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들의 마음을 훔칠 새로운 주인공.
‘욕조’라는 뜻을 지닌, 그 이름마저 유혹적인 베누아(Baignoire) 워치. 카트린 드뇌브와 잔 모로 같은 은막의 여인들이 사랑한 바로 그 워치가 놀랍게 변화했다. 1912년, 까르띠에가 처음 선보인 욕조를 닮은 독창적인 타원형에 아름다움을 향한 끝없는 갈망을 더해, 한층 더 모던하고 대담한 디자인으로 변신한 2019년의 베누아 컬렉션. 동시대 여성들의 마음을 훔칠 새로운 주인공을 탄생시킨 까르띠에 메종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마리 로르 세레드를 만났다.
까르띠에에서 당신의 역할을 무엇인가? 만나서 반갑다. 난 메종의 아이덴티티에 기대어 우아하고 아름다운 디자인을 이끌어내는 의미 있는 작업을 한다. 워치메이킹 분야에서 생각한다면, 까르띠에의 고객은 시계의 외관이나 기술적 디테일보다 스타일을 더욱 중요하게 생각하기에 어떠한 디자인도 실현할 수 있는 방법을 최선을 다해 고민한다. 즉, 아이코닉한 워치 모델을 재해석하고 메종의 새로운 시그너처 스타일을 제안하는 창의성을 보여주는 일 말이다. 100여 년 전에 트렌디했을 까르띠에 워치가 지금은 클래식이 되었듯, 내일을 위한 클래식을 선보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다시 부활한 산토스와 팬더 컬렉션에 이어 올해는 베누아 워치가 돌아왔다. 그 의미와 메시지는 무엇일까? 전달하려는 메시지는 무수히 많다. 베누아는 특별한 방식으로 프렌치 시크 스타일을 표현하는 까르띠에 컬렉션이다. 물론, 우아한 취향의 ‘뭘 좀 아는 여자’들에게는 이미 알려져 있지만 아직 충분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번 베누아의 디자인에 혼신을 쏟았고, 아이코닉 베누아를 비롯해 베누아 알롱제와 끌루 드 파리 버전의 세 가지 라인으로 구성했다. 물론 제작 과정에서는 도전이 필요했다. 우선 아이코닉 베누아 모델을 위해선 오리지널 디자인을 최대한 보존하는 동시에 오늘날의 고객들 기준을 충족하도록 안팎으로 품질을 향상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나아가 다이아몬드가 세팅된 아이코닉 베누아를 통해선 전문적인 주얼리 메이킹 기술을 드러내고 싶었다.
개인적으로 아이코닉 베누아 워치와 베누아 알롱제 워치 중 어느 모델을 더 선호하나? 나는 지금 베젤에 다이아몬드가 파베 세팅된 핑크 골드 베누아 알롱제 워치를 착용하고 있지만, 상황에 따라 다른 워치를 선택할 수도 있다. 일례로 일상에서는 오리지널 버전을 착용하고, 특별한 날이나 파티가 있을 때는 알롱제를 착용해 기분 전환을 하면 어떨까.
2019 SIHH 베누아 컬렉션 중 가장 눈여겨볼 제품은 무엇인가? 취향에 따라 다르겠지만, 제작 과정에서 목표를 달성하기가 가장 어려웠던 끌루 드 파리 버전을 추천하고 싶다. 이 특별한 버전은 끌루 드 파리 모티프를 베젤 위에 이어 붙인 것이 아니라 금 조각 위에 직접 하나하나 조각해 우아한 디자인에 강렬함을 더했다. 지나치게 경계를 벗어나지 않으면서 특별한 요소를 더하는 과정이 사실 굉장한 모험이었고, 그 과정에서 균형을 찾아야만 했다.
베누아의 새로운 디자인을 고심하며 가장 주의를 기울인 점은 무엇인가? 바로 ‘시그너처’다. 즉, 한눈에 까르띠에의 작품임을 알아볼 수 있는 디자인에 집중했다. 특히 장인 정신과 퀄리티, 그리고 스타일의 모든 측면에서 고유한 ‘까르띠에 스타일’에 가장 큰 관심을 기울였고, 그 세 가지 요소의 조화를 이루고자 노력했다.
베누아는 ‘욕조’라는 뜻을 지닌 채, 1900년대 초반의 귀족적인 삶을 영위하는 여성상을 반영해왔다. 그렇다면 새로운 베누아는 오늘날 어떠한 여성상을 반영하나? 베누아는 예나 지금이나 여성의 품격을 드러내는 오브제다. 실제로 많은 유명 인사들이 베누아를 착용하고 있는데, 최근 프랑스의 배우 겸 감독인 멜라니 로랑과 샤를로트 갱스부르 등이 베누아 워치를 선택했다. 이처럼 우아하면서도 관능적인 여성들이 자신만의 독자적이고 세련된 매력을 표현하기에 제격인 워치가 아닐까.
- 패션 에디터
- 박연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