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패션의 가장 뜨거운 화두로 떠오른 지속 가능성(Sustainability). 여기 우리 모두를 구원할 가장 강력한 패션 선언에 귀 기울여볼 것.
마법보다 빛나는 그린 카펫
9월 22일, 밀란 패션위크의 마지막 밤을 수놓은 ‘그린 카펫 패션 어워즈(Green Carpet Fashion Awards)’. 지속 가능한 미래를 향한 보다 많은 이들의 의지를 결집하기 위해 배우 콜린 퍼스와 그의 아내인 이탤리언 태생의 프로듀서 리비아 주졸리가 이탈리아 패션 협회와 함께 주최하는 이 행사는 ‘지속 가능한 환경친화적 패션(Eco–Sustainable) 산업’을 목표로 한다. 각종 친환경과 업사이클링, 지속 가능한 소재로 제작된 디자이너의 의상을 입은 셀레브리티들이 혁신적인 재생 나일론 섬유인 에코닐로 제작한 그린 카펫을 걷는 순간은 이제 메트 갈라만큼이나 세계적인 이슈가 되었다. 올해에는 디자이너 스텔라 매카트니가 개척자 상을 수상하며 디자인팀 전원과 함께 시상대에 올라 인상적인 순간을 연출하기도. 그녀는 “사회적 의식을 지닌 어머니(사진가 고 린다 매카트니)는 자신의 생각과 경험을 나누어주고 끊임없이 대화했죠. 그 과정을 통해 전 자연스럽게 지구와 환경에 대한 책임 의식을 갖게 되었습니다”라며 수상 소감을 밝혔다.
탄소 중립화를 위한 구찌 쇼장
구찌의 2020 S/S 컬렉션은 지속 가능성을 향한 패션 브랜드의 변화를 여실히 보여준다. 구찌는 재활용 가능한 소재로 만든 쇼장에서 나아가 컬렉션을 통해 배출된 CO2 배출량을 만회하기 위해 쇼에 참석한 관중 수에 해당하는 2천여 그루의 나무를 밀라노에 심기로 했다. 탄소 중립화(Carbon Neutral)를 선언하며 구찌의 친환경적 의지를 설파한 것. 그 외에도 지속 가능한 대체 원재료로 전환하고, 가죽 태닝 공정에서 중금속 사용을 배제하는 메탈프리 태닝(Metal–Free Tanning)을 개발하며, 인류 공동의 미래를 위한 구찌 이퀼리브리엄(Gucci Equilibrium) 프로젝트를 기획하는 등 지속 가능성을 위한 행동에 앞장서고 있다.
파타고니아의 멋진 헌 옷
국내에서도 환경 보호를 위한 패션계의 움직임이 활발하게 일고 있다. ‘Better than New’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건 파타고니아 코리아의 의류 무상 수선 캠페인이 그 예. ‘헌 옷’이라는 의미의 ‘원웨어(Worn Wear)’는 기존의 옷을 수선해 오래 입기를 권장한다. 파타고니아 서울 가로수길과 부산 광복 매장에 전문 수선사를 두고 무상 수선 서비스를 진행하는데 다른 브랜드의 제품도 수선 가능하다는 게 특징. 또 지붕에 설치된 태양광 패널로 재봉기에 전원을 공급하는 원웨어 캠페인 차량이 전국을 순회한다.
클로젯 셰어가 지닌 나눔의 미덕
만약 당신이 주도적으로 헌 옷을 나누고 싶다면 ‘클로젯 셰어(Closet Share)’ 앱을 다운로드할 것. 기존의 패션 렌트 서비스가 대량 구매된 아이템을 빌려 입는 것이었다면 ‘패션 공유 플랫폼’인 클로젯 셰어는 그 누구나 셀러이자 고객이 되어 입고 싶은 옷은 빌려 입고, 안 입는 옷은 나누는 ‘공유’를 기본으로 한다. 이처럼 환경을 아프게 하거나 우리의 미래가 지닌 유효 기간을 앞당기지 않고도 충분히 매일 새로운 옷장을 만끽할 수 있다.
- 패션 에디터
- 박연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