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 다이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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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계의 레이더망이 지금 코펜하겐을 향하는 데는 이들의 활약이 크다.

인스타그램 세대, 삭스 포츠(Saks Potts)

캐트린 삭스와 바바라 포츠가 입은 현란한 무늬의 드레스와 팬츠는 모두 삭스 포츠 제품.

유난히 길고 매서운 북유럽의 겨울. 20대 중반의 친구 바바라 포츠(Barbara Potts)와 캐트린 삭스(Cathrine Saks)는 코펜하겐의 우울한 날씨를 보면서 좀 더 밝고 명랑한 브랜드를 만들고 싶었다. “길거리를 다양한 색으로 물들일 수 있는 옷을 떠올렸어요.” 2015년 처음 선보인 터키블루 라펠과 라임빛이 도는 소매를 조합한 셔링 코트 ‘Febbe’가 큰 인기를 끌며 레디투웨어와 액세서리로 범위를 확장했다. 패션 디자인을 배운 적은 없지만 아이디어는 늘 넘쳤다고 말하는 이들은 과감하고 색다른 컬러 조합이 특징으로 도트 무늬 점프슈트와 파란색 밍크 핸드백 등을 차례로 히트시켰다. 그 결과 셀레나 고메즈나 카디비, 켄들 제너 등 오늘날 가장 핫한 셀렙들이 고객이 되었다. 그들의 발군의 감각과 실력이 바탕이 되었지만 소셜미디어가 결정적 역할을 했다. “인스타그램이 없었다면 우리가 여기까지 오기는 어려웠겠죠.” 킴 카다시안 웨스트 팀이 아기옷 주문 제작을 DM으로 했던 일화를 들려주며 한 말이다. 같은 태생의 또 다른 브랜드, 가니의 공동 설립자 니콜라이 레프스트럽 같은 멘토도 큰 도움이 되었다. “코펜하겐에서는 모두가 서로를 알기 때문에 항상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어요. 덴마크가 작은 만큼 저희는 똘똘 뭉쳐 있어요.”

일상에서 느끼는 아름다움, 세실리에 반센(Cecilie Bahnsen)

니콜라이 월너 갤러리에서 그녀가 입은 흰색 블라우스는 세실리에 반센 제품.

덴마크 왕립 극장에서 인턴을 하던 열두 살 무렵 자신의 소명을 깨달았다고 하는 세실리에 반센. “하나의 드레스를 만드는 데 필요한 시간과 사랑, 디테일을 보고 정말 놀랐어요.” 이제 삼십대 중반이 된 그녀가 어린 시절을 회상했다. 덴마크 왕립 미술 아카데미에서 패션 디자인을 전공하고 영국 왕립 예술 대학원에서 여성복을 공부하며 디자이너 존 갈리아노와 일하는 기회를 얻었다. 그 일을 시작으로 에르뎀에서 자수 담당 디자인 어시스턴트로 일하다 4년 후 자신의 브랜드를 론칭했다. 첫 컬렉션에서 자수 옷과 풍성한 베이비돌 드레스를 대거 선보인 게 그리 놀라운 일은 아니다. 클래식한 덴마크 디자인에 큰 영향을 받았다고 밝힌 그녀는 계속해서 자신만의 미니멀한 미학을 정립하는 중이다. 코펜하겐의 작업실에서 수작업으로 만드는 아이코닉한 흰색 포플린 블라우스와 코튼과 새틴으로 된 패널 드레스 모두 유명 리테일러를 통해 팔리고 있지만 반센은 자신의 옷이 소란스러운 관심이 아닌 그저 하나의 생활복으로 즐겨지길 원한다. “바람이 불거나 자전거를 타면서 옷이 자연스럽게 흩날릴 때. 그 느낌이 정말 좋아요.” 그녀가 옷을 바라보는 지향점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가니걸스의 반란, 가니(Ganni)

코펜하겐 작업실에서 디테가 입은 드레스와 니콜라이 레프스트럽이 입은 셔츠와 팬츠는 모두 가니 제품.

최근 가니의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다. 인스타그램에 #ganni, #gannigirls를 검색하면 나오는 쿨한 추종자가 무려 10만이 넘는다. 공동 창립자 디테 레프스트럽(Ditte Reffstrup)에게 가니를 입는 여자는 어떤 스타일인지 묻자 한 명의 뮤즈가 아니라고 대답했듯이. 41세의 디테와 남편 니콜라이가 2009년에 작은 니트웨어 브랜드를 인수했을 당시, 그녀는 콘셉트 숍의 바이어였고 니콜라이는 작은 스타트업 테크 회사를 다니고 있었다. 출발은 소박했지만, 5년 뒤 코펜하겐 호텔의 루프톱 테니스 코트에서 선보인 쇼는 레이블을 새롭게 발전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가니의 화려한 프린트와 과감한 실루엣은 마이테레사, 셀프리지, 네타포르테 등등 많은 리테일러의 관심을 얻었고, 긍정적인 반응이 이어졌다. 신발끈으로 꿰맨 듯한 핑크색 톱이나 치마, 상체를 다른 패턴으로 패치워크한 풍성한 맥시 드레스처럼 가니의 시그너처는 엉뚱하지만 유머러스한 장식이 되었다. 그들은 브랜드를 설립한 지 10년 만인 올해 런던에 첫 매장을 열었다. “처음부터 디테가 원하는 건 스칸디나비안의 쿨함을 보여주자였어요. 그 출발이 될 것 같아요.”

패션 에디터
이예진
Gillian Sagansk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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