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패션 디자이너의 활약과 존재가 그 어느 때보다 기대되는 희망찬 한 해의 시작. 서울패션위크를 무대로, 런던과 파리, 상하이라는 세계로, 아티스트와의 프레젠테이션으로, 크루와의 협업으로 이어진 자유롭고 맹렬한 움직임은 새로운 시대의 변화를 예감케 한다. 더블유는 출발선에 선 신인부터 10년 차를 훌쩍 넘긴 패션 디자이너까지 열두 디자이너의 공간을 찾았다. 수행에 가까운 노력과 순수하고 뜨거운 열정, 단단한 자신감으로 뚜벅뚜벅 발을 내딛는 그들에게서 넓고 멀리 나아가는 서울 패션의 현주소를 들었다.
Beyond closet
비욘드 클로젯은 2020 S/S 상하이 패션위크 무대에 처음으로 이름을 올렸고, 서울패션위크 오프쇼로 국내에서도 컬렉션을 진행했다. NAVY 컬렉션으로 구성된 이번 시즌 테마는 ‘느와르’. 거친 야만성에 숨겨진 낭만적인 태도를 담아냈다.
올해로 13년 차면 중견 브랜드에 속한다. 방송뿐 아니라 여러 매체와의 인터뷰도 수백 번은 했을 듯한데. 이제 독자들에게 뭘 더 소개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 어떤 이야기를 하면 좋을까. 새롭게 론칭한 네이비 컬렉션에 대해 얘기하고 싶다.
왜 만들게 되었나? 브랜드를 꽤 오래 이끌면서 이런저런 생각과 고민이 많았는데, 몇 시즌 전부터 옷으로만 평가받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비욘드 클로젯에서 만든 컬렉션이 아니고 어떤 신인 디자이너가 새롭게 론칭하는 브랜드처럼 진행하고 싶었다. 고태용과 비욘드 클로젯이라는 꼬리표를 달지 않고서 말이다. 하지만 이것도 사업이다 보니 여러 문제에 부딪혀 무산됐다. 브랜드를 처음 론칭했을 때와는 시장 자체가 크게 달라졌다.
가장 큰 차이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일단은 세대가 끊긴 느낌? 연륜 깊은 선배들과 내 세대가 활약한 디자이너 브랜드 다음에 온라인 시장 규모가 커지면서 스트리트 브랜드가 남성복 시장을 점령했다. 티셔츠를 팔아서 큰돈을 버는 식의 접근 말이다. 내가 그 문화에 일조한 사람이라고도 할 수 있지만..
그럼에도 놓치지 않은 부분이 있었나? 옷을 만드는 즐거움이나 좋은 소재를 발견할 때의 기쁨. 그래서 매 시즌 컬렉션을 한 거다. 대중에게는 강아지 티셔츠와 노맨틱 하트로 더 알려져 있지만 말이다.
네이비 컬렉션에는 어떤 주제를 담았나? 이번 시즌 테마는 ‘느와르’다. 부드러운 실크 셔츠에 무거운 가죽 재킷을 입거나 캔버스 치노 팬츠에 얇고 타이트한 저지 톱과 울 코트를 입고 밤길을 걷는 남자를 떠올렸다. 거친 야만성사이에 숨겨진 낭만적인 태도를 담아냈다.
반응은 어땠나? 가장 듣기 좋았던 얘기는 비욘드 클로젯과 느낌이 많이 다르다, 성숙해졌다는 평가다. 익숙한 방식이 아닌 새로운 형식에 대한 도전이었다. ‘네이비 10 Edition’이라는 이름으로 딱 10벌만 만들어 판 코트가 있는데, 옷에 신경을 많이 썼다는 피드백을 받아 기분이 좋았다.
리프레시가 됐나? 매우. 데뷔 후 오프쇼는 두 번째인데, 이게 얼마나 힘들지 알면서도 하고 싶은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장소 선정부터 준비까지 다 해야 하니까. 게다가 돈도 두 배로 든다. 일정도 상하이 컬렉션 이틀 뒤였다. 무리였지만 모두 해냈다.
상하이 컬렉션은 어땠나? 중국에서 상하이 패션위크에 거는 큰 기대와 관심을 느낄 수 있었다. 쇼가 끝나고 백스테이지 프레스 룸에 50여 명의 기자들이 몰려와 취재하고 바이어와 세일즈 등 비즈니스로도 연결이 많이 됐다. 앞으로 꾸준히 참석할 예정이다. 중국 내 인지도를 높이고 좋은 파트너를 찾아 다양한 유통 채널을 구축할 생각이다.
컬렉션을 준비하면서 아쉬웠던 점이 있다면? 네이비라는 라인 자체가 유행에 얽매이기보다는 소재와 봉제, 가봉의 오리지낼리티와 숙련도가 중요한 컬렉션이다.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더 연구해야겠다는 생각이다.
비욘드 클로젯을 입는 남자와 네이비 컬렉션을 입는 남자는 어떻게 다른가? 비욘드 클로젯은 패션에 이제 눈떠가면서 옷을 입는 즐거움을 알아가는 남자. 네이비는 옷을 입을 만큼 입어봐서 본질로 돌아가고 싶어 하는 남자.
