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델보다 노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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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모가 아닌 전체적인 분위기가 패션을 만든다.

최근 미국에서 ‘캐스팅 디렉터’라는 직업이 아주 인기다. 사진가나 작가, 설치 미술가, 행위 예술가 등 전혀 예상치 못했던 직업을 가진 사람들 중 남다른 분위기를 가진 자를 모델로 발굴하여 그들을 무대에 올리거나 카메라 앞에 세우는 일이 그 어떤 일보다 흥미롭게 받아 들여진다는 것이 이유였다.

이는 행위 예술가인 엘리자 더글라스를 페르소나로 앞세운 뎀나 바잘리아나 이름조차 알지 못하는 생경한 러시아 길거리 소년들을 모델로 기용한 고샤 루브친스키 덕분이 아닐 수 없겠다. 3년 전, 하위 문화를 주류 문화로 이끌어내는데 성공했던 이 두 디자이너들은 그들의 비전형적인 사고와 방식을 대중들에게 공표하는 방식으로 외모적으로 우수한 모델이 아닌 다소 우스꽝스러워 보일 수도 있는 일반인을 선택해 브랜드의 모델로 내세웠다. 정통적인 하우스 브랜드에서는 전혀 짐작조차 하지 못했던 이 과감한 선택은 당시 아주 신선하게 다가왔고 새로운 방식의 아름다움을 사람들에게 전하는데 성공하게 된다. 그리고 이는 노(No)와 모델(Model)을 섞어 ‘노델’이라는 신조어를 만드는데 일조하기도 한다.

Chromat

Collina Strada

Commission NYC

무엇보다 이는 히피 문화가 만연했고 자유주의를 외쳤던 시절을 겪어온 미국 시장에 아주 깊게 파고들게 된다. 브루클린을 기반으로 시작한 에크하우스 라타나 마리암 나시르 자데 등의 브랜드에선 그들의 친구를 무대에 올리고 카메라 앞에 세운다. 크로맷에서는 플러스 사이즈 모델들을 의도적으로 연이어 등장시키고, 콜리나 스트라다는 여러 가족을 무대에 올리며 뉴욕의 발렌시아가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커미션은 한국인 스타일리스트 김예영이 모델로 등장해 화제가 되기도 하지 않았나. 뉴욕의 이 흥미로운 행보 속에서 비율적으로 완벽하진 않은 그들에게서 의외의 아름다움을 발견하게 된다. 이는 그들 속에 차곡차곡 쌓인 어떤 내면적인 아름다움이 겉으로 드러나기 때문이 아닐까. 이를 보면서 결국 패션은 옷이 아닌 태도가 만든다는 말이 다시금 떠오른다.

프리랜스 에디터
김선영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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