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성운의 ‘홀로서기’
워너원 멤버들의 ‘홀로서기’가 시작됐다. 봄날처럼 산뜻하고 기분 좋은 앨범으로 새로운 챕터를 연 하성운을 만났다. 변화무쌍한 날씨처럼 리드미컬하게 움직이던 하성운의 어느 멋진 순간.
첫 솔로 앨범 <My Moment>를 발표하고 타이틀곡인 ‘버드(BIRD)로 산뜻한 출발을 했다.힘을 뺀 가볍고 경쾌한 모습이 잘 맞는 옷을 입은 듯하다. 처음이니까 조금 가볍고 편한 느낌으로 시작하고 싶었다. 사실 어둡고 진중한 모습은 나와 잘 안 어울린다. 편하고 기분 좋고 약간 ‘샤랄라’ 한 것들이 잘 맞는다고 생각한다.
별명 부자인데 ‘하버드’라는 새로운 별명도 얻었다. 특히 타이틀곡에서 정육면체 오브제를 이용한 안무가 인상적이었다. 상자 안에서 불도 켜지고 하늘을 나는 것처럼 의자 위로 올라가면 댄서들이 번쩍 들기도 하고. 괜히 ‘무대 장인’이 아니더라. 부끄럽다(웃음). 하얀 새장은 이케아에서 산 가구를 색칠해서 만들었다. 안무가 선생님이 아이디어가 많아서 뮤지컬처럼 안무를 잘 만들어주셨다. 상상력과 스토리텔링이 있는 무대를 만들고 싶었다.
다섯 곡의 작사와 작곡에 모두 참여했는데 그렇게 하고 싶었던 이유가 있나? 보통은 좋은 곡을 받아서 연습해서 녹음하고 무대 위에 서지만 이번 앨범에서는 나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함께 음악 하는 형들과 같이 머리를 맞대고 아이디어를 내고 여러 번 수정하면서 완성한 앨범이다.
곡을 만들 때 떠오르는 것을 스케치하는 본인만의 방식이 있나? 나도 모르게 입에서 나오는 음들을 흥얼거리며 리듬도 타면서 녹음을 한다. 그러다 가볍게 춤을 추기도 하고. 오늘도 새롭게 작업을 시작한 곡이 있다. 내가 흥얼거리면 무엇이 됐든 어두운 느낌은 잘 안 나온다. 자극적이지 않고 편안하게 들을 수 있는 곡을 주로 만들게 된다.
요즘 즐겨 듣는 음악이 있나? 내 노래밖에 안 듣는다 (일동 웃음).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아! 이때 이렇게 부를걸’ 아쉬운 부분도 계속해서 들리고. 딘 선배님 노래도 좋아한다. 그분의 보컬 톤처럼 색깔이 확실한 목소리가 좋다.
본인의 목소리와 케미스트리가 잘 맞을 것 같은 동시대 뮤지션이 있다면 누구일까? 방탄소년단의 지민씨. 둘이서 그런 이야기도 종종 한다. 군대도 다녀오고 시간이 흐르면 언젠가 같이 해볼 수 있지 않을까?
2017년 4월 <프로듀스 101 시즌 2>에 도전해서 ‘TOP 11’의 멤버가 되고, 워너원으로 활동해온 지난 2년간이 굉장히 중요했을 것 같다. 스스로 변화하거나 성장한 부분이 있다면 무엇일까? 일단 무대에 정말 많이 올랐고 좋은 사람을 많이 만났다. 큰물 안으로 들어가야 더 많은 걸 배울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활동하면서 방송 피디님, 작가님, 주변의 여러 아티스트를 알게 됐고, 정보를 공유하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자연스럽게 배운 것이 많다. 한동안 바쁜 시기를 보내고 친구들을 만나면 나도 모르게 고민에 대해 조언해줄 수 있는 입장이 되더라.
반대로 잃었다고 생각하는 것도 있나? 예전의 나와 지금의 나 사이에 어쩔 수 없이 바뀐 부분이 존재한다. 그걸 이해해주는 사람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도 분명히 있을 거다. 어느 순간 불편해지고 어려워 지는 관계도 생길 테고,그러면서 자연스레 연락이 끊기기도 하고. 그래도 모든 관계를 돌이켜보면 결국 잃은 건 없는 것 같다.
인스타그램(@gooreumseng)을 보니까 얼마 전 대학교 졸업을 했다. 캠퍼스 잔디밭이나 교내 버스정류장에서 찍은 인증샷들이 정말 풋풋하더라. 평소 어떤 학생이었나? 학교 행사도 다 참여하고 엠티도 가고 친구들이랑 술 마시다가 수업에 지각도 하고 진짜 대학생다운 생활을 했다. 학점이 좋은 모범생 타입은 아니었지만 인정받을 수 있는 부분에서는 인정을 받았다. 이를테면 춤, 노래처럼 몸으로 보여주는 건 잘했다고 스스로 인정한다.
노래하는 자아와 본인이 어느 정도 일치한다고 가정했을 때 이번 앨범에 수록된 ‘Lonely Night’을 들어보면 외로움을 자주 타는 사람처럼 보인다. 살면서 외롭다고 느낀 적은 별로 없지만 그런 순간이 찾아오면 항상 누군가를 떠올리고 바로 연락한다. 그래서 심심할 틈 없이 바쁘다. 친한 친구들이랑 통화하면서 많이 웃고 그러면서 에너지를 받는다. 나도 누군가에게 웃음을 주는 걸 좋아하고. 팬카페에 자주 들어가는 이유도 거기에 가면 뭔가 팬들이랑 연락을 주고받고 대화하는 기분이 들어서다. 팬들이 올린 글 읽으면서 약간의 외로움을 달래기도 한다.