브랜드 이름만큼이나 고태용이란 이름이 하나의 브랜드 가치가 된 것 같다. 다양한 노력이 있었을 텐데. 처음에는 브랜드를 지속하기 위한 생계형으로 나를 내던졌다. 별의별 아이디어를 짜면서 그중 몇 개는 적중하고 먹히기도 했다. 매출이 올라가고, 협업을 통해 브랜드 인지도를 높였다. 어떤 때는 내 이름으로 진행한 3~4개의 협업 컬렉션이 백화점 한 층에 진열되기도 했다. 이미지 소비가 크다는 단점도 있지만 균형을 지키려고 한다.
직접 관여하는 업무가 얼마나 되나? 홈쇼핑, 세컨드 라인 제작, 컬래버레이션, 슈퍼모델 심사 등등. 밖으로 드러나지 않는 일도 많다.
브랜드의 이름으로 아직 못해본 거나 하고 싶은 게 있다면? 했는데 잘 안 됐던 게 아쉬움으로 남는다. 해외에서 컬렉션을 2~3년 해봤는데 그때 온전히 다 던지지 못한 것 같다. 기회가 된다면 해외에서 비욘드나 네이비 컬렉션으로 승부를 보고 싶다.
요즘 가장 큰 고민은 무엇인가? 내년이면 나이 앞자리가 바뀐다. 친한 동생인 모델 김원중이나 챈스챈스의 김찬 등 후배들의 쇼를 보면서 자극을 많이 받는데, 기존의 틀에서 벗어나 엉뚱한 시도를 하는 것을 보고 내가 그런 역할을 해야 하는 건 아닐지, 귀감이 될 만한 멋진 선배이자 대표가 되기 위해 고민한다.
Kimhekim
2019년 파리 의상 조합 정식 회원으로 인정받아 파리 패션위크 기간에 쇼를 선보이는 김해김은 2020년 제 15회 SFDF(Samsung Fashion Design Fund) 수상자로 선정되며 활발한 국내 활동을 기대하게 한다. 2020 S/S 는 ‘Attention Seeker’의 테마에 맞게 관심을 받고 싶어 하는 현대인을 표현했다.
먼저 축하한다. SFDF 수상자로 선정되면 다들 잘되더라. 소감이 어떤가? 언젠가 받겠지라고 생각했다(웃음). 그게 이번일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는데 정말 신나고 기쁘다. 브랜드가 본격적으로 성장하기 시작할 때 받은 상이라 더욱 뜻깊다.
더블유와는 처음 만남인데 소개를 부탁한다. 21세에 파리로 가서 스튜디오 베르소를 졸업했다. 발렌시아가에서 2년 정도 인턴을 하고 프리랜서로 4년 정도 일했다.
브랜드명은 자신의 이름에서 비롯했나? 그렇다. 이름 석 자를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외국에 나가면 보통 인태 킴으로 불리지 않나. 라스트 네임을 물어보면 김해김 가문의 김인태로 유럽식 이름 짓기라고 생각했다.
처음 옷을 선보인 순간을 들려달라. 2014년에 드레스 딱 7개만 만들어서 마레 지구에 있는 꽃집에 걸어두고 프레젠테이션을 했다. 이를 알아본 보그 이탈리아 스타일리스트가 화보 촬영에 소개했고, 그때 처음 내 옷이 세상에 알려졌다. 이후 10착장, 그 이상 늘려가며 준비 운동을 하다 2017년에 본격적으로 컬렉션 라인을 전개했다.
이번 시즌에 파리 패션위크 정식 회원으로 스케줄표에 이름을 올렸다. 무슨 일이든 한 번에 되는 게 아니고 전조가 있기 마련인데, 프리 컬렉션 때 반응이 정말 좋았다. 김해김의 색과 재료를 넣어 한복 피스를 만들었다.
반응은 어땠나? 해외 주요 매체에서 좋은 비평을 해줬다. WWD에서는 ‘파리를 집으로 생각하는 디자이너다’, ‘재밌는 컬렉션을 하는 젊은 디자이너다’ 등등. 다음 시즌엔 더 많은 사람이 와서 보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
링거를 맞으면서 걸어 나오는 오프닝은 무엇을 보여주려는 거였나? 그것 때문에 환자를 욕한다거나 이용한다는 식의 악플이 많이 달렸다. 사실 링거는 비타민 바이브로, 활력을 주는 존재로 해석했다. 이번 시즌 테마는 ‘Attention Seeker’로 관심을 찾는 사람, 우리나라식으로 ‘관종’을 뜻하는데, 인스타그램 오피셜 계정에서 그것조차 서로 관심을 받고 싶어 하는 쇼 콘셉트와 맞는 느낌이라 재미있기도 했다.
파리 컬렉션을 고집하는 이유가 있나? 해외에서 컬렉션을 하는 게 쉽지 않을 텐데. 모든 바이어가 오고 판매와 프레젠테이션이 가장 활발한 파리를 떠날 이유가 없다. 쇼를 할 때는 너무 즐겁고 행복할 뿐이다. 한국에서의 생산 과정이 제일 힘들다. 원단 발주부터 공장 핸들링, 바이어 미팅, 샘플 제작 등등.
대중성과 트렌드, 쇼의 판타지에서 균형을 어떻게 유지하는 편인가? 컬렉션은 크게 네 시리즈로 구성한다. 첫 번째는 ‘Buy It, If You Can. 살 테면 사봐라’라는 식의 시리즈. 내가 만들고 싶은 대로 만든다. 이번 시즌 자이언트 재킷과 팬츠처럼. 두 번째는 ‘My Uniform’. 매일 입는 옷이다. 커머셜한 라인은 이쪽에서 만든다. 세 번째는 ‘Tonight’. 오늘 밤을 위한 룩이다. 유방암 후원 파티가 있다면 ‘내가 돋보일 수 있는 아이템이 뭐가 있을까. 비너스 슈트를 입고 가야지’라는 식으로. 네 번째는 ‘한복’이다.
