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3월 28일, 샤넬과 퍼렐의 협업은 서울에서 최초로 공개됐다.
서울을 찾은 퍼렐 덕분에 모두가 분주했고, 우리는 그와의 인터뷰를 통해서 그가 샤넬에 새긴 다채로운 흔적을 샅샅이 살폈다.
만나서 반갑다. 서울은 몇 번째 방문인지? 음, 6번째 방문인 것 같다. 아마 그럴 거다.
6번째 만난 서울은 어떤 느낌이었나? 나는 서울이 좋다. 그건 확실히 얘기할 수 있다. 주로 차를 타고 이동하는 데다 이동 중에는 동승자들과 대화를 나누니까 정확히 내가 어디를 지나갔는지 잘 모르지만, 나는 서울이 좋다. 사실 어디를 가나 그렇다. LA를 가도 마찬가지다. 일하고, 회의하느라 바빠서 정확한 방문 날짜, 시간, 위치 등을 꼼꼼히 기억하지 못하는 편이지만.
사실 여기 모인 모든 사람이 그렇겠지만 나는 당신의 열혈 팬이다. N.E.R.D 시절 앨범부터, 개인 앨범까지 모두 다 가지고 있다. 나의 우상을 마주하니 지금 엄청 떨린다. 고맙다. 떨지 말고,릴랙스하고 편하게 이야기하자.(웃음)
본론으로 들어가서, 이번에 당신과 샤넬이 협업한 옷이 서울에서 단독으로 첫선을 보였다. 서울에서 ‘최초’ 공개되었다. 4월 4일 이후에는 서울 바깥으로, 전 세계로 퍼져나갈 것이다. 하지만 출발점은 지금 여기, 서울이다.
이번 협업에서 어떤 옷과 액세서리를 만들었나? 이번 캡슐 컬렉션을 통해 기존 샤넬 브랜드에선 좀처럼 찾아볼 수 없는 옷을 만들고 싶었다. 그래서 유니섹스한 시도를 했고, 남성들도 마음껏 입을 수 있도록 디자인했다. 마치 유니섹스 스타일을 즐기던 과거의 나처럼 말이다. 물론 칼이 조금씩 손봐준 부분도 있긴 했는데, 어쨌든 샤넬은 여성복 브랜드라서 우리는 유니섹스로 가기로 큰 틀을 결정한 것이다. 내가 옷을 입을 때 지향하는 바가 바로 유니섹스다. 나는 여성 브랜드의 옷뿐만 아니라 선글라스도 즐겨 착용 하기 때문에, 양성 모두에게 통할 수 있는 것을 재미있게 시도해보았다.
작업하면서 어려운 점은 없었나? 없었다. 샤넬은 내게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했다. 감사하게도 나에게 진정한 자유를 준 것이다.
그동안 샤넬과 많은 작업을 했다. 단편영화 주연으로 음악 작업을 하기도 했고, 잘츠부르크 공방 컬렉션의 캠페인 모델이 되는가 하면, 파리 코스모폴라이트 공방 컬렉션에서는 무대에 모델로 서기도 했다. 샤넬과의 다양한 협업은 뮤지션인 동시에 디자이너인 당신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궁금하다. 브랜드와의 협업이란 그 브랜드를 통해 무한한 영감을 받고, 새로운 세계를 접할 기회이면서, 동시에 무언가를 함께 창조해내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동안 샤넬과 함께한 다양한 작업은 계속해서 밀도를 높여갔고, 지금에 이르렀다. 하나하나 나에겐 도전이었고, 모든 것이 다 의미 있는 일이었다.
퍼렐의 독창성은 어떤 방식으로 샤넬에 스몄을까? 나의 영혼, 그리고 나의 직 관들이 전면에서 이번 컬렉션을 이끌어갔다고 생각한다. 나는 늘 내 영혼이 컬러풀하다고 생각했다. 나의 직관을 믿고 행복한컬러 플레이를 이번 협업에 담았다. 나는 어린 시절 액세서리를 과하게 착용하곤 했다. 액세서리가 룩의 초점이었다고 할 수 있고, 협업에서 액세서리 비중이 큰 이유다. 나의 스타일과, 브랜드가 고수해온 아이덴티티가 만나 멋진 접점이 탄생했다고 생각한다.
오늘 처음 당신의 옷이 선보이는 자리다. 당신이 어떤 옷을 선택했을지 무척 궁금했는데, 오늘 입고 온 옷에 대해 설명해주면 좋겠다. 오늘 입은 데님은 일종의 ‘데드 진(Dead Jeans)’인데 처음 입어보는 거라 흥미롭다. 슈즈는 로퍼를 신었다. 로퍼야말로 필수적으로 갖춰야 할 패션 아이템이라고 생각한다. 샤넬의 구두 공방 마사로에서 제작한 것인데, 그들이 처음 만들어낸 유니섹스 로퍼라는 점에서 아이코닉하다고 생각했다. 사실 오늘 다른 컬러를 시도해볼까 했는데 블랙은 정답과도 같은 컬러니까. 블랙을 선택했다. 셔츠는 롱 슬리브로 뒷면에는 샤넬과의 협업이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샤넬과 나의 역사 같은 이야기를 레터링 프린트로 표현했다.
당신은 예전 인터뷰에서 취향은 변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지금 퍼렐의 옷장은 어떤 것들로 채워져 있는지? 그렇다 취향은 늘 변한다. 나는 사실 똑같은 옷을 몇 주 동안이나 계속 입을 때도 있다. 같은 티셔츠를 색깔만 바꿔가며 입기도 한다. 내가 좋아하는 옷들은 나에게는 유니폼이나 다름이 없다. 마치 그때에는 그 옷들이 없으면 벌거벗은 느낌이 드는 것처럼 말이다.
오늘밤 샤넬 퍼렐의 협업을 기념하는 파티에서 당신은 공연을 한다. 무척 설레고, 기대되는데 우리는 어떤 마음으로 즐기면 될까? 자기 자신이 될 것(Be Yourself). 그게 제일이다. 자기다운 모습으로, 당신을 행복하게 해주는 것들을 해라!
- 패션 에디터
- 김신
- 포토그래퍼
- 신선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