속하게 녹고 있는 빙하가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까. 북극과 남극 빙하뿐 아니라 온난화에 더 큰 영향을 받는 적도 근처의 열대 빙하가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과학기술의 발달과 인간의 편의를 위한 반대급부일까. 지구가 자정 기능을 상실하며 여러 재해가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 최근 5개월째 이어지는 사상 최대 호주 산불의 원인 중 하나는 인도양 다이폴, 즉 이상 기후로 인한 바다의 수온 변화다. 그 결과 전례 없이 막대한 양의 이산화탄소가 단기간에 배출 되는 ‘이산화탄소 홍수’가 초래되면서 탄소 중립화에 필요한 산림이 다시 자라기까지 적어도 1백 년이라는 긴 시간이 필요하다. 이처럼 전 세계적으로 환경에 대한 관심이 뜨거운 시점, 2020년의 화두인 ‘지속 가능성(Sustainability)’을 조망했다. 과연 자연이 다양성과 생산성을 유지하고, 생태계를 균형 있게 유지하며 기능할 수 있을까.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움직임은 무엇일까. 여기 인류의 질문에 답하는 하이엔드 주얼 리&워치 브랜드들이 있다.
티파니는 2000년 ‘티파니 재단’을 설립한 이래 환경 및 문화 보호, 산호 보존, 책임감 있는 광산 개발을 위해 다양한 비영리 기관에 재정 지원을 하고 있다. 지난해 1월, 티파니는 윤리 적인 채굴과 투명성에 대한 브랜드 이니셔티브의 일환으로 다이아몬드 산지 공개에 대한 공약을 발표했다. 이로써 다이아몬드를 비롯한 모든 스톤 구매에 있어 공정 거래 무역을 통해 생산된 원석만 취급한다. 무차별적 산호 채굴을 막기 위해 2002년부터 모든 제품에 산호 사용을 중단했으며, 상아 불법 거래로 살해당하는 코끼리를 구하기 위한 ‘Tiffany Save The Wild’ 컬렉션을 통해 #KnotOnMyPlanet 캠페인을 후원한다. 한편 쇼파드는 매년 칸영화제 레드카펫을 통해 그린카펫 하이 주얼리 컬렉션을 선보인다. 이는 공정 채굴로 채취한 윤리적 골드와 그린 에메랄드만으로 생산되는 주얼리와 워치 컬렉션. 또한 소규모 광산들과의 거래를 통해 환경 파괴 없이 지속 가능한 럭셔리를 지지하며, 금 채굴에 의지하며 사는 남아메리카 공동체의 천연자원을 보호하기 위한 활동을 지원한다.
불가리는 LVMH 그룹의 환경 보존 관련 계획인 ‘LIFE’를 통해 움직인다. 궁극적으로 기업의 활동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 등을 관찰하며 에너지 소비를 최소화하는 데 심혈을 기울이는 것. 또 분쟁의 자금원이 된 다이아몬드 불법 거래를 방지하는 다이아몬드 국제 인증 제도인 ‘킴벌리 프로세스’를 따르며, 책임감 있는 주얼리 관행 의회의 일원으로서 채광 단계에서부터 기업 윤리를 지킨다. 그 외에도 피아제, 까르띠에, 타사키 등 많은 주얼리 브랜드들이 킴벌리 프로세스 인증 제도를 준수하고, 미분쟁 지역의 다이아몬드만을 사용한다. 이는 전쟁 자금으로 쓰기 위해 채광한 일명 ‘블러드 다이아몬드’로 인해 힘없는 이들이 강제 노동에 동원되는 일을 막는 일이기도 하다.
피아제는 태양에너지 사용부터 폐기물 처리 시스템까지, 자연에 남기는 탄소 발자국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제 네바 매뉴팩처의 지붕에 태양열 패널을 설치했으며, 생산 시설에 친환경 전기를 사용하는 등 건물 에너지 소비 최적화 관리를 통해 직접적인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것을 우선순 위로 삼는다. 산림관리협의회 인증 목재만을 사용한 쇼핑백, 박스, 카탈로그, 아트북 등을 제작하고 재활용 소재를 두루 활용하기도. 최근 피아제는 ‘서니 사이드 오브 라이프’ 컬렉션의 철학을 바탕으로 고립된 지역에 태양광 에너지를 공급하는 국제 자선 단체인 솔라 에이드와 파트너십을 맺었다. 자연으로 부터 강렬한 영감을 얻는 또 하나의 브랜드 중 하나인 쇼메는 2014년, ‘비 마이 러브’ 컬렉션을 통해 꿀벌에 대한 무한한 애정을 환경 문제와 직결된 범사회적 캠페인으로 이어갔다. 전 세계 식량의 대부분이 꿀벌의 꽃가루받이에 열매를 맺는다는 사실을 아는지. 이에 인류의 생존을 위협할 수 있는 꿀벌의 개체 수 감소를 막고자 해당 제품 구매 시 일정 금액을 꿀벌 보호 단체인 떼르 다베이유에 기부했다. 한편 타사키는 환경을 훼손하지 않고 진주 멸종 위기를 극복하고자 독자 연구소를 설치한 뒤, 1970년에 세계 최초로 마베 진주 양식에 성공했다. 또 다이아몬드 채굴 후 나무를 심어 다시 숲으로 복원하고, 원석을 연마할 때 생기는 분진을 책임지고 처리한다.
이처럼 환경과 공존하려는 움직임이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루는데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인류가 봉착한 생존의 문제를 해결하는 아름다움의 진실이 아닐까. 미학과 윤리가 함께 갈 수 있다는 믿음을 지닌 브랜드들의 면면을 통해 아직은 미래에 희망을 품을 수 있지 않을까.
ATMOSPHERE
세계보건기구는 대기 오염을 ‘조용한 살인자’라고 부른다. 인류의 건강에 악영향을 미치는 대기 오염을 되돌이킬 수 있을까를 논하는 지금 이 순간에 우리에게 필요한 건 ‘미세먼지 농도 나쁨’을 알려주는어 플과 마스크만은 아닐 것이다.
FOREST
지나친 방목과 경작, 삼림 벌채 등 인구가 증가하면서 수반된 광범위한 개발은 삼림을 벌거숭이 땅으로 만들었다. 노벨 평화상 수상자인 환경 운동가 왕가리 마타이가 40여 년간 5천만 그루의 나무를 심는 그린벨트 운동을 이끌었다면, 우리는 일 년에 몇 그루의 나무를 심을 수 있을까.
DESERT
몽골 전역을 덮친 이상 한파는 유목민을 수많은 환경 난민으로 만들었다. 1990년대까지 몽골 전체 면적의 40%를 차지하던 사막은 두 배로 확대됐다. 지난 30년 동안 1천여 개의 호수와 8백여 개의 강이 사라졌으며, 가축에게 먹일 풀과 물이 크게 감소했다.
OCEAN
미세 플라스틱처럼 해양 환경에 영향을 주는 합성 섬유의 작은 조각들이 매일모 이는 곳. 생명의 원천, 바다. 공장과 가정의 폐수와 오일이 흘러 들어간 검은 바다엔 인류가 쉽게 쓰고 무심코 버린 쓰레기에 신음하는 해양 동물들이 있다.
- 패션 에디터
- 박연경
- 포토그래퍼
- 정용선
- 아트워크
- MAY KIM
- 세트
- 유혜원
- 디지털 리터칭
- 박종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