한복을 좋아하는 이유가 있나? 처음 만들어본 옷이 한복이다. 아홉 살 무렵 할머니가 한복을 어떻게 만드는지 알려주셔서 바비 인형 한복을 만드는 게 취미였다. 오간자 패브릭이 집에 항상 있었다. 어렸을 때 좋은 기억이 모티프가 되어 한복을 보면 향수에 젖기도 한다. 한복 장인도 알게 되어 한복 시리즈를 계속할 예정이다. 특히 이번 시즌 한복을 변형한 짧은 스커트는 서양식 튀튀 같은 느낌인데 해외 세일즈에서 베스트셀링 아이템으로 등극했다.
리본과 진주가 대표 장식으로 등장한다. 진주와 리본은 아주 여성스러운 아이템이다. 눈썰미가 있는 사람은 우리의 리본이 하이패션 하우스의 리본과 다르다는 점을 알 거다. 한복의 고름을 매는 방식으로 나만의 리본 제작법을 만들었다. 납작하게 만들어 가운데를 잡아주는 식으로 한국적인 해석을 거쳤다.
본인이 생각하는 자신의 강점은 무엇인가? 오간자 플레이. 투명하고 봉제하기 어려운 소재이지만 이것저것 섞어도 잘 어울리고 조합이 재미있다. 원 레이어, 투 레이어 여러 겹으로 겹쳐도 아름답다. 오간자 자체가 좋은 재료인 것 같다. 처음 만들었던 7피스 드레스도 모두 오간자로만 완성했다.
이름을 알리게 된 계기가 있나? 펄이 세 개 들어간 비너스 재킷이 시그너처 아이템이다. 남성복 재킷에 드레이핑을 더해 여성스러운 느낌을 준 건데 우리의 효자 아이템이다. 인스타그램을 통해 정말 많이 알려졌다. 국내에서 오피셜 계정을 통해 공지한 스톡세일에서 3백여 명이 예약하고 옷을 구매했다. 한국에도 우리를 아는 분이 이렇게 많다는 생각에 뿌듯했다.
판매는 어떻게 이뤄지나? 국내에 판매처가 없어 아쉽지는 않은지. 99% 해외 세일즈다. 판매처가 60여 개국에 이른다. 그래서 지난 6월 후암동에 지금 이 쇼룸을 만들었다. 여기도 매번 열려 있는 건 아니고 금, 토, 일만 예약을 받고 오픈한다. 1층에서 패턴과 작업 지시서를 공개할 예정이다. 의상학도들이 김해김의 옷이 어떻게 탄생하는지 만져보고 꺼내볼 수 있도록 말이다.
서울 컬렉션에서도 볼 수 있을까? 내년에 시도할 계획이다. 한국에서 더 많은 사람과 만나고 싶고. 하게 된다면 판매에 너무 얽매이지 않고 재밌고 크레이지한 콘셉트로 할 수 있을 것 같다. ‘재밌다! 미쳤다!’ 이런 반응을 듣고 싶다.
올해 계획을 알려달라. 큰 꿈을 얘기하는 걸 좋아하는데, 올해 파리에 부티크를 하나 낼 소망을 품고 있다.
마지막으로 오피셜 계정과 개인 계정에 적힌 문구, ‘킬링 유 소프틀리’에 대해 묻고 싶다. 자신을 표현하는 문장이라고 생각하는가? 브랜드 타이틀이기도 하다. 그 노래를 너무 좋아하기도 하고. 가사 중 ‘킬링 미 소프틀리’ 그 감정이 그대로 와닿았다. 부드럽게 녹여서 죽여주는 그런 브랜드가 되고 싶다. 순간 쇼킹한 브랜드로 불꽃처럼 타오르는 게 아니라 가랑비에 옷 젖듯이.
Ych
서울디자인재단이 주관하고 영국패션협회(British Fashion Council)가 선정한 국내 디자이너로 뽑혀 첫 해외 쇼를 2020 S/S 런던 패션위크에서 진행했다. 이번 시즌엔 미국의 여성 명사수로 활약한 애니 오클리에게 영감을 얻은 코르셋 실루엣 블레이저와 보디컨셔스 드레스, 소총 가방, 웨스턴 모자 등을 선보였다.
이번에 처음으로 런던에서 쇼를 했다. 어떻게 가게 되었나? 서울디자인재단과 영국패션협회(British Fashion Council) 주관으로 국내 디자이너 가운데 최종 선정되었다. 무척 좋은 기회였지만 서울을 벗어나 더 좋은 컬렉션을 보여줄 수 있을지 고민이 앞섰다.
준비하는 과정은 어땠나? 한 달 반 정도 걸렸다. 처음엔 다르게 접근하려고 했다. 런던에서 한다고 런던의 디자이너처 럼 그 지역에 맞춰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그러다 보니 생각만 많아졌다. 무대가 런던으로 이동했을 뿐이지 내 작업은 달라질 게 없다는 깨달음을 얻고 시작했다. 여성의 내면의 아름다움을 보여줄 수 있는 스타일에 집중했다.
