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S/S 런던 패션위크 맨즈 컬렉션 데뷔를 성공적으로 치른 뮌.
‘2020 S/S 런던 패션위크 맨즈’ 컬렉션 데뷔를 성공적으로 치른 뮌(MÜNN)의 한현민 디자이너와 대화를 나눴다. 새로운 출발선에 선 그가 어디를 향해 가는지 오래 지켜보기로 한다.
서울디자인재단과 영국패션협회(BFC)가 MOU를 체결한 이후, BFC 공식 초청으로 패션쇼를 개최한 첫 번째 디자이너가 됐다. 소감이 어떤가?
런던 패션위크는 지금 가장 핫하고 트렌디한 남성복 브랜드들(크레이그 그린, 키코 코스타디노브, 어 콜드 월, 코트 웨일러 등)이 밀집해 있기에 영광이라 생각한다. 패션학도 시절부터 알렉산더 매퀸과 후세인 샬라얀의 전위적인 쇼를 보며 꿈을 키웠기 때문에 더욱 감회가 새로웠다.
뮌이 선정된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
스트리트 패션과 테크웨어, 스포티즘 위주로 전개되는 런던 패션위크에서 뮌의 하이엔드 테일러드와 아방가르드 아이덴티티는 아무래도 신선했을 거다. 런던 패션위크에서는 보기 힘든 멋진 스타일이라는 외신들의 리뷰가 많았다.
예상보다 빨리 컬렉션을 준비하느라 많이 바빴을 것 같다.
우리는 파리 패션위크 기간에 스케줄을 맞춰 세일즈를 나가기 때문에 특별히 몇 달 앞선 스케줄은 아니었다. 다만, 런던은 파리 패션위크보다 10여 일 빠르고, 쇼를 위한 아트 피스를 주어진 시간(BFC의 선정 발표가 너무 늦게 나왔다) 안에 창작하는 것이 조금은 부담되었다. 그러나 타이트한 데드라인은 초능력을 발휘하게 만드는 것 같다. 뮌의 팀원들과 패턴사, 봉제사들이 살인적인 스케줄을 감당해주었다. 그들에게 감사하다.
런던 컬렉션은 당신에게 어떤 변화를 가져올까?
‘뮌’이라는 브랜드의 글로벌 인지도를 상승시키고, 나와 우리 팀원에게 동기 부여와 리프레시가 되었다는 점, 팀워크를 다시 확인했다는 점이 긍정적인 변화다. 그리고 패션은 역시 재미있고 흥미롭다는 사실을 새삼 느꼈고, 초심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이번 시즌은 어떤 테마로 풀어갔나? 특별히 재미난 것이 있다면?
이번 시즌은 런던 데뷔 쇼이기도 해서 세 가지 키워드를 고려하며 준비했다. 오리엔탈, 스포티즘, 아방가르드. 특히 기억나는 작업은 등산복 루프와 수술용 주사 호스를 이용한 니팅 작업이었다. 예상하지 못한 소재의 색다른 활용은 내가 즐기는 디자인 방법이다. 피날레는 타이벡 종이 소재로 만든 슈트케이스 드레스다. 백스테이지 인터뷰에서 많은 외신들이 언급하길, 피날레 때 옷을 찍으려고 기다렸는데 슈트케이스를 입은 모델 30명이 줄지어 나오자 매우 당황스러웠고, 소름 돋았다고 했다. 의도한 바였다. 옷을 보여주지 않고 슈트케이스를 등장시킴으로써 아까의 옷을 상상하게 만드는 퍼포먼스를 연출한 거다.
지금의 영역과 이미지를 구축하기까지 쉽지 않은 길이었을 것 같다. 좋은 소재에 대한 고집, 어려운 패턴… 시장성을 고민했던 시기가 있나?
브랜드를 론칭한 2013년부터 지금까지 스웨트셔츠와 프린트 티셔츠, 후디 등 스트리트 패션이 전성기였다. 그와 반대로 테일러드 베이스에 최고의 소재와 부자재를 수입해서 퀄리티 좋은 봉제 시스템에서 제작하는 하이엔드를 지향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첫 시즌 때부터 매 시즌 찾아주는 고객, 바이어를 보며 원칙을 지켜 나가는 것이 옳다고 믿었다. 다른 도메스틱 브랜드들이 저렴하고 트렌디한 옷을 팔아도 신경 쓰지 않았다.
브랜드의 시그너처라고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가?
‘다른 패턴 메이킹’, ‘낯선 패턴 조합’, ‘다른 봉제 방법’, ‘낯선 봉제 순서’. 그렇지만 완성도와 감도를 지키는 것.
