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에 선보인 ‘아쿠아 타임’ 컬렉션을 재해석한 의상으로 휠라가 밀란에 일으킨 흥미로운 물결.
밀란 패션위크 스케줄에서 친근하고도 낯선 이름을 발견했다. 바로 스포츠 브랜드 휠라(Fila). 스포츠 브랜드가 뉴욕, 런던, 밀란, 파리 등 4대 도시 컬렉션에서 쇼를 진행하는 것은 굉장히 드문 일이다. 하지만 휠라는 작년에 이미 2019 S/S 밀라노 패션위크를 통해 화려한 데뷔 신고식을 치뤘고, 올해 9월 2020 S/S 컬렉션으로 두 번째 도전에 나섰다. 휠라가 밀란 패션위크를 통해 쇼를 선보이는 것은 동시대 패션의 흐름과 맥을 같이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패션 하우스 펜디가 인스타그램 아티스트 헤이 라일리(@hey_reilly)와 협업한 컬렉션에 휠라 로고에서 모티프를 얻은 로고를 등장시킨다거나, 대단히 유연하게 지금 가장 뜨거운 ‘뉴트로’ 트렌드의 선봉에 서 있다는 것이 바로 그 예다.
휠라는 밀란에서의 두 번째 무대를 위해 브랜드의 긴 역사와 묵직한 아카이브를 되돌아봤다. 긴 탐색 끝에 휠라는 1970년대에 발표한 ‘아쿠아 타임’ 컬렉션을 새롭게 재해석한 옷을 선보였다. 70년대 선보인 아쿠아 타임은 물, 바람, 모래 등 자연 요소에 영감을 받아 제작한 컬렉션이다. 시간을 거슬러 브랜드의 기원부터 되짚어보면 휠라가 오래전부터 자연과 굉장히 밀접한 관계임을 알 수 있다. 휠라의 창립자 ‘휠라(Fila)’ 삼형제는 밀라노에서 북쪽으로 약 100km 떨어진, 알프스 비엘라 산맥의 자연 자원을 이용해 직물을 생산했다. 그리고 태양과 포도주, 예술을 사랑하는 이탤리언 특유의 색채감을 의류에 반영해 브랜드를 전개했다. 자연을 사랑하는 브랜드의 DNA가 오늘에까지 이어진 것이다. 브랜드의 새로운 전진을 천명한 휠라가 이번 시즌 한층 모던하게 해석한 아쿠아 타임은 어떤 모습일까. 새롭게 변신한 아쿠아 타임 컬렉션은 선원을 연상시키는 점퍼를 포함해, 워터 스포츠를 위한 매력적인 스타일링을 제안했다. 특히 파랑에서 노랑, 연한 베이지 톤으로 이어지는 컬러 팔레트는 바다와 사막 영상이 쏘아진 미디어 월 배경과 파워풀한 조화를 이루었다. 이번 쇼에서는 작년에 선보인 ‘SNBN(See Now Buy Now)’ 캡슐 컬렉션의 새로운 버전도 공개되었다. 재킷과 윈드브레이커, 스웨트셔츠 등 스포티한 아이템뿐만 아니라 시퀸 소재 스커트와 티셔츠 드레스 등 이브닝 웨어로도 손색이 없는 다채로운 아이템을 선보여 스펙트럼이 확연히 넓어졌다. 브랜드의 헤리티지를 잃지 않으며 시대에 발맞춰 스포츠 브랜드 업계에 새로운 장을 연 휠라. 이토록 다양한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는 휠라의 다음은 어떤 모습일지 기대된다.
- 디지털 에디터
- 진정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