그동안 해외 세일즈를 통해 이름을 알리지 않았나? 아이돌 이나 K팝 스타가 많이 입어서 그런가. 대부분 미리 했다고 생각하는데 해외 세일즈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여기서는 모두에게 낯선 신인 디자이너일 뿐이다. 이번 시즌에 해외 쇼핑몰 모다오페란디(Modaoperandi)에 입점했다.
국내와 해외 쇼의 가장 큰 차이점은 무엇이었나? 셀렙 리스트나 다른 부수적인 상황에 신경 쓰지 않고 옷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 런던은 헬퍼부터 전문적으로 분업화되어 있다. 백스테이지에서 이렇게 한가해도 되나 싶을 정도였으니까. 서울시를 통해 영국 보그 시니어 에디터가 스타일링에 도움을 주기도 했다. 내가 생각하지 못한 부분을 이끌어주고 무엇보다 엄청나게 시간과 공을 들이는 모습에 감동을 받았다. 처음엔 다섯 착장을 하루 꼬박 만들기도 했다.
서울 컬렉션에서는 유명 모델과 셀렙들이 서는 인기 쇼로 꼽힌다. 그런가? 실제로 나는 잘 모르겠다. 쇼를 보러 오는 셀레브리티, 모델 라인업 등 계속해서 신경 써왔는데 더는 어떤 걸 할 수 있을지 고민이 들었다. 더 좋은 셀렙, 더 좋은 모델.. YCH란 이름으로 시작한 지 3년밖에 되지 않았지만 방송으로 노출이 일찍 되어 그런지 벌써 중년 브랜드로 인식된 느낌이다. 사실 이 부분이 조금 부담스럽다. 김찬이랑 어울리고 싶은데(웃음).
다음 시즌엔 서울 컬렉션으로 돌아오나? 요즘 디자이너들을 만나면 쇼를 하는 게 아닌 것 같다는 말을 하기도 한다. 쇼에서 1천 명에게 보여주는 것보다 인스타그램이나 디지털을 통해 전파되는 게 훨씬 확장성이 크니까. 지금은 런던인지 파리인지 장소가 중요한 느낌은 아니다. 한남동의 쇼룸에서 살롱 쇼 형식으로 할 수도 있고. 다르게 풀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 생각하지만 여전히 서울 컬렉션은 내게 중요하다. 실제로 브랜드를 운영하면서 얻은 혜택이 무척 많다. 바이어를 고려해 오프쇼도 쉽게 하지 못했으니까 말이다.
서울 패션위크에 새로운 디자이너가 많이 등장했다. 눈여겨 보는 디자이너가 있나? 챈스챈스의 김찬스. 세대교체가 이뤄 지는 시기가 아닐까.
이번 2020 S/S 시즌 테마를 알려달라. 1880년대 미국의 대표적인 여성 명사수이자 유랑극단, 와일드 웨스트에서 활약한 애니 오클리(Annie Oakley)에게서 영감을 얻었다. 당시 남성의 전유물이던 사격을 하고, 여성의 권익 신장을 위해 앞장선 독립적인 행보와 복식이 흥미롭게 다가왔다. 고전적인 블라우스와 코르셋은 현대성을 얻어 자유롭게 해석했다. 주름 스커트와 드레스에 매치한 블레이저, 메시 소재를 해석한 보디컨셔스 실루엣 드레스, 슬립 드레스와 보이프렌드 티셔츠 등을 조합했다. 웨스턴 모자와 가방 여러 개를 이어 붙인 듯 한쪽 어깨에 소총처럼 들고 나온 가방 등 소품까지 같은 맥락으로 만 든 것이다.
가장 눈여겨보아야 할 아이템은? 잘록하게 허리가 들어간 재킷과 풍성하게 해석한 트렌치코트.
현지 반응은 어땠는지 궁금하다. ‘테일러링을 다루는 한국에서 온 신인 디자이너다’. 매체 인터뷰를 할 때, ‘너가 생각하는 테일러링은?’ ‘테일러링에 신경 쓰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 등의 질문을 많이 받았다.
실제로 옷에서 테일러링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가? 참신하고 아이디어가 좋은 디자이너가 많지만 퀄리티가 별로인 옷을 자주 본다. 옷에서 테일러링은 기본이다. 드레이핑과 봉제도 물론 중요하지만. 테일러링이 받쳐주지 않으면 원하는 느낌이 나오지 않고 어설퍼 보인다. 예를 들어 톰브라운이나 꼼데가르송은 과하고 아방가르드한 옷이지만 그들의 퀄리티가 완벽하기 때문에 멋진 쇼, 멋진 디자인으로 인정받을 수 있지 않나.
에피소드는 없었나?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려달라. 좀 쑥스러운 실수인데.. 런던에 도착했을 때 모자와 가방을 들고 오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았다. 택배로는 불가능한 일정이었고, 애니 오클리와 시대성을 표현하는 중요 아이템이라 뺄 수가 없었다. 한국에 있는 예전 직원에게 전화해 부탁했고, 당일 티켓으로 소품을 들고 런던으로 날아왔다.
요즘 최대 관심사는 무엇인가? 다음 쇼를 어디서 할 것인가. 그리고 런던 컬렉션을 준비하느라 못한 일을 지금 처리하고 있다. ‘디자이너로서 성공하면 할 수 있을까?’ 막연하게 생각했던 항공사 유니폼에 대한 로망도 실현 중이다. 곧 선보일 수 있을 것 같다.
