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으로 초대장을 보내온 프라다의 2019 F/W 컬렉션 프레젠테이션. 그곳에는 로맨스와 공포, 그리고 프랑켄슈타인이 있었다.
밀라노를 호령하는 프라다의 다음 행선지는 동남 아시아의 메트로폴리탄 태국 방콕이었다. 빅 하우스라 일컫는 몇몇 브랜드는 종종 이국적인 도시에서 컬렉션을 전시해, 그 세부를 촘촘히 들여다볼 기회를 선물한다. 프라다는 더블유를 비롯한 아시아 소수 매체를 방콕으로 초대해 2019 F/W 컬렉션을 선보였다. 방콕은 우기라 예고되어 있었고, 아주 눅진한 공기 속에서 프라다의 F/W 컬렉션을 만날 참이었다. 그간 만난 프라다의 컬렉션들이 새삼 떠올랐다. 여성 카투니스트와 협업해 여성의 근원적 힘에 대해 얘기하고, 불안하고 폭력적인 시대를 살아낼 보호구 같은 컬렉션을 선보였는가 하면, 영화 <City of Women>을 주제로 현대로 오기까지 여성이 맡은 역할을 들여다본 컬렉션 등 여성이라는 존재와 그 역사에 대한 깊은 사색이 유난히 돋보인 하우스. 미우치아 프라다는 티셔츠에 자신의 뜻을 광고하는 타입의 디자이너는 아니지만, 컬렉션의 은유적 장치를 통해 의중을 은근하게 드러내곤 했다. 심미적으로 가득한 컬렉션을 보고 있노라면 쉽게 지나칠 수도 있지 만, 간과해서도 안 될 그녀의 메시지는 늘 분명했다. 잊지 말아야 할 사실은 이 패션계 대모는 아주 진지한 사람이고, 유럽의 갈등, 전쟁과 그 위협, 여성 인권 같은 사회적 이슈에 대해 진정으로 염려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2월 프라다의 본거지 밀라노 폰다치오네에서 열린 2019 F/W 컬렉션은 어땠나. 마치 니콜라 테슬라의 실험실처럼 꾸민 쇼장의 중심에는 거부당하고, 사랑에 번민한 안티 히어로 프랑켄슈타인이 있었다. 가난과 자식의 죽음을 겪은 19세의 천재 작가 메리 셸리가 창조한 이 괴물은 오랜만에 런웨이로 돌아온 카라 델러빈의 날카롭게 칼집이 난 듯한 드레스에 담겼고, 남성복에서 선보인 하네스로 묶은 셔츠는 여성복으로 고스란히 전달됐으며, 그래픽 장미 프린트, 레이스, 번개 볼트 같은 아주 다른 질감의 소재 를 병렬한 옷은 ‘프랑켄슈타인’ 그 자체였다. 이는 방콕으로 향하는 동안 내가 가진 힌트였다. 로맨스를 주저 없이 해부하고, 공포를 자아내지만 순수한 괴물, 혹은 그의 신부 같은 여성상. 기이하고 대담할수록 패션 팬들은 열광할 것이 분명했다.
프레젠테이션은 방콕이 자랑하는 거대한 센트럴 앰버시몰 안 프라다 매장에서 열렸는데, 무시무시한 트래픽을 생각한다면 합리적인 선택이었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밀리터리 군단. 두툼한 양모 칼라를 덧댄 코트나 패딩과 부츠에 실용적인 포켓을 더한 것, 리네아 로사 로고와 나일론 소재를 사용한 아우터 등 실용적이고 투박한 부분은 커다란 3D 꽃 장식, 하트와 장미, 동화 같은 케이프, 펜슬 스커트, 반짝이는 붉은 구두와 만나 드라마틱한 연쇄를 이뤘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코트에나 쓰일 법한 클래식한 울 소재가 절묘하게 오프숄더 드레스로 바뀐 것. 함께 스타일링한 슬라우치 팬츠, 투박한 레이스업 부츠, 두꺼운 소재를 꽉 조여맨 벨트 장식은 충분히 매력적이었다. 비슷한 기법이 쓰인 몇몇 칵테일 드레스 중 모델 최소라가 입은 푸크시아 핑크색 주름 장식 드레스는 런웨이의 정점을 찍었다. 현대 여성들이 투박한 크리퍼와 픽시 힐, 남성용 재단과 한껏 우아한 오프숄더가 공존하는 컬렉션을 사랑하지 않을 이유는 없었다. 웬즈데이 애덤스같이 머리를 땋고 하얗게 분칠한 여인들로 로맨스와 공포를 동시에 얘기하는 프라다. 어딘가 으스스하지만 참신하고 대담한 조화는 너무나 프라다스러웠고, 프라다의 팬들이 좋아해야 할 이유를 보여줬다. 그래서 그 컬렉션의 세부를 보기 위해 방콕으로 온 사실이 더더욱 기쁘고 반가웠다. 이번 F/W 컬렉션은 대단히 함축적으로 프라다의 정수를 담은 컬렉션임이 분명했다.
- 패션 에디터
- 이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