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작새처럼 현란한 네온이 유행이라고?
2019 가을/겨울 시즌은 유난히도 보수적인 파리에서 이례적인 것들이 공격적으로 쏟아졌던 패션 위크였다. 광활한 형태, 현란한 무늬, 경이로운 소재 등 온갖 혁신적인 것들이 맹렬하게 등장했던 틈에서도 유독 시선을 사로잡은 건 네온 사인에서 착안한 것이 분명해 보이는 어떤 맥거핀이었다. 생 로랑에서 등장한 어둠 속에서도 빛나는 야광 코트, 마린 세르에서 나타난 얼굴에서 번뜩이는 섬광 장치, 발렌시아가에서 본 멀리서도 단숨에 알아볼 수 있는 눈부신 네온 컬러들. 흑연처럼 어두운 공간에서 성큼성큼 걸어 나오는 모델들에게서 마치 사랑하는 사람에게 온통 마음을 빼앗기는 듯한 전율이 튀었다. 미래적 하이 패션이란 바로 이런 것이라는 걸 증명하는 듯 하기도 한다.
SAINT LAURENT
MARINE SERRE
BALENCIAGA
- 프리랜스 에디터
- 김선영
- 사진
- GoRunway, Instagram @ysl, @marineserre_officia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