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F/W 시즌 트렌디해지는 묘약. 어떤 룩이든 반드시 펑크를 한 방울 가미할 것.
예쁜 펑크가 왔다. 우리가 흔히 ‘펑크’ 하면 떠올리는 하드코어 펑크가 아니라 반짝반짝 빛나고 럭셔리하며 우아하기까지 한 펑크가 대세로 떠올랐다. 알렉산더 매퀸을 필두로 구찌, 발맹, 알렉산더 왕, 끌로에, 루이 비통, 마르니, 프라다, 베르사체, 크리스토퍼 케인 등 수많은 브랜드의 런웨이에서 펑크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존재감을 과시했다. 핵심은 펑크를 가장 펑크답지 않게 활용하는 것. 하위문화의 대표 주자로서 반항적이고 공격적이며 의도적인 불쾌감을 연출하던 1970년대의 펑크는 이제 매끈하게 다듬어져 세련되고 광이 나는, 명실공히 주류 트렌드로 등극했다. 로맨틱한 플라워 드레스, 클래식한 트위드 슈트, 관능미를 물씬 풍기는 뷔스티에 등 숱한 룩에 펑크 요소가 가미되었고, 그 결과 자칫 지루해질 뻔한 스타일도 젊고 쿨하게 완성됐다. 알렉산더 매퀸, 크리스토퍼 케인 쇼에서는 따스한 베이지, 브라운 컬러의 음영만을 더한 일명 ‘구운 아몬드’ 메이크업에 체인, 스파이크나 스터드 장식, 가죽 초커, 눈코입을 수놓은 갖가지 피어싱 등의 액세서리가 장식됐고, 발맹 쇼에서는 약간의 시머를 곁들인 퓨어한 스킨에 체인 헤어밴드만으로 걸리시하고 사랑스러운 펑크 룩이 연출됐다. 마르니 쇼에서는 모던한 블랙(약간의 모브나 와인, 골드 컬러가 믹스됐다는 걸 잊지 말자) 립을 볼드하게 발라 시선을 사로잡았고, 베르사체 쇼에서는 웨어러블한 블랙 스모키 아이에 흐트러놓은 잔머리만으로 심플하게 펑크의 뉘앙스를 더했다. “지금 필요한 건 ‘펑크 메이크업’이 아니라 ‘펑크 무드’예요. 심지어 글리터를 쓰더라도요!” 메이크업 아티스트 테리 바버의 말처럼 새로움을 위해 필요한 것은 ‘펑크’가 아니라 ‘펑크의 태도’를 견지하는 것이다. 지금 펑크는 어디에나 있으며, 펑크가 가진 자유분방함과 냉소, 관습에 저항하는 반항적인 태도는 익숙한 룩에 새로운 숨결을 불어넣고 있다. 그렇다면 메이저리티로 등극한 지금의 예쁘장하고 고급스러워진 펑크 역시 70년대 펑크가 싹트던 그 시절의 본령만큼은 간직하고 있는 것 아닐까? 어쩌면 영화 <시드와 낸시>의 강렬한 전언이 지금의 펑크를 가장 잘 설명해주는지도 모른다. ‘죽기엔 너무 젊고, 살기엔 너무 타락했다(Too Fast to Live, Too Young to Die).’ 그래서 우리에겐 지금 단 한 방울의 펑크만이 필요하다.
BEAUTY NOTE
피부는 매트하게 정돈한 뒤 코럴 브라운 톤 블러셔로 광대를 감싸듯이 터치했다. 눈매는 조르지오 아르마니 ‘립 마에스트로 빈티지 MLBB 컬렉션 102 빈티지 핑크’와 ‘525 우디 로즈’를 믹스한 말린 장밋빛 컬러를 눈두덩과 아래쪽에 가볍게 바른 다음, 투명 립글로스를 얹어 촉촉하게 완성했다. 입술은 핑크 베이지 컬러의 겔랑 ‘루즈 G 립스틱(N06)’을 연하게 펴 발랐다.
BEAUTY NOTE
로맨틱하면서도 반항적인 느낌을 주는 핑크 스모키 아이. 베이지 톤의 바비 브라운 ‘아이섀도우(토스트)’를 눈두덩에 바르고, 언더 부분에 메이크업 포에버 ‘아쿠아 XL 컬러 페인트(M82)’를 얇게 베이스로 깐 뒤, 팝한 핑크빛의 맥 ‘파우더 블러쉬 스몰(네버 세이 네버)’을 그러데이션해 컬러가 부드럽게 퍼지듯 연출했다. 마무리로 연한 핑크 베이지 톤의 샤넬 ‘루쥬 코코 플래쉬(84)’를 입술 안쪽에만 시어하게 발랐다.
BEAUTY NOTE
샤넬 ‘르 블랑 브라이트닝 메이크업 베이스(피치)’로 피붓결을 정리한 뒤, 컨실러로 울긋불긋한 톤만 살짝 정돈했다. 자연스러운 음영을 살리기 위해 로라 메르시에 ‘블러쉬 컬러 인퓨전(진저)’을 얼굴 외곽에서 광대 안쪽으로 발라 살굿빛으로 물들이고, 눈매도 같은 컬러로 연결했다. 콧대는 작은 골드 스팽글을 붙여 포인트를 주고, 입술은 매트한 버건디 컬러 디올 ‘루즈 디올 울트라 케어 리퀴드(860)’를 발라 마무리했다.
- 뷰티 에디터
- 이현정
- 포토그래퍼
- 최문혁
- 모델
- 이혜승, 김도현
- 스타일리스트
- 김석원(SWV)
- 헤어
- 백흥권(살롱하츠)
- 메이크업
- 이나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