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밋 베넌이 새로운 브랜드를 냈다. 그 핵심은 ‘럭셔리 테일러링’이다.
좀처럼 사라질 기미가 보이지 않던 스트리트 풍 옷들이 흔적도 없이 자취를 감추고 있다. 맹렬한 기세로 쏟아졌던 스트리트를 대신해 ‘테일러링(Tailoring)’이라는 이름을 단 완고한 기개의 옷들이 활개친다. 많은 패션 저널리스트들은 보테가 베네타의 다니엘 리나 질 샌더의 루크와 루시 마이어처럼 정통적인 하우스에 영입된 젊은 디자이너들에게 그 이유를 돌렸다. 그리고 그것을 더욱 확고하게 다지는 사람으로 하나 같이 디자이너 유밋 베넌을 손꼽았다.
요즘 세대들에게 생경한 이름인 유밋 베넌. 10년 전, 그가 자신의 이름을 내세운 브랜드를 처음 세상에 내놨을 때, 너나할 것 없이 누구나 그의 이름을 논하곤 했다. 지금의 젊은 디자이너들이 내세우는 방식을 그 스스로 미리 시행했기 때문이었다. 가령 어설픈 걸음의 일반인 친구들을 모델 대신 무대에 올리거나, 말쑥한 수트에 중동의 전통 의상을 더하는 식의 엉뚱한 스타일링 같은 것들은 그 당시 용광로 같은 파격으로 다가왔다.
이처럼 독일에서 태어나 터키와 스위스, 보스톤, 밀라노와 런던에서 나고 자라며 온갖 도시의 문화를 흡수한 뒤 엉뚱한 아름다움을 내놓곤 했던 그가 돌연 자취를 감췄다. 그러더니 올 가을, ‘비플러스(B+)’라 이름 붙인 생경한 브랜드를 세상에 내놨다. 재미난 건 이 브랜드의 핵심이 ‘럭셔리 테일러링’과 ‘유니섹스’라는 점에 있다. 그는 80년대 아르마니와 키튼에서 영감 받아 모든 옷들을 이탈리아의 가장 수준 높은 공장에서 제작하겠다 선언했다. 물론 최고 수준의 소재를 사용해 희소적으로다. 쉽고 가벼운 옷들이 넘실대는 동시대적 흐름 속에서 ‘테일러링’이야말로 지향해야 될 점이라는 걸 시사하는 듯 보이지 않나?
트루사르디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겸하기도 했던 그의 삶을 관통해보면 그 스스로가 만드는 모든 옷의 기반은 ‘정통성’에 있었다. 온 몸은 문신으로 뒤덮고, 시가를 연신 피워댐에도 불구하고 유밋 베넌이 천박한 졸부처럼 보이지 않았던 어떤 기개가 ‘테일러링’ 속에 있었던 것이다. 이제 스트리트의 자리는 테일러링이 대신하게 된 듯 보인다.
- 프리랜스 에디터
- 김선영
- 사진
- Instagram @__bplus__ @umitben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