모두가 많이 울었던 워너원 콘서트 ‘Therefore’ 마지막 공연 하루 전날에도 새벽 2시 팬카페에 글을 올렸던데. 잠을 못 자면 안 되는 날이었다. 그런데도 잠이 오지 않아서 팬카페에 들어갔는데 나와 똑같은 심정의 팬들이이 너무 많더라. 그래서 감정이 너무 복받쳤고 솔직한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 항상 마지막이 온다는 걸 인지하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멤버들끼리 있을 때나 팬들조차도 그 단어를 말하지 않으려고 애썼다. 인터뷰에서도 ‘워너원 활동이 끝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라는 질문을 받으면 가능하면 말을 아꼈다. 그러다가 진짜 마지막 날이 와버리니까 그대로 잠들 수가 없었다.
워너원 팀 내에서는 늘 상황을 정리하고 옳고 그름을 판단해주는 역할을 했다. 심지어 예능 방송 <워너원 고: 제로베이스>에서 마피아 게임을 해도 그런 성격이 보이더라. 시민을 구하려고 주저리주저리 말을 많이 하다가 결국 본인이 마피아로 오해받아서 죽고야 마는. 눈치가 빠른 편이라 마피아 게임을 하다 보면 돌아가는 상황이 너무 잘 보인다. ‘정리봇’ 같은 사람이라 말이 많아지는 것 같다. 여기서 이렇게 하면 좋을 것 같고, 이렇게 움직이면 그다음 일이 잘 풀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면 그걸 분명하게 이야기하는 편이다. 워너원 활동을 하면서도 포지션이 둘째 형이다 보니까 의견을 많이 내고 정리하는 역할을 주도적으로 하려고 했던 것 같다.
<프로듀스 101 시즌 2> 방송 당시에 합숙 생활을 앞두고 ‘보부상’처럼 탈취제, 팩, 벌꿀, 토스터, 심지어 전기 장판까지 살뜰하게 챙겨 온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지금 가방엔 어떤 물건이 들어 있나? 오늘은 가방 없이 나왔다. 원래 바리바리 짐을 싸가지고 다니는 편은 아니다. 평소에는 심플하게 핸드폰만 들고 다닌다.
해외 활동을 하면서 기억에 남는 나라가 있었나? 호주의 날씨에서 평소 느껴보지 못한 감정을 느꼈다. 약간 쌀쌀한 공기였는데 시원하면서도 상쾌하고 평화로운 바이브가 느껴졌다.
날씨 영향을 많이 받는 편인가? 날씨가 좋으면 밖으로 나갈 생각에 행복하고, 비가 오면 오는 대로 오늘은 괜히 막걸리나 한잔 마셔볼까 생각하면서 설렌다. 항상 그런 상상 속에 빠져서 설레는게 있다.
일상 속에서 느끼는 소소한 행복이 있나? 반신욕을 좋아한다. 오늘 촬영장에 오기 전에도 하고 왔다. 찝찝한 기분을 싫어해서 스케줄이 끝나고 집에 돌아가면 무조건 샤워부터 해야 움직일 수 있는 성격이다. 요즘엔 스케줄이 너무 빡빡해 씻고 나면 그대로 잠 든다. 옷 정리도 해야 하는데, 너무 바빠서 계속 미루고 있다.
잊으면 안 되는데 살면서 자꾸 깜빡깜빡 잊는 것들이 있나? 빨래를 돌리고 나서 바로 널어야 하는데 자꾸 까먹는다. 온종일 그대로 넣어둔 적도 있다.
최근에 독립했다고 들었다. 인테리어, 청소, 요리 등 가사 활동에 시간을 많이 쏟는 편인가? 그냥 딱 자취생 느낌으로 살고 있다. 배달 음식 시켜 먹는 것도 좋아하고 운동을 하다 보니까 단백질 위주로 먹게 되는데, 조금 럭셔리하게 먹고 싶은 날엔 사시미나 육회도 즐겨 먹는다.
매일매일 챙겨 먹는 무언가가 있나? 두유를 하루에 2~3팩씩 꼭 마신다. 그런 습관을 들이면 건강에도 좋고 다이어트에도 도움이 되는 것 같아서.
바쁘게 활동하다 보면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는 스트레스가 생길 수밖에 없을 텐데 건강한 멘탈을 다잡기 위해 노력하는 부분이 있나? 하고 싶은 것만 하기 때문에 스트레스를 별로 받지 않는다. 기대한 만큼 이루지 못했을 때는 물론 힘들어하지만 그것도 잠깐이다. 열심히 한 만큼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바로 미련을 버리고 다른 방향으로 생각한다. 아니다 싶으면 바로 돌아서는 성격이다. 이 일을 하면서 정신적으로 힘든 부분은 거의 없지만 잠을 제대로 못 잘 때 육체적으로 피로함을 느낀다.
하루 24시간 가운데 좋아하는 시간대가 있나? 지금 이 순간, 오후 7시에서 8시 사이. 내가 가장 활발하게 무언가를 하는 타이밍이다.
“친한 친구들이랑 통화하면서 많이 웃고 그러면서 에너지를 받는다. 팬카페에 자주 들어가는 이유도 거기에 가면 뭔가 팬들이랑 연락을 주고받고 대화하는 기분이 들어서다. 팬들이 올린 글 읽으면서 약간의 외로움을 달래기도 한다.”
- 피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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