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러노이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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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규칙적이고도 불규칙적인 소음마저도 특별한 영감으로 삼은 제러미 스콧의 컬렉션. 모스키노 2020시즌 프리폴 맨 컬렉션이 뉴욕 교통 박물관에서 열렸다.

선로를 따라 들어오는 열차의 소음, 어디론가 분주히 향하는 사람들의 웅성거림, 새로운 탑승객이 나타나면 이들을 싣고 어둠 속으로 사라지는 지하철 승강장, 고담시티 뉴욕의 매일 반복되는 모습. 이는 미국 중부 캔자스주 출신으로 4년 동안 뉴욕의 프랫 대학교를 다닌 제러미 스콧의 눈에 비친 거대 도시 뉴욕의 모습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가 손가락을 튕기자, 브루클린에 위치한 뉴욕 교통 박물관(New York Transit Museum)은 마법처럼 모스키노 2020 프리폴 맨 컬렉션에 걸맞은, 뉴욕에서 처음 열리는 모스키노 쇼를 위한 완벽한 쇼장으로 변신했다.

도시에 사는 이라면 익숙할 ‘문이 닫힙니다. 물러나십시오’ 같은 경고음이 지나자, 사운드 디자이너 마이클 고베르가 디자인한 90년대를 풍미한 스냅의 ‘The Power’의 리드미컬한 소절이 흘러나왔고, 개성 넘치는 뉴요커로 보이는 모델들이 본격적으로 춤에 가까운 워킹을 선보였다. 업타운, 로타운, 다운타운을 뒤섞은 이 컬렉션에 대해 제러미 스콧은 자신이 뉴욕에 바치는 애정 넘치는 헌사이자 도시의 폭발적인 에너지를 담은 ‘용광로’라 표현했다. 마치 맨해튼을 장악한 거미줄 같은 지하철처럼 도시의 유니폼을 놓칠 리 없는 제러미 스콧은 매디슨 애비뉴의 트위드 슈트, 윌리엄스버그의 데님, 90년대 할렘가의 컬러 블록 트랙슈트, 월스트리트의 플란넬 와이드 슈트, 뉴욕을 상징하는 건축물을 녹인 이브닝드레스까지, 뉴욕 거리의 다채로운 표정을 세세하게 묘사했다. 블랙프라이데이에 SNS를 점령한 오프닝 세레모니의 노란 토트백(@newyorknico는 거한 쇼핑을 한 듯한 쇼퍼백을 들고 힘겹게 개찰구를 통과하는 여성을 촬영했다)을 능가할 듯한 거대한 백팩, 담배 한 갑 대신 족히 한 상자는 담을 수 있을 듯한 몸통만 한 라이터 클러치, 블랙 라이더 재킷을 휘감은 골드 체인은 여전히 해학과 익살이 넘치는 디자이너의 유머 감각을 여실하게 보여줬다. 그리고 과장된 유머 감각과 또 달리 극사실주의에도 능한 그는(재클린 케네디, 트로피 와이프를 컬렉션에 등장시킨 전력으로 미뤄봤을 때) 거리의 댄서들을 등장시켰고, 묘기에 가까운 그들의 퍼포먼스를 보며 뉴욕에서 스쳤던 엄청난 활기와 거리의 단상이 머릿속에 다시 한번 각인됐다.

2018년, 넷플릭스에서 공개한 다큐멘터리 <Jeremy Scott: The Peoples Designer>처럼 그는 스스로 사람들의 디자이너를 자청했다. 뉴욕의 풍경과 여름에 들었던 음악이 주는 아름다운 추억, 진정한 ‘사람’들에 대한 패션. 그리고 GL 라인을 오간 어린 제러미 스콧의 뉴욕에 대한 회상은 이렇게 기쁘고도 화려하게 부활했다. 거리와 사람에 대한 패션을 들고 다시 뉴욕을 방문한 모스키노. 그는 다시금 ‘사람들의 디자이너’임을 증명했다.

패션 에디터
이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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