다음 시즌 구상한 게 있다면? 신인이나 알려지지 않은 모델을 발굴해 무대에 세우면 어떨까. 유명한 모델과 작업해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처럼 내가 도움을 줄 수 있다면.. 같이 커가는 즐거움도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올해 목표는? 해외 판매를 본격적으로 시작했으니까 더 집중해서 할 계획이다. 판매를 염두에 두고 쇼를 한 적은 없었는데, 이제부터 컬렉션을 하나의 이벤트와 마케팅으로 바라 보고 해볼까 싶다. 잘 될지는 모르지만….
Ordinary People
2020 S/S 상하이 패션위크에서 컬렉션을 선보인 오디너리 피플은 새해에 브랜드 론칭 10주년을 맞는다. ‘오늘 하루 만난 사람’을 테마로 한 봄, 여름 컬렉션은 아침부터 저녁까지의 색을 옷에 담았고, 데님을 처음 시도한 라인, mn25도 선보인다. 2020 F/W 역시 상하이에서 쇼를 선보일 예정.
이번 시즌 컬렉션을 상하이 패션위크를 통해 선보였다. 어떻게 가게 되었나?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주관하는 ‘콘셉트 코리아’의 남성복 브랜드로 뽑혔다. 서울을 벗어나 아시아에서 처음 선보인 컬렉션이다. 1년 프로젝트라 내년 3월까지 상하이 패션 위크 무대에 설 예정이다.
분위기가 어땠나? 상하이라는 도시와 문화에 대해 기대와 호기심이 있었다. 생각보다 환경이 무척 좋았고, 패션에 대한 관심이 엄청나다는 걸 느꼈다. 쇼가 열리는 장소 외에 패션위크 기간임을 알리는 현수막이 곳곳에 걸려 있었다.
서울 패션위크는 어떤가? 하나의 연례행사처럼 의무적으로 오는 것 같기도 하다. 디자이너들이 모든 걸 바쳐서 하는 컬렉션인데 기대와 관심이 떨어질 때는 허탈하기도 하다.
해외 반응은 어땠나? 쇼 끝나고 컬렉션이 어땠냐고 물어보면 안 좋은 얘기는 못 들었던 것 같다. 좋은 말만 해주니까(웃음). 기억에 남는 건 머무는 호텔 로비에서 본 굉장히 세련된 멋진 남자가 쇼 직후 백스테이지에 가장 먼저 들어와 인사했는데 알고 보니, 글로벌 온라인 멀티숍의 바이어였다. 인상 깊게 잘 봤다고 얘기해줬고, 한국까지 와서 바잉도 이루어졌다.
이번 시즌 테마에 대해 소개해달라. 오늘 하루 만난 사람.
어떻게 표현했나? 하루를 시작하는 아침은 화이트 룩, 한낮의 뜨거운 햇살을 담은 레드 룩, 밤하늘의 별을 담아 블랙과 비즈로 화려하게 표현한 나이트 룩으로 구성했다.
대표적인 룩은? 오프닝 룩. 이번 컬렉션은 소재를 전부 개발한 건데, 커튼에서 영감을 얻은 밝은 흰색 재킷을 입혀 아침 룩으로 선택했다.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처음으로 데님을 섞어 활동적이고 부드럽게 표현해봤다. 광택이 도는 듯 보이는 팬츠는 데님을 염색해 완성한 것이다. ‘데님오브벌츄’라는 미국 데님 브랜드와 합작한 아이템도 있다. 데님은 많이 해보지 않은 작업이라 새로웠고, 알아가는 재미가 있더라. 내친김에 데님 라인, ‘MN25’도 따로 만들었다. 연말이나 새해쯤 론칭할 예정이다.
‘MN25’의 뜻은 무엇인가? 데님 염색 종류의 하나인데, 와닿아서 이름 붙였다.
오디너리 피플은 옷에 강력한 힘을 실어주는 소품 활용과 스타일링을 중심으로 쇼를 선보인다. 스타일리스트 채한석과는 얼마나 호흡을 맞췄나? 두 번째 컬렉션부터 지금까지 7~8년 동안 손발을 맞췄다. 컬렉션을 준비할 때부터 모델 캐스팅, 캠페인 이미지 촬영 등 많은 부분을 커뮤니케이션한다. 기존 방식보다 새롭고 신선한 시도를 주저하지 않고, 발전적인 방향을 찾아가는 게 우리의 목표다. ‘옷이 예쁘지 않으면 더 이상 할 마음이 없다’는 얘기를 나눌 만큼 일에 있어서는 거리와 긴장을 유지하고 있다.
에피소드는 없었나? 쇼 오프닝 모델이 비자 문제로 24시간 전에 갑자기 쇼에 설 수 없는 비상 사태가 벌어졌다. 메인 모델이 없는 상황이었고, 길거리 캐스팅을 생각해야 할 정도로 급박했다. 가까스로 에이전시를 통해 모델을 구했는데, 컬렉션 이미지와 아주 잘 맞는 친구였다.
지금까지 11번의 서울 컬렉션, 2번의 뉴욕 컬렉션, 1번의 밀란 컬렉션, 이번 시즌 상하이 컬렉션까지. 쇼에서 더 이상 해보고 싶은 게 있나? 버려진 쓰레기 창고나 공사장과 같은 색다른 무대에서 쇼를 해보고 싶다. 우리나라에 그런 공간이 있을까.
여전히 컬렉션을 선보이는 게 즐거운가 보다. 가장 설레고 여전히 재미있는 작업이다. 돈을 벌거나 대단한 자리에 오르겠다는 목적이 아니기 때문에 계속할 수 있는 것 같다. 이 일이 스트레스로 다가오거나 힘들게 느껴진다면 더 이상 못할 것 같다.
