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오퍼드 무늬가 활개치는 세렝게티에 온 당신을 환영합니다.
레오퍼드 무늬는 지난 몇 세기 동안 고혹적이고 관능적인 패션 코드의 대명사였다. 과거 부와 사치를 상징했고, 70, 80년대에는 반항적인 펑크 패션과 함께 새로운 유행의 흐름을 선도하기도 했으며, 자신감의 상징이었다. 올해도 어김없이 등장한 레오퍼드 무늬의 유행에는 시각적 측면에서 조금 달라진 점이 있다. 여권 신장이 강력한 화두로 떠오른 시대 상황을 반영해 미투 운동과 더불어 진취적이고 자존감 높은 여성상이 강조되면서 여성의 취향을 주장하는 데 거리낌이 없어진 것. 이전에는 몸에 딱 붙거나 관능적인 분위기를 살리는 등 남성의 시선을 의식한 디자인이 많았다면, 이제는 훨씬 더 자기 중심적 시각이 반영되었달까. 일례로 캘빈 클라인의 수장이자 미니멀리즘의 대가로 꼽히는 라프 시몬스는 아주 모던한 재단의 오버사이즈 코트에 방한용 발라클라바를 매치했다. 웬만한 남성 어깨의 두 배는 될 법한 커다란 코트와 발라클라바는 레오퍼드 무늬에 투박한 멋을 더해 특정 성별을 강조하지 않는 점에서 특별했다.
한편, 어딘가 기괴한 것 에 그만의 우아함을 접목하는 데 탁월한 발렌시아가의 뎀나 바잘리아는 여러 겹의 테크 웨어 위에 가죽 코트를 덧 입는 실험적인 스타일링을 선보였다. 스포티한 파카에 포인트가 된 레오퍼드 무늬 페이크 퍼와 날렵한 타이츠 부츠는 하이패션 코드를 더하는 확실한 스타일링 팁. 그런가 하면 톰 포드는 채도 높은 빨강, 보라, 형광 색을 사용한 레오퍼드 무늬로 미니드레스와 타이츠 등 머리부터 발끝까 지 원색적인 글램함으로 꽉 채웠고, 베르사체는 레오퍼드, 지브라, 체크 같은 프린트의 충돌이 빚어내는 불협화음으로 극강의 화려함을 선사했다. 패션계가 이런 당당한 여성상을 적극 반영하는 태도와 더불어 세계적 시류인 ‘퍼 프리(Fur Free)’ 운동을 받아들이고 있는 것도 레오퍼드 무늬의 유행에 한몫했다(구찌에 이어 베르사체, 버버리, 코치 등이 퍼 프리 선언에 동참). 디자이너들에게 리얼 퍼의 대안으로 떠오른 레오퍼드 무늬는 확실히 겨울의 무거움을 화려하게 환기시키지 않나. 이쯤에서 레오퍼드 무늬가 아직도 어려운 이라면 마이클 코어스의 롱부츠나 모자, 로 저비비에의 체인 백 등의 액세서리로 사파리 세계에 첫발을 떼는 것도 좋겠다. 하지만 이 매력에 한번 빠지면 헤어나오기 어렵다는 점은 분명 기억해라. 이 생생하고 와일드한 무늬의 거침없는 도발을 만끽하는 것도 얼마 남지 않은 겨울을 보내는 좋은 방법이 될 테니!
- 패션 에디터
- 이예지
- 포토그래퍼
- 안상미
- 모델
- 김다영
- 헤어
- 조미연
- 메이크업
- 정수연
- 소품 협조
- 한사토이