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Y캐슬>의 야무지고 당찬 반항아 예빈, 배우 이지원.
<SKY캐슬>의 야무지고 당찬 반항아 예빈 역, 열네 살 배우 이지원 양을 소개합니다. 이 작고 놀라운 소녀를 감당할 수 있겠습니까?
안녕하세요, 저는 드라마 <[tagSearch cont=’SKY캐슬’]>의 예빈, 배우 이지원입니다. 화보 촬영한다고 평소에 안 입는 옷을 입으니 좀 어색하지만 재밌는 경험이네요. 제가 어디에서 떨어진 것처럼 누워서 사진 촬영을 한다고요? 네, 그런데 떨어졌다는 게 천장 쪽에서 아래로 떨어진 상황인가요, 기울어서 미끄러진 것처럼 떨어진 상황인가요? 저를 하늘에서 툭 떨어진 재능이라고 생각하신다고요? 감사합니다!
얼마 전에 졸업식을 했어요. 아직 중학교 배정은 안 받았고요. 어느 초등학교 몇 학년 몇 반이었는지는 비밀이에요. 아는 사람은 안다고 해도 제 입으로는 말 안 할래요, 프라이버시니까. 제가 4학년 때 부산에서 서울로 전학을 왔어요. 4학년 1학기와 2학기 때 반 회장과 부회장을, 5학년 때는 전교 부회장, 6학년 때 전교 회장을 했어요. 요즘엔 반 회장과 부회장, 반장과 부반장이라는 명칭을 애들이 섞어서 써요. 반장보다 회장이라는 명칭이 더 좋아 보인다고요? 체어맨! 흐흐. 선거 앞두고 연설 같은 걸 할 때 뭐라고 했더라? 학교에 텃밭을 만들자는 공약을 건 적이 있어요. 저는 독서를 좋아하고, 손으로 뭔가를 만드는 걸 잘한답니다. 제 폰 케이스 보실래요? 이거 투명 젤리 케이스를 사서 거기에 제가 이렇게 다양한 스티커를 붙이고 꾸민 거예요. 좋아하는 책은 <마틸다>와 <해저 2만리>. 네, 다양한 장르 중에서 각각 재밌는 책만 좋아해요. 마틸다는 아주 많이 영리한 아이죠. 너무 영리하다는 걸 뜻하는 단어가 있던데 뭐더라? 하여튼 짓궂지는 않지만 재치가 있고, 밉상은 아니에요. 제가 마틸다처럼 영리해 보인다고요? 어휴, 아니에요, 마틸다는 정말 똑똑해서 일곱 살이 되기도 전에 구구단을 몇십 단까지 외운 애예요.
<SKY캐슬> 대본을 보면서 이해가 안 가는 단어나 상황은 전혀 없었어요. 발음이 어려운 말은 있었죠. “따지지도 못하냐?” ‘지지’가 반복되니까 그렇더라고요. 드라마 속에서 저의 제일 마지막 대사는 “돼지갈비~”. 가족끼리 차 타고 외식하러 가는 길에 예서 언니가 파스타 먹자고 하니까 제가 돼지갈비 먹자고 한 거예요. 제일 처음 한 대사는 뭐였는지 잘 기억이 안 나요… 헉! 그 대사를 아세요? 어떻게 기억하시는 거예요? 맞아요, 1회에서 파티장 들어가는데 예서 언니에 대해 엄마에게 “늦을걸? 생쇼를 하느라”였던 것 같아요. 제가 한 무시무시한 대사라면 정준호 선배님에게 “아빠가 사람이야?”라고 한 거 말이죠? 그 대사 할 때 속으로 무슨 생각했냐고요? 아빠가 사람이냐는 생각을 하면서 했죠, 뭘. 그때 예빈이의 심정은 ‘차가움’이었어요. 사실 처음에는 “아빠가 사람이야!”라고 크게 악을 쓰면서 하려고 했어요. 부모님께서도 그렇게 해보면 좋겠다고 하셨거든요. 그런데 현장에 가기 전에 연습하다가 그 부분에서 오히려 목소리를 좀 낮게 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현장에 가니 마침 감독님도 조용히, 차갑게 해보라고 하셨어요.
