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좀 더 다양한 국적의 영화를 만날 필요가 있다. 이 영화들만으로도 당분간 묵직한 여운이 지속될 테니.
그리스 | <카잔자키스(Kazantzakis)>
니코스 카잔자키스, 총 아홉 차례 노벨 문학상 후보에 오른 이 시인이자 소설가는 그 이름보다 소설 <그리스인 조르바>로 더 자주 언급되곤 한다. 그에 대한 전기 영화다. 카뮈가 ‘나보다 백 번은 더 노벨 문학상을 받아야 했을 위대한 작가’라고 추켜세운 그는 어떤 환경에서 무엇을 갈구하며 살았기에 ‘성자’의 경지에 올랐을까? 영화는 그리스 크레타섬을 배경으로 그가 꿈꾼 자유, 우정, 사랑을 담는다. 터키 지배하에서 독립운동을 했던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자유를 갈망한 그는 이렇게 외쳤다. “나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 나는 아무것도 두렵지 않다. 나는 자유다.” 1월 30일 개봉.
스페인 | <페인 앤 글로리(Pain and Glory)>
알폰소 쿠아론의 사적인 기억을 그린 <로마>를 만났으니, 이젠 페드로 알모도바르 차례다. 그가 자기 인생과 세계관을 고스란히 담았다는 사적인 고백의 영화다. 주인공은 몸과 마음이 약해져 활동을 중단한 영화감독. 30여 년 만에 자기 영화를 다시 봤다가 문득 오랫동안 미워했던 배우를 만나고 싶다는 생각에 찾아가고, 그 이후 벌어지는 일이 줄거리다. 알모도바르 하면 떠오르는 강렬한 빨간색이 영화 포스터 전체를 차지한다. 이 영화는 2019년 칸영화제 당시 <기생충>과 함께 최고 평점을 기록했고, 올해 제77회 골든글로브에서도 유력한 작품상 후보였다. 2월 중 개봉.
러시아 | <빈폴(Beanpole>
1945년 레닌그라드, 전쟁으로 폐허가 된 도시. 살아남은 두 여인이 삶의 희망을 찾아 나서는 이야기다. 비극적 회화 같은 티저 포스터 위로 이런 문구가 쓰여 있다. ‘삶은 여자의 얼굴을 하고 있지 않다.’ 이 영화에 영감을 준 것이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의 책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이다. 영문 제목인 ‘빈폴’ 외 해외에서는 ‘Dylda’라는 원제 그대로 거론되기도 한다. 지난해 칸영화제에서 주목할 만한 시선 감독상을 수상한 91년생 감독 칸테미르 발라고프는 ‘칸이 발굴한 젊은 피’라는 수식어를 얻게 됐다. 2월 중 개봉.
- 피처 에디터
- 권은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