테일러링을 기반으로 하지만 현대적 면모와 젊은 감각을 적절히 투영한다. 강약의 조절이 확실하달까. 옷을 만듦에 있어 무엇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다름’과 ‘낯섦’이다. 현대는 수많은 패션 브랜드가 존재한다. 좋은 품질에 싼 가격으로 매력적인 베이식 웨어를 만드는 유니클로, 트렌디한 옷을 파는 저가의 온라인 시장, 심지어 명품을 카피해 저렴하게 옷을 파는 인스타그램까지. 마음만 먹으면 옷을 팔 수 있는 이런 시대에 그들과 분명한 차이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저렴한 옷, 트렌디한 옷, 옷을 전공하지 않아도 그래픽만 프린트해서 만들 수 있는 옷은 내가 굳이 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한다. 뮌은 수많은 대중을 타깃으로 하는 브랜드가 아니다. 옷을 잘 아는 사람, 옷을 전공한 사람들이 봤을 때도 인정하는 옷을 만들고 싶다.
론칭 때부터 사진을 직접 찍는 거로 알고 있는데 여전히 직접 찍나? 만든 사람이 찍는 룩북이라 그런지 옷에 확 집중되는 느낌이다.
SADI에 들어가서 패션을 시작하기 전에는 그래픽과 사진을 공부했기 때문에 나에겐 익숙한 작업이다. 패션 디자이너로서 옷을 창작하는 것도 즐겁지만 그 옷을 가지고, 비주얼라이징하는 포토그래피, 타이포그래피 등 모든 작업이 흥미롭다.
시각 디자인을 전공한 것은 당신에게 어떤 자산으로 남아 있는지 궁금하다.
론칭 때부터 모든 룩북 촬영과 비주얼라이징 작업을 모두 직접 해왔다. 패턴과 봉제를 이해하고 할 줄 아는 디자이너가 그렇지 않은 디자이너보다 할 수 있는 카테고리가 넓은 것처럼 사진과 그래픽을 직접 할 줄 아는 패션 디자이너는 유니크하기 때문에 큰 장점이 된다. 옷이 나왔을 때부터 ‘이 옷을 어떤 모델에게 입혀서 이 디테일이 잘 보이게 이런 앵글로 찍어 타이포는 어느 위치에 올려야지’라는 계획까지 나온다.
‘M082’라는 프로젝트 레이블을 새롭게 시작했는데, 패션 외에 다양한 예술을 아우르는 것 같다. 이것은 어떤 프로젝트인가?
M082는 뮌과 우리나라의 국가번호의 합성어이다. 뮌이 서울에서 영감 받아 작업하는 모든 창작 활동을 이른다. 첫 쇼부터 쇼 음악, 영상 등은 이 프로젝트 레이블과 함께하고 있다. 이번 런던 쇼에는 ‘율이에’와 슈즈 협업, ‘신저’와 모자 협업을 진행했다. 뮌보다는 덜 어렵고, 접근이 쉬운 유쾌한 작업을 펼치는 레이블이다.
남성복 기반의 브랜드지만 가끔 여성의 옷도 만든다. 여성복을 만들 때 남성복과 다르게 염두에 두는 것이 있는지?
따로 염두에 두는 것은 없다. 다른 브랜드에서는 살 수 없는 옷을 창작하는 것. ‘낯설게 하기’라는 철학은 동일하다. 남자와 여자의 옷이라는 카테고리보다는 익숙한 것과 새롭고 낯설지만 매력적인 것의 카테고리를 염두에 두며 작업한다.
스타일링에도 신경을 쓰는 것이 느껴진다.
평소에는 모든 스타일링을 팀원들과 직접 한다. 우리 옷과 철학을 가장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모델 피팅 때, 평등하게 서로의 의견을 나누면서 디벨롭한다. 이번 런던 패션쇼는 <GQ UK> 에디터인 ‘엘가’와 함께 작업해 조금 색다른 스타일링이 완성됐다.
한 브랜드가 오래도록 호흡을 이어가는 것은 어려운 일인 것 같다. 뮌은 2013년 론칭 때부터 꾸준히 좋은 반응을 끌어왔다고 생각한다. 앞으로의 계획이 있다면?
정구호, 우영미, 정욱준 등 세계를 무대로 활약하는 디자이너를 보며 꿈을 키워왔다. 패션에 국한되지 않고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는 크리에이터가 되고 싶다. 그렇게 될 것이다.
- 패션 에디터
- 김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