과부하가 걸릴 땐 어떻게 하는가? 운동과 여행. 가장 많이 하는 건 축구다. 컬렉션 준비 과정은 무겁고 정적인 일인데 축구를 하면 활동적인 에너지를 얻을 수 있다. 몸과 정신의 균형을 맞추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그래야 꾸준히 오래 할 수 있다.
오디너리 피플의 이름으로 해보고 싶은 작업은? 성격이 다른 두 브랜드가 만나 새로운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컬래버레이션은 늘 흥미롭게 다가온다.
기억에 남는 컬래버레이션이 있나? 평창 동계올림픽의 최대 스폰서였던 코카콜라의 유니폼을 제작한 일. 올림픽 마크를 단 한국 디자이너는 처음이라고 하더라. 코카콜라의 화이트와 레드, 블랙을 활용한 작업이었다. BMW 미니 자동차와는 민트색을 해석한 레트로 컬렉션을 선보이기도 했다.
처음 브랜드를 론칭할 때와 가장 달라진 점이 있나? 컬렉션을 준비하는 디자이너의 역할 말고도 회사 대표로서 책임져야 할 부분이 더 많아졌다.
내년이면 브랜드를 이끌어온 지 10년째 되는 해다. 계획하는 게 있나? 계획성이 철저한 편이 아니라 구체적인 계획은 없지만, 재밌는 작업 제안이 있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떠올려보면 브랜드를 론칭한 1년 차부터 지금까지 매년 크고 작은 좋은 일이 매번 있었다. 감사한 일이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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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벳 순서로 컬렉션을 전개하는 레터 프로젝트 브랜드, 잉크. 서울패션위크 오프쇼로 진행한 2020 S/S 시즌은 P 차례로, ‘P for Performance’가 주제다. 안무가 이양희 아티스트와의 퍼포먼스로 무용과 패션의 영역을 크로스하는 방식을 선보였다.
이번 시즌 쇼가 화제였다. 안무가와의 협업은 어떻게 이루어졌나? 안무가 이양희 아티스트는 원래 알고 지낸 사이다. 회사 그만두고 뉴욕에 갔을 때 만나 레터 프로젝트에 대해 이야기했는데 당시 엄청 좋아해준 기억이 있다. 언젠가 함께할 순간을 막연히 기대한 채로 지냈다. 지난 11월에 한국에서 그녀의 공연이 있어 안무를 위한 옷 이야기를 하다 쇼 이야기로 발전했다. 마침 이번 시즌 테마가 ‘ P for Performance’였다.
레터 프로젝트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달라. 잉크는 알파벳 A에서 Z까지 각각의 이니셜로 시작하는 주제나 키워드를 정하고, 그에 맞는 아이템을 개인적인 취향과 감성을 담아 전개하는 브랜드다. 잡화나 의류를 넘나들며, 컬렉션을 선보이는 방식에 구애받지 않고 다양한 시도를 해왔다. 이번 순서는 ‘P’였고.
퍼포먼스 컬렉션을 진행하면서 평소와 다르게 접근한 점이 있었나? 무용에 패션이라는 영역을 크로스하는 방식을 고민했다. 신체가 그리는 예술적인 움직임은 언제 봐도 매력적이다. 안무 동선을 해석한 트롱프뢰유 프린트, 몸의 실루엣을 타고 흐르는 율동감과 테크닉을 표현했다.
부담감은 없었나? 이번 시즌 쇼를 할지 말지를 두고 깊이 고민했다. 지난 시즌 쇼가 감사하게도 좋은 반응을 받아서 부담이 더 컸다. 옷뿐만 아니라 공간 디렉팅과 콘텐츠 등등 을 고민하니 힘에 부쳤다. 인력 부족이기도 했다. 지인들의 도움이 정말 컸다. 지인들의 능력을 상상하면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방향으로 쇼를 꾸렸다. 막막했던 와중에 이양희 언니의 제안도 운이 좋았고, 장소 고민도 많았는데 딱 맞는 공간을 발견하기도 했다.
가장 중점을 둔 점은 무엇인가? 가을/겨울 컬렉션을 두 번 했고, 쇼 형식의 봄/여름 컬렉션은 이번이 처음이다. F/W 시즌에는 착장도 크고 소재도 다양한데, S/S 의상은 아무래도 완성도가 떨어진다는 느낌을 주기 쉬어 쇼가 가벼워 보이지 않을까 걱정됐다. 2019 S/S 마린 컬렉션은 레스토랑 토프에서 식사를 하거나 티를 대접하면서 프레젠테이션 방식으로 진행했는데 반응은 좋았지만 개인적으로는 아쉬움이 있었다. 보다 젊게 풀고 싶었는데, 무게감은 약한 것 같았다. 직선적인 실루엣이나 볼륨을 강조하고, 풍성해 보이도록 디자인했다.
수많은 매체의 계정과 패션 피플의 SNS에 굉장히 많이 소개가 됐다. 직접 들은 반응 중에 기억에 남는 게 있나? 바로 프로젝트 하나를 진행해야 해서 사람들을 아직 많이 만나지 못했다. 먼저 쇼 전 Rsvp 때 많은 분들이 온다고 하셔서 기분이 무척 좋았다. 시팅 때문에 행복한 고민을 했을 정도다.
어떤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가? 지금 세 개 정도의 프로젝트가 동시에 돌아간다. 먼저 N과 P 사이 O, ‘오피스’ 라인으로 오피스 우먼을 위한 레이블을 염두에 뒀는데, 신세계와의 협업으로 O 라인을 선보인다. 또 tvN에서 방영 예정인 <사랑의 불시착>의 그래픽 패턴 작업을 제작 중이다. 주요 장면에 등장하는 굿즈의 패턴 같은 건데, 제작사에서도 이런 방식은 처음이고 우리 쪽에서도 드라마는 처음이라 아직 어리둥절하다. 그리고 더블유컨셉과의 협업 컬렉션까지다.
핸드폰 케이스, 핸드백 등 소품 라인 판매가 아주 잘된다고 들었다. 잡화를 시작하고 RTW를 선보이는 순서가 전략적으로 좋았다. 알파벳으로 컬렉션을 하다 보니 B(for Beanie), C(for Clutch/Cap)도 순서가 맞았고, 휴대폰 케이스 때문에 브랜드를 아는 사람도 많아 진입 아이템이 된 것 같다. 옷은 초기 비용이 많이 들고 시즌성도 강해 재고 부담이 크지 않나. 여러모로 다행이다.
옷과 소품을 디자인할 때 접근 방식이 다른가? 그렇지는 않다. 아이템을 놓고 고민하는 스타일인데, 심미적인 것과 실용적인 것의 균형을 맞추려고 노력한다.
쇼룸에 인쇄물이 많다. 인쇄소를 운영하신 아버지 영향을 많이 받은 것 같다. 종이나 활자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인쇄물의 매력은 볼 때마다 다르게 보인다는 것인데, 컬렉션을 준비할 때 모아놨던 이미지를 인쇄해서 다시 보기도 한다.
지금 가장 꽂혀 있는 건? 청담동에 오프라인 숍 겸 쇼룸을 오픈할 계획이다. 거기를 채울 가구를 찾느라 정신이 없다.
F/W 시즌도 대략적인 구상이 나왔나? ‘Q’ 차례인데, 머릿 속에 생각해둔 건 있다. 아직 확정은 아니라 얘기는 못한다. ‘Quit’을 하고 떠나자는 말을 우스갯소리로 했다. 그리고 바이어를 만나러 패션위크 시즌에 파리에 갈 예정이다. 유럽에 판매처가 있어야 아시아에서 다른 움직임이 일어나더라.
지난 시즌 파리는 어땠나? 지인 중에 바이어가 있어서 도움을 받았다. 호텔을 빌려 프레젠테이션 형식으로 바이어를 초대했는데, 운이 좋게도 예약한 주니어 스위트룸이 프레지던시로 업그레이드되었다. 공간이 럭셔리하니까 옷이 달라 보이더라. 그래서 그랬는지 반응도 좋았고.
레터 프로젝트가 끝나면 다음 계획도 생각해봤나? B부터 시작했는데, Z까지 끝나면 A는 ‘A FOR ALL’로 아카이브 전시를 할 생각이다. 그리고 또 B로 시작할 거다(웃음). 전시를 하고 나면 더 예술적인 코드를 넣어 한정 컬렉션을 하거나 아티스트와 협업을 하거나. 좀 더 흥미로운 걸 할 수 있지 않을까. 처음 계획은 5년이었는데 금방 올 거 같다.
Freiknock
프라이노크는 2020 S/S 맨즈 패션위크 기간에 파리로 가 쇼룸 비즈니스에 집중했다. 브랜드를 규모 있게 성장시키려는 목표로 글로벌 마케팅에 집중할 예정. 프라이노크의 테마인 평화 컬렉션은 오리엔탈리즘 무드와 현대성을 더한 그래픽 자수와 색으로 차별화를 더했다.
지난해 서울 패션위크의 오프쇼로 처음 이름을 올렸다. 전쟁기념관이라는 장소와 규모도 그렇고 이슈가 많이 되었는데. 이후 변화가 생겼나? 해외 판매처가 생겼다. 내 옷을 잘 보여주기만 하면 되겠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이번에는 국내에서 쇼와 프레젠테이션 모두 건너뛰었는데. 많이 아쉽긴 하다. 파리 쇼룸을 열어 해외 바이어를 만나는 데 집중했다.
흥미로운 점이 있었나? 전 세계에서 바이어가 모이는 파리 패션위크 기간에 갔는데 그 경험만으로도 좋았다. 가장 큰 패션 필드에서 구성원이 된다는 것 자체가 기분을 들뜨게 하더라. 한국의 문화와 취향이 존중받는다는 느낌도 받았다. 한국 패션을 잘 알리고 싶기도 하고, 더욱 성장하고 싶다.
직접적인 수확은? 한 스포츠 브랜드 PR팀과 저녁을 먹으면서 편하게 얘기한 컬래버레이션이 현실로 되었다. 곧 선보일 예정이다.
스톡홀름에서 프레젠테이션한다는 소식도 봤다. 파리 쇼룸을 도와준 이들이 스톡홀름 페어에 옷을 보냈다. 그동안 안 해봐서 어렵다고 생각했던 거지, 충분히 해볼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이번 2020 S/S 테마를 소개해달라. 지난 시즌에 이어, ‘평화’ 컬렉션을 이어간다. 사진가 맥스 핑커스(Max Pinkers)와 데이비드 드 블리샤우워(David De Vleeschauwer)의 작업을 통해 우리가 미처 알지 못한 한반도의 강렬한 색을 담았고, 그 색을 통해서 프라이노크가 원하는 ‘평화’를 보여주고 싶었다.
당신이 생각하는 평화의 개념은? 내년 시즌 테마이기도 한, ‘Different but Same’. 다름을 인정하자.
이번 시즌 가장 집중했던 점에 대해 알려달라. 이번 시즌은 파리 쇼룸 비즈니스에 집중했다. 한반도를 상징할 수 있는 그래픽 자수를 개발하는 데 공을 들였는데, 예를 들어 무궁화 자수가 들어간 셔츠나 백두산 천지 자수가 들어간 재킷, 80년대 한글 포스터 등을 메인 아이템으로 소개했다. 자수가 들어간 제품은 해외 멀티숍(Pritemps,Tomgrey–hound Paris, Club 21 )에서 바잉했다.
한국에서는 2020 S/S 컬렉션을 선보일 기회가 없었겠다. 해외 비즈니스에 집중하다 보니, 정작 국내에서 제대로 소개하지 못한 것이 아쉬움으로 남았는데 신세계 인터내셔널에서 연락이 왔다. 새로운 플랫폼 론칭과 동시에 팝업 스토어 제안이 있었고, 해외 익스클루시브 숍에서만 볼 수 있는 2020 S/S 평화 컬렉션의 일부 제품과 2020 F/W의 전개 방향을 보여주는 프라이노크 갤러리를 통해 선보였다.
요즘 꽂힌 게 있나? 오리엔탈리즘. 동양적인 무드와 소재에 탁월한 점이 많다고 느꼈다.
보통 정보는 어디서 찾나? 벽화나 그림 같은 이미지로 수집을 많이 한다. 소재를 찾고 있는데, 옛날 옷 중에도 소재나 실루엣이 재밌는 게 많다.
어떤 인터뷰에서 ‘프라이노크는 옷을 만드는 브랜드가 아닌, 옷도 만드는 브랜드다’라는 기사를 봤다. 무슨 뜻인가? 세컨드 브랜드인 프라이라는 브랜드를 고민할 때 클럽이나 DJ, 댄서 문화를 접목해보자는 것에서 출발했다. 옷이라는 테두리를 넘어 엔터테인먼트와 문화까지 아우르고 싶은 생각은 여전하다.
메인 컬렉션만큼이나 ‘프라이(Frei)’도 꽤 볼륨이 크다. 프라이노크와 프라이. 이 둘을 이끄는 방식이 다른가? 프라이노크와 프라이가 컬렉션 브랜드와 세컨드 브랜드로 나뉘길 원하지 않는다. 그래서 이 둘을 더 잘 합치고 싶은 게 목표다. 프라이노크에 프라이를 섞는 건데, 댄스웨어의 기능적인 부분이나 소재를 담아내는 식이다. 하나의 문화와 코드로 받아들였으면 좋겠다.
프라이노크는 대중적인 브랜드다. 볼캡과 스웨트셔츠와 같은 캐주얼한 아이템이 브랜드의 상징이 된다는 데 디자이너로서 안타까운 마음은 없는지. 없다. 그게 좋아서 시작했고, 지금은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서 글로벌 시장의 가능성을 보고, 시야를 넓게 키우고 다양한 패션을 보고 있다.
자신이 가장 즐겨 입는 프라이노크 아이템이 있나? 프라이 노크 자수 로고 후디. 이번 시즌 새롭게 조리개를 개발했고, 좀 더 두꺼운 끈을 사용해서 후디 모양이 견고하게 잘 잡힌다. 그리고 프라이노크 에센셜 라인의 데님. 아직 많이 알려지진 않았지만 프라이노크 직원들이 좋아하더라.
요즘 관심이 있는 디자이너나 브랜드가 있나? 보디(Bode), 나마체코, 키코 코스타디노브, 강혁(Kanghyuk), 윈도우 00 등 개성이 뚜렷한 브랜드. 특히 이들의 비주얼 작업에서 많은 자극을 받는다. 최근 유르켄 텔러와 키코 코스타디노브가 작업한 아식스 룩북을 보면서 표현의 과감함에 놀랐다.
룩북 작업도 매번 인상적이다. 이번 시즌은 어떻게 구상했는지. 모든 문제의 시작은 다름을 인정하지 않아서 발생한다. 평화로운 삶을 위해서는 너와 나 혹은 너와 그들의 차이점을 인정하고 그것을 인정하는 순간이 평화의 시작이라고 생각한 이런 개념을 설명할 수 있는 비주얼 작업에 들어갔다. 마 네킹과 사람을 반복적으로 보여주면서 어떤 게 사람이고 어떤 게 마네킹인지 모호한 표현을 통해 우리의 주제를 전달하고 싶었다.
해보고 싶은 협업이 있다면? ‘Bless Web Shop’이라고 예전 마르지엘라 1세대 팀이 독립해서 만든 숍이 있다. 그곳에서 판매되는 다양한 오브제가 흥미롭다. 이들과 ‘Peace’를 주제로 새로운 오브제를 만들어보고 싶다.
새해 계획을 알려달라. 파리, 상하이 쇼룸 비즈니스를 통해 서 프라이노크를 좀 더 규모 있게 성장시키면서 글로벌 마케팅에 집중할 계획이다. 면세점에도 입점할 예정이라 브랜드 몸집이 더 커지지 않을까.
- 패션 에디터
- 이예진
- 포토그래퍼
- 김신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