아직 어려서 다양한 감정을 소화하기 어려울 텐데 연기에 어떻게 접근하냐고요? 그냥 그 상황을 이해하면 감정이라는 걸 굳이 생각 안 해도 그게 딱 와요. 상황 자체가 제 몸에 스며들게, 계속 읽고 생각하면요. 네? 논리적, 이성적이라는 말의 뜻은 어느 정도 알아요. 아빠가 평소 대화할 때 그 단어를 많이 사용하세요. 뭐 ‘논리적이고 이성적인 사람이 되어라’까지는 아니고, ‘논리적이고 이성적으로 생각하면 좋다’ 정도죠. 예를 들 수는 없어요, 아빠와 너무 많은 대화를 나눠서. 수학을 좋아하지만 제가 정말 논리적인 사람이 될 수 있을까 싶기는 해요. 아빠와 최근에 나눈 긴 대화는… 혹시 이 이야기도 인터뷰 기사에 나가나요? 가족생활에 관한 이야기는 좀… 이히히, 죄송해요.
잠깐 머리 좀 묶어도 될까요? 부모님을 소개하자면, 음, 엄마는 요리를 엄청 잘하는 가정주부세요. 아빠는 학원을 운영하시고요. 거기서 제가 가끔 강의를 듣기도 해요. 두 분 다 뭔가를 척척 해내세요. 며칠 후 <SKY캐슬> 포상 휴가를 떠나는데, 아빠는 환전이나 여권 만드는 일도 금방, 척척. 제가 아빠한테 질문을 꽤 많이 하는 편이에요. 문제를 풀다가 막혀서 “아빠! 이것 좀” 하면 “응, 이러저러해서 X=12야”라고 대답도 언제든 척척. 부산이 고향이라서 처음 서울로 이사 왔을 때는 4시간 걸려 부산의 학교에 다니곤 했죠. 그러다 보니 학교에 자주 가지 못해서 홈스쿨링을 더 많이 했어요. 네, 아까 저희 엄마에게 들으신 대로 저는 어린이집과 유치원도 다니지 않았어요. 그런 곳이 있다는 걸 알았고, 좀 가고 싶은 마음이 들 때도 있었지만, 그맘때는 그냥 엄마 아빠랑 집에서 노는 게 좋다 했죠. 매일 공원에 놀러 가고, 집에서 특별히 뭘 안 한 것 같으면서도 굉장히 뭔가를 많이 했어요. 좀 커서는 전국 일주도 했고요. 뭐 할 때 제일 신이 나냐고요? 먹고 자고 그럴 때요. 엄마 아빠랑 집에서 TV 보고, 책도 보고, 쉬면서 보낼 때.
연기 학원, 안 다녀요. 대신 가끔 부모님 도움을 받죠. 어렸을 때 잠시 배운 적은 있어요, 한 6개월에서 1년 다녔나. 처음 카메라 앞에서 연기를 해본 건 다섯 살 때쯤 부산 갈맷길을 홍보하는 공익 광고를 찍을 때였어요. 본격적으로 연기를 한 건 아니었지만요. 지금 연기할 때와 기분이 똑같았어요, 전혀 떨리지 않았고 재밌었어요. 그 광고를 찍은 감독님이 부모님에게 지원이 연기 한번 시켜보라고 하셨죠. 영화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에 대해 좋은 평을 많이 들으셨다고요? 아직 그 영화를 못 본 분이 많은 것 같아요. 아홉 살 때 찍은 영화인데 저는 채랑이라고, 행동대장 같은 아이 역할이었어요. 친구들과 강아지를 훔칠 때 막 그물을 가져와서 던지고 그러죠. 그 영화에서는 양 갈래 머리에 리본을 묶고 등장한답니다.
