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을 맞아 메이크업 아이템 쇼핑에 돌입하기 전, 당신이 반드시 기억해두어야 할 2019 S/S 백스테이지 뷰티 트렌드.
별빛이 살포시 내려앉은 얼굴
지난 시즌 하늘에서 글리터가 사방으로 잔뜩 뿌려진 것 같았다면, 이번 시즌은 좀 더 정돈된 대신 훨씬 강렬하게 사용됐다. 가장 아름다운 패턴을 자랑한 것은 반짝임의 여왕 팻 맥그라스가 완성한 발렌티노 쇼. 비비드 핑크, 그린 컬러의 크리스털을 대담하면서도 정교한 날개 형태로 한 땀 한 땀 수놓은 모습이 마치 가면무도회에서 보석으로 화려하게 장식된 아이 마스크를 쓴 듯 신비해 보였다. 반면 제러미 스콧과 톰 브라운은 마치 입술에 금박 은박 부스러기를 붙인 듯 펑키하게, 미쏘니 쇼에서는 눈 앞머리에만 별 가루가 뿌려진 지나간 듯 사랑스럽게 연출했다.
찌릿찌릿한 미래 뷰티
Z세대의 뷰티가 혹시 이런 모습일까? 그 어느 때보다 ‘미래’가 화두인 요즘, 급변하는 세계에서 메이크업 아티스트들은 퓨처리스틱한 무드에 마음을 빼앗겼다. 찌릿찌릿 전기가 통할 것 같은 전선을 얼굴에 붙이거나 머리에 늘어뜨리기도 하고(마치 70년대 히피들이 가죽 줄을 감은 것처럼!) 얼굴 위에 자유롭게 드로잉을 하거나, 투명도가 뛰어난 PVC 컬러 네일 팁을 붙이기도 했다. 굳이 수십 년 뒤의 미래로 가지 않아도 네온 컬러들은 지루할 수 있는 룩에 경쾌하고 젊은 활기를 불어넣기에 충분했다.
운동이 막 끝난 뒤에
적어도 스킨 표현만큼은, 올 봄과 여름은 올림픽 시즌이다. 경기를 마치고 수건으로 땀을 살짝 닦아낸 뒤 우승 인터뷰를 하는 테니스 선수를 상상해보라. 촉촉한 물기로 빛나는 이마, 가쁜 호흡에 상기된 볼, 살짝 지워진 듯한 입술 말이다. 오프화이트, 크리스토퍼 케인, 마이클 코어스, 스포트막스 등의 쇼에서 모델들은 뭘 바른 것 같지도 않은데 그야말로 눈이 부시다! 메이크업 아티스트 루치아 피에로니는 크리스토퍼 케인 쇼에서 “섹시하면서도 자연 속에 있는 소녀를 떠올렸죠. 기품 있는 피부 표현, 보이시한 눈썹으로 생기 있게 빛나는 소녀들을요”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서는 얇고, 촉촉하며, 매끈하게 발리는 ‘초박형’ 리퀴드 파운데이션이 필수. 잡티를 가리려고 애쓰기보다 전체적으로 톤을 깨끗하게 맞추는 데 집중할 것. 피부가 전체적으로 번쩍번쩍 광이 나야 하는 것도 아니다. 눈매, 이마와 콧등, 광대뼈 등의 포인트에만 수분감이 느껴지는 투명한 일루미나이저로 미니멀하게 마무리하면 그만이다. 발 갈란드는 에르뎀 쇼에서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수많은 스킨케어 단계를 거치고, 눈썹을 빗고, 컨실러를 더했죠. 생기 있으면서도 완전히 민얼굴처럼 보이게 하기 위해서요!”
달콤한 낭만의 시대
동화 속 세상이 파스텔 색을 머금고 런웨이에 펼쳐졌다. 마치 마법이 일어나는 순간을 떼다 놓은 것 같달까? 메이크업 아티스트 크리스텔 코켓은 이렇게 말한다. “순수하고 천진난만하죠. 그래서 프레시해 보이는 거예요.” 델포조, 안나수이 등의 쇼에서 그 어느 때보다 낭만적이고 환상적으로 재현된 파스텔 색상은 후 불면 금방이라도 날아갈 듯 가볍게 연출됐다. “이번 파스텔 룩은 더없이 로맨틱하기 때문에 그들 스스로가 강하다고 느끼는 것이 중요하죠.” 발 갈란드의 말은 요즘의 무드를 대변한다. 마크 제이콥스의 여인들은 여리디여린 민트, 라벤더, 더스티 핑크 같은 컬러들이 아름다운 동시에 강렬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 뷰티 에디터
- 이현정
- 포토그래퍼
- JAMES COCHRA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