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 패션이 스트리트를 갈망한다. 그들이 계속해서 협업을 지속하는 이유를 물었다.
PRADA X ADIDAS
하이 패션 브랜드와 스포츠 (혹은 스트리트) 브랜드의 협업에 대한 신뢰가 나락으로 떨어진 지 이미 오래다. 왠지 협업이라는 수식어 앞에선 패션의 성질과 바탕, 형태와 기질의 수준이 모두 낮아지는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이 패션 브랜드들은 스포츠 브랜드와의 협업을 지속적으로 고집한다. 즉각적인 확산과 유행, 소비에 편중된 동시대 패션 속에서 이보다 손쉬운 방식으로 반향을 일으키는 것이 없다는 걸 확신하기 때문일 테다. 이는 서로의 생존 방식이자 필수 불가결한 선택이 됐다. 그런 일회성 짙은 협업 앞에서 최근 발표한 프라다와 아디다스의 협업은 좋은 표본이 된다. 모든 생산 과정을 이탈리아에서 진행한다는 점에서다. ‘Made In Italy’라는 표식이 새겨진 아디다스라니. 이엔 협업보다는 재창조(Re-Edition)라는 단어를 붙이고 싶다. – 이준경 (포토그래퍼)
DIOR X STUSSY
킴 존스는 놀라운 사람이다. 놀라운 명성의 브랜드에서 짐작조차 하지 못했던 금액으로 협업을 제안해도 줄곧 거절하던 슈프림과의 협업을 일궈냈으니 말이다. 그건 킴 존스가 여느 디자이너들과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패션에 접근하기에 가능한 일일 테다. 그는 패션을 매개로 무엇인가를 기획하고 편집하는 사람이다. 이런 방식은 사람들로 하여금 옷을 입는 즐거움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한다. 그런 그가 스투시와의 협업을 예고했다. 물론 디올 맨즈 웨어와다. 가장 미국적인 스트리트 브랜드와 유서 깊은 파리의 하우스 브랜드라니. 오랜 시절의 역사를 서로 관통하는 것이야말로 요즘 시절에선 좀처럼 찾아볼 수 없는 협업의 가장 이상적인 지향점. 아마 내년, 가장 승산 있는 협업이 될 테다. – 김선영 (프리랜서 패션 에디터)
SACAI X NIKE
지천에 널린 게 협업이 됐다. 덕분에 이에 대한 흥분은 사라지고 양분된 평가는 난무한다. 그런 면에서 사카이와 나이키의 조합은 적당한 흥미도 있고 불필요한 잡음은 전혀 없는 아주 훌륭한 예라 볼 수 있다. 해체와 분해를 통해 건축적인 형태의 옷을 완성하는 일에 탁월한 사카이의 기술력이 단조로운 나이키의 옷과 신발에 스며들어 아주 흥미로운 컬렉션을 내놓으니 말이다. 이는 소비자들의 시선을 단숨에 사로잡을 뿐 아니라 그간 사카이를 어렵다고 여겼던 사람들도 쉽게 접근이 용이하게 만든다. 명품 브랜드에 대한 접근을 손쉽게 만드는 것, 이것이야말로 하이 패션 브랜드와 스포츠 브랜드가 협업하는 가장 큰 이유가 아닐까 싶다. – 송석훈 (Childish Archive 디렉터)
- 프리랜스 에디터
- 김선영
- 사진
- Instagram @prada, @mrkimjones, @sacaiofficia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