친한 친구들은 꽤 있어요. 친구들이 드라마 잘 봤다고 말해주기도 하고, 제가 머리카락을 너무 세게 묶고 출연하니 얼굴 아프겠다고도 하고. 우주 오빠나 예서 언니 등등을 실제로 보면 어떠냐고도 묻고요. 드라마 속 제 모습이 낯설거나 무섭다는 말은 친구들이 특별히 안 했어요. 제가 예빈이의 모습과 똑같아서 그런 말을 안 한 것 같지는 않아요. 친구들은 그냥 드라마 속의 캐릭터를 본 거죠. 제가 사용하는 단어나 말이 고급스럽다고요? 저는 전혀 모르겠네요. 아, 인터넷에 떠도는 오해 중 바로잡고 싶은 게 있다면 바로 얼마 전 출연한 예능 <해피투게더>에 관한 거예요. 댓글을 보니 ‘예빈이의 웃는 표정이 너무 어색하다’는 말이 있더라고요. 그거 6시간 동안 촬영했어요. 처음엔 정말 입이 이렇게 찢어지도록 열심히 잘 웃었다니까요? 그런데 1시간, 또 1시간 지날 때마다 제 입술 주변이… 저는 그게 최선이었는데 안 좋은 말을 들어서 좀 슬퍼요.
장래 희망이야 너무 많죠. 스무 가지도 넘을걸요? 배우, 교사, 제빵사, 요리사, 취재기자, 사진기자, 편집기자, 배우 매니저, 메이크업 아티스트… 향수 만드는 직업을 뭐라고 하죠? 아 네, 조향사 등등요. 엇, 제가 한국잡월드에 가본 걸 아시네요? 사전에 예약하고, 거기서 신문사와 생명공학연구소를 체험했어요. 기자 체험은 편집기자 일만 해봤는데 다른 기자 일도 재밌을 것 같아요. 브로콜리의 DNA를 분리하는 일도 해봤어요. 어떻게 하는 거냐면요, 브로콜리를 즙이 될 때까지 빻은 다음 세제와 식초를 섞던가? 그걸 원심분리기에 돌리고 맑은 용액이 나오면 에탄올을 부어요. 사진 찍은 거 보여드릴까요? 여기, 이거 한 번 확대해서 보시겠어요? 에탄올 안에 둥둥 떠 있는 게 DNA예요. 계란의 알끈처럼 끈적끈적하대요.
13년 평생 살면서 가장 큰 고민이 뭐였냐고요? ‘공부와 연기를 어떻게 병행할까.’ 그것 말고는 고민 없어요. 연기를 할까? 공부를 택하고 나중에 다시 연기를 해볼까? 한쪽에 연기, 또 다른 쪽에 공부가 있다고 치면 이만큼씩 다 잡으면 좋겠는데, 이만큼이 힘들면 요만큼씩이라도 잡아서 둘 다 하고 싶어요. 뭐 어떻게 되겠죠, 하다 보면. 배우로 자란다면 천의 얼굴을 가진 배우가 되고 싶습니다. 나도 저렇게 되면 좋겠다 생각하게 만드는 사람은 김주영 선생님, 아니 김서형 선배님, 염정아 선배님, 그리고 김병철 선배님. 네? 아니요, 김영철 아니고 김병철 선배님요, 쌍둥이 아빠 차민혁 교수님으로 나오신 분. 김서형 선배님은 캐릭터가 악역이긴 해도 너무나 매력적이고 멋졌거든요. 염정아 선배님은 얼굴이 완전히 확확 달라지면서 캐릭터를 변화시켰고요. 김병철 선배님 하면 <도깨비>에서의 “파국이다~” 이 대사가 계속 생각나요, 하하. 네, 어떤 배우를 생각하면 딱 기억나는 그런 대사가 있다는 점. 지금 얘기한 이 세 분의 특징이 합쳐진 배우가 되면 좋겠어요. 요즘 방영 중인 <로맨스는 별책부록>에서는 이나영 선배님의 딸로 나오죠. 지금까지는 엄마와 전화 통화 중인 목소리 정도로만 출연했어요. 영상 통화하는 장면을 잠깐 찍기는 했는데, 그때 생각하면 <SKY캐슬>의 예빈이와는 다른 스타일로 등장하긴 해요. 왜 연기를 하냐고요? 재밌으니까요. 제가 실제로 경험해보지 못한 걸 경험할 수 있으니까요. 나는 커서 과연 무슨 일을 하고 있을까… 아마 좋은 일을 하겠죠? 히히.
▼배우 이지원의 B컷 화보 추가 공개▼
- 피처 에디터
- 권은경
- 포토그래퍼
- 김재훈
- 스타일리스트
- 김현지
- 헤어
- 강현진
- 메이